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도 솔직한 마음치료 이야기!
생각해 보니 어린 시절 화장실 꿈을 많이 꿨으며
직장 다닐 때는 학교에서 시험 보는 꿈을 꿨다.
화장실은 내게 안 좋은 기억을 떠올린다. 화장실과 관련된 안 좋은 감정이 찌꺼기들, 이미 졸업해서 더 이상
볼 시험이 없음에도 시험을 보는 꿈은 가족을 위해 가장이 되어 업무에 쫓기는 남편도 종종 꾸는 꿈이다.
반복되는 꿈들은 분명 어떤 해소되지 않은 불편한 감정이 투사되는 것임에도 분석되지 않은 채 비슷한 상황에 직면 하면 꿈으로
등장한다.
융도 자신의 꿈을 통해 전쟁을 예지해서 피난할
수 있었고 저자 역시 정신분석을 배워 자신의 꿈을 분석하여 자신의 꿈을 해석하고 마음을 들여다 보면서 자신의 삶에 중심을 잡는다.
공포소설이나 엽기적인 살인사건이 연상되는
제목 [시체를 김치냉장고에 넣었다]는 저자의 여러 악몽
중에 하나다. 시체 세 구를 김치 냉장고에 넣으려는 꿈!
저자는
내담자의 상담사례도 담고 있지만 자신의 반복적인 꿈에서 나오는 무의식을 분석하며 원가족간의 관계 특히 엄마와의 관계들, 어린 시절을 되짚어 보며 상담치료를 이행했던 내용들을
소설의 에피소드처럼 구성하여 독자들이 몰입하기
좋다.
저자는 정신분석상담사로 많은 내담자를 상담하며
자신 또한 자신의 마음을 보듬어가기 위해 그리고 타인과 가족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자신과 대면하기 위해 내담자가 되어 정신분석가에게 오랜
기간 분석을 받는다. 내담자의 상처에 대한 사례보다 자신의 심리적인 내상에 대해 분석받은 과정들을
어린 시절의 회상과 함께 사례로 보여준다. 너무도 솔직하게 자신을 보여줄 수 이 이유는 심리적으로
건강해졌기 때문이며 정서적으로 아픈 사람들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기 때문이다.
자기애적인 부모일수록 받는 자녀의 욕구에 귀 기울이기보다는 주고 싶은 자신의 욕구를 만족시키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본문 197쪽
엄마는 엄마가 주고 싶을 때만 준다 엄마는 엄마가 주고 싶은 것만
준다 195쪽
부모가 되는 건 어디까지가 간섭이고, 어디까지가
관여하는 것인지 그 경계가 어렵다 본문 268쪽
우리 엄마가 그랬는데 나 역시 내 딸들에게
그러고 있어 마음이 뜨끔했다.
난 엄마보다 더 나쁜 경우다. 엄마는 엄마의 행위를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나는 그런 행위를 의식했고 그러지 말자고 하면서도 동일하게 답습하고
있으니 더 나쁜 경우가 아니겠는가?
몸이 허약하다고 생각했지만 하루 3시간만 잠을 자면서 매우 부지런하게 왕성하게 살고 계신 엄마는 늘 심인성 질병을 달고 살았다. 반면 아빠는 젊을 때 유도를 할 정도로 건강한 체질이지만 심지가 굳지 못한 약한 사람이다. 엄마는 기질적으로 매우 예민한 사람이고 성격이 급하며 사교적이고 책임감이 매우 강한 성실한 사람이다. 그런 엄마 밑에서 감정이 예민하고 고집스러운 내가 많이 부딪쳤다.
또한 저자처럼 엄마의 사랑을 갈급했다. 언니와 막내 사이에 충분한 애정을 받지 못한
둘째라는 출생순위도 있지 않을까?. 둘째들은 첫째나 막내와 달리 고집스럽고 비판적인 성격들이
나타난다. 가족 중에 성격이 별로라는 사람들은 대게 가운데가 많다.
마찰을 일으키는 유형에 가깝다. 어릴 때도 허약했다는 엄마는 사실 몸도 허약했지만 예민한
유형이지 않았을까? 책임감이 강하고 성실한 농사꾼의 딸이었기에 허약하고 예민해도 나약하지 않고
생활력이 탁월한 전형적인 한국형 어머니 ‘상’에
가깝다. 저자의 엄마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억척스럽고
책임감이 강한 자기 희생적인 어머니의 특성상 그 엄마 밑에 성장하는 자녀들은 자기의 욕구를 내려놓아야 하는 정서적 결핍을 느끼기에 자기애적인
애착이 생긴다. 하지만 저자의 어린 시절을 읽으니 나만의 고유한 어린 시절이라고 생각했는데 살아온
과정이 매우 유사했다. 미시적으로 들여다보면 똑같진 않겠지만 큰 틀에서 저자의 어린 시절 가족의
이야기는 내 가족의 이야기와 비슷하다.
분명한 것은 잘 먹이려는 예민하고 신경질적인
양육자보다는 대충 끼니를 해주더라도 성정이 부드러운 양육자가 더 낫다. 불안과 근심에 휩싸이는
양육자보다는 태평한 양육자가 더 낫다.
누구나 미숙한 부모에서 출발할 수 밖에 없는
조건을 가진다. 두 번 살지 않는 생이다.
완생이 아닌 미생이기에 관계에서 오는 균열이
생길 수 밖에 없다 틈, 균열로 인한 관계의 상처들이 모두 내흔으로 자리잡는 것도 아니다. 비슷한 경험을 하지만 경험을 내적 체험화 하는 과정은 사람마다 다르다.
부모의 역할은 유심히 살펴보는 것, 기다려주는
것, 도움을 필요로 하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적절한 도움을 주는 것
268쪽
매우 어려운 일이다. 유심히 살펴보면 기다리기보다는 개입하고 싶어진다.
‘때’을 안다는 것은 그만큼 지혜롭다는 말이다. 보통은 기다리지 못하며 정말 도움을 필요로 할 때 놓치는 경우가 많다.
놓치는 경우는 부모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들도 작용한다. 전적으로 부모 책임이라고 말할
수 없다. 시행착오와 자녀와의 상호과정을 통해 부모 스스로 균형을 잡아갈 수 밖에 없다. 한 사람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부모의 영향이 크지만 절대적이지 않다는 유연한 마음과 부모가 어쩔 수 없는 틈들
수용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자가 엄마와 화해하는 과정_ 자신을 드러내며 자신의 솔직한 내면을 드러내는 감정들을 보면서 자신다움을 찾아가는 과정과 이야기는 매우
솔직하고 탐색적이며 그런 과정이 판에 박힌 심리학자와 양육자의 조언보다 마음에 와 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