339 수채화 : 꽃 - 3개의 물감, 3개의 붓, 9개의 예제로 그리는 수채화 입문서 339 수채화 시리즈 1
줄리 킹 지음, 민주희 옮김 / 북핀 / 2018년 1월
평점 :
절판


 

339 수채화

줄리 킹 지음

 

 

 

붓에 물감을 발라 수채화를 그리는 일은 내 계획대로 나오지 않는다. 젖은 종이에 물감의 농도를 조절하다 종이가 찢어지거나 종이의 결이 일어나 지저분해지기도 하며 지저분해진다. 꽃을 좋아해서 그려보고 싶어 그림관련 책들을 읽어 봤지만 쉽지 않았다.

<책소개>

3개의 물감, 3개의 붓, 9개의 꽃 그림으로 꽃 수채화에 입문할 수 있다. 노랑, 빨강, 파랑의 세 가지 물감과 굵은 붓, 중간 붓, 가는 붓 그리고 보고 따라 그릴 꽃 그림 예제가 9개다. 재료도구 준비로 미루거나 난이도가 너무 높아 이론공부와 감상만 하지 않고 짧은 시간 안에 실행하도록 용기를 준다. 예제 그림 옮기는 방법, 예제 그림을 따라 직접 색칠하는 방법에 대해 자세하고 친절하게 설명해 주고 있어 쉽게 그려볼 수 있다.  

색 혼합을 배울 수 있다

 

3가지 기본 색을 섞어 다른 색을 만들기 때문에 색 혼합 비율에 따른 색채 감각을 얻을 수 있다. 미술을 배우거나 그 분야의 종사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색들을 이미 혼합해서 만들어 사용하지만 초보자들은 12개물감, 20색 물감의 색들을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에 섬세한 채색과 원하는 채색들을 만드는 훈련들을 익힐 수 있다. 유아와 초등자녀들과 3원색을 섞어 직접 혼합채색을 만들어 볼 수 있다. 해바라기의 금색은 어필 보면 노란색이며 붉은 기운을 느끼기 어려운데 소량의 붉은 색이 들어가 있다.

살짝 아쉬운 점

책에서 훈련할 수 있는 꽃 그림 예제의 밑그림이 별도로 실려있음 트레이싱 용지로 옮기는데 더 쉽지 않았을까? 완성된 그림의 스케치를 옮기려고 하니 꽃의 윤곽이 아주 명확하지 않아 신경이 쓰였다.

 

감상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가장 쉬운 튤립 한 송이를 수채화로 표현해 완성해 보았다. 썩 만족스럽지 않았지만 그런대로 비교적 짧은 시간에 완성할 수 있어 성취감을 느껴 다음 예제도 도전해 보고 싶다. 예제도 많지 않아 그림 한 장과 책 1권을 실제로 온전히 도전해 볼 수 있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집중해서 한 시간 정도면 예제 하나씩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예제가 쉬워 보여도 트레이싱 페이퍼에 밑그림을 뜰 때 3번을 작업해야 하기에 생각보다 번거롭다. 2번에 옮기면 거울처럼 그림 좌우가 바뀌기 때문에 3번에 옮겨야 한다.

나 같은 실행력이 굼뜬 초보자들이 어렵지 않게 바로 실행해 볼 수 있도록 도와주면서 작품의 완성에 대한 만족도로 다음 단계로 동기부여 해 주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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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달라진다 - 의지 따위 없어도 저절로 행동이 바뀌는 습관의 과학
션 영 지음, 이미숙 옮김 / 21세기북스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무조건 달라진다

션 영 지음

<책소개>

내적으로 외적으로 우리들의 특정행동을 강화시키거나 그 반대로 하지 못하게 밀고 당기는 힘들이 작용해서 의지만으론 변화할 수 없고 저자가 새롭게 창안한(전혀 새롭지 않지만 용어만 참신한) SCIENCE란 행동 프로세스로 기존의 실패를 성공으로 이끌 수 있다고 말하면서 유명 기업의 마케팅성공사례와 직원들의 업무효율화에 적용해서 성공시킨 사례들을 분석해서 자신의 행동 프로세스를 선전하고 있다.

7가지 힘이란 자신의 꿈을 실현하거나 나쁜 습관이나 중독에서 벗어나 내게 이로운 일들을 실행하고 지속시키기 위한 행동 프로세스다.

 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작고 사소한 행동들을 연결하여 먼 꿈을 실현시키는 사다리 모형을 활용하고 사람은 혼자 살 수 없기에 긍정적인 자극을 받기 위해 커뮤니티를 통해 서로 지지하기, 우선순위 정하기, 일을 쉽게 하기, 뇌 해킹하기, 매력적인 보상하기, 몸에 깊이 새기기란 7개의 행동프로세싱을 의식적으로 하는 일반행동과 무의식적으로 하는 자동행동, 내가 좋아해서 계속하는 열정행동에 맞게 적용하는 방법들을 제공한다.

장점

한정된 자원(시간, 내적 에너지, 경제적 비용)으로 좋은 습관의 리듬을 정착해서 삶을 풍요롭게 하는 방법을 얻을 수는 없었지만 저자가 인용한 기업의 사례를 통해 기업들이 우수한 심리학자들과 뇌과학자들에게 엄청난 비용을 주면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여러 방식들을 정교하게 활용하는지를 다양하게 볼 수 있었다.

또한 기존의 잘못된 통념들도 알 수 있었다. 기업가 하면 개척자에 모험가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일반 근로자와 차이가 없음을 말이다. 기업 중심으로 환경이 재편되면서 미화된 기업가의 이미지가 허구임을 알 수 있었으며 75년을 지배해온 행동심리학의 오류도 저자가 명쾌하게 밝히고 있다.

뇌 해킹하기 편에서 작은 행동이 마음을 바꿀 수 있다 편에서 내가 실천하고 싶은 좋은 명언이나 심리적인 장벽들을 제거할 말들을 패스워드로 입력해서 변화를 이끄는 법은 매우 인상적이며 바로 적용해 볼 수 있다.

비판

성공사례들은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당장 즉각적으로 이루어지지도 않았으며 저자가 과학적으로 그런 사례들을 귀납적으로 분석한 것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저자의 창안한(?) 7가지 힘을 적용해서 사람들이나 기업들을 성공시키고 지속시킨 것이 아니라 성공한 사례에 자기의 7가지 중에 몇 가지를 섞어서 분석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성공의 요인은 여러 가지가 복합적인 경우가 많은데 자신의 이론을 주장하기 위해 다른 요소들을 전혀 언급하지 않거나 무시하고 있다.

예를 자석행동을 이용해 성공한 사람들의 예로 수영의 황제 펠프스의 경기 전 의식과 훈련 전 의식인데 펠프스가 아닌 여러 뛰어난 수영선수들도 그런 자석행동을 분명 활용할 것이다. 그런데 모든 뛰어나고 재능 있는 선수들이 펠프스처럼 수영분야의 황제가 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 분야에 성공한 사람들은 저자가 말한 7가지 힘들을 적절하고 균형 있게 사용하는 사례를 찾아볼 수 있지만 7가지 힘들을 모든 적절하게 성공적으로 사용한다고 해서 그 분야에 1인자가 될 수는 없다. 돈을 많이 벌거나 자기 분야에 족적을 남기고 싶거나 성공하고 싶어서 7가지 힘을 적용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유명한 성공한 사람들의 사례를 가져와 여러분도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처럼-계발 앱이 히트를 친다거나- 느끼게 하는 것도 분명 진실은 아니다.

저자가 스키너와 같은 행동심리학을 비판하는 방식(인간의 동기와 행동은 동물보다 복잡하다)을 저자의 7가지 힘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감상

이 책은 일반 자기계발서와 똑같다. 차이점이 있다면 심리학자가 원칙을 힘이란 용어로 바꾸고 있다는 점이다. 성공의 원칙이란 가치 중립적인 단어에서 힘이란 감정에 영향을 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 책에 나온 내용들은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 공부법, 학습법에서 본 내용들과 많이 중첩된다.

요즘엔 심리학이 대세인지 심리가 반영된 대중서들로 독자들을 현혹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다고 무조건 달라지는 것은 절대 아니다. 웃기는 것은 대부분 사람들의 내적 동기로 움직이는 경우는 이렇게 하고 있다는 점이다. 나만해도 버스를 타고 아이를 데리고 가면 1시간이 소요되는 농장을 규칙적으로 가고 싶지만 여러 제약으로 열정에 비해 의지가 박약한 나를 통제하기 위해 농장에 텃밭도 신청하고 독서모임과 수공예모임 등(커뮤티니활동)을 온오프라인으로 하고 있다. 1년넘게 하고 있지만 열정 행동을 자동 행동화 하지 못하며 계속 지속 시키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의지박약인 내가 열정행동으로 하는 독서활동도 저자의 방식대로 이미 하고 있다. 책도 읽고 내가 읽은 책에 대한 내용을 글로 남기고 싶어(책을 나만의 방식으로 기억하고 싶어) 서평단 커뮤니티에 가입해서 책을 읽고 마감 안에 글을 써야 하는 나름의 제한으로 책을 읽고 글을 쓰기를 원하는 내 목표를 지속시키는 (매력적인 보상) 방식을 지금까지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원하는 열정행동을 지속시킬 수 있었던 이유는 시간이 비교적 여유롭고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자유로웠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직장을 다니며 쫓기고 있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열정행동이 아닌 일반행동인 어학실력을 꾸준히 하기, 설탕커피 끊기, 운동하기, 인스턴트 음식 줄이기 미루는 행동 등은 만족할 만한 자동행동으로 습관화하지 못했다.

좋은 행동을 지속시키기 위해선 에너지가 소비된다. 이미 형성된 나쁜 습관은 관성적으로 정착되었기 때문에 더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의지만으론 당연히 저절로 행동이 바뀌지 않지만 의지 따위 없어도 저절로 행동이 바뀌지는 않는다.  

내가 이 책으로 도움을 얻은 것은 내가 지속할 수 있었던 행동들을 저자의 방식대로 분석해 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내 기대치에 맞게 만족하거나 내 능력이 발전해서 어떤 성공으로 연결된 것은 아니지만 내가 바라는 꾸준히 책 읽고 글쓰기를 계속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내 열정행동들을 일반행동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우리 아이들에게 어떻게 좋은 행동들 그 자체가 보상이 되게 할까? 더 고민하게 하며 무엇보다 나를 좀 더 잘 알아야 주변을 제한하거나 더 쉽게 바꿔 실행하고 지속할 수 있음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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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 모자 철학하는 아이 9
앤드루 조이너 지음, 서남희 옮김, 김지은 해설 / 이마주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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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모자

글 그림 앤드루 조이너

<책 소개>

분홍실로 두 할머니가 모자를 뜨게 되면서 모자의 여행이 시작된다. 흑백의 단순한 그림 사이에 유일한 유채색인 분홍모자는 가볍고 포근하면서 유쾌한 여행의 동선을 보여준다.보온과 장식의 효과가 있던 분홍모자는 할머니의 손에서 고양이, 아이들, 유모차에 앉은 아기, 강아지와 소녀를 거치면서 기존의 고정적인 용도에서 벗어나 소유자에 따라 장난감, 글러브, 보온용 싸개 등의 변형은 이분화되고 고정된 기존의 여성의 역할에서 벗어나 여성의 다양하고 열린 가능성을 상징한다.

이전 세대인 할머니의 손뜨개인 모자가 미래를 변화시키는 가능성을 가진 소녀에게 자연스럽게 전달되는 방식은 이전 세대의 낡은 고정된 가치관의 유산이 아닌 여성의 힘과 가능성이란 긍정적인 유산을 통해 세대간의 대립과 분절이 아닌 화합의 그물망으로 이어지고 있다.

감상

여아들 물건들은 분홍색 일색이라 색깔에 대한 편견을 심어줘서 분홍색을 좋아하지 않는다. 나뿐만 아니라 내 딸도 분홍색을 싫어한다. 유아기 때 분홍색에 둘러싸여 살다가 아동기와 청소년기로 들어서면 알록달록 유아적인 분홍색을 기피한다. 분홍모자의 색깔에 대한 편견에 대한 편견으로 뒤집는 역발상을 하고 있다.

유아부터 성인까지 읽어도 그림책이 주는 그림과 스토리의 힘 그 자체의 매력에 빠지기 충분한 책이면서 마지막 장면을 통해 왜 분홍모자지? 의문을 던지게 하며 맨 뒷장의 푸시햇 프로젝트의 히스토리로 여성인권의 감수성을 높이다.

한 여검사의 성추행 폭로는 피해자들의 자발적인 미투운동을 소셜로 이끌며 수치심에 감추었고 여성혐오로 덮어씌우거나 묵인했던 사회에 폭로하면서 수면위로 파문을 일으키며 법조계, 문학계뿐 아니라 직장과 대학에서 벌어지는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자성과 논의를 일으킨다.

가정에서부터 학교, 직장, 도처에서 분홍모자가 상징하는 푸시햇프로젝트처럼 남녀노소 모두 평화적이고 지속적인 연대적 참여와 실천으로 남녀모두가 폭력과 억압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평등하게 살아가는 세상이 오기를 두 자녀를 키우는 엄마로서 여성으로서 간절하게 기원하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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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섬으로 가다 - 열두 달 남이섬 나무 여행기
김선미 지음 / 나미북스(여성신문사)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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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섬으로 가다

김선미지음

첫 애가 5~6살쯤 시부모를 모시고 가평 리조트에 며칠 머물다가 갔던 곳이 남이섬이다. 여름날이라 넓은 수목원처럼 많은 나무로 둘러싸인 경치를 세세하게 둘러보는 일은 쉽지 않았다. 유모차도 없어서 남편과 내가 번갈아 아이를 엎고 걸어갔던 그곳에 대한 기억은 제주도와 동남아에서 본 이국적인 야자수나무와 무성한 잣나무다. 구경꾼들을 신경쓰지 않고 오르내리며 잣나무 열매에서 잣을 먹는 청솔모와 바닥에 떨어진 수북하게 쌓인 잣나무 열매 껍질의 단편적인 기억과 쓰레기를 이용한 설치미술작품등이 기억난다. 남이섬에 대한 기억은 이것이 전부다. 계절의 변화에 따른 남이섬의 풍광을 알지 못한다.

<소개>

다산 정약용의 <산행일기>에서 남이섬이고 했고 <산수심원기>에선 남이서라고 해서 남이 장군의 넋을 기리는 곳이 이름의 어원이고 지금은 테마파크로 나미나라공화국이란 독립된 국가처럼 국가이름으로 명하며 입장할 때 출입국관리소를 통해 들어가기에 이국적인 정취와 함께 타국을 여행하는 분위기가 든다.

이 책은 나무의 푯말이 없어 전문가가 아니면 나무의 수종을 알지 못하는 남이섬의 나무들을 달마다 찾아와 나무의 꽃잎과 잎, 수피를 꼼꼼하게 살피며 스스로 생각하다가 낮에 찍은 이름 모를 나무사진을 도감과 대조하여 힘들게 알아나간다. 휴대폰으로 찍으면 이름을 바로 알려주지만 저자는 씨름하며 알아가는 수고의 기쁨을 오롯이 느끼며 그런 자발적인 공부의 과정과 결실을 독자들과 나눈다.

저자는 테마파크인 남이섬이 아닌 나무의 섬으로 나무의 모습을 달마다 관찰하며 그 변화를 섬세하게 적어나간다.

사람처럼 어른 나무가 되려면 20년이 걸리는 2월의 튤립 나무는 열매와 꽃이 모두 툴립처럼 생겨 튤립나무인데 200년동안이나 꽃을 피운다고 한다. 씨앗들이 싹이 트려면 7년을 기다리는 느린 이 나무가 섬 곳곳에 많이 자란다.

영국에선 메이플라워로 불리고 아기위나무, 찔구배나무, 뚱광나무, 이광나무 등 이름도 다양한 4월의 산사나무, 공작 수컷의 꽁지를 땅과 수평으로 펼쳐놓은 것처럼 가지를 뻗고 있는 5월의 층층나무는 조그만 틈이 생기면 가장 먼저 공간을 선점해 자라서 층층나무 밑에는 다른 식물이 자라기 힘들다고 한다.

작은 꽃잎을 보호하면서 곤충을 유인하기 위해 꽃처럼 보이는 총포가 있는 산딸나무와  가짜 꽃을 둘러 곤충을 유인하는 백당나무꽃을 통해 세상의 모든 중심은 변방의 묵묵히 자기 역할을 하는 희생으로 빛이 난다는 나무의 욕망과 진화의 몸부림에서 세상의 이치를 깨달아간다.

나무의 학문적인 분류와 계통도로 식물학적 지식도 얻어가지만 이름의 유래와 어원을 통해 나무와 인간과의 오랜 관계를 알게 되며 꽃피는 시기, 꽃과 잎이 나오는 시기, 열매 맺는 시기와 방법이 저마다 다르며 각각의 속도와 방법대로 열심히 살아가는 나무를 통해 열매를 맺는 시기가 일반 참나무의 두 배나 걸리는 상수리나무처럼 느린 아이의 성장을 기다려야 함을 배운다.

인상깊은 글

우리는 해마다 봄이 오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지만 성장을 멈춘 겨울나무에서 새순이 돋고 꽃이 피는 일은 매번 부활처럼 다가온다 106

곤충과 새들 그리고 땅속 균류까지 함께 살아가는 생태계 전체를 이해해야 한다. 층층나무 한 그루가 작은 우주다 121

반복되는 자연의 부활을 통해 유한한 삶에 역동적인 리듬을 부여하며 때로 흔들리더라도 삶을 지속시키며 나무 한그루와 관계한 생태의 촘촘한 그물망을 통해 우리는 우주의 신비를 발견하며 경이감을 느낀다.

다른 생명에 빚이 없다면 그것은 이미 죽은 목숨이다 361쪽 인용

 

모래땅 남이섬을 울창한 나무의 섬으로 일군 나무를 심은 사람들, 속도를 줄이고 리듬있는 작은 탐험으로 인도한 저자에게. 소우주를 품은 각각의 나무 공동체에게 빚이 있음에 감사하며 기꺼이 다른 생명의 빚이 되고자 한다.

감상

조상들처럼 절기에 따라 직접 장을 담그거나 재철의 식재료를 직접 키우지 않기에 절기에 둔감한데 한국의 12달의 전통적인 절기에 따른 계절적 감각을 섬세하게 담아내며 관광객으로 잠시 스쳐 지나가는 독자들은 절대 알 수 없는 조용하지만 치열하게 살아가는 숲의 생태계와 남이섬으로 한 달에 한 번 낯선 나무들을 찾아가는 저자의 탐험이 일상적인 공간에서 소소한 생활의 발견으로 연장되는 순간의 기적을 잔잔하고 그윽하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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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약속
루스 퀴벨 지음, 손성화 옮김 / 올댓북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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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약속

루스 퀴벨 지음

<소개>

사회학자이자 작가인 저자의 독특한 사색이 반영된 사물에 대한 이야기다. 사물이란 무엇인지 네이버 사전을 찾아보니 일과 물건을 아울러 이르는 말, 물질세계에 있는 모든 구체적이며 개별적인 존재를 통틀어 이르는 말로 정의한다. 사물의 약속은 물건을 구입하거나 소유하면서 그 물건 자체의 기능을 넘는 무엇을 담고 있다.

소비지상주의를 비판하는 과격한 물질파괴 퍼포먼스부터 정리정돈의 대가 곤도마리에의 설레거나 기쁘지 않는 물건은 버리라는 곤마리정리법의 비판적 관점, 그리고 마티스 소장품을 통해 물건을 구매하고 버리지 못하는 이유를 경제학자들의 매몰비용으로만 설명할 수 없음을 저자의 옷장으로 보여주며 호더가 아니더라도 오래된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는 사물은 익숙한 공간에서 우리 자신으로 연장되기도 한다. 사물과 함께 하는 대안적 삶에 대한 저자만의 사유를 만나보면서 사물을 통해 삶의 이유와 삶의 방식 가치들을 탐색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푸코의 연장통

저자가 각 목차에서 인용한 많은 글들에 대한 출처에 대한 소개와 내용을 푸코의 글인 <푸코의 연장통>이란 별도의 항목으로 만들어 둔 점이 일반 책과 확연하게 차이 난다.

저자의 이런 발상과 섬세함이 너무 좋다. 아무리 유명저자라도 다른 사람들의 글이나 말을 전혀 인용하지 않고는 적절하게 설명하지 못해서 두꺼운 책일수록 전문적인 책일수록 인용한 글에 주석을 달아 페이지 하단에 원문출처를 표기하거나 책 뒷부분에 모아서 기록한다. 그러나 출처만 형식적으로 기록되어 큰 도움을 받지 못하는데 <푸코의 연장통>은 독자들에게 저자의 아이디어가 어디서 나왔는지 그 실마리를 제공하며 간단하게 출처의 표기를 피하고 그 히스토리를 담아내고 있다.

감상

물건의 밀당이란 세련된 인문학적 표현들을 만나는 뿌듯함이 가득한 책이다. 냉장고 파먹기를 냉장고를 비우고 나면 새로운 식자재로 새롭게 가득 채우고 중고장터와 이웃에게 기증하고 나면 새로운 물건으로 채워나가는 이런 방식은 소비지상주의의 또 다른 측면일 뿐으로 최소주의도 그 무엇도 아니었다. 그러나 저자의 글을 따라 읽어가며 사물과 일에 대해서 사물과 개인적인 추억과 기억에 대해 사유하면서 유행처럼 번지는 최소주의적인 삶이 아닌 나의 삶의 궤적에서 무엇을 남기고 선택할 것인지 좀 더 분명한 해답을 얻을 수 있었다. 세련된 은유적 표현기법과 정제된 글은 탐색의 깊이를 더해주며 글과 언어가 모든 것을 표현해주지 못하지만 순수한 독서의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인문학적이며 세련된 풍부한 글들은 어지럽거나 현란하지도 않으면서 내가 최소주의로 살고 싶으면서도 왜 물질주의에 집착하는지를 탐색하게 한다. 미니멀리스트를 꿈꾸는 물질주의자임을 인정하게 한 책이다. 물건에 대한 욕망은 더 많은 물건을 욕망하는지 그 끝없는 불만족과 소유와 구매의 욕망을 인문학적으로 다양하게 성찰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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