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타 툰베리의 금요일 - 지구를 살리는 어느 가족 이야기
그레타 툰베리 외 지음, 고영아 옮김 / 책담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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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타 툰베리의 금요일_

남과 다른 정체성을 지닌 아이들

 

환경문제와 자녀교육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꼭 읽어보면 좋겠다. 천재적인 재능을 가진 자녀들거나 중증 질환을 가지고 있는 자녀들 혹은 그 둘을 모두 갖춘 아이들은 보통의 부모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부모뿐 아니라 사회에서 친구들에게 이해 받지 못하거나 그레타 툰베리처럼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게 된다.

너무 조용하고 작은 목소리로 말하는 아이, 가족이나 매우 협소한 사람하고만 친밀감을 드러내는 아이는 마치 타인을 밀어내는 듯 보여 사회에서 밀려난다.

스웨덴은 우리가 부러워 하는 북유럽국가며 약자에 대한 이해가 높은 수준의 나라이지만 동시에 공동체 질서와 사회성 또한 중시하는 나라다. 그레타가 야스퍼거 증후군 진단을 받기 전엔 선생님도 아이들도 친구들의 괴롭힘을 당연시 했다.

 

가족들이 기후환경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된 연유는 첫째딸 그레타 툰베리의 신경증성 질환이란 매우 사적인 가족문제로 출발한다.

8살 때 학교에서 환경 다큐를 보고 죽음위기까지 몰고 온 식사거부로 가족들이 툰베리의 원인을 알아가는 과정 중 그레타가 야스퍼거 증후군이란 진단을 받게 된다.

야스퍼거 증후군의 아이들도 전문의들의 소견에 의하면 자폐 스펙트럼에 들어가는 사회성 발달 장애에 들어가지만 인지나 언어능력은 정상이거나 그 이상이다. 야스퍼거 증후군의 아이들은 특정분야에 비범한 재능을 보인다. 그레타는 환경문제로 식사를 거부할 정도로 큰 영향과 관심을 보였고 가족의 지지 하에 환경운동가가 될 수 있었다. 그레타의 영향력은 유럽의 수많은 아이들이 환경에 관심을 갖고 등교거부라는 1인시위운동에 함께 행동하게 움직였다. 환경운동가, 환경연구가, 환경단체인 그린피스 조차 이끌지 못한 강력한 영향력으로 유럽과 전세계에서 어느 시절보다 환경이슈가 크게 부각된다.

너무도 강력한 영향력은 그레타가 여성이고 십대아동이며 장애를 가졌다는 편견 때문에 소로스의 소녀라는 둥 가족의 이익을 위해 쇼를 한다, 그레타의 배후엔 가족이 있다는 등 가짜 뉴스와 혐오발언들로 그들 가족을 험담하고 배척하며 강한 혐오감을 드러낸다. 심지어 미국의 폭스 뉴스의 앵커는 그레타에게 모욕적인 비방도 서슴치 않았다.

그레타 툰베리의 환경운동은 환경운동뿐 아니라 다른 정체성을 지닌 소수자와 여성운동까지 확산된다. 발달장애스펙트럼의 연구는 남아중심으로 연구되어 와서 여자 아이들의 질병은 제대로 연구되지 못했다. 10대에 발현되는 여자 아이들은 그 양상이 자폐스펙트럼에 들어가는 남아들과 우리들이 알고 있는 특징들과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책을 보면 알 수 있다.

툰베리 부모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겨운 양육으로 고통 받으면서도 자기 아이들을 몸과 마음으로 그 다름을 받아 들인다. 그레타 툰베리는 야스퍼거 증후군을 가지고 있고 여동생은 ADHS와 극도청각예민증(미소포니아)등의 복합증상을 나타낸다. 그런 자녀들과 가족이 함께 살아가기가 얼마나 힘든지 책을 읽으면 느낄 수 있다.

그레타 툰베리는 사춘기 소녀들의 시니컬한 언어로 모순적인 어른들, 기업인들, 정치인들을 꼬집는다.

현실의 익숙한 방식이나 자신의 미래에 대한 생각 따위는 애초에 생각하지 않는 툰베리는 환경문제를 매우 심각하게 느끼고 있으며 환경에 대한 몰입으로  기존환경에 대한 비판과 저항을 다양한 방식으로 창조해낸다.

 평범한 사람이 보기엔 강박증처럼 보이지만(대부분의 위대한 사람들_전문가들을 포함한 우리가 숭배하는 사람들-은 툰베리처럼 강한 신념과 몰입 그리고 지속성으로 성공하여 강한 영향력을 주었다.

만일 툰베리가 예술분야에서 그 재능을 꽃피웠다면 세상은 그녀를 덜 두려워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누구나 말하지만 아무도 자신의 책임으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회피하거나 정치적인 구호로만 이용되던 환경오염의 심각한 문제와 우리들의 위선적인 태도들을 지적한다.

툰베리는 과잉소비 고도기술에 집착하는 현대 문명을 정확하게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판뿐 아니라 타협하지 않는 그녀의 일치된 생활이기에 많은 학생들과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끼친다.

그녀의 너무도 솔직하면서 환경에 대한 깊은 이해는 적당히 관심 있는 척하면서 걱정하는 척하면서 일상과 타협하는 나의 민 낯을 보게 한다. 나 역시 환경문제를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대상으로 여기며 가끔씩 환경에 대한 관심을  취향쯤으로 여기며 환경보호란 마크를 달고 있는 상품을 소비하고 있던 것이란 생각에 가슴이 뜨끔했다.

툰베리는 보통의 사람과 같은 상호작용을 하지 않기 때문에 여러 사람이나 여러 관계에 얽혀있어 제대로 보지 못하는 환경의 문제와 우리들의 인식태도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나와 다른 정체성을 가진 자녀를 사랑하고 수용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나와 다른 취미와 관심을 가진 자녀들이 자신의 삶을 살아가도록 지지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곱씹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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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 다이어리 - 시인을 만나는 설렘, 윤동주, 프랑시스 잠. 장 콕도. 폴 발레리. 보들레르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바라기 노리코. 그리고 정지용. 김영랑. 이상. 백석.
윤동주 100년 포럼 엮음 / starlogo(스타로고)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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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ture Me5years 동주 DIARY

다이어리 소개

윤동주 시인의 생애와 관련된 사진들이 들어있다. 젊은 모습의 사진만이 있기에 내가 기억하는 시인의 모습은 곱고 선해 보이는 청년의 모습 뿐이다. 지금은 고인이 된 문익환 목사와 소학교 때부터 죽마고우였다고 하니 놀랍다. 29살의 젊은 나이에 해방 6개월을 앞두고 형무소에서 죽은 청년. 살아서는 시인이 아니었지만 죽어서 시인으로 불리고 사랑 받는 시인 윤동주.

내가 평생 해낸 일 가운데 가장 보람 있고 자랑스런 일이 무엇이냐고 묻는 다면 나는 서슴지 않고 동주의 시를 간직했다가 세상에 알려 줄 수 있게 한 일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벗 정병욱

대학교에서 만난 벗 정병욱에게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라고 이름을 붙인 19편의 시 원고 한 부를 친구 정병욱에게 주었고 정병욱은 학병으로 끌려 가면서 원고를 지키기 위해 고향 어머니께 맡긴다. 광복 후 고이 보관한 시집은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다이어리 특징

시작하고 싶은 월과 일에서 자유롭게 시작할 수 있다. 상단 여백엔 유동주의 시 구절 일부가 적혀있다.

한 페이지엔 .5년동안의 특정일과 월을 공유하게 된다. 하루의 기록은 4~5줄의 간격이 좁은 줄이 처져있다. 긴 글을 잘 못쓰는 나 같은 독자는 필사나 그날의 단상을 적을 수 있어 이런 다이어리를 선호한다. 줄 간격이 좁아 답답하게 느껴지며 작은 글씨를 잘 못쓰기 때문에 간격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다이어리 사이 사이마다 윤동주 시인의 시와 윤동주 시인이 좋아한 시인의 시들이 들어있다.

정지용, 이상, 백석, 이바라기 노리코, 보들레르, 장콕토 등 윤동주가 사랑한 시인의 시들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월북하였기에 한국 문학계에서 그리고 한국사에서 지워져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하는 정지용시인과 백석시인의 시도 수록되어 있다.

5년 동안 성실하게 쓴다면 동일한 시를 5번은 보게 되는 것이다. 시의 일부는 외울 수도 있다. 낯선 시도 5번은 보게 되니 익숙해 지게 된다.

윤동주 시인의 시구절과 시인이 사랑한 시와 함께 5년을 ……

윤동주시인의 시는 한국인이면 한 편 정도는 알고 있을 만큼 한국인들에게 꾸준히 사랑을 받는 시다. 시는 매우 부드럽고 서정적이다. 자아성찰 및 삶과 죽음 등에 관해서 성찰하는 시들이라 반세기가 넘게 쓰여진 시는 21세기를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준다.

내일내일 하기에 물었더니 밤을 자고 동틀 때 내일이라고. 새날을 찾던 나는 잠을 자고 돌보니 그때는 내일이 아니라 오늘이더라- 윤동주 내일은 없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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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경제사 - 음식이 만든 인류의 역사
권은중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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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경제사

권은중 지음

사회부와 경제부에서 기자생활은 한 저자는 사회와 경제에 지식이 많을 터이다. 하나에 꽂히면 집요하게 파고드는 부분은 요리를 직접 해먹으면서 요리에 반해 이탈리아로 유학까지 가게 되며

저자의 사회 경제적 지식은 음식과 결합되면서 특정한 음식이 특정 시기에 특정 국가의 하부구조와 상부구조에 미친 영향이란 틀로 경제사를 풀어낸다.

인간의 역사는 음식의 역사다

세계 문명의 기원인 나라들의 대부분은 쌀을 먹는 곡창지대를 중심으로 문명이 발달했는데 그런 풍부한 동양의 나라들은 노동집약적이며 생산율이 높은 쌀의 특성상 잉여축적이 가능했고 강력한 전제국가가 오랜 시간 출현하는 배경을 낳았다. 아시아의 강력한 전제정치와 그리스 아테네의 민주주의의 운명을 쌀과 밀로 설명한다. ,노동 집약적이고 단위 생산성이 뛰어난 쌀을 경작하는 사람들은 땅에 집착하여 정착하고 비교적 척박하고 서늘한 기후에서 자라는 보리와 밀을 먹는 사람들은 가혹한 식생으로 이주하거나 외부로 나가는 방향성으로 역사를 움직여 물자교역과 중상주의정책 및 나아가 식민지제국주의로 뻗어나가 동양과 서양의 서로 다른 경제사를 가져왔음을 해박한 지식으로 펼쳐낸다.

우리나라의 젖갈에 해당하는 유럽의 가룸이 아이들 계란후라이에도 뿌려주는 케찹이라고 한다.

토마토 케첩은 생선으로 만든 소스에서 유래했지만 더 들어가보면 서유럽의 서민음식이었던 대표적인 식품 가룸까지 희미하지만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먹거리에 관심 많은 독자가 아니면 좀처럼 알 수 없는 그러나 우리 식탁을 점령하고 있는 유전자재조합식품 뒤에는 전세계 지구인의 식량난 해소란 거창한 캐치프레이즈 뒤엔 대부분의 재조합 식품인 콩, 옥수수가 굶주리는 사람들의 음식이 아닌 소들의 음식과 연료로 소비되고 있음을 밝힌다. 대부분의 곡식이 인간의 입이 아닌 가축으로 흘러가고 있는 아이러니!

그리고 국내에선 일부 환경운동가만이 밝히고 있는 유전자 재조합식품의 위험성도 같이 알리고 있다.

감상

대표적인 10가지 음식이 끼친 방대한 영향을 압축해서 하나의 챕터로 설명하고 있어 생략되거나 맥락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비약이 있다.

정말 많은 예가 있지만 종교의 나라 인도에선 소를 천민이 먹는 음식으로 분류한다는 내용은 불친절하다. 힌두교를 믿는 인도는 소를 숭상하는데 인도에서 소를 먹다니 무슨 말이지?

자연사한 소를 천민계급이 처리하고 먹을 것이 부족한 천민들이나 가난한 사람들이 먹는 이유가 생략되어 있다. 또 같은 보리를 먹는 스파르타와 아테네는 똑같이 척박하고 가난했지만 정치와 공동체의 운명은 정반대였던 이유를 보리로만 설명하기는 어렵다.또 공화정이였던 로마가 황제체제로 반동적 쇠퇴의 길로 가는 이유를 이집트 빵창고로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워낙 방대한 역사를 대표적인 음식 안에 압축하려고 하니 어려운 부분들이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식의 유래와 특징, 세계나라의 문화까지 읽어나갈 수 있어 매우 흥미롭다. 인류가 정착해서 곡식을 기르게 된 이유도 밥보다는 때문이었다고 하니 음식에 대한 기본적인 욕망은 사람과 환경 사이의 끊임없는 상호작용뿐만 아니라 인간사이의 다른 경제적 선택을 가져왔다.

독재와 탄압으로 점철된 박정희 신드롬이 허상임에도 부모님 세대에게 강력한 힘을 행사했던 이유 역시 오랜 굶주림을 벗어나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인간의 주식인 음식만으로 살아갈 수는 없지만 음식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다.

먹는 곡식이 다르면 전혀 다른 경제사와 사회사가 펼쳐진다 13

글로벌화와 표준화로 다양한 먹거리가 규격화되고 전세계로 이동하는 오늘날 비슷한 음식을 먹는 인류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비슷한 음식을 공유하는 현대인들은 비슷한 경제사와 사회사가 펼쳐질 것이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 인류에게 더 나은 방향일까? 이 책을 다 읽으면 강한 의문 하나가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생선과 푸성귀가 알려준 생명의 진실은 놀라웠다. 그들은 나와 같은 과거를 공유하는 형제이자 같은 미래를 향해 달려가는 동지였다. 23

나를 만드는 것이 음식이라면 음식을 공유하는 우리들의 미래는 우리에게 제공하는 양식의 미래를 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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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밤하늘 - 일러스트, 컬러링, 스케치, 종이인형, 동화 5에디션
슬그림(김예슬) 지음 / 앤티러스트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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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_밤하늘_칼라링

 

소녀 취향적인 감성적인 일러스트와 컬러링

여성의 감성을 마구 자극하는 취향저격의 일러스트다. 별과 달을 사랑하는 저자의 기발한 표현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감각적이고 달콤한 달과 별의 변신

달과 별이 음식으로 변형되어 달콤한 음식에 꿈을 입힌다. 달과 별을 먹고 달과 별을 듣는다.

달과 별의 변주는 달콤한 파르페가 되고 차가 되며 오므라이스가 된다. 이런 발상이 너무도 신선한다. 달 오므라이스 사이에 우수수 떨어지는 별을 먹는 행위를 상상해 보아라~

바라 보는 대상에서 먹고 마시고 듣는 실체로 변형하여 우리 몸 안으로 별과 달이 녹아 든다. 도대체 달과 별이 들어간 음식과 음료는 무슨 맛일까?

달과 별에 닿고자 하는 우리의 막연한 동경을 우리의 오감에 입힌 감각적이며 환상적인 그림이다.

감상

칼러링에 등장하는 소녀의 이미지는 내 취향과 마지 않다. 일러스트에 등장하는 소녀들은 어디서 봄직한 애니메이션 캐릭터처럼 감성적이지만 개성이 없는데 뭔가 어색한 느낌을 받았다.

그것이 무엇일까? 생각해보니 코가 없었다. 예쁜듯하지만 뭔가 부자연스러운 느낌은 코가 없으며 특정방향의 다소 경직되 보이는 불편한 자세다. 코가 없는 둥그스름한 얼굴은 만화 짱구의 캐릭터들과 묘하게 닮았다.

원화속의 소녀는 청순하지만 섹시해 보이는 두툼하고 반짝이는 과장된 입술이(애벌레 두 마리가 위아래로 놓인듯한 두툼한 입술) 보기 싫어 입술색을 건너뛰고 코의 위치도 넣어준다.

내맘대로 하는 컬러링의 장점이 되겠다.

처음엔 소녀의 꿈이라고 생각했는데 달과 별의 환상적인 꿈같기도 한 이 참신하고 감각적인 칼러링으로 손은 힘들지만 눈이 매우 즐겁다!

 

 

6살 아이의 컬러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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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를 김치냉장고에 넣었다 - 꿈, 무의식, 그리고 정신분석 이야기
윤설 지음 / 새움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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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를 김치냉장고에 넣었다

유설 지음

너무나도 솔직한 마음치료 이야기!

생각해 보니 어린 시절 화장실 꿈을 많이 꿨으며 직장 다닐 때는 학교에서 시험 보는 꿈을 꿨다.

화장실은 내게 안 좋은 기억을 떠올린다. 화장실과 관련된 안 좋은 감정이 찌꺼기들, 이미 졸업해서 더 이상 볼 시험이 없음에도 시험을 보는 꿈은 가족을 위해 가장이 되어 업무에 쫓기는 남편도 종종 꾸는 꿈이다. 반복되는 꿈들은 분명 어떤 해소되지 않은 불편한 감정이 투사되는 것임에도 분석되지 않은 채 비슷한 상황에 직면 하면 꿈으로 등장한다.

융도 자신의 꿈을 통해 전쟁을 예지해서 피난할 수 있었고 저자 역시 정신분석을 배워 자신의 꿈을 분석하여 자신의 꿈을 해석하고 마음을 들여다 보면서 자신의 삶에 중심을 잡는다.

공포소설이나 엽기적인 살인사건이 연상되는 제목 [시체를 김치냉장고에 넣었다]는 저자의 여러 악몽 중에 하나다. 시체 세 구를 김치 냉장고에 넣으려는 꿈!

 저자는 내담자의 상담사례도 담고 있지만 자신의 반복적인 꿈에서 나오는 무의식을 분석하며 원가족간의 관계 특히 엄마와의 관계들, 어린 시절을 되짚어 보며 상담치료를 이행했던 내용들을

소설의 에피소드처럼 구성하여 독자들이 몰입하기 좋다.

저자는 정신분석상담사로 많은 내담자를 상담하며 자신 또한 자신의 마음을 보듬어가기 위해 그리고 타인과 가족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자신과 대면하기 위해 내담자가 되어 정신분석가에게 오랜 기간 분석을 받는다. 내담자의 상처에 대한 사례보다 자신의 심리적인 내상에 대해 분석받은 과정들을 어린 시절의 회상과 함께 사례로 보여준다. 너무도 솔직하게 자신을 보여줄 수 이 이유는 심리적으로 건강해졌기 때문이며 정서적으로 아픈 사람들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기 때문이다.

자기애적인 부모일수록 받는 자녀의 욕구에 귀 기울이기보다는 주고 싶은 자신의 욕구를 만족시키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본문 197

엄마는 엄마가 주고 싶을 때만 준다 엄마는 엄마가 주고 싶은 것만 준다 195

부모가 되는 건 어디까지가 간섭이고, 어디까지가 관여하는 것인지 그 경계가 어렵다 본문 268

우리 엄마가 그랬는데 나 역시 내 딸들에게 그러고 있어 마음이 뜨끔했다.

난 엄마보다 더 나쁜 경우다. 엄마는 엄마의 행위를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나는 그런 행위를 의식했고 그러지 말자고 하면서도 동일하게 답습하고 있으니 더 나쁜 경우가 아니겠는가?

몸이 허약하다고 생각했지만 하루 3시간만 잠을 자면서 매우 부지런하게 왕성하게 살고 계신 엄마는 늘 심인성 질병을 달고 살았다. 반면 아빠는 젊을 때 유도를 할 정도로 건강한 체질이지만 심지가 굳지 못한 약한 사람이다. 엄마는 기질적으로 매우 예민한 사람이고 성격이 급하며 사교적이고 책임감이 매우 강한 성실한 사람이다. 그런 엄마 밑에서 감정이 예민하고 고집스러운 내가 많이 부딪쳤다. 또한 저자처럼 엄마의 사랑을 갈급했다. 언니와 막내 사이에 충분한 애정을 받지 못한 둘째라는 출생순위도 있지 않을까?. 둘째들은 첫째나 막내와 달리 고집스럽고 비판적인 성격들이 나타난다. 가족 중에 성격이 별로라는 사람들은 대게 가운데가 많다. 마찰을 일으키는 유형에 가깝다. 어릴 때도 허약했다는 엄마는 사실 몸도 허약했지만 예민한 유형이지 않았을까? 책임감이 강하고 성실한 농사꾼의 딸이었기에 허약하고 예민해도 나약하지 않고 생활력이 탁월한 전형적인 한국형 어머니에 가깝다. 저자의 엄마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억척스럽고 책임감이 강한 자기 희생적인 어머니의 특성상 그 엄마 밑에 성장하는 자녀들은 자기의 욕구를 내려놓아야 하는 정서적 결핍을 느끼기에 자기애적인 애착이 생긴다. 하지만 저자의 어린 시절을 읽으니 나만의 고유한 어린 시절이라고 생각했는데 살아온 과정이 매우 유사했다. 미시적으로 들여다보면 똑같진 않겠지만 큰 틀에서 저자의 어린 시절 가족의 이야기는 내 가족의 이야기와 비슷하다.

분명한 것은 잘 먹이려는 예민하고 신경질적인 양육자보다는 대충 끼니를 해주더라도 성정이 부드러운 양육자가 더 낫다. 불안과 근심에 휩싸이는 양육자보다는 태평한 양육자가 더 낫다.

누구나 미숙한 부모에서 출발할 수 밖에 없는 조건을 가진다. 두 번 살지 않는 생이다.

완생이 아닌 미생이기에 관계에서 오는 균열이 생길 수 밖에 없다 틈, 균열로 인한 관계의 상처들이 모두 내흔으로 자리잡는 것도 아니다. 비슷한 경험을 하지만 경험을 내적 체험화 하는 과정은 사람마다 다르다.

부모의 역할은 유심히 살펴보는 것, 기다려주는 것, 도움을 필요로 하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적절한 도움을 주는 것 268

매우 어려운 일이다. 유심히 살펴보면 기다리기보다는 개입하고 싶어진다.

을 안다는 것은 그만큼 지혜롭다는 말이다. 보통은 기다리지 못하며 정말 도움을 필요로 할 때 놓치는 경우가 많다. 놓치는 경우는 부모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들도 작용한다. 전적으로 부모 책임이라고 말할 수 없다. 시행착오와 자녀와의 상호과정을 통해 부모 스스로 균형을 잡아갈 수 밖에 없다. 한 사람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부모의 영향이 크지만 절대적이지 않다는 유연한 마음과 부모가 어쩔 수 없는 틈들 수용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자가 엄마와 화해하는 과정_ 자신을 드러내며 자신의 솔직한 내면을 드러내는 감정들을 보면서 자신다움을 찾아가는 과정과 이야기는 매우 솔직하고 탐색적이며 그런 과정이 판에 박힌 심리학자와 양육자의 조언보다 마음에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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