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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과 국가 - 제국대 교수의 근대일본 만들기 ㅣ 일본사 고전총서 3
이노우에 데쓰지로 지음, 이혜경 외 옮김, 윤형식 감수 / 빈서재 / 2024년 3월
평점 :
빈서재 출판사는 텀블벅 펀딩을 통해 일본학 관련 서적을 출판한다. 그리고 이 책은 그 가운데에서 근대 일본의 철학자 이노우에 데쓰지로의 글을 모아놓은 것이다.
일단 나는 이 책을 정말 공부하는 기분으로 읽었다. 어떤 걸 공부했냐면, 왜 일본이 그따위 우스꽝스러운 천황숭배와 군국주의로 나아갔느냐는 것이다.
일본 또한 개항 과정은 파괴적이었다. 미국 페리 제독이 배를 끌고 처들어와서 강제로 개항하게 된 것이니까.
하지만 그 후 일본은 메이지유신을 통해 기득권층이던 막부의 세력을 몰아내고 근대화로 나아간다. 개항 초기, 일본 지식인들은 허겁지겁 외국의 학문들을 익히기 바빴지만, 19세기 후반부터는 일본의 전통과 서구 문명을 접목시키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놈의(!) 이노우에 데쓰지로 시기부터 천황을 중심으로 한 국가주의를 추구하기 시작하며 결국은 1930년대의 군국주의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이노우에 데쓰지로의 철학에 대해 자세한 언급은 하지 않겠다. 기본적으로 이노우에 데쓰지로는 국가가 최우선의 존재이고, 천황은 이런 국가을 상징하는 존재이며, 이는 일본이 강대해지기 위한 기본 조건으로 본다. 하지만 내가 이 작자의 글을 읽으며 든 생각은, 과연 국가가 하는 일은 모두 정당한가라는 것이다. 다 떠나서, 이노우에 데쓰지로는 기본적으로 개인보다 국가가 중요하다는 자신의 신념에 확신을 가지고 있고(이것을 유교와 불교로 합리화한다), 거기에 대한 비판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 즉, 왜 개인보다 국가가 중요한지 자체를 논증하지 않는다. 이 뭔 개소리인가? 무엇보다, 유교는 그렇다치더라도 언제 불교가 국가중심적 종교였던가??
결국 이 책을 읽는 목적은, 현대 일본에서 왜 혁신이 일어나지 않는가를 이해하기 위해서인 듯 싶다. 개항과 근대화라는 거대한 충격 속에서도 결국 일본은 전체주의로의 회귀를 하게 되지 않던가? 그들이 근대화를 향한 이유는 강대한 나라를 만들어 타국을 침략하기 위함이며, 결국은 개인은 국가를 위해 존재한다는 신념이 뿌리깊게 박혀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