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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열두 달은 어떤가요
규영 글.그림 / 사물을봄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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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을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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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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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열두 달은 어떤가요
글 그림 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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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세대의 열두 달을 보여주는
책
서로 관계 없는, 그러나 누군가는 이 모든 것을 경험해 봄직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군더더기 없이 펼쳐진다.
특이하게도 한 스토리엔
주인공인 인물과 가까운 주변 인물 이렇게 2명씩 등장하는데 다음 스토리엔 주변 인물이 주인공 화자가
되어 12달의 삶이 펼쳐진다.
첫 스토리가 후폭풍녀의
실연으로 그녀 중심의 괴로움과 번민의 날들이 나오면 다음 스토리엔 후폭풍남의 고민과 갈등이 나온다.
나는 이제 청춘은
너무 지나갔는지 실연 당해 3일동안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잠도 잘 못 잤었는데 후폭풍녀의 헤어진
남친에 대한 미련이 미련해 보였다. 상대편 남친은 쿨해서 연락도 하지 않는데 말이다. 후폭풍녀의 관점만 보면 남친이 너무 쿨해서 그녀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나 생각되는데 남자친구의 이야기를 읽으면
헤어진 여자친구를 잊지 못하지만 아직은 구속 받기 싫어하는 젊은이의 모습이 보인다. 오래된 연인들 미래를
생각하는 여자와 아직은 구속 받길 싫어하는 남자가 사소한 다툼으로 헤어진 이야기. 그러나 다시 만난다.
결혼한지 10년이 넘어서인지 젊은 남녀의 이별과 재회를 무덤덤하게 읽어 내려갔다.
이제 막 두 돌인
아이가 있어서인지 내 관심은 아기의 열두 달에 꽂혔고 아기의 성장과정을 흐뭇하게 바라본다. 첫 이가
올라오는 장면, 창 밖을 내다보는 장면은 우리 딸도 그랬지! 맞장구를
치면 아기의 성장과정을 되돌아본다.
스팀녀의 12달은 88만원 세대인 젊은이들의 모습을 잘 보여주며 스팀녀의 열정이
시간이 지나면 야근남의 열두 달처럼 변한다는 사실을 아는가? 그만두고 싶다가도 어느 순간 고마운 월급날을
기다리게 되는 삶.
사람으로 스트레스를 받지만 사람으로 위안을 얻는 곳, 회사라는
곳. 본문 173쪽 인용
일터는 적당한 긴장감과 나를 독촉하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 쌓인 일에 치여 쉬고 싶다가도 막상 일이 없으면 너무 늘어지고 불안해지는 곳.
연말쯤에 아는 사람들 한 두 명이 퇴사하면 불안해지는 곳.
그만 둔지 10년이 지나서
그 때의 회사분위기와 지금의 회사분위기는 어떤지 잘 모르겠지만 남편 왈
자동화되면 될수록 할 일이 더 많아진다고 한다. 5일제 근무와 형식적인 정시퇴근도 슬금슬금 사라지고 매일 11시
퇴근이라 8시에만 들어와도 웬일로 빨리 오셨어요? 깜짝 놀라
물어보게 된다. 명퇴가 일상화되었으니 오늘도 일하고 있는 남편에게 고마워하면서도 저녁 없는 삶이 일상화된
한국의 직장은 너무도 이상하다. 평범한 삶을 살기 위해 모두가 미친 듯이 뛰어야 하는 현실에서 야근남처럼
앞날에 대한 기대를 비우고 만족하며 살아야 할까?
고3 수험생의 12달 마지막 D day때 안 하던 기도를 나도 모르게 하던 그 시절.
음식 메뉴로 그 달을 표현하는 야쿠르트 아줌마의 1년은 매일 똑 같은 반찬과 음식을 차리면서 오늘은 뭐 먹지 먹을 걸로 고민하는 주부의 마음이 드러나서 공감이
간다.
28년의 베테랑 주부라
대부분의 욕심을 내려놓아서인가 고3수험생 아들에 대한 입시 걱정도 없고 시댁간의 갈등도 보이지 않는다. 가족 몰래 일하는 것도 조금 이상하다. 당당하게 알려도 문제 없을
거 같은데, 오히려 가족들도 좋아하지 않을까? 자신의 일이
생기면 그 일에 집중하느라 잔소리도 줄고 경제적 보탬도 되고 외벌이 남편의 경제적 부담을 나눠가져 좋지 않은가?
재작년에 수술했다고 해도 엄마가 원하고 몸과 마음이 되면 할 수 있지 않을까?
힘들게 일하고도 아이들에게 호박 경단을 직접 만들고 식혜도 담근다. 가족의 음식과 보양식도 챙기면서 자신의 일도 즐겁게 하며 삶에 만족하는 야쿠르트 아줌마.
많이 부유하지는 않지만 가족들끼리 서로 걱정하고 챙기는 모습은 화목하게
살고 싶은 평범한 한국가정의 소망이기도 하다.
병신년의 마지막 달이다. 정말
다사다난했던 해이다. 개인적으론 마음만 일을 만들고 몸이 따라주지 않아 짜증과 불만이 많았던 해인데
개인적으로 몸도 마음도 퇴보했던 해이다.
우리에게 생기를
불어넣는 히후라는 바람을 맞으며 나의 바람을 조금씩 기쁘게 실천하고 싶다.
귀여운 일러스트와
군더더기 없는 이야기로 내 열 두 달을 되돌아보며 일상의 행복을 찾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