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탈적 금융 사회 - 누가 우리를 빚지게 하는가
제윤경.이헌욱 지음 / 부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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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키

2012.09.30

5

약탈적 금융사회

제윤경 이헌욱

나는 기억한다. 부동산 거품이 한창인 2005년도에 분양가 보다 높은 주택대출을 해서 투자하라는 부동산업자의 말에 우리 부부는 너무 놀랐다. 은행에서 집값의 120%를 대출해주는데 왜 자기 돈으로 집을 사냐는 업자의 말 속엔 빚을 아무렇지 않게 권유하는 사회에서 살고 있음을 실감하게 한다.

집을 살 때 자기 자본은 주택의 50%도 못 미치고 대출해서 구입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신용카드 무이자 할부도 껄끄럽고 부담스러워서 할부를 절대로 하지 않기에 내 집을 살 때 무리하게 대출받을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그러나 내 지갑에는 여러 은행에서 권유해서 만든 카드로 넘쳐나고

체크나 직불카드보다는 신용카드를 많이 쓰면 각종 포인트와 할인을 해주며 빚을 만들게 하는 이상한 사회에 살고 있다. 미국보다도 신용카드를 많이 쓰는 이상한 사회. 언제 터질지 모르는 부채라는 시한폭탄을 안고 살얼음을 걸어가고 있는 우리의 미래는 불안하고 암울하다. 그런데도 올해 정부는 직장도 없는 20대들에게 돈을 빌려서 집을 사라며 사실상 DTI 규제를 풀어버리면서 거품과 가계부채를 늘리는 정책을 내놨다.

[약탈적 금융사회]는 정부와 금융기관이 어떻게 사람들을 빚의 늪에 빠지게 하고 개인에게만 책임을 부여하는지 상세하게 고발하고 있다.

저축하고 빚이 없는 사람보다도 대출을 많이 이용한 사람의 신용도가 높은 이상한 사회.

성실하게 납부해도 불가피하게 연체하면 집을 빼앗은 약탈적인 기업.

이 책에서 내 상식을 점검했던 부분은 악천후 기후에 등산로를 차단하여 산행통제를 통해 인간의 자율권을 침범하면서도 인명을 보호하는 국가가 금융에서는 한없이 무기력하게 수수방관하며 개인의 책임으로 돌려버리는 부분이다.

약탈적이고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하는 대부업체들의 무리한 채권추심에 대해 의문조차 하지 못하고 빌리면 당연히 갚아야 한다는 통념에 세뇌되어서 나 역시 무리하게 돈을 빌려 쓴 사람들에 대한 도덕적인 지탄을 함께 일삼았다.

우리는 빚을 무리하게 빌려 갚지 못하면 개인적인 책임으로 돌리고 그 사람을 비난하는데 익숙하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너무도 쉽게 대출을 권하는 금융회사와 규제 없는 정부는 책임이 없는 걸까? 개인의 책임이 더 큰 걸까?

이 책을 읽다 보면 언론과 금융회사의 광고로 우리의 의식을 어떻게 조작하고 통제하는지 내가 아무리 합리적인 소비를 하고 있다고 자부하더라도 그 그물망에서 벗어나기 어려움을 깨닫게 된다.

채무자 스스로 죄책감과 과도한 채권추심에 시달리고 있는데 채무 당사자들의 연대체 결성을 촉구하는 방안은 상당히 어렵지만 반드시 필요하다.

부실화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스 대출을 과감하게 정리하고 건설사의 구조 조정도 진행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는데 어떻게 정리하자는 건지 솔직히 의문이다.

경기가 침체되고 이직하기도 어려운 현실조건에서 건설사 구조조정은 실업자를 양산할 수 있을 텐데 어떻게 정리하자고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선진국의 사례를 통해 불법 고리대와 대부업체의 연30퍼센트의 고이자 제한법의 문제점을 자세하게 다루며 평범한 사람이 어떻게 빚에 의해 한 순간에 몰락하게 되는지 안타까운 사례들도 함께 보여준다.

빚을 작정하고 떼먹으려는 사람보다는 실직이나 질병에 의해 빚을 갚지 못하고 가혹한 채권자의 채권추심으로 현대판 노예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 그들은 내 이웃이고 나의 가족일 수도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신용소비자들을 보호하고 부당한 대출금리에 저항하며 현실적인 파산제도와 실패해도 일어서서 제기할 수 있는 개인회생제도가 자리잡을 수 있도록 연대해야 함을 잘 보여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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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명인열전 1
박행달.구본갑 지음 / 앤터컴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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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터컴

2012.09.29

지리산 명인열전 1

                                                       박행달 & 구본갑 씀

 


처음 이 책을 받았을 때 익숙지 않은 한자와 교과서 같은 딱딱한 편집이 눈쌀을 찌푸리게 했다.  시원한 책에 글자자간도 적당히 넓었지만 조용헌 교수의 기인열전을 기대했던 나로서는
다소 실망스러웠다.
열전이라기보다는 한국관광공사에서 추천하는 여행가이드북처럼 정부지원의 지리산 맛집 홍보책자물처럼 YS가 방문한 곳이거나 방송에 나온 곳등 명사가 방문한 곳을 소개하며 맛집 연락처와 방대한 정보를 담아내면서  글쓴이의 지리산에 대한 단상들을 엿볼 수 있는 답사기이기도 하다.
말씨와 문화가 다른 영호남을 잇는 지리산 둘레길은 지리산이 서로 다른 지역 사람들을 품어내고 있다.
"가장 높은 산"이란 뜻을 가진 두류산으로 불리는 지리산은 외세의 침략에도 민중들의 저항을 펼쳤던 역사를 간직한 곳이며 스님들과 도인들이 명상과 수련하기 위해 찾아오거나 병자들의 질병을 치유하고 포용하는 장소다.
지리산의 정기를 이어받은 지리산 함양에서 문화적 전통을 계승하고 이어온  다양한 사람들을 소개한다. 전통주를 복원하고 스러져 가는 죽세산업을 지키는 장인들에만 현대 시간이 정지한 듯 옛스러운 문화를 한결같이 유지하는 그들만의 고집으로 이렇게 문화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느건 아닐까?
몸에 좋은 약초의 효능과 어원들, 음식에 대한 소개와요리법, 역사적인 비하인드 스토리들도 만날 수 있어 건강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겐 매우 반가운 내용이 아닐 수 없다.
나는 역사나 신화, 불교에 관한 유래나 옛이야기를 좋아하는데 그런 이야기도 들을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아쉽다면 함양의 모든것을 다 보여주려는 작가의 욕심으로 좀 더 들어보고 싶었던 지리산 사람들의 내밀한 이야기을 다 풀어놓지 못하고 훓고 지나가서 아쉬움이 남는다.

장애우 정경화 시인의 함양 빨치산 비하인드 스토리도 담아냈다면 도사 김현철씨의 오도재 가는 길 보다 더 아름답고 아무도 찾지 않는 길을 카페를 통해 보여준다는 말로 끝내는 점도 너무 아쉽다.

직접 찾아가면  아무도 찾지 찮는 아름다운 지리산 길을 안내받을 수 있을까?

김기룡씨가 직접 만든 대금과 단소도 불어보고 싶고 그분이 기르는 고려닭도 한번 보고 싶다. 향토음식과 약초의 효능 소개보다는 인물에 촛점이 더 맞추어져 있었다면 더 즐겁게 읽을 수 있었을 텐데 책을 마쳤을때는 더욱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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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부터 챙기는 치매예방 레시피 - 매일 먹는 음식으로 뇌를 건강하게
김지연 지음, 정성희 감수 / 호박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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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호박

2012.09.26

치매예방 레시피

김지연 지음

 

커다란 냉장고와 냉동고로 음식들을 사시사철 대량으로 보관할 수 있고 제철이 아니어도 전 세계 지역에서 수입하는 식 재료로 계절과 나라에 상관없이 쉽게 구입하여 먹을 수 있는 풍요의 시대가 열렸다.

먹거리가 넘쳐나는 풍요로운 시대로 말미암아 우리들은 보기에도 좋고 맛도 좋은 달콤하고 자극적인 음식들로 지나치게 많이 먹어 운동과 약을 권장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의료기술의 발전과 풍부한 식단으로 인류의 수명은 100세로 늘어났지만 반면 알츠하이머 같은 노인성 치매질환도 함께 늘어가서 건강한 식생활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된다.

오래 살아도 멀쩡한 정신으로 건강하게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각종 약으로 병원을 들락거리며 골골한 몸으로 수명을 연장하고 싶지 않다.

이참에 가족들의 식단을 간단하면서도 건강한 식단으로 바꿔가고 싶은 열망에 읽은 책이 [치매예방 레시피]라는 음식요리책이다.

이 책은 일반 요리책처럼 크고 반질반질 코팅된 고급요리책이 아니라 일반 책보다도 작고 재생지 같은 노르스름한 종이로 인쇄되어있다.

불빛에 반사되는 코팅지보다 빛을 산란시켜 눈의 피로도를 분산시키는 종이질의 촉감을 더 선호하기에 맘에 든 책이다.

작은 책에 인쇄된 요리들은 요리 그 자체가 소박하고 자연색에 가까워 현란한 색감의 요리책에 익숙하여 진짜 맛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치매예방이라고 해서 더 특별한 레시피는 솔직히 아니었다.

치매예방 식습관 치매예방 생활관 10계명들의 앞 글자인 치매예방 대신 건강을 혹은 균형 잡힌 같은 단어로 치환해도 내용에는 별 차이가 없다.

소식, 저염식, 등푸른 생선, 채소와 과일을 많이 먹기 , 규칙적인 식사와 운동 등 우리가 흔히 아는 식습관에 대한 내용들을 레시피를 소개하기 전에 다시 한번 환기하고 있다.

치매예방 레시피는 채식레시피와 비슷하게 붉은 고기가 들어간 육류보다는 생선과 해물 채소들을 가지고 재료의 영양분과 식감을 살려 장시간 굽거나 기름에 볶는 요리보다는 원재료의 성분이 많이 변형되지 않는 비교적 조리시간이 짧은 레시피로 구성되어있다.

또한 시중에서 재료들을 쉽게 구입할 수 있고 한 개의 요리를 만들 때 들어가는 재료가 비교적 간단하다.

보통 아이들 포함 3~4인의 구성을 갖는 가족들의 한끼에 맞게 2인분을 기준이기에 4인분의 경우는 2배씩 가감하면 된다.

, 두부, 청국장, 생선, 닭가슴살을 좋아하는 우리가족들에게 똑 같은 내용물로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는 레시피들을 제공하고 있다.

청국장김치전

김치와 청국장을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먹일 수 있는 요리

가급적이면 전체를 먹는 통곡식인 현미밥과 통밀가루에 과일과 채소도 껍질째 사용하기를 권장한다.

나는 카레를 좋아해서 자주 해먹는데 카레속의 각종 첨가류가 부담스러우면서도 시판되는 카레를 이용해왔다. 치매예방 레시피에선 시판 카레대신 순카레와 강황가루와 통밀가루를 이용하여 직접 카레를 만들 수 있어서 첨가제 없는 안심카레와 강황의 비율을 가감하여 조절할 수 있다.

카레밥을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카레를 첨가한 볶음밥이나 동그랑땡을 이용하여 강황을 섭취할 수 있는 레시피들이 들어가 있다.

순카레와 강황가루를 이용한 볶음밥

천연조미료를 이용하여 가급적 재료의 맛을 살리고 조리시간이 간단하기에 매일 식단으로 적합하다.

건강도 챙기면서 동일 재료로 좀 더 다양한 식단을 구성할 수 있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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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강 나라에서 현기증 도시까지 오르배 섬 사람들이 만든 지도책 5
프랑수아 플라스 글 그림, 공나리 옮김 / 솔출판사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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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2012.09.26

붉은 강 나라에서 현기증 도시까지

프랑수아 플라스 글 그림

 

오르배 섬 사람들이 만든 지도책 시리즈 다섯째 시리즈 [붉은강 나라에서 현기증까지] 책은 이전 시리즈의 다음 알파벳 인 R~V로 시작되는 각 나라의 지형과 그 나라의 알파벳 모양을 따르고 있는 나라들의 기행을 보여주고 있고 전체 오르배 섬 사람들이 만든 지도책 시리즈의 후반부로 접어들었음을 알파벳으로 가늠해본다.

 

 [붉은 강 나라]”조아오라는 노예사냥꾼을 통해 서구 문명인들의 가혹하고 잔인함을 보여준다. 실제 유럽인들은 아프리카나 아메리카의 원주민들을 노예로 착취하여 부를 얻어왔다.

높은 성벽과 중심가를 통해 철저하게 분리하고 구분 짓는 백인들과 달리 성벽도 중심가도 없는 평화로운 붉은 강 나라의 모습은 중심과 주변부 같은 구분들이 존재하지 않는다.

동물과 대화하는 왕 중의 왕은 사라진 옛 글들을 읽고 쓸 줄 아는 학회의 우두머리이기도 하다.

자연과 인간을 구분 짓고 자연을 정복해야 하는 존재로 여기는 문명인들이 동물과 대화하는 왕중의 왕을 이해할 수 있을까?

다양한 인간의 특성을 이해할 수 있는 수많은 언어들이 사멸했고 사멸해 가는 현실과 달리  왕중의 왕은 옛 언어를 기억하는 존재이다. 인간과 자연을 더 많이 이해할 수 있는 존재인 것이다.

이 짧은 이야기에는 딱히 서양문명의 오만을 비판하려는 의도들은 책 어디에도 볼 수 없지만 글의 문맥들의 흔적에는 문명인인 서양인들의 야만성과 잔인함이 왕중의 왕과 붉은 강 나라의 문화 풍습을 통해 대비가 된다.

잔인한 노예상인 조아오가 우연히 붉은 강 나라로 들어가 그들의 풍습과 문화에 동화되고 상처투성이 노예들의 악몽을 통해 죄의식에 시달리기도 한다. 왕중의 왕은 자신의 주민들을 노예로 팔았던 조아오를 처벌하지도 않고 말씀부 장관인 아보헤 바아와 우정을 쌓기도 한다.

호리병에 자신이 경험했던 일들을 다 쏟아내면 자신이 한 말과 기억을 망각하는 말의 장례식이란 의식이 인상적이다.

 [셀바섬]은 거대한 한 그루의 나무로 이루어진 섬이다. 인류의 문명이 닿지 않는 자연의 원시성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아마존의 열대림이 떠오른다.

셀바섬으로 성년식을 치르는 소년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람의 수액을 빨아먹는 무시무시한 나무 뱀파이어인 덤불인간과 하늘을 나는 호랑이의 사냥으로 용맹성을 검증하는 성인식을 통해 성인으로 입문하는 셀바섬의 풍습을 볼 수 있다.

 [현기증도시]V자형으로 신분이 낮고 가난한 아래층도시와 부자들이 사는 위층의 도시로 이루어진 빌딩숲의 도시나라다. 빽빽한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고 사람들도 북적거려 지도만 봐도 현기증이 생기려고 한다. 아래층 도시사람들은 위층 도시에서 조각이나 파편이 떨어질 때 머리를 보호하기 터번을 쓴다.

도시건물을 수리하고 새로운 건물을 짓는 날아다니는 석공의 모습은 기괴하고 특이하다. 길게 땋은 머리 타래 앞에는 갈고리가 세 개 혹은 4개가 달려있고 땋은 머리는 밧줄처럼 휘둘러 꽂고자 하는 벽의 위치에 갈고리를 정확히 꽂고 자유롭게 공중을 이동하면서도 현기증을 느끼지 않는다고 한다. 날아다니는 석공들의 움직임은 중국 기예단이 연상된다.

아래층 도시 사람들을 현혹하고 세상의 종말을 부르짖는 반짝반짝 동맹이 종파의 도시 붕괴를 막기 위해 날아다니는 석공 이즈카다르의 모험이 시작된다.

도시전체를 지탱하는 중심 돌인 반짝반짝 돌맹이란 표현도 재미있고 돌 하나로 도시가 사라진다는 이야기는 환타지 동화처럼 호기심을 자아내게 한다. 

 

세계 곳곳의 신화와 전설에서 채집하여 모은 이야기와 작가의 상상력이 재현된 그림의 정교함에 놀라게 된다.

글이 먼저 나와서 각 나라의 부족들의 모습을 묘사하고 마지막 장에 부족들의 모습이나 풍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내가 상상한 모습과 그림이 어느 정도 일치하는지 맞춰보는 즐거움도 준다.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나라와 지도지만 각 나라의 신화와 전설들이 그의 작품에 녹아있다. 지금은 사멸한 원주민들의 삶이 그의 작품 어느 한 귀퉁이를 장식하고 있다.

서구인들이 채집한 자료들은 어디서 어떻게 얻은 것일까? 원정과 탐험이라는 말로 그럴듯하게 포장되었지만 실제로는 침략과 수탈은 아닐까? 서구인들의 침략의 역사로 우리들은 환상적인 이야기를 만나게 되었지만 다양한 원주민들의 삶들이 파괴되고 사라지게 한 원인이라는 아이러니로 씁쓸한 마음이 든다.

이렇게 기괴하고 독특한 풍습의 이야기로 나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도 좋지만 서구식으로 동화되지 않고 그 전통을 보존하고 있다면 더 많은 풍습과 더 많은 언어들이 존재했을 것이며 인간과 자연을 이해하는 연결고리들이 많았을 텐데 아쉬움과 슬픔이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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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곰
프랑수아 플라스 지음, 함정임 옮김 / 솔출판사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2012.09.26

큰곰

프랑수아 플라스 글 그림

 

위인전기와 영웅이야기엔 인물의 운명을 암시하는 태몽이야기가 반드시 나올 만큼 우리는 아이의 태몽을 중시한다.

언니와 동생은 태몽이 있는데 나만 태몽이 없어서 신의 축복을 덜 받은 느낌이 들고 나만의 탄생이야기가 없어서 너무도 서운했던 어린 시절 기억이 있다.

이처럼 동양에는 탄생과 연관된 태몽 이야기가 고대적부터 현대에까지 이어지고 있다.

신화와 전설을 채집하고 재가공하여 환상적으로 만들어내는 이야기꾼 프랑수아 플라스는 이번엔 태몽설화에 관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큰 판형의 그림책 속의 그림은 자연의 순수성과 역동성을 잘 담아내고 있다.

, 큰 곰은 어린 것이 태어나는 날 아이 엄마의 꿈속에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 어린 존재는 곰들의 힘으로 고함을 질렀어요. 그 힘은 나처럼 대지의 입구에서 잠자고 있는 곰들의 힘이지요.” 본문 인용

 

엄마의 꿈속에 있는 큰 곰의 존재는 주인공 카올을 잉태하며 엄마가 꾼 태몽임을 나중에 알게 된다.

곰태몽을 갖고 태어난 카올의 수호정령이다.

나는 어린 카올이 참된 곧선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보호해 주었어요라는 화자인 곰의 이야기를 통해 알 수 있다.

 

우리나라 단군신화를 연상케 하는 카올의 아버지 우옹이라는 이름을 통해 곰을 숭상하는 부족은 아닐까?

농경사회이전의 수렵과 사냥을 하던 원시부족사회의 문화와 삶이 주인공 카올의 성장기를 통해 알 수 있다.

작살을 이용해 고기를 잡고 돌을 날카롭게 갈아서 돌칼을 만들어 물건을 자르고 불을 이용해 음식을 익혀 먹는 인류의 역사들이 카알의 삶에 고스란이 녹아있다.

새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종족”, 물고기는물속에서 헤엄치며 사는 종족”, 야행성 동물은 어두운 밤에 사냥하는 종족”, 인류는 서서 걸어 다니는 종족으로 표현한다. 인간과 동물이라는 차별적인 구별이 아닌 같은 종류의 생물로서 종족이라는 동질의 자연의 생명체로 표현하고 있다.

또한 생명의 꽃인 수명을 유지하기 위해 동물들을 사냥하고 먹으면서도 동물들에게 대화와 경의를 표하면서 자연과 공존하고 자연의 생명을 존중하는 모습들이 엿보인다.

아버지의 죽음은 카알의 시련을 예고하고 시련과 고난을 통한 영웅의 성장을 보여준다.

순록과 곰과 사투로 부상을 입고 사경을 헤매지만 그때마다 카알의 수호령인 큰곰이 카알을 돕고 카알이 참된 곧선 사람이 되도록 안내한다.

대지의 입구에서 잠자는 곰 형제와의 싸움은 성인으로 입문하는 성인식의 관문이 아닐까?

성인의 관문을 무사히 통과한 후 부족사회로 돌아가 족장인 삼촌과의 결투에서 이기고 당당하게 족장이 되어 부족을 이끌어가며 이전 세대를 극복하고 독립되고 용감한 리더로 성장한다.

이 책은 인간의 특징과 동물들의 특징들을 그림책을 통해 잘 설명하면서 우리 선조들이 어떻게 세대와 세대를 이어오며 살아왔는지 잘 조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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