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도깨비 나사 벨 이마주
우봉규 글, 이육남 그림 / 책내음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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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내음

2012.10.4

5

슬픈 도깨비 나사

우봉규 글/이육남 그림

사람들은 마을을 만들고 여럿이 함께 어울려 살고 부모 형제가 정답게 산다. 반면 도깨비들은 서로 미워하여 항상 혼자 살았다. 도깨비 중에 사람들을 부러워 하며 사람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한 도깨가 있었다. “나는 꼭 사람이 될 거야란 뜻을 담은 나사라는 이름을 스스로 지은 도깨비는 사람이 되게 해달라고 100년을 하느님께 기도를 드렸다.

사람들이 살고 있는 마을을 먼 발치에서 바라보며 세상에서 가장 착한 사람으로 살겠습니다고 간절히 기도한 나사는 도깨비에서 사람으로 변한다.

나사는 마을로 내려가 집을 짓고 친구들을 초대하여 장난감과 먹을 것을 내놓고 함께 어울렸다.

나사는 계속 친구들과 어울릴수록 친구들이 어지럽힌 집안으로 점점 분노가 쌓여만 간다.

이번엔 친구들을 집안에 들이지 않고 마당에서 놀게 했고 깨끗해진 집안에 행복해 하며 다음엔 친구들에게 문을 열어주지 않고 친구들이 안을 들여다 보지 못하게 문을 막아버린다.

집안이 캄캄해지고 아무 소리도 들릴 수 없게 된 나사.

난 혼자 살 거야

난 혼자가 좋아라고 말하는 나사는 더 이상 사람이 아닌 도깨비로 변해간다.

뾰족한 이빨, 뾰족한 귀, 날카로운 손.

참으로 충격적인 결말이 아닐 수 없다. 마지막 장을 읽고는 아이보다 내가 더 놀랐다.

사람이 되고 싶어 100년을 기다렸고 어렵게 사람이 되었지만 오랫동안 도깨비로 살아왔던 마음은 그대로였던 걸까?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쉽게 변하는 사람의 마음을 하느님은 간파한 것일까?

사람들과 부대끼다 보면 지치고 상처 받아 나사처럼 혼자 살고 싶을 때가 있다.

사랑하는 것보다 미워하고 상처받기가 쉬운 사람들의 마음속엔 도깨비가 똬리를 틀고 자리잡고 있다.

누구나 도깨비가 되는 순간들이 있고 사람과 도깨비의 경계를 왔다 갔다 한다.

사람들과 소통하지 않고 단절한 우리의 컴컴하고 고독한 마음을 도깨비로 표현한 것은 아닐까? 도깨비로 다시 변해버리는 과정에서 흠칫 놀라게 된다.

가랑비에 옷깃 젖듯 자신이 알아챘을 때는 너무 늦어버린 나사의 모습.

집안과 마음에 빗장을 걸어 잠근 이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나사 자신이었다.

도깨비였을 때나 사람이었을 때나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지 못한 나사.

어울리고 싶어도 어울리지 못하는 나사의 마음이 너무도 안타깝다. 조금씩 적응하면서 사람들을 알아갔다면 어떻게 됐을까?

친구들이 엉망으로 만든 집안에 대해 다른 방식으로 대처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문제가 발생했을 때 마음을 닫지 않고 유연하게 다른 방법을 시도했다면 나사는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지 않았을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본다.

혼자서 100년을 고독하게 살아왔던 도깨비 나사가 겉모습이 사람이 된다고 해서 바로 부대끼며 살 수는 없다.

사람에 대해서 멀리서 바라만 보며 직접 겪지 못하고 환상을 품어왔기에 친구들이 자신의 물건을 함부로 만지고 집안을 엉망으로 만드는 것을 견디지 못했을 것이다.

어린 아이들만 봐도 그렇다. 3~4살 아이들은 친구들과 자신들의 물건을 나누지 못한다. 친구가 놀러와서 자신이 아끼는 장난감이든 별 관심 없는 장난감이든 만지면 뺏고 싫어한다. 그런 아이들도 사회성을 기르면서 친구들과 어떻게 교류해야 하는지 시행착오를 거치면 성장해 간다.

사람들과 어울린다는 건 마음과 물건을 나누고 내 공간이 때때로 훼손당할 수도 있음을 알면서도 허용하는걸 의미한다.

동화적인 장치를 빌려왔지만 꽤 무거운 주제를 가지고 있는 이 책은 사람들과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잘 보여준 책이라고 생각된다.

아름다운 인간보다 추하고 탐욕적인 인간이 더 많은 사회에서 도깨비가 되지 않고 함께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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