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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방을 찾아서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12년 5월
평점 :
지난 며칠간 나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너무나 황당하고 기가 막힌 일이, 45년이 지난 과거의 일이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벌어지는게 어안이벙벙하고, 도무지 마음이 진정이 안되었다.
하지만 감사하게도 시민들도 군인들도 45년 전의 사람들이 아니었다. 시민들은 신속하게 국회 앞으로 모여 국회의원들을 지지했고, 군인들은 끝까지 침착하게 이성을 잃지 않았다. 그 뛰어난 전투력의 특전사들이 허접한 예비군들마냥 몸싸움만 하는 것을 보며, 상황이 일촉즉발일지라도 가느다란 희망을 보았고, 덕분에 신속히 모인 국회의원들은 헌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비상계엄을 무력화시켰다. 정말 하느님께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그리고 이런 대책없는 짓거리를 하고도 자신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도 모르는 대통령과 그를 둘러싼 국힘 의원들을 보며 이제야말로 그 적폐를 뿌리뽑을 수 있겠다 희망을 본다.
그래서 며칠동안 블로그에 신경을 쓰지 못했는데, 마침 내가 이번에 쓸 책이 신영복 교수님의 '변방을 찾아서'이다.
신영복 교수님이야말로 권력에 짓밟힌 상징적인 인물이 아니시던가. 하지만 그분은 이 책을 통해 변방 개념을 말씀하시면서, 변방이 새로운 중심이 되는 것은 그곳이 변화의 공간이고, 창조의 공간이고, 생명의 공간이 되기 때문임이라 하신다. 변방 의식은 우리가 갇혀 있는 틀을 깨뜨리는 탈문맥이며, 새로운 영토를 찾아가는 탈주 그 자체이다.
신영복 교수님은 그래서 우리가 스스로를 조감하고 성찰해야 함을, 새로워져야만 생명을 잃지 않을 수 있음을 이야기하신다.
윤석열 주위의 적폐 세력들은 스스로를 성찰하지 못했고 시대가 변함에도 새로워지지 못했다. 그리고는 그 사달을 저질렀다. 하지만 국민들은 계속해서 새로워졌고 그리하여 현명하게 그 패악질을 멈추게 했다.
사실 내가 이 책을 읽은 후에는 우리가 세계에 한류라는 문화를 만들어낸 그 현상을 신영복 교수님께서 살아계셨다면 기뻐하셨을 거라는 후기를 쓰려 했는데, 우리는 현재 완전히 새로운 정치현상을 만들어낼수 있는 국민이 되었다. 이 모든 게 신영복 교수님들 같은 어른들 덕분이다. 박지원 의원님의 (83세, 계엄 6회차) 사진을 보며 이분들의 노력이 우리의 현재를 만들어낸 것 같아 너무나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