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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던 사람 - 알츠하이머의 그늘에서
샌디프 자우하르 지음, 서정아 옮김 / 글항아리 / 2024년 8월
평점 :
'내가 알던 사람'은 도서관 독서모임에 선정되어 읽게 되었다.
일단 이 책을 추천하신 분의 의도는 알겠다. 독서모임 회원분들은 대부분 나보다 나이가 많은 여성분들이고, 그들에게 가족의 치매는 당면한 현실일터다. 나 또한 돌아가신 외할머니께서 치매를 앓지 않으셨던가. 그렇기에 자신이 존경하던 아버지의 치매를 아들의 입장에서 생생하게 그려낸 이 책은 충분히 추천받을만 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단 이 책의 저자 샌디프 자우하르는 인도계 미국인이다. 그 말이 무엇을 뜻하는 것이냐면, 무지하게 이상적이고 대단히 가부장적이다. 당장 아버지를 돌보고 있는 여성은 고통을 겪고 있는데, 저자는 이상만을 내세우면서 현실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즉 돌봄여성의 고통을 정당하게 인정하지 않는다.
나의 외할머니께서는 다행히 폭력적이지는 않으셨다. 그럼에도 심한 의심병에 외할머니를 돌보던 이모가 여러번 골탕을 먹었었다. 그런데 저자의 아버지는 남성에다가 폭력적이다. 그 분을 불법체류자 신세인 한 인도인 여성이 혼자 감당하고 있다.
뭐, 다른 분들은 존경하는 아버지가 자신을 상실해가는 모습을 보는 아들의 고통에 공감하셨을지 모른다. 하지만 나로서는 돌봄여성의 고통을 외면하는 가부장적 남성의 똥고집이 더욱 고통스러웠다. 왜 여성이 당연하다는 듯이 돌봄의 노동을 아무런 보호장치 없이 수행해야 한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