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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독서 - 현재진행형, 엄마의 자리를 묻다
정아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1월
평점 :
엄마의 독서
정아은 지음
책을
좋아하는 저자는 어렵고 힘들 때 마다 책을 읽고 삶에 적용하려고 부단히 애쓰면 노력했는데 엄마가 된 후 읽어온 저자의 책과 책에 대한 평도
들어볼 수 있으며 무엇보다도 여성도 엄마도 아닌 한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 젠더로서의
여성, 그리고 엄마에 대한 사회적 시선과 갈등에 대해 자신의 문제부터 한국사회의 구조적인 부분까지
고민하며 삶에서 풀어나려고 노력해온 이야기를 솔직하게 풀어나간다.
엄마들이
함께 읽어보면 좋을 책 추천
시야를
넓게 해주는 좋은 책들이 매우 많지만 모든 가정일을 혼자서 하거나 쌓아두고 스트레스 받는 엄마들이 자녀들도 가정일에 동참시킬 수 있는 책을
추천해주고 싶다. 미나미노 다다하루의 <팬티 바르게
개는 법>으로 모든 부모들은 아이들이 일정 연령이 되면 자립하고 주체적으로 크기를 바라지만
마음과 다르게 일상에서 가정의 일을 손도 못 대게 하는 귀한 자녀로 만들어 무능하게 만든다. 나 역시
아이들이 하면 내 할 일이 너무 늘어나 귀찮았는데 가정의 일을 소외시키고 혼자 힘들어 했다.
인상
깊은 구절
관용과 사랑이 부족한 나는
타인에게도 관용과 사랑을 발견하지 못했던 것이다 142쪽
애초에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없다는 사실. 머리론 그게 옳다고 인식하지만 몸으로
가슴으로 느끼고 나누지 못한 것을 가족에게 줄 수 없음을 나도 느끼기에 개인적으로 공감한 글이다.
육아와 살림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몰라서 그런다며 자부심을 가지라고 위로하려 들었지만, 그런 말은 내게 그다지 위로가 되지
않았다 54쪽
직업이 뭐냐고 물어보면 유명한 그림책작가이자
정원사인 탸샤튜터는 당당하게 ‘가정주부’라고
말한다. 그림책은 생계를 위해 한 일이라고 말하는 저자가 이룬 집과 정원 가꾸기를 보면 사실 감탄이
나오지만 현실에서 나는 살림을 억지로 하고 있지만 아이를 돌보는 데서 오는 기쁨은 그렇게 크지 않았다.
전업이라고 아이들을 맞벌이보다 더 잘 키우지도 잘 먹이지도 못한다고 생각하니 무가치하게 느껴졌고 그럴수록 도서관에서 하는 수업들에
열심히 참여하면서 떨어진 자존감을 올려보려고 애썼기에 저자의 저 글이 매우 공감 갔다.
저자가 6년동안 작가로 성공하기 위해 열심히 글을 쓰고 책을 읽으며 자녀를 키울 때는
좀처럼 자녀에게 인내와 관용을 베풀지 못하다가 ‘문학상’
한 번으로 몇 개월간 모범적인 엄마로서 그다지 애쓰지 않고 가능했던 것은 자신의 능력에 대한 신뢰를 통해 자존감을 올렸기
때문이다.
자존감은 자신감과 서로 연결되어 올라가기도
내려가기도 하지 어떤 조건에서도 불변하지 않는 심리상태가 아니다. 자아 효능감이 내겐 부족해서 나에
대한 불안감이 있었고 그런 불안감을 자녀 양육에도 그대로 투영되고 있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은퇴할
나이가 되어가는 남편 대신 생계를 함께 짊어져야 하는데 아직 준비되지 못하고 정글 같은 사회에 다시 나갈 자신이 부족하다는 두려움이 나를
지배하고 있었다. 그래서 거창한 꿈보다는 <12감각을 깨워야 내 아이가 행복하다>를
쓴 저자 김현경선생님 조언처럼 좋아하는 글귀나 시구 한 줄이라도 매일 외워서 쌓아 나가야겠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감상
저자는 매우 솔직하다. 자신의 치부와 가족사까지 솔직하게 밝힌다. 나보다 먼저 어려운 길을 헤쳐나 온 멘토로서의 권위를 생각하면 도저히 할 수 없을 텐데 매우 진솔하게
보여준다. 그래서 독자들이 나만 힘들지 않음을 알게 해준다 저자처럼 완벽해지려고 강박적으로 노력하던
한때도 있었으며 도움을 받았던 책으로 왜 변하지 못하는지 .내가 느꼈던 좌절감, 분노 그리고 반성, 후회의 도돌이표를 반복했던 나날들이 나만
그러지 않았다는 위안과 그녀가 힘겹게 넘어왔던 세월들과 함께 읽어온 책들을 추천 받을 수 있어 고마웠다.
읽어본 책도 꽤 있고 구입하고 소장만 하고 고이 잠들고 있는 책도 있고 처음 접하는 책들도 있어 책을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새로운
책들을 추천해준다. 사람들마다 처한 상황과 맥락이 다 다른 상태에서 확고하게 ~이렇게 해라 식의 조언이 아니라 더욱
마음에 들었다. 육아가이드를 기대했다면 오히려 실망할 수도 있지만 자녀교육서와 심리, 처방서와 강의를 쇼핑하듯 소비한 나로서는 그들 역시 전문가로서의 의견일 뿐이라 그런 의견을 맹종하면 반드시
부작용이 생기는 실수를 겪어봤기에 조심이 살피게 된다. 입시로 귀결되는 교육에서 불안할 수밖에 없는
엄마들, 전쟁하듯 전쟁과 양육으로 매일 매일 일에 치여 사는 맞벌이 엄마들의 고뇌, <엄마학교>의 저자 서형숙씨는 육아가 달콤했다는데 나는
왜 그러지 못하는지 자책하는 엄마들, 자녀들을 위해 만난 이웃의 엄마들과 소원해지거나 상처받았던 우리
평범한 엄마들의 이야기를 함께 공감하며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