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로 가는 길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253
E. M. 포스터 지음, 민승남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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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E.M. 포스터가 이 정도로 역량이 있는 작가인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 작품이 저자의 마지막 장편소설이자 대표작이라고 하는데, 충분히 그럴 만 하다. 나 또한 식민지 인도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 중에 이 정도로 훌륭한 소설을 본 적이 없다.

일단 저자는 이 소설에서 인도 사회를 너무나 잘 그려낸다. 한국 사람에게는 익숙하지 않는 다종교, 다문화 배경의 다양한 사람들이 혼재되어 살아가고 있는 것과, 이러한 혼란스러우면서도 나름 질서가 존재하는 식민지 인도에 대한 편견과 무지로 가득찬 위선적인 영국 사람들에 대한 묘사가 너무나 훌륭하다. 그리고 이 작품의 주제, 식민지 인도인과 영국인 사이의 엇갈리는 오해와 불통은, 결국은 두 민족 간에 진정한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 모습을 너무나 잘 그려낸다.

E.M. 포스터는 영국인이고, 분명 키플링처럼 우월한 시선으로 식민지 인도를 바라볼 수 있음에도, 그는 인도의 문화가 그 나름의 역사와 깊이가 있고 분명 존중받을 수 있음을 보인다. 특히 인도 사회가 기능하는 양상이 영국인들의 단순하면서도 편견에 가득찬 시선으로는 제대로 바라볼 수 없음도 보여주고 있다.

정말 여러 문화들이 어우러져 사는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는 소설. 우리 사회 또한 점차 다문화로 이행해가고 있는데 사회 구성원들이 서로 존중하면서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방법과 각 집단간 소통과 우정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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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인터넷 밈의 계보학
김경수 지음 / 필로소픽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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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2026년 6월 29일) 유서깊은 청룡기 고교야구대회 결승전에서, 배재고 선수들이 상대편인 광주제일고 선수들에게 스타벅스의 탱크데이 밈으로 조롱을 했다ㅡㅡ;;; 어쩌다 인터넷 밈이 일베의 전유물이 되었나 싶다ㅠ.ㅠ

우리나라에서는, 나의 학생시절부터, 청소년들이나 젊은이들이 좋아하던 순정만화나 PC통신, 인터넷 게임, 판타지 소설등은 비주류문화로 취급되어 학계에서는 제대로 언급조차 되지 않았더랬다. 하지만 세월이 변해 이렇게 일종의 B급 문화인 인터넷 밈을 제대로 연구하고 분석하는 글이 정식으로 출간되었고, 이제는 이러한 인터넷 밈에 대한 연구를 기반으로 일베문화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 어제 사건으로 증명되었다.

사실 우리나라 K-문화의 창의성은 어린 시절부터 길러진다. 학생때부터 사회의 문화를 나름대로 흡수하고 재창작하여 즐기는 것이 우리나라 아이들의 특징이며, 특히 PC통신부터 시작된 온라인문화에서는 기존의 기술망을 바탕으로 엄청나게 창의적인 새로운 소통방법들이 등장했다. 그리고 전국적으로 깔린 광통신을 바탕으로 한 인터넷의 등장은 청소년들과 젊은이들에게 그야말로 엄청난 놀이공간을 깔아주었다. 인터넷 밈도 그러한 놀이수단이었고.

저자는 인터넷 밈의 등장과 그 유희성, 그리고 그것이 만들어낸 인터넷 문화들을 그 태생부터 꼼꼼히 추적하고, 인터넷 밈이 가지는 예술성과 창의성에 대해 비평한다.

저자 또한 한 사람의 인터넷 유저로서 인터넷 밈의 덕후였었기에 정말 대단히 꼼꼼하게 우리 사회의 중요한 소통 공간의 하나의 언어인 인터넷 밈을 분석했고, 덕분에 매체학과 문화예술이라는 절묘한 지점에서 학문적으로 인터넷 밈을 이야기하며 인터넷 밈이 독창적인 예술성을 가지고 있음을 증명한다.

다만, 저자도 이야기했다시피, 어느 순간 인터넷이 상대방에 대한 조롱과 공격의 공간이 되고, 특히 '일베'로 대표되는 극우사이트에서 인터넷 밈이 엄청나게 왜곡되어, 일반인이 보기에는 부적절한 수단이 되고 말았다. 특히 청소년과 젊은이들의 유희성과 결합되어 어제의 엄청난 사건까지 일으키고 말았던 것이다.

왜 이러한 좋은 유희도구가 참혹한 공격수단이 되었단 말인가? 창의성과 독창성이 자칫하면 비도덕성과 공격성을 띄게되는, 그러한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게 되는, 그런 가슴아픈 예술사가, 이렇게 또 반복된단 말인가?

내 어릴 적, 우리 또래는 재미를 위해 장애인을 놀렸더랬다. 그런 일이 비일비재했더랬다.

아이들에게 도덕적 판단 기준을 요구하기보다는, 어른들이 제대로 된 방향을 이야기해야 한다. 아이들의 창의성을 악의적으로 이용할 나쁜 생각을 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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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캠 - 초국경 사이버 범죄의 메커니즘을 파헤치다
이반 프란체스키니.링 리.마크 보 지음, 이정우 옮김 / 산지니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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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알고 싶던 사건입니다. 이렇게 잘 정리된 책이 나오니 감사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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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 살 결심 - 개인주의자 문유석의 두번째 선택
문유석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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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유석 작가님의 '나로 살 결심'은 2026년 책읽는 청주 일반부문에 선정되어, 도서관 독서모임에서 읽게 된 책이다. 그리고 독서 후 이렇게 서평을 남기기 전, 유튜브 알고리즘에 뜬 영상이 하나 있었는데, 바로 1988년 대입학력고사 문과 수석 '문유석'군의 인터뷰와 그 이후의 행적이었다. 그렇다, 동일인물이다ㅡㅡ;;;

이 책과 그 영상을 보고 정말 놀란 건, 그러한 경력과 화려한 공직 생활에도 불구하고 문유석 전 판사님은 너무나 솔직하시다는 것이다. 나름 교육행정직 공무원으로서 내가 겪었던 교장 선생님들 대부분이 얼마나 권위에 찌들어 있었던가를 생각해보면(세상에, 전교생 23명 시골 중학교 교장이 젤 쩔었다ㅡㅡ;;;) 정말 문유석 작가님의 인품과 성격이 믿기지가 않는다. 그야말로 게임에서 말하는 레전드급 희귀성이랄까...

문유석 작가님처럼 나 또한 공직생활에 회의를 느끼다가 취미로 시작한 글쓰기가 지금은 삶의 목적이 되었지만, 그렇기에 나는 초보 드라마작가가 느끼는 그 막막함과 모멸감을 알고 있고, 더구나 나이 40대 후반임에도 불구하고 남들의 지적과 피드백을 순순히 받아 드라마를 완성하는 작가님의 인품이 도저히 믿기지가 않는다. 정말 작가님은 이 에세이에서 진짜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내셨고, 고위관료들이 이렇게 자신을 내려놓는게 얼마나 쉽지 않은지 알기에 그저 감탄만 나온다.

문유석 작가님은 이미 인생을 쉽게 가는 길을 알고 계신다. 작가님의 경력이라면 변호사 등록하고 전관예우만 받아도 편하게 사신다. 하지만 그렇기에 아예 변호사 등록도 안하시고 온몸으로 작가로의 길로 돌진하셨다.

대단하다. 존경스럽다. 덕분에 한국 드라마계에서는 누구보다도 법의 세계를 실감나고 재미있게 만들어줄 너무나 훌륭한 작가를 얻었다. 작가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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