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해서 좋다 - 작지만 깊은 마음으로만 볼 수 있는 것들에 관하여
왕고래 지음 / 웨일북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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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소심해서 좋다

왕고래

소개

부모나 사회에선 적극적이며 활발하고 겉으로 매우 열정적인 사람들을 좋아한다. 아이가 발표하는 것을 부끄러워 하면 내성적인 성격으로 거친 사회생활을 잘 할 수 있을까 걱정한다.

스포츠와 각종 활발한 모임으로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미국의 경우 아이가 조용히 사색하며 소란스러움을 싫어하면 걱정한다. 자기만의 세계가 뚜렷한 사람들에 대해 사람들은 과도하게 걱정하며 이상심리로 생각한다. 정신에너지가 외부의 대상이 아닌 자기 내부로 흐르는 내향인들인 소심인들은 타인과 상호작용을 할 때 에너지를 소비하고 조용히 생각할 때 에너지를 얻는다. 이 책은 그간의 대범인과 소심인에 대한 우리의 잘못된 생각과 소심인들의 기질과 관계들에 대해 새롭게 눈뜰 수 있도록 해준다. 소심한 저자가 자신의 경험과 여러 심리실험을 통해 소심한 성격이 막연한 낙관으로 일을 그르치지 않게 제동을 거는 역할을 하거나 감각자극 역치가 낮아서 자극에 예민하여 타인에게 경청하고 잘 공감하는 좋은 특성들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소심해도 괜찮아

배우들은 무대와 관객 앞에서 기쁨을 얻는 대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연극배우 곽도원, 원빈, 마동석, 빌게이츠, 철학자, 심리학자 등 생각 외로 내향적이지만 성공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꽤 많음을 발견한다. 특히 <향수>, <좀머씨의 이야기>의 저자 파트리크 쥐스킨트는 본인이 좀머씨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은둔하는 작가다. 백만달라 상금도 필즈상도 거부한 괴짜 수학자로 유명한 패럴만도 외적 보상보다는 허름한 아파트에서 어머니의 연금으로 뒷산의 버섯을 캐면서 자족한다. 최소한의 친분을 유지하며 화려한 보상보다 내적인 질서와 평화를 더 좋아하는 패럴만!

모든 사람이 물질적 보상을 더 원하지 않으며 내적 동기만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들은 은둔자, 괴짜라는 수식어가 붙는 소심한 사람들이다.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를 더 존중하며 좁은 자신의 영역이 파괴되지 않도록 보호하며 묵묵히 자신이 탐구하고자 하는 일에 매진하여 세상을 변화시킨다.  

좋은 글

자유로이 말할 수 있다는 것은 말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전제로 할 때 더 효과가 있다. 121

누군가의 질문에 사회적으로 유리한 성향을 나열하지 않고, 내가 머무는 섬의 사계절을 표현하게 되길 p266

일상 속 10, 별것 아닌 선의로 가슴이 따듯해지는 나는 좋은 사람이다. 267

감상

나는 대범하지 못하다. 낯선 장소에서는 과도하게 긴장하며 집중을 발휘하지 못한다. 그런데! 사람은 여러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어 극소심에 해당되는 타입은 아닌 듯하다. 여기선 극소심한 사람들의 이야기도 나와서 너무 답답하게 느껴졌다. 언제나 상대적인 듯하다. 진짜 대범하거나 호방한 스타일이 아닌 반추하는 유형이며 뭔가 건의할 때는 여러 번 생각하게 되지만 집에선 가장 목소리가 크고 감수성이 떨어진다. 많은 사람들 속에 있으면 쉽게 피로하고 과잉 긴장한다. 갑을이 고정적이지 않듯 성격 역시 맥락과 주변사람에 따라 상대적인듯하다. 우리 남편과 아이는 소심형 유형이다. 그것도 모르고 허심탄회하게 속마음 좀 말해보라고 윽박질렀으니! 너무 미안하다. 난 남편과 아이보다 더 대범하지만 진짜 대범한 사람들 앞에선 왕 소심하다. 소심한 성격을 사회가 원하며 나 자신도 사회에 인정받기 위해 대범의 가면을 쓰며 쉽게 방전해 왔다.

나 자신이 소심하면서 남편과 아이는 적극적이기를 바라는 모순성! 관계의 스펙트럼을 넓히기를 바랐는데 남편과 아이에 대한 이해도가 더 넓어졌다. 소심한 사람들의 장점과 그들의 특성을 이해하고 나니 그 동안에 대한 오해도 풀리게 된다.

무엇보다 소심한 성격을 개선해야 할 부정적인 기질에 대한 인식에서 소심한 성격으로도 충분히 잘 살아갈 수 있으며 그들의 경계를 함부로 침범하지 않게 더욱 조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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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자이너
나오미 울프 지음, 최가영 옮김 / 사일런스북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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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자이너

나오미 울프 지음

구성애 선생님의 부부 성강의와 팟캐스트를 들을 때 별세계의 이야기처럼 이해할 수 없었다.

신비적인 영적 체험은 오로지 체험자들의 몫이기에 비경험자들은 그런 경험과 이야기를 진심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데 내가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는 집에 나오미 울프의 책을 가지고 있고 예전 젊었을 때 버자이너 모노로그란 책을 읽어서 내겐 [버자이너]가 실생활에서 전혀 사용하지 않는 단어임에도 끌려서 읽고 싶었다. 책의 표지를 처음 받았을 때는 보티첼리 비너스의 중요부분을 가리고 있는 부분과 신성한 구멍이란 출판사 문구가 불편했다. ‘구멍이란 표현도 저속하게 느껴지지만 신성한이란 표현과 정말 어울리지 않는다고 처음엔 눈살을 찌푸렸다. 기업자본주의사회에 만연한 포르노물과 정형화된 섹슈얼리티로 충동적이고 더 센 높은 자극으로 유도하면서 성을 왜곡시키며 일상을 무채색, 회색으로 만드는지 포르노물의 문제점도 다루며 우리의 문화에서 여성의 생식기가 폄하되고 훼손되어 남녀 모두 고통에 빠지게 하는지도 근대사회의 언어와 문화들도 살펴본다. 여성의 마음과 육체의 깊은 연결성을 최신 과학기술을 통해 증명하며 언어적 폭력과 물리적인 성적 폭력이 여성을 통제하면서 억압했는지 역사적인 순서로 살펴보고 버자이너에 대한 여성과 남성의 올바른 인식 및 여성성의 회복을 통한 여성들의 자아정체성 고양을 살펴볼 수 있다.

감상

내가 남편에게 간단하게 여신마중이란 말을 하자 남편은 그 작가는 페미니스트인가? 너무 과장적으로 미화해서 역겹다고 말한다. 나도 처음엔 여신마중이란 표현이 매우 생경하며 낯간지러웠다. 그러나 남편의 저런 적대적 표현에서 버자이너에 대한 남편의 편견이 반영되어 있음에 솔직히 충격이었다. 포르노물이나 상업적인 여성의 섹슈얼은 나나 남편 모두 여신마중이란 표현에 강한 저항감을 불러 일으키고 있음을……

저자의 글이나 남성 성치료사의 일화 모두를 그대로 수긍하거나 받아들이기는 힘들지만 그리고 어른들이 말씀하시는 궁합보다 여성의 버자이너는 그 이상을 함축하고 있지만 궁합이 좋은 부부들은 그렇지 않은 부부들보다 훨씬 풍부하게 살아가고 있지 않을까? 남녀간의 성적 친밀감뿐 아니라 부부간의 유대감과 내적인 만족감을 위해선 부부끼리의 스킨십(발을 씻겨주는 행위, 머리를 말려주는 행위, 가벼운 스킨십과 따뜻한 말)들을 조금씩 반복적으로 일상에서 하면 좋은데 이런 행위들은 아내나 연인을 안정시키며 안정되면 상대를 더욱 신뢰하여 몸과 마음을 열고 자연스런 친밀감을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솔직히 그런 여신마중에 의한 황홀경의 몰아일체를 느껴본 적이 없어 전과 후의 세상이 어떻게 변하는지 잘 모르지만 부부나 연인이 그런 황홀경을 나눌 수 있다면 일상이 분명 무지갯빛처럼 다채로울 것임은 분명하다.

이 책은 부부와 연인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책이 버자이너의 생화학적인 작용을 최신 뇌과학적인 실험으로 전통 탄트라 양생법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고 있으며 책은 두껍지만 가독이 좋고 용어들이 순화되어 읽기가 부끄럽지 않다.

포르노가 버자이너의 감각뿐 아니라 남녀 모두의 생명감각을 어떻게 고갈시키며 우리나라에 만연한 성차별과 성폭력이 여성의 개성과 자유를 구속하는지를 심각하게 생각할 수 있다.

유아동에게 제일 필요한 것은 부모의 사랑과 안정감이다. 편안해야 아이들은 놀고 성장하는데 이런 안정감은 성인에게도 필요한 감각이다. 특히 여성은 편안하고 안정감을 가져야 자신의 버자이너의 박동과 성을 긍정적으로 체험할 수 있으며 일상으로 가져와 높은 신성을 내부에서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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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생각만큼 생각을 잘하지 못하는 이유 - 갈등의 세상에서 오류와 편향에 빠지지 않는 생각의 기술
앨런 제이콥스 지음, 김태훈 옮김 / 코리아닷컴(Korea.com)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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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생각만큼

생각을 잘하지 못하는 이유

앨런 제이콥스 지음

지선이 끝났다. 경기도지사 민주당 후보 때문에 온라인 게시판은 뜨겁다 못해 분열과 선동이 난무했다. 그 속엔 불리한 정치판을 유리하게 이용하는 세력들도 분명 들어있었겠지만 촛불 때는 한 목소리였던 사람들이 서로의 이견을 존중하는 태도는 사라지고 한가지 목소리만이 옳다며 다른 목소리를 내는 지지자들에겐 으로 규정했다. 내가 충격 받은 것은 늙은 도령이란 아이디로 활동하는 블로거의 태도였다. 관용적이며 합리적인 비판적 글을 써왔던 분이 언론인 김어준과 주진우 기자를 날선 비판을 넘어 후보자와 긴밀한 관계이며 알면서 침묵하는 적폐세력으로 낙인 찍는 여론몰이에 선동하는 점이 너무도 이상하게만 느껴졌다. 일베충이라고 비난했던 사람들이 일베와 다름없이 다른 생각을 차단하고 적으로 규정하는 모습에서 많이 혼란스러웠다. 한 때 촛불세력이었고 문재인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라고 자처하는 사람들이 해시태그와 키워드를 퍼나르며 다른 사람들의 입에 재갈을 무는 행동과 역투표를 조장하는 광적인모습에 두려웠다. 여기엔 어떤 대화도 끼어들 수 없는 집단적 광기만이 남는다. 내가 거리를 두고 나를 빼고 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나 역시 다를 바 없다. 오류와 편향에서 균형적인 생각을 유지할 수 있는 생각의 방법은 없을까?

인간은 자신이 속한 사회의 파장과 맥박에 무관심하도록 만들어지지 않았다. 진정으로 생각하려는 사람은 은근한 사회적 압력을 인지하고 내집단의 영향력과 외집단에 대한 혐오에 맞서기 위한 전력을 세워야 한다. 생각하고 싶은 사람은 참을성을 기르고 두려움을 극복해야 한다. 32

촛불집회는 긍정적인 사회적 관심이라면 입시에서 진보지식인들조차 자신의 자녀들에게 평소 말하던 소신을 실천하지 못하는지, 그 시대의 틀에서 행동하고 생각하게 되는지 그 틀을 뛰어넘기가 왜 어려운지 알게 된다. 주류나 대세와 다른 선택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저항과 부딪힌다.

저자는 우리가 생각에 대해 어떤 오류에 빠져 있는지 인문학과 심리학 그리고 여러 인물들의 사례로 보여주면서 생각의 어려움과 오류들을 짚어보게 한다.

생각에 대한 오해중 생각을 잘 하려면 이성적이어야 하며 감정을 배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쇼펜하우어와 여러 위대한 사상가들이 여성들이 감정적이기 때문에 비합리적이며 잘 생각하지 못한다는 편협한 오류에 빠지는지도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

 감정을 배제한 분석적이고 비판적이며 엄격한 교육으로 성장한 사상가 존 스튜어트 밀의 교육 부작용으로 온 정신의 위기는 그의 내면을 붕괴시키며 황폐화시킨다. 그의 내면적 붕괴의 회복은 역설적이게도 분석적이고 논리적인 사고가 아닌 감성을 살려주는 문학인 를 통해서다.

분석을 통해 나라는 부유한데 국민들이 빈곤에 시달리는 것은 부당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해도, 여기에 감정이 수반되지 않았다면 무언가가 잘못된 것이다. 애초에 적절한 감정이 생기지 않고 상상력이 발휘되지 않으면 분석을 통해 불의를 명확하게 드러내겠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을 수 있다. 감정을 계발하지 않으면 분석력이 아예 작동하지 않을 수 있다. 본문 66

사회적 문제를 인지할 수 있는 책을 읽어도 많은 사람들이 행동으로 움직이지 못하는 이유는 분석적인 생각만으로 의미 있는 행동으로 이어지지 못하는데 결정적으로 공감능력과 감정적 결여때문이다. 개인적으로 존 스튜어트 밀의 사례를 매우 유심히 읽었다. 그 이유는 내가 자녀를 양육하는 부모이기 때문이며 현재 많은 부모들이 천재 사상가 존 스튜어트 밀의 교육의 성과만 생각해서 자녀의 양육에 인지적인 부분만 강조하는 오류를 범하는데 저자는

진정한 사고가 이루어지려면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전인적인 존재로서 모든 능력이 발휘되고 고려되어야만 한다. 본문 67

말한다. 아쉽게도 전인적인 부분인 느끼고 행동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다루고 있지 않고 우리가 당연시 하는 여러 생각의 오류와 편향에 대해서 점검시킨다.

우리의 도덕적 직관이 두 가지 일, 바로 결속하고’, 눈을 가리는 일을 한다고 말한다.  사람들은 도덕적 이야기를 공유하면서 서로를 결속하는 정치적 팀이다. 일단 특정한 이야기를 수용하면 다른 도덕적 세계를 보지 못한다. 도덕적 틀은 사람들을 결속시키며, 다른 틀에 속한 사람들의 일관성 혹은 심지어 그들의 존재를 보지 못하게 한다. 본문 81

특정 집단에 내부 패거리가 생길 때 부패하게 되는 이유, 타종교, 다른 정당 소속의 사람들, 나와 정치적 의견이 다른 사람들에 대한 관용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이유이다.

제주 4.3 사건에서 서북기독청년단이 적극적으로 제주민들을 학살하게 된 배경엔 그들은 북에서 넘어온 사람들로 집단 내에서 입지가 불확실하여 남한 정부에게 충성심을 입증해야만 하는 위치에 있었기 때문이다.

내부 패거리는 불편한 질문을 던지는 사람을 차단하고, 조롱하고, 가차없이 배제한다. 진정한 공동체는 생각과 질문에 열려 있다. 본문 86

나쁜 공동체는 내부 패거리에 이끌리며 공동체와 생각이 다르면 배척하며 사람들의 의식을 축소시킨다. 인지 심리학과 매몰비용과 같은 경제적 용어를 결합하여 우리의 인지를 방해하고 저해하는 오류들을 꼼꼼하게 밝혀나간다.   

생각을 잘하고 싶어 읽었지만 결론은 내 생각은 사회적 산물이며 내가 굴이나 산속으로 들어가더라도 순수한 사고란 있을 수 없음을 발견했다. 생각이야 말로 철저히 사회적이다. 내가 속한 국가, 가족, 기업, 마을 공동체, 소셜미디어 등 우리는 어떤 집단에 반드시 소속되는데 그 집단에 강한 영향을 받는다. 편향이나 오류에 빠지거나 집단의 맹목적이지 않으려면 비판적인 성찰이 필요한데 저자는 12가지 체크리스트를 통해 생각할 수 있는 실천방법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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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독서 - 현재진행형, 엄마의 자리를 묻다
정아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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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독서

정아은 지음

책을 좋아하는 저자는 어렵고 힘들 때 마다 책을 읽고 삶에 적용하려고 부단히 애쓰면 노력했는데 엄마가 된 후 읽어온 저자의 책과 책에 대한 평도 들어볼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여성도 엄마도 아닌 한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 젠더로서의 여성, 그리고 엄마에 대한 사회적 시선과 갈등에 대해 자신의 문제부터 한국사회의 구조적인 부분까지 고민하며 삶에서 풀어나려고 노력해온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나간다.

엄마들이 함께 읽어보면 좋을 책 추천

시야를 넓게 해주는 좋은 책들이 매우 많지만 모든 가정일을 혼자서 하거나 쌓아두고 스트레스 받는 엄마들이 자녀들도 가정일에 동참시킬 수 있는 책을 추천해주고 싶다. 미나미노 다다하루의 <팬티 바르게 개는 법>으로 모든 부모들은 아이들이 일정 연령이 되면 자립하고 주체적으로 크기를 바라지만 마음과 다르게 일상에서 가정의 일을 손도 못 대게 하는 귀한 자녀로 만들어 무능하게 만든다. 나 역시 아이들이 하면 내 할 일이 너무 늘어나 귀찮았는데 가정의 일을 소외시키고 혼자 힘들어 했다.

인상 깊은 구절

관용과 사랑이 부족한 나는 타인에게도 관용과 사랑을 발견하지 못했던 것이다 142

애초에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없다는 사실. 머리론 그게 옳다고 인식하지만 몸으로 가슴으로 느끼고 나누지 못한 것을 가족에게 줄 수 없음을 나도 느끼기에 개인적으로 공감한 글이다.

육아와 살림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몰라서 그런다며 자부심을 가지라고 위로하려 들었지만, 그런 말은 내게 그다지 위로가 되지 않았다 54

직업이 뭐냐고 물어보면 유명한 그림책작가이자 정원사인 탸샤튜터는 당당하게 가정주부라고 말한다. 그림책은 생계를 위해 한 일이라고 말하는 저자가 이룬 집과 정원 가꾸기를 보면 사실 감탄이 나오지만 현실에서 나는 살림을 억지로 하고 있지만 아이를 돌보는 데서 오는 기쁨은 그렇게 크지 않았다. 전업이라고 아이들을 맞벌이보다 더 잘 키우지도 잘 먹이지도 못한다고 생각하니 무가치하게 느껴졌고 그럴수록 도서관에서 하는 수업들에 열심히 참여하면서 떨어진 자존감을 올려보려고 애썼기에 저자의 저 글이 매우 공감 갔다. 저자가 6년동안 작가로 성공하기 위해 열심히 글을 쓰고 책을 읽으며 자녀를 키울 때는 좀처럼 자녀에게 인내와 관용을 베풀지 못하다가 문학상한 번으로 몇 개월간 모범적인 엄마로서 그다지 애쓰지 않고 가능했던 것은 자신의 능력에 대한 신뢰를 통해 자존감을 올렸기 때문이다.

자존감은 자신감과 서로 연결되어 올라가기도 내려가기도 하지 어떤 조건에서도 불변하지 않는 심리상태가 아니다. 자아 효능감이 내겐 부족해서 나에 대한 불안감이 있었고 그런 불안감을 자녀 양육에도 그대로 투영되고 있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은퇴할 나이가 되어가는 남편 대신 생계를 함께 짊어져야 하는데 아직 준비되지 못하고 정글 같은 사회에 다시 나갈 자신이 부족하다는 두려움이 나를 지배하고 있었다. 그래서 거창한 꿈보다는 <12감각을 깨워야 아이가 행복하다>를 쓴 저자 김현경선생님 조언처럼 좋아하는 글귀나 시구 한 줄이라도 매일 외워서 쌓아 나가야겠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감상

 

 

저자는 매우 솔직하다. 자신의 치부와 가족사까지 솔직하게 밝힌다. 나보다 먼저 어려운 길을 헤쳐나 온 멘토로서의 권위를 생각하면 도저히 할 수 없을 텐데 매우 진솔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독자들이 나만 힘들지 않음을 알게 해준다 저자처럼 완벽해지려고 강박적으로 노력하던 한때도 있었으며 도움을 받았던 책으로 왜 변하지 못하는지 .내가 느꼈던 좌절감, 분노 그리고 반성, 후회의 도돌이표를 반복했던 나날들이 나만 그러지 않았다는 위안과 그녀가 힘겹게 넘어왔던 세월들과 함께 읽어온 책들을 추천 받을 수 있어 고마웠다. 읽어본 책도 꽤 있고 구입하고 소장만 하고 고이 잠들고 있는 책도 있고 처음 접하는 책들도 있어 책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새로운 책들을 추천해준다. 사람들마다 처한 상황과 맥락이 다 다른 상태에서 확고하게  ~이렇게 해라 식의 조언이 아니라 더욱 마음에 들었다. 육아가이드를 기대했다면 오히려 실망할 수도 있지만 자녀교육서와 심리, 처방서와 강의를 쇼핑하듯 소비한 나로서는 그들 역시 전문가로서의 의견일 뿐이라 그런 의견을 맹종하면 반드시 부작용이 생기는 실수를 겪어봤기에 조심이 살피게 된다. 입시로 귀결되는 교육에서 불안할 수밖에 없는 엄마들, 전쟁하듯 전쟁과 양육으로 매일 매일 일에 치여 사는 맞벌이 엄마들의 고뇌, <엄마학교>의 저자 서형숙씨는 육아가 달콤했다는데 나는 왜 그러지 못하는지 자책하는 엄마들, 자녀들을 위해 만난 이웃의 엄마들과 소원해지거나 상처받았던 우리 평범한 엄마들의 이야기를 함께 공감하며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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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어떤 게 잘 사는 겁니까
명진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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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

어떤게 잘사는 겁니까

명진지음

명진스님의 말씀엔 힘이 있고 호쾌했다.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지도 않고 과격하게 비판하는 모습에선 젊은이의 혈기도 보이고 그래서일까? 나이를 들었을 때 생각보다 너무 많아서 깜짝 놀랐다. 조계종에서 쫓겨나 이젠 스님이 아니라며 고기도 먹을 수 있다며 김어준 총수와 호방하게 대담을 나누는 모습이 기억이 난다. 명진스님에 대해선 잘 몰랐다. 단지 운동권 스님, 9년의 이명박근혜정권 때 다른 스님들은 조용할 때 자신의 목소리를 주저하지 않고 냈었던 용감한 스님이며 대체 스님이 누구길래 문재인 대통령을 대통령후보로 설득하시게 되었을까? 명진스님은 어떻게 진보단체에서 권리를 얻었을까? 매우 궁금하긴 했다.

책소개

명진스님이 살아왔던 생애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매우 이른 나이에 사랑하는 가족의 부재는 명진스님에게 고통이자 화두였다. 자신의 어린 시절에서 시작된 세상의 불공평함에 대해 화두를 시작으로 출가사유와 명진스님의 수행시절에 대한 이야기, 봉은사 주지시절의 종단개혁 및 불교계의 강력하고 위험한 내부 패거리들의 부패와 친정권적이며 정부의 잘못된 행위에 눈을 감은 불교를 과감하게 비판하다 쫓겨나게 된 사연과 불교와 종교에 대해서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제대로 알지 못해서 저지르는 오류에 대해 깨닫게 해준다.

희망은 모든 것이 좋아지리라는 전망이 아니라 우리가 하는 행동이 차이를 만든다는 사실을 아는 것  본문213

모름을 깨달으면 힘이 생긴다. 어떤 것이 옳다는 생각에 갇히지 않기 때문에 사유가 자유롭다 195

감상

명진 스님은 확실히 괴짜와 같은 면모가 있다. 권위적이고 억압적인 것을 본래부터 싫어하는 불 같은 성정에 사람에 대한 연민과 따뜻함이 있다. 무엇보다도 거칠 것 없는 독설적인 입담을 갖고 있지만 고통 받는 사람들을 지나치지 못한다는 느낌을 시종 받는다. 각종 사회문제에 참여하여 적극적으로 살아가면서 자유를 확대하려고 노력한 명진스님의 이야기엔 깊은 울림이 있다. 재미있으면서 깊이있 는 깨달음을 주는 책이다.

확고하고 옳다는 신념으로 한 길을 가지만 자신의 믿음에 대한 오류에 대한 가능성을 열고 성찰하며 스스로 먼저 실천하고 살아온 명진 스님을 통해 내 안의 박근혜도 함께 탄핵하며 분명하게 쉬운 언어로 내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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