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회의주의자에게 보내는 편지
크리스토퍼 히친스 지음, 차백만 옮김 / 미래의창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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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2012.10.10

젊은 회의주의자에게 보내는 편지

크리스토퍼 히친스 지음

 

제법 심각한 표정을 짓고 담배를 문 지은이와 빨간 표지는 운동권의 불온서적이 연상되는 자극이 느껴진다.

비평가, 칼럼리스트, 편집자의 화려한 이력은 이 책이 어렵고 이해하기 힘든 사회과학 서적류라는 오해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막상 읽으니 저자의 유려하고 매끄러운 문체로 술술 넘어간다.

한 학생과 주고받는 서간체 형식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18통의 편지로 이루어진다.

젊은이들이게 대중에 동조되지 않은 '소수 반대파'로서 살아가기 위한 조언을 아낌없이 해준다.

여기서 말하는 '소수 반대파'는 기득권의 권위를 유지하는 낡은 체제와 사상에 반대하는 생각을 넘어서 실천적인 행동까지 담보하고 있음을 내포한다.

단순하게 이론을 양산하는 지식인을 일컫지 않는다. " 소수반대파는 용감하고 귀감이 되는 수많은 사람들의 헌신을 통해 축성된 호칭"- p 22 인용-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대중의 흐름에 따라 적당히 모나지 않게 살아가길 권하는 세상에 대해 삐딱하게 조롱하고 일침을 놓는 그의 말들은 내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다.

소수 반대파로 살아갔던 사람들의 역사적인 사건과 일화, 장르는 넘나드는 풍부한 인문학적 독서실력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그의 유려하고 웅변적인 글쓰기에 매료된다.

 복종에 굴하지 않고 자유와 인권을 회복하기 위해 실천했던 이들의 역사적이고 정치적인 사건부터 다양한 인문학적인 텍스트를 자유스럽게 넘나드는 수사적이지 않지만 설득력 있는 그의 글은 저자 자신이 자신이 말한 방식으로 살아왔기에 가능한 게 아닐까 생각된다.

잘 모르는 역사적 사건과 소설의 인용이 많음에도 번역자의 친절한 주석으로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었다.

종교의 권위와 문화 속에 살고 있는 저자가 종교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의 칼을 숨김 없이 드러내어 요구되거나 강제된 미덕과 장점은 더 이상 미덕과 장점이 아닌 악덕과 단점임을 설파한다.

치열한 논쟁과 모든 것을 의심하고 회의하며 비판적인 태도를 견지할 것을 주장한다.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저자가 소개한 소수 반대파로서의 삶을 열정적으로 살았던 인물들처럼 저항하지는 못하더라도 나를 지배하고 통제하는 이데올로기에 벗어나 스스로 독립적인 사고를 회득하기 위해 양보할 수 없는 자세들을 배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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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교수님이 알려주는 공부법
나이절 워버턴 지음, 박수철 옮김 / 지와사랑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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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와사랑

2012.10.6

5

철학 교수님이 알려주는 공부법

나이절 워버턴 지음

[철학]이란 단어를 떠올리는 그 순간 머리가 아프고 부담스러워진다. 유명 철학서를 읽다가 난해함에 던져버리고 다시 읽어 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읽기조차 버거운 철학서를 공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4가지 철학 공부법을 제시한다.

적극적으로 읽기, 적극적으로 듣기, 적극적으로 토론하기, 적극적으로 글쓰기 습관을 잘 길들이면 철학적 사고를 배울 수 있다.

적극적으로 읽기 철학공부 뿐만 아니라 모든 독서에 필요한 읽기 방법이다.

책 읽을 때 메모하기, 저자에게 질문하면서 읽기, 제목이나 목차, 머리말을 통해 중심주제와 개요파악하기는 다른 독서법에서도 중요하게 다루는 방법이다.

특이하다면 철학서에 자주 사용하는 용어 개념을 수록하고 있다.

적극적으로 토론하기를 통해 토론의 중요성을 알게 된다.

“철학 토론의 취지는 진리에 다가가는 것, 비판과 담쌓은 생각에 반대하는 것, 잘못된 생각을 합리적인 견해로 대체하는 것이다”- 본문 58p

토론문화가 부족한 한국교육에서 자칫 소모적인 말싸움에 비칠 수 있어 치열한 토론장들이 잘 형성되지 않지만 노련한 대가들과의 토론을 통해 학문의 깊이를 배우고 자신의 사유와 말하기 방식을 점검할 수 있다.

적극적으로 글쓰기에선 논술과 에세이 쓰는 방법에 대해 간략한 팁을 제공하고 사례 몇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글쓰기에선 표절과 무단도용이 문제가 되는데 표절과 표절이 아닌 경우의 비교적 자세한 사례와 논평을 다루고 있다.

일본에서 출간된 자기계발서처럼 얇고 작은 크기와 비교적 큰 활자에 넓은 자간, 시원한 여백으로 2시간이면 부담 없이 뚝딱 읽을 수 있다.

저자는 맺음말에 의도적으로 짧게 만들었음을 밝히고 있다. 만만하지 않은 어려운 철학 공부법을 쉽고 명쾌하기 설명하고 있다. 딱딱하고 불친절한 철학서를 공부하는 입문자들이 겁먹지 말고 적극적으로 공부하도록 배려하는 모습이 그의 글 속에 보인다.

고등학교 교과서처럼 저자의 생각을 명확하고 간결하게 표현하면서도 어려운 용어가 없는 문장의 짜임새는 글의 가독을 높이고 쉽게 요점을 파악할 수 있다.

논문을 준비하는 학생, 사상서에 도전하고 싶은 일반인, 논술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에게 논리적인 글쓰기가 무엇인지 배울 수 있다. 이 책을 읽는다고 철학서를 쉽게 읽을 수 있거나 논리적으로 글쓰기를 바로 할 수 있는 실용적인 지침서보다는 이론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독자 스스로 실천적인 훈련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토론과 논리적 글쓰기는 혼자서 할 수 없고 조언가의 피드백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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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명 그리는 아이 정글짐그림책 2
염은비 글.그림 / 정글짐북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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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짐북스

2012.10.5

5

별명 그리는 아이

염은비 글 그림

어릴 때부터 주근깨가 많아 점순이, 깨보 같은 별명으로 친구가 놀리면 기분이 몹시 나빴다.

나쁜 별명은 차라리 없는 게 낫지 않을까?

나와 달리 주인공 하나는 별명이란 관심을 끌지 못하면 가질 수 없다고 생각하고 의기소침해진다.

아이들과 별명게임 놀이를 하다가 자신만 별명이 없어 말하지 못하고 소외감을 느낀다.

친구들의 특징이나 모습을 보다 떠오르는 별명과 그림을 노트에 그리다가 자기 모습을 그려본다

하나는 자신의 별명을 생각하며 자신이 무얼 좋아하고 무얼 잘하는지 고민한다.

스스로 특별히 남다른 재능이나 눈에 띄는 특징이 없이 평범하다고 생각하는 주인공 하나.

교실 친구들을 하나하나 뜯어보고 관찰하면서 모두들 제 각각임을 알게 되고 하나가 그린 그림을 반 친구들이 보고 별명박사라는 멋진 별명을 지어준다.

하나는 자신의 별명을 찾다가 자기가 좋아하는 별명짓기와 그림 그리기를 통해 친구들의 관심을 받게 된다.

섬세하고 사실적으로 그린 그림은 내 어릴 적 학창시절의 추억을 새록새록 떠오르게 하고 아이들의 특징에 부합하는 별명과 그림은 웃음꽃을 빵 터트리게 한다.

주인공 하나는 친구들을 관찰하면서 모두들 다 다름을 알면서 정작 자신이 얼마나 특별하고 개성 있는지 깨닫지 못한다. 스스로 평범하고 몰개성적이라고 생각하지만 자신을 비하하는 데서 끝내지 않고 자신과 친구들을 관찰하고 탐구하는 과정 중에 친구들의 별명 짓기를 통해 자신감을 회복해 간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존재감을 드러내어 스스로 정체성을 찾아가는 주인공 하나는 밝고 건강하다.

세상 모든 아이들은 저마다 독특하고 개성적이다. 우리 아이도 하나처럼 자기만의 고유한 매력을 스스로 발견할 수 있으면 좋겠다.

우리나라 교육 여건상 아이들의 개성과 정체성을 갖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데 우울할 수 있는 주제를 유쾌하고 재미있게 담아내고 있다.

<이 책을 읽고 아이가 유치원 친구들의 별명을 그림으로 그린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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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초등 교과서 핵심 지식 시리즈 G6 - What Your Second Grader Needs to Know 미국 초등 교과서 핵심 지식 (The Core Knowledge)
E. D. Hirsch, Jr. 지음 / 원더앤런(Wonder&Learn)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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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2th | 2012.10.5

What Your Third Grader

Needs to Know(G6)

미국 초등 교과서 핵심 지식 시리즈는 미국에서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아이들의 해당학년의 발달단계에

맞추어 개발한 통합 과목 커리큘럼이다. G6은 우리나라의 초등6학년에 해당한다.

모두 6과목으로 구성되어있다.

01 | 언어와 문학

미국 초등 교과서 핵심지식의 언어와 문학 파트에서 소개하고 있는 시는 그 수준이 상당히 높다.

내가 중고등학교에서 읽었던 에드가 엘런 포우의 갈까마귀 시도 포함되어있고 함축된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면 음미하기 어려운 유명작가의 시들로 풍성하게 구성되어있다. 번역시가 아닌 영시를 감상할 수 있다.

정말 이런 수준 높은 자유시들을 초등학교 6학년 아이들이 읽어내고 있다.

본격적인 문법과 어법이 나오는데 독립절과 종속절을 섞어서 두 개의 단문을 복문으로 만들어주는 접속사와 세미콜론 사용법을 배우게 된다.

수동태와 능동태도 가볍게 다루는데 수동태는 능동태보다 생동감이 덜하기에 많이 쓰지 않도록 당부하고 있다.

이번 섹터에선 그리스 신화와 호머의 작품들을 자세히 다루고 있는데 영어의 많은 단어들이 라틴이나 고대 그리스 어원에서 만들어진 만큼 많이 사용하는 그리스와 라틴 어원을 함께 다루고 있다.

속담과 격언은 미국식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 이민자와 우리 아이들한테 그 나라의 관용적인 언어표현을 배울 수 있다.

시의 형식과 구조를 배우고 각운이 잘 맞는 2행연의 시를 감상할 수 있다.

02 | 역사와 지리

다양한 인종과 민족으로 구성된 미국은 다양성을 존중하면서 미국이라는 국가로 화합을 이끌기 위해 어릴 때부터 역사와 지리를 중요 과목으로 배우고 있음을 비중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언어와 문학 다음으로 많은 분량의 할당을 통해 중요하게 여기는 과목이다.

지리분야에서는 지도보기와 사막의 특성과 역사에서는 고대 그리스 역사, 철학, 고대 로마의 정치, 계몽주의, 프랑스혁명에서 산업혁명까지 고대 공화정부터 근대 정치, 산업 전반에 대하여 폭넓게 배우며 산업혁명이 미국과 미국 주변의 라틴국가에 어떤 영향을 주었고 미국의 산업화로 인한 도시와 노동, 이민자들을 조명한다.

사막화의 원리

03 | 미술 & 음악

6학년의 미술은 예술의 역사와 각 시대에 따른 사조를 배운다.

문학에서 배운 고대 그리스와 로마의 건축, 르네상스 회화 조각에서 사실주의까지 넓게 훑고 있다.

음악도 용어와 기호, 개념에 대한 이론 위주를 배우고 미술에서 예술의 역사를 다뤘다면 음악 역시

서양음악을 시대별 특징을 배우도록 구성하고 있다.

미술섹션의 조각과 고딕건축양식

04 | 수학

<수학>섹션은 우리나라 초등학교 6학년 범위와 비슷하게 설정되어있고 6학년이 배워야 할 개념위주로 설명하고 있다. 다양한 연습문제는 다른 책을 통해 훈련을 권장하고 있다.

6학년 수학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추정부분이다.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는 근사값과 오차를 배우기는 했지만

실제로 복잡한 분수나 수를 계산할 때 올림이나 버림을 통한 근사값을 이용하여 값을 산출하지는 않았다.

복잡한 소수의 나눗셈을 계산할 때 보다 간단하게 근사값을 사용해서 곱과 몫을 추정하여 실제 답에 얼마나 정확하게 근접하는지 그 방식을 배운다. 항상 정답을 계산하는 방식에 익숙하여 이렇게 정답에 가까운 추정법을 시도하는 연산법은 때때로 복잡하게 느껴지지만 정답에 접근하는 방식을 스스로 찾아내는 사고를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수학>섹션의 문제는 많지는 않지만 단순하게 계산하여 푸는 문제보다는 실생활과 관련된 서술식의 긴문형들이 제시된 복잡한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05 | 과학

이번 섹션인 <과학>엔 선명한 사진과 칼라풀한 그림을 함께 실어 눈에 보이지 않는 자연현상을 이해하도록 돕고 있다. 판구조론, 대양, 천문학, 에너지, 사람의 몸에 대해 배우는데 내가 중학교 지구과학과 화학 시간에 배웠던 내용들이 이번 섹션의 주된 내용이다.

G6총평

이런 점이 좋았어요!

각 과목의 도입부에는 섹션의 학습목표와 방향을 제시하고 있어 부모와 교사의 학습가이드를 돕고 있다.

어렵지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작가들의 아름다운 시를 직접 읽을 수 있고 고전문학을 감상할 수 있다.

미국 초등 교과서 핵심 지식 G6는 이전 학년에서 보다 확장되고 심화된 수준을 보여준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고대 그리스 시대의 예술과 고전주의 낭만주의 사조가 문학, 지리역사, 미술, 음악의 분야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유기적으로 보여주며 부족한 부분을 다른 과목에서 보완해주고 있다.

배우고자 하는 주제가 통일되어 다른 과목의 연결을 통해 주제를 다각적으로 깊게 배울 수 있게 커리큘럼을 구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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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도깨비 나사 벨 이마주
우봉규 글, 이육남 그림 / 책내음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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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내음

2012.10.4

5

슬픈 도깨비 나사

우봉규 글/이육남 그림

사람들은 마을을 만들고 여럿이 함께 어울려 살고 부모 형제가 정답게 산다. 반면 도깨비들은 서로 미워하여 항상 혼자 살았다. 도깨비 중에 사람들을 부러워 하며 사람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한 도깨가 있었다. “나는 꼭 사람이 될 거야란 뜻을 담은 나사라는 이름을 스스로 지은 도깨비는 사람이 되게 해달라고 100년을 하느님께 기도를 드렸다.

사람들이 살고 있는 마을을 먼 발치에서 바라보며 세상에서 가장 착한 사람으로 살겠습니다고 간절히 기도한 나사는 도깨비에서 사람으로 변한다.

나사는 마을로 내려가 집을 짓고 친구들을 초대하여 장난감과 먹을 것을 내놓고 함께 어울렸다.

나사는 계속 친구들과 어울릴수록 친구들이 어지럽힌 집안으로 점점 분노가 쌓여만 간다.

이번엔 친구들을 집안에 들이지 않고 마당에서 놀게 했고 깨끗해진 집안에 행복해 하며 다음엔 친구들에게 문을 열어주지 않고 친구들이 안을 들여다 보지 못하게 문을 막아버린다.

집안이 캄캄해지고 아무 소리도 들릴 수 없게 된 나사.

난 혼자 살 거야

난 혼자가 좋아라고 말하는 나사는 더 이상 사람이 아닌 도깨비로 변해간다.

뾰족한 이빨, 뾰족한 귀, 날카로운 손.

참으로 충격적인 결말이 아닐 수 없다. 마지막 장을 읽고는 아이보다 내가 더 놀랐다.

사람이 되고 싶어 100년을 기다렸고 어렵게 사람이 되었지만 오랫동안 도깨비로 살아왔던 마음은 그대로였던 걸까?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쉽게 변하는 사람의 마음을 하느님은 간파한 것일까?

사람들과 부대끼다 보면 지치고 상처 받아 나사처럼 혼자 살고 싶을 때가 있다.

사랑하는 것보다 미워하고 상처받기가 쉬운 사람들의 마음속엔 도깨비가 똬리를 틀고 자리잡고 있다.

누구나 도깨비가 되는 순간들이 있고 사람과 도깨비의 경계를 왔다 갔다 한다.

사람들과 소통하지 않고 단절한 우리의 컴컴하고 고독한 마음을 도깨비로 표현한 것은 아닐까? 도깨비로 다시 변해버리는 과정에서 흠칫 놀라게 된다.

가랑비에 옷깃 젖듯 자신이 알아챘을 때는 너무 늦어버린 나사의 모습.

집안과 마음에 빗장을 걸어 잠근 이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나사 자신이었다.

도깨비였을 때나 사람이었을 때나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지 못한 나사.

어울리고 싶어도 어울리지 못하는 나사의 마음이 너무도 안타깝다. 조금씩 적응하면서 사람들을 알아갔다면 어떻게 됐을까?

친구들이 엉망으로 만든 집안에 대해 다른 방식으로 대처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문제가 발생했을 때 마음을 닫지 않고 유연하게 다른 방법을 시도했다면 나사는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지 않았을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본다.

혼자서 100년을 고독하게 살아왔던 도깨비 나사가 겉모습이 사람이 된다고 해서 바로 부대끼며 살 수는 없다.

사람에 대해서 멀리서 바라만 보며 직접 겪지 못하고 환상을 품어왔기에 친구들이 자신의 물건을 함부로 만지고 집안을 엉망으로 만드는 것을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어린 아이들만 봐도 그렇다. 3~4살 아이들은 친구들과 자신들의 물건을 나누지 못한다. 친구가 놀러와서 자신이 아끼는 장난감이든 별 관심 없는 장난감이든 만지면 뺏고 싫어한다. 그런 아이들도 사회성을 기르면서 친구들과 어떻게 교류해야 하는지 시행착오를 거치면 성장해 간다.

사람들과 어울린다는 건 마음과 물건을 나누고 내 공간이 때때로 훼손당할 수도 있음을 알면서도 허용하는걸 의미한다.

동화적인 장치를 빌려왔지만 꽤 무거운 주제를 가지고 있는 이 책은 사람들과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잘 보여준 책이라고 생각된다.

아름다운 인간보다 추하고 탐욕적인 인간이 더 많은 사회에서 도깨비가 되지 않고 함께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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