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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가 되고 싶어 ㅣ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4
엠마누엘레 베르토시 글.그림, 이순영 옮김 / 북극곰 / 2012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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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 |
2012.08.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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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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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그림 엠마누엘레 베르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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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지라는 이름의 소녀가 처음에는 데이지 꽃인 줄 알았는데 우리 아이 같은 어린 소녀다.
우리는 살면서 한번쯤 자유롭게 하늘을 나는 새나 나비가 되어 세상을 탐험하고 싶어한다.
특히 날갯짓을 가볍게 하는 아름다운 나비를 보면 더욱더 날고 싶어한다. 내가
아닌 다른 존재가 되보고 싶고 다른 존재가 부러웠던 적이 얼마나 많은가?
상상력이 풍부한 소녀 데이지는 마침내 나비가 된다. 장자의 호접몽처럼 데이지의
꿈일까, 나비의 꿈일까?

데이지는 자신이 소망한대로 하늘을 날며 세상을 구경하며 곤충과 동물들을 만난다.
달팽이, 개미, 꿀벌들을 차례로
만나며 세상의 생명들은 저마다의 존재 방식으로 살아감을 배우게 된다. 데이지는 나비이지만 사람이니까
사람의 시각으로 달팽이, 개미, 꿀벌들에게
물어본다. 데이지의 물음엔 어떤 비난이나 조롱이 아닌 순수하지만 자신만의 잣대가 들어가 있는
물음들이다.
달팽이 ,개미 ,꿀벌들도 자신들이 살아온 존재방식의 잣대로 똑같이
되묻는다.
달팽이, 개미, 꿀벌들의 대답을
순수하게 별 저항이나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사람인 데이지가 나비가 되어 자연의 다양성과 저마다의 존재방식을 깨달아 가는 과정은 사실 참으로 어렵다. 보통은 자신이 살아온 방식으로 세상을 규정하고 자신이 믿는 신념만을 고집하기 쉽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와 다른 사람들과 존재들을 그 자체로 인정하고 수용하기가 쉽지
않다.
“누구나 자기한테 맞는 시간이 있잖아!”
라고 말한 달팽이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자연의
생명체들은 자신의 시간에 맞게 살아가듯 우리들 모두 저마다 성장 시기가 조금씩 다른데 속도에만 치중하여 획일화시키고 개별적인 독특한 존재들을
받아 들이지 못하는 건 아닐까?
엄친아. 엄친 딸 같은 유행어에는 항상 남과 자신의 능력을 끊임없이 비교하고
저울질하며 부러워하는 마음이 숨어있다.
아이들이 한 번씩 미술시간에 해보는 스크래치기법으로 자유롭게 그린 그림과 따뜻하고 안정감 있는 색감, 동글동글 부드러운 곡선들은 마음을 부드럽게 해준다.
특히 발그레한 양 볼의 호빵맨을 닮은 데이지와 해님의 얼굴은 우리 아이의 그림체 같아서 정겹기까지 하다.
간결하고 우화 같은 글 속에는 타인을 바라보고 대하는 자세에 대한 진지한 성찰들이 들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