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마음을 정리해 드립니다
가키야 미우 지음, 이소담 옮김 / 지금이책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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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수납정리 관련하여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강의를 들으면서 정리정돈에 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예를 살펴본 적이 있다.

빨간 아이템들을 끊임없이 모으는 남자, 미국에서는 설 공간도 없을 정도로 물건을 모아대는 노파의 이야기도 소개되었다.

보는 사람으로써는 그런 그들의 행동에 경악할 일이지만, 정작 모으는 사람에겐 아무런 문제의식도 불편도 없어보였다.

하지만 그런 모습들은 거의 대부분이 심리적인 문제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알수 있었고, 자신의 질병에 대해서 무뎌져있는 병든 우리 시대 실제 한 면을 보는 듯 싶어 안타까웠다.


이 책은 그런 면에서 관심이 가는 책이었다.

나 또한 나도 모르는 그런 면이 있지 않을까? 내가 알지 못하는 아픔이 나의 집을 통해 내 정리정돈의 결과로 표면에 나타나있지는 않을지 궁금해졌다.


책을 보면, 일본 현재 사회적인 정황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여전히 남성중심적인 사회, 세계공황 및 대전을 거쳐온 시기가 지나고 난 사람들의 인식, 실버세대의 증가 등....

그런 사회의 흐름 속에서 사람들은 아픔을 감춰왔고, 극복하려고 열심히 살아왔다. 그래서 아픔은 지나간 걸로 생각했고, 극복했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과 같이 아무일이 없는 것처럼 무던하게 삶을 살아가야했다.

하지만, 알 수없는 무기력함이 나를 짓누른다. 나도 모르는 감정들을 거부하고 무시하기엔 무언가 문제가 있다.

이 책에서는 그런 우리 시대의 현실과 아픔을 치유하는 모습을 전개해 감으로 읽는 이로 하여금 힐링이되게 한다.

위에서 말한 정리정돈의 장애를 언급한 것처럼 이 책에서 또한 서비스를 받는 사람들 중 어느 누구도 자진해서 상담을 신청하지 않았다.

'내가 어때서? 왜? 누구맘대로 신청한거야?'

하나같이 이런 반응들이다.

세번째 에피소드의 사에구사 어르신은 되려 온 집안을 최상으로 깔끔하게 정리해 둔다. 정리상담을 신청한 딸내미가 더이상 물건을 버리라는 압박을 주지 않게 하기 위해서 말이다.

어쨋든 그들은 정리정돈의 도마리의 세계에 입성하게 된다. 그렇게 타의로지만 말이다.


도마리는 정리를 상담해줄 뿐 아니라 그들과 상담하는 과정에서 그들을 묶고 있는 굴레들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들 스스로가 그것들을 인식하게끔 이끌어낸다. 그리고 각자가 물건을 통해 갖고 있던 문제의식을 따라 물건을 정리하게끔 돕는다.


나는 이 책에 처음 에피소드부터 몰입해서 읽기 시작했다.

물론 책을 좋아하기도 하지만..'내가 이렇게까지 책을 재밌게 몰입한 적이 있었나?..'싶을 정도로 말이다.

아마도 가장 나와 가까웠던 성격이며, 나이대가 가장 비슷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와 더불어 차분하면서도 짧고 쉬운 그러면서도 잘 전달되는 문장을 사용하여 하루카의 심리와 상황들을 잘 묘사해 냈다.


41살의 유부남을 사귀고 있고, 그 사람이 이혼한다는 말을 5년동안 기다리고 있는 여자.

회사동료가 홈파티를 열면 기대하면서 갔다가 여지없이 그 집에서 동료 딸내미 미사키만 돌보고 오는 여자.

이러한 상황들이 요즘 말로 딱! '고구마'다.

그 남자를 위해서 살았다. 그 남자를 위해 구매했고, 그 남자와 바람이 의심되는 여자를 의식해서 구매했다.

미래에 대한 기대감은 있지만, 변하지 않는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가던 그녀의 삶은 말그대로 무기력했다.

아니 그녀는 상황을, 진실을 잘 알고 있었다.  남자는 자신을 좋아하지 않았고, 친구는 자신을 이용했다.

하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았고, 그 사실을 인지할수록 자신이 초라해졌다. 그래서 포기하고 살기로 했다.

도마리의 존재는 반갑지만은 않다.

하지만 엄마의 추진을 이기지 못해 도마리의 정리에 응한다. 그리고 하나하나 실행해가기 시작한다. 또한, 자신의 친구 이야기라며 무턱대고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가 도마리가 전화를 걸어 어마무시한 용기의 태도로 남자친구에게 그의 마음을 확인하기까지에 이른다.

아주 맥빠지고 답답한 설정에 도마리 등장이후 전개에 박차를 가해 클라이막스로 쭈욱 올라가는 느낌이다. 그리고 마지막은 사이다!!^^


그리고 그에 이어서 3가지 에피소드가 더 이어져 도마리의 활약(?)이 전개 된다.

위에서 말한대로 이 책은 시대의 아픔을 이야기 하고 있지만, 그와 더불어 우리 시대에 소통이 부족함을 은연 중에 이야기 하고 있는 듯하다.

각자의 삶속에서는 아픔이 있지만, 그것들을 홀로 경험하기 때문에 극복하기 어렵다.

도마리의 적극적인 대응이 당신들은 홀로있지 않습니다라는 사실을 깨닫게 하고 위로를 준다.

또한, 도마리의 개입으로 가족들이 상처받은 개인에게 다가감으로 가족간의 공유감과 관계를 회복함으로 그들 스스로 아픔을 이겨낼 수 있게 해주었다.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마미코의 이야기는 더더욱 그러하다.


"객관적으로 보면요, 이 슬픔을 언젠가 극복할 수 있을까요?"

도마리는 아이를 잃은 경험은 없지만, 이모의 삶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아마....... 평생 극복하지 못할 거예요." p.294


알 수는 없지만 상상만해도 끔찍한 아픔은 아마도 평생 극복하지 못할지 모른다.

우리는 그런 아픔을 왜 이겨내지 못하느냐고 닥달한다. 결국 그들을 심리적으로 격리시킨다.

그런 것은 결코 해결이 될 수 없다. 많은 이들을 소외시키고 점점 각박한 사회로 치달을 뿐이다.

서로 아픔을 가진 사람들은 모임으로써 그들 스스로 치유방법을 찾아간다. 나만 아픈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들 안에 큰 치유와 안정이 찾아왔다. 그리고 그들은 조금이나마 사회에 한발씩 내딛을 수 있었다.


이 책에서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을 개인적으로 생각해 보자면, 소통과 협력이 아닐까 싶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오랜 과거처럼 결핍과 가난으로 찌들어 있는 사회는 아닌 것은 분명하다.

점점더 편리해지고, 풍성한 혜택(먹거리, 놀거리 등)을 누리고 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살은 증가하고, 심리적인 질병은 점점 더 두각되어저 증가하는 상황인 것은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그렇다! 이 시대는 안락한 삶 이면에 점점 개인화되고, 소통이 없는 시대가 되어가고 있다.

홀로 있어도 충분히 살만하고, 그렇게 두어도 되는 상황으로 우리는 당연시 여기게되면서 우리는 더욱 소외감과 고독을 느끼게 된다.

더이상 반기지 않는 세대인 실버세대, 그리고 약자계층인 경우에 더욱 그렇지 않을까?


그럴 수록 더욱 각광받는 '힐링'이란 단어!

우리가 무조건 받고자 하기에 앞서서 우리 사회의 문제가 무엇인지 우리에게는 무엇이 필요한지 살펴봐야할 일이다.

그러기에 무조건적으로 힐링시켜주기 위해 무언가를 소비하는 것을 멈추고, 우리 안의 소통과 협력을 주목해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가족간의, 부부간의, 세대간의, 계층간의 ...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서로를 배려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때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기 위해 해결점을 지금 당장 제시할 수 없지만, 적어도 이것이 이 힐링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해결책이 될 것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그래서 이 책은 잔잔하게 말했지만 여러 생각을 하게 하였고, 개인에게 매몰되었던 삶을 돌이켜 주변을 돌아보게 되었다.

이야기도 정말 흥미진진했지만, 우리에게 현 상황을 바라봄과 더불어 문제에 대해 어떻게 나아가야할지 생각해봄으로 치유에 대한 희망을 보았다.

...........

아마 평생을 미적지근하게 살아온 성격이 무의식중에 도움이 되는 건지도 모른다. 진실을 직시하기 무서우니까 정면을 보지 않고 조금씩 포기하는 훈련을 해왔다. 왜냐하면, 이미 너무 잘 알고 있었으니까. p.84


"미안, 나 못 가."

"왜? 일 없다고 했잖아."

"오늘은 집 청소를 하고 싶어서."

"청소?그런 거 언제든 할 수 있잖아."

"꼭 오늘 하고 싶거든."

"어. 그러면 곤란한데."

"곤란해? 왜?"

"그게..."

"애 볼 사람이 없어서?"

"어머 너도 참. 지금까지 그렇게 생각했니? 그거 진짜 오해야. 하루카가 먹을 요리도 다 준비해뒀고, 하루카한테 어울릴 미남들도 불러뒀어."

"그래서 오늘은 미사키를 친정에 맡겼어?"

"그게.... 엄마도 좀 바빠서."

"아야코, 나 앞으로도 홈 파티에는 안 갈거야."

"왜 그래? 미사키 때문이라면 사과할게."

"그게 아니야.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 그럼 다음주에 회사에서 봐."

전화를 끊었다.

분노를 건전하게 발산해야지. 아야코한테 화를 내는 시간이 아까웠다. 그럴 시간 있다면 냉장고를 깨끗하게 하자.

p.91


"진짜지. 너는 분명히 뭔가 이루어 낼 인간이야. 이 할아비는 안다."

비장의 무기인 이 마법의 말은 사실 근거라곤 없지만, 사람의 미래는 모르니까 꼭 거짓말이라곤 할 수 없다. 그리고 이런 말이 평생 마음을 지켜주는 힘이 되기도 한다. p.128


"네 아버지 일이요. 생기를 잃고 죽은 사람 같은 눈을 한 아버지를 볼 때마다 걱정이었어요. 아니, 걱정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도마리 씨가 말해줘서 깨달았어요. 사실은 걱정이 아니라 아버지한테 짜증을 느끼고 있었던 거예요. 그런데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아버지도 충격을 받았으니까 외동딸인 내가 어떻게든 해야 한다고, 내가 다정하게 대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저를 계속 채찍질했죠."

"...그렇구나."

"도마리씨가 말했어요. '옆에 있는 사람에게 더 기대도 돼요. 아버님꼐 응석을 부려도 된답니다'라고요. 하루토나 남편이나 아버지만 도와달라고 비명을 지르는게 아니라 저도 그런 상황이라고 지적해줬어요. '후미코씨, 본인의 부담을 좀더 줄여야 해요. 그래야 아버님을 자립시킬 수 있어요'라고요."

p.140


지금 생각해 보면 이모가 도마리의 엄마에게만 마음을 터놓은 것이 똑같이 슬퍼해 주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위로받는 것이 고통스러워서 그저 같이 울어줄 사람을 찾았던 것이다. 위로하려는 사람들에게 분명 악의는 없었다. 이모도 엄마도 그건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마음에 없는 악담을 퍼부으면서 분노를 공유했다. 이모와 엄마의 그런 관계를 오랜 세월에 걸쳐 지켜보면서, 말없이 곁에 있어 주는 것이야말로 제일 좋은 방법임을 도마리는 깨달았다. 그래서 마미코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했다. p.267


"잘들어요. 시간이 지나면 자식을 잊고 기운을 차리는 엄마 같은 건 이 세상에 없어요. 나는 단 하루도 사나에를 떠올리지 않는 날이 없어요. 지금도 괴로워서 눈물이 나요. 이 애통함은 평생 사라지지 않는다고요." p.279


옛날 사람은 어땠을까? 도마리는 문득 생각에 잠겼다. 예전에는 영양 상태도 위생 상태도 좋지 않고 약도 없어서 아이가 많이 죽는 시대였다. 그렇게 예전 이야기도 아니다. 사람들은 그 슬픔을 어떻게 극복했을까. 지금은 평균 수명이 길어져서 장수가 당연하게 여겨진다. 의학도 발달해서 병도 치료할 수 있다. 그런 현대에 사는 우리는 예전보다 상실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모르는 것 아닐까.

 선인들의 가르침을 받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으나, 한편으로 시대 불문하고 아이의 죽음을 극복할 수 있는 사람은 없으리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저 예전에는 아이가 많이 죽었으니까 여러 사람이 상실감을 공유할 수 있었던 것 아닐까? 나만 괴로운 것이 아니라 다들 괴롭다는 생각이 위로가 되지 않았을까?

p.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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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의 모험 - 1000만 독자를 울리고 웃긴 아주 특별한 이야기 27
김귀.스토리펀딩 팀 지음 / 생각정원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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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막상 읽으려고 하니 어떻게 내가 이 책에 이끌려 읽기로 했는지 사실 기억이 안난다.

다양한 이야기들을 예상하는 책표지로 볼때, 내가 무의식적으로 스토리를 갈망했고, 결국 이 책에서는 세상의 사건들을 통해 어떠한 감동을 기대하지 않았나 예상해보기만 할 뿐이다.


사실 이 책에서 다루는 스토리 펀딩,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이란 단어 등이 내게는 굉장히 생소했다.

그런데다 재미진 만화조차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지 잘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 낯설게 느껴졌다.

그래서 일단 용어를 검색해 찾아보았다.

 

 

 

뉴스펀딩은 수용자가 원하는 기사를 사전에 ‘주문’하는 뉴스 생산 방식이다. 기존 매체가 생산한 기사를 단순히 소비하는 데 머물던 것에 비추어 볼 때 뉴스펀딩은 미디어 수용자가 생산자의 구실을 하게 되는 시스템이다.

뉴스펀딩은 뉴스 생산에 ‘크라우드 펀딩’(Crowd funding) 또는 ‘소셜 펀딩’ 방식을 도입한 것으로, 정보통신 기업이나 영화 제작 등에서는 이미 많이 사용되어 왔다. 미국에서는 앤드루 설리번 같은 블로그 기반의 ‘스타 기자’들이 이 방식을 도입해 성공적으로 안착한 상태이다. 대한민국에서 뉴스 생산에 이 방식이 시도된 것은 2014년 9월 29일 다음카카오에 의해서였다.

(위키백과 참조)


위와 같이 스토리 펀딩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


그에 비해 크라우드 펀딩은 조금더 큰 의미로 볼 수 있겠다.


후원, 기부, 대출, 투자 등을 목적으로 웹이나 모바일 네트워크 등을 통해 다수의 개인으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행위를 말한다.

(두산백과 참조) 


 이야기를 통해서 펀딩을 이끌어 내는 방식은 기존의 기부 단체 등에서 많이 사용하는 방식으로 접한 적이 있다. 후원을 요청하기 위해서 후원받을 사람들의 상황이나 후원이 필요한 이유 등을 이야기하여 후원을 이끌어내는 방식말이다. 그래서 어쩌면 낯설지 않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여기서 이야기 한 스토리 펀딩은 스토리 펀딩 페이지나 혹은 그것들의 내용을 공유함으로 목표액을 정한 대로 펀딩을 이끌어내는 것이었다. 또한, 스토리 자체로 설득하여 자율적으로 후원을 요청하는데, 단순히 경제적으로 혹은 신체적인 약자라는 특정한 사람들이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 후원을 원하는 모든 사람에게 기회가 주어진다. 우리 주변의 이웃, 그리고 사회적인 약자, 예술인, 반려동물, 열정을 가졌지만 힘겹게 살아갈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사람들 등 그 기준과 제한은 한정되지 않는다.


이 책에서 하나하나의 스토리를 읽어보면서 나는 내가 알고 있는 사람과 환경이 극히 제한되어있다는 사실을 다시끔 알게 되었다. 어쩌면 내가 알 수 없고, 만날 수 없는 상황과 사람들을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접하게 되었는데, 그러한 상황들은 생각하지도 못했을 뿐 아니라, 너무도 다양해서 충격적으로 느껴졌다.

 안쓰러웠다. 비참했다. 씁쓸했다......

 우리는 뉴스나 기사 등을 통해서 사회적인 현상과 사고, 사건을 접하게 된다. 특별히 이슈화가 되지 않는 이상 그리고 이슈화가 되었다 하더라도 그것이 어느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리게 된다. 그 일들을 간접적으로 접하고 그 일들 이면에서 소외된 사람들과 환경 또한 우리의 기억에서 잊혀지게 된다. '왜?', '어떻게 되었는데?'라는 물음은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지나치기 쉬운 일인 듯 하다. 아니 어쩌면 아예 어느 누구의 시선조차도 없는 일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이조차도 매체 등의 언론에게 맡겨야 하는 중에 이 일들을 스토리팀과 일부 지각있는 분들에 의해서 다시 수면위에 올라왔다. 


 어쩌면 성공적인 펀딩 목표금액을 달성하고, 많은 관심을 이끌어 내는 이야기들의 총집합이라 비교적 관심이 적거나 액수가 덜했던 이야기들의 소외됨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것은 먼저 인정한다. 하지만, 일상적으로 우리가 도움이 필요할거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대상과 환경들에 정말로 도움이 필요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그것을 이끌어내어 스토리화하여 펀딩을 이루어냈다는 점, 그리고 그것이 대상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만큼은 다른 제도나 방식으로 보완되지 못한 것이기에 놀라운 성과로 해석할만 하다. 어둠으로만 가득하게만 보이는, 절망적일 것만같은 사고, 사건이 넘쳐나는 대한민국에줄기 빛과 같은 희망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우리가 흔히 쓰고 있는 '사각지대'라는 말은 사회적으로도 예외는 없다.

아마도 이 스토리펀딩 팀에서 찾아낸 이야기들은 우리가 알기 어려운 사각지대에서 힘겹게 이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었을까?

정부에서 그리고 드러난 사회현상에서 발견하지 못한 것들을 재발견하는 것...

그러한 사각지대를 이 책에서 이야기 해주는 듯 하다. 바로 그게 이 스토리 펀드에서 최고의 수확(?)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리고 그렇게 소액에서부터 후원하여 이루어낸 펀딩에는 개인의 어려움이나 사회적인 제도의 한계에서 오는 피해를 겪는 사람들과 새로운 방식을 통해서 함께 극복하겠다는 후원자들의 숭고한 의지와 마음이 담겨있다. 오히려 그들의 응원과 후원이 받는 이에게는 살아가라 힘과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나는 이 펀딩이 여기서 끝나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이것들을 통해 후원의 새로운 문화가 형성될 뿐 아니라 많은 사회적인 현상들의 문제가 조금은 희석될 수 있고, 후원은 또 다른 후원을 만들어 내어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어내는 계기가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내내 감동이 되었고, 우리 사회에 대한 한줄기 희망을 다시끔 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모든 이야기가 너무나 감동적이어서 사실 어떠한 특정한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고 할 수 없다.

각 이야기에서 나오는 것처럼 이렇게 열정과 정의로, 선의로 가득한 사람들이 우리가 사는 사회에 공존했다는 사실이 참 놀랍고 감사했다.

성공과 부유함을 꿈꾸고 모두가 그것을 동경하는 중에 우리가 달려가는 길이 외롭게 느껴지고 다들 눈코뜰새 없이 분주하게 살아가는 삶이지만, 공정하려고 하고, 정의로움을 구현하려고 하며, 남들이 가지 않으려고 하는 길을 가는, 진정한 가치에 대해서 알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 어느 이야기보다 우리에게 보다 현실적이고 가치있는, 의미있는 이야기가 아니었나 싶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와 같은 사람과 후원받을 사람들을 연결 해주는 다리역할을 하는 카카오 팀의 도전과 열정이 참 귀하게 느껴졌다. 물론 카카오 팀에 연결되기까지 또 제보한 사람들의 관심과 열정은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또한, 이러한 스토리를 함께 완성한 사람들은 이 스토리를 후원하며 응원한 사람들이다.


나도 새로운 이 스토리들을 쓰고 있는 모든 이들을 응원하며 동참하고 싶다.

나도 그러한 새로운 스토리를 쓰고 싶다.

그리고 이런 우리가 만들어가는 더 나은 사회를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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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공부지능 - 3세부터 13세 부모가 꼭 알아야 할 공부 잘하는 머리의 비밀
민성원 지음 / 다산지식하우스(다산북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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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접하고는 상당히 궁금했다.

'공부지능'이라는 것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그냥 지능이라는 단어만 무심코 보고 읽기로 결정한 무지한 엄마(본인)에게 새로운 정보를 얻게 해줄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책을 점점 읽으면서 이 책이 이야기하려는 '공부지능'이라는 것이 내가 생각한 것이 아니구나 싶었다.


공부지능은 공부를 잘하기 위해 필요한 지능이다. IQ 뿐 아니라 EQ, 집중력, 창의력 등이 공부지능을 이루는 요소다.


SQ(Study Quotient)= IQ(Intelligence Quotient)+EQ(Emotion Quotient)+α(집중력과 창의력)


책을 읽으면서 초반에는 혼란스러웠다. 내 경우엔 학령기 이전까진 우리 아이들을 마음껏 놀리우려는 생각을 막연히 가지고 있었는데, 이 책은 그런 내 생각을 지지해 주는 것 같지 않았다. 공부지능이라니.... '과연 내가 이 책을 읽어야 하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미국 국립과학원의 회보에 실린 연구결과를 토대로 5~6세에 외국어 교육을 하는 것도 효과적이라고 보고, 또한 부모의 강한 교육 의지를 중요하다고 여겼다. 피아제의 인지발달과 함께 전조작기(2~7세)여러 능력을 효과적으로 발달시키기 위한 교구나 책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소개하고 있는데, 그러한 내용을 쭉 읽어보노라면 현재 아이들에게 아무 능력도 발달시키고자 노력하지 않는 나로써는 무작정 받아들이기 어렵기도 하고, 내 가치판단과는 다르지 않을까 싶었다.


또한, 저자는 현실교육에서 흔히 지적되고 있는 대한민국 부모의 교육열이나 조기교육 등 대해 그다지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다. 오히려 미국을 예로 들며 우리나라의 입시만큼은 정말 공정하다고 보며 교육산출 시스템 또한 객관적이기 때문에 열심히 공부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공식이 성립한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교육과열로 인한 공교육의 한계, 획일적이고 입시위주의 교육에 대해 씁쓸함과 안타까움을 가지고 있는 내게 저자의 생각과 '공부지능'이라는 주제는 탐탁지 않게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일단 저자가 이야기하는 '공부지능'으로 돌아가서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교육문제가 아닌 단지 효율적인 공부를 위한 지능을 개발하기 위한 방법과 제안을 하고 있다는 것만을 생각하면 또 그다지 반색하며 볼 필요는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

한편으로는 어릴 때는 노는 것이 아이의 지능을 위해서는 바람직하다 여기면서도 이후 유치원, 초등학교 시기에는 결국에서야 이 책을 붙들고 어떻게 공부를 효율적으로 시켜야할지 부모가 머리를 싸매고 고민해보지 않을까 싶어서 그 괴리에 씁쓸함을 느끼기도 했다.


어쨋든, 이 책에서 저자는 우리나라의 교육현실과 입시제도에 관하여는 전문가이며, 효율적인 공부를 위해 많은 이론을 적용하며 노하우를 습득했기 때문에 모든 것을 수긍할 수는 없어도 추후 아이들을 학습시키는데 도움이 될 거라는 관점으로 바꾸어 읽어보았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 중에 하나는 부모의 자식의 지능이나 능력에 대한 관심과 발견이다. 특히 예체능의 경우에는 조기 발견이 더 중요하며 일찍 시작할 수록 충분한 시간을 두고 체계적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부모라면 자기 자녀에 대한 관심이 가장 많은 사람이겠지만, 가장 잘 발견할 수 있으면서도 가장 객관적인 사람이 될 수없는게 또한 부모이기에 아이에 대한 관찰과 관심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또한, 아이의 신체연령이 아닌 정신연령을 잘 파악하여 아이에게 조기 혹은 적기 교육을 시킬지 결정하여 아이에게 필요하고 적합한 교육을 제공해야한다.


그리고 공부를 잘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들 제시하고 그것의 중요성과 발달시키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할지 소개한다. 그 방법이 아침밥을 챙기는 것부터 창의력을 키우는 방법까지 세세하게 적혀있어서 여러 지능을 개발시키고 더 나아가 우리 아이의 공부의 향상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같다.


IQ, EQ, 집중력, 창의력은 공부뿐 아니라 어떤 것을 하더라도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그러한 능력을 개발하기 위해서 부모가 잘 알고 아이들의 습관을 잡아주면 좋겠다.

그러한 능력을 키우는데 중점을 두는 것 뿐 아니라 각 능력에 있어서 우리가 잘 알지 못한 것들, 오해하고 있었던 것들을 설명하고 있는 것은 앞으로 아이들을 키우는 것 뿐 아니라 나 자신의 능력이나 현재를 돌이켜 보는데도 좋은 정보였다.

저자가 효과적인 학습심리 뿐 아니라 인지심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를 접목하여 공부지능이란 용어를 만들고 효율적인 공부지능 향상 방법을 제시한 것이 단지 공부만이 아닌 아이의 성장을 위하여 많은 부모님들에게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다.


또 한편으로 드는 생각(딴지)은 결국 아이에게 발견한 능력들이 적기든 조기이든 어쨋든 공교육에서는 소화되지 못할 사교육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가 능력을 키워주는 것은 어느 정도는 하겠지만, 결국 아이의 능력에 맞게 할 수 있는 것은 획일화된 공교육에서는 힘든 일 아니겠는가?

또한, 그의 시작은 단지 공부를 잘 하려면으로 시작한 것일 뿐이라 거기에 다른 반박하는 것이 이상하겠지만, 단지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 공부가 최종 목표가 되는 이 책의 목표 자체에 대해서는 살짝 아쉬움이 남는다. 아마도 그래서인지 Epiloge로 [지능은 한나라의 교육수준을 만들고 교육수준은 그 나라의 미래를 만든다]가 있기는 하지만 그거야 나라라는 뭔가 포괄적인 이야기고 개인의 문제로 볼 때는 그 궁극적인 목표가 없이 단지 공부만이 성공의 유일한 길인 듯 공부지능이 있다는 것이 뭔가 개운하지 않은 느낌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는 건 그냥 넋두리다.




결국 뇌는 비교적 정교한 밑그림이 그려져 있는 도화지와도 같지만 그 밑그림을 어떻게 발전시키는가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 적절한 시기에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극을 주면 아이의 뇌는 좋은 방향으로 눈부시게 발전할 것이다.  p.76


부모의 관심과 사랑은 전조작기에 들어선 이후에도 여전히 IQ와 EQ를 동시에 개발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아이가 본격적으로 말을 배울 때 부모가 아이들에게 말을 자주 걸고 아이가 하는 말을 귀 기울여 듣고 반응하면, 아이의 언어능력이 발달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존감도 높아진다.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충분히 받고 있다는 느낌이 아이로 하여금 긍정적인 자아를 갖게 한다. p.87


이처럼 타고난 능력이 같다면 일찍 발견하여 훈련할수록 더 높은 수준의 성취를 이룰 수 있다. 공부지능을 개발하는 첫 번째 원칙이 '발견'인 것도 이 때문이다. 아이들은 공부지능 영역 중 남들보다 뛰어난 수준으로 타고나는 지능도 있고, 다소 부족한 지능도 있다. 공부지능을 최대한 높이려면 강점 지능을 더 강화하고 약점 지능을 보완해주어야 한다. 특히 강점 지능은 가능한 한 일찍 발견하는 것이 유리하다. 공부지능 영역을 효과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적기 내에서 가능한 일찍 개발을 시작해야 충분한 시간을 두고 체계적으로 공부지능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p.108-109


(하지만) 아무런 목표나 동기 없이 지루한 반복을 견딘다는 것도 힘든 일이다. 이때 부모는 아이에게 무조건 지루한 반복을 강요하기 전에 아이 스스로 반복을 견뎌야 할 동기와 목표를 찾을 수 있게 도와줄 필요가 있다. p.128


요코미네 교육법의 첫 번째 스위치는 '아이는 경쟁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

요코미네 교육법의 두 번째 스위치는 '흉내내기'다.

세 번째 스위치는 아이는 '조금 어려운 일'을 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네 번째 스위치는 아이는 '인정받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p.136-143


많은 사람이 무작정 외우는 주입식 교육은 나쁘다고 말한다. 그러나 암기는 공부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능력이다. 이해가 중요하지 암기할 필요 없다는 말은 마치 운동선수에게 자동차가 있는데 왜 굳이 달리기 실력을 키우느냐고 묻는 것과 같다.

 암기력은 공부 지능에서도 가장 기본이 되는 능력이다. 특히 초등학교 때 암기력을 키우는 것은 공부 지능을 개발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창의적 사고를 하는 데도 암기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창의적 사고란 세상의 지식을 내 것으로 만들고 이를 조합하여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드는 일인데, 세상의 지식을 내 것으로 만드는 데는 강의식 교육이 효과적이다. p.188


아이가 클수록 부정적 자아를 형성할 만한 사건들을 점점 자주 겪게 된다. 그럴 때는 크게 상처받고 고민하기보다 좀 더 느긋하게 상황을 받아들이도록 부모가 지도해주어야 한다. 가령, A의 경우 공부를 못해서 시험을 망친 것이 아니라 그저 익숙지 않은 동네에 왔기 때문에 실수를 했다고 말해주면 된다. p.226


행복은 '성공의 결과'라기보다 '성공에 이르는 길'이라 할 수 있다. 성공한 사람이 행복한 것이 아니라 행복한 사람이 성공하는 것이다. 아이들의 EQ를 키워줘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Q가 높으면 공부를 즐길 수 있고 그만큼 결과도 좋다. 즉, EQ가 높은 아이들은 단지 IQ만 높은 아이들에 비해 과정과 결과가 모두 좋기 때문에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다. p.236


마틴 셀리그만은 그의 저서 <긍정심리학>에서 '최근에 일어난 부정적인 사건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고 반응하는가?'를 개인성(나에게만 일어난 일인가 또는 나를 포함하여 누구에게나 다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 영속성(항상 그런 것인가 또는 이번에만 어쩌다 그런 것인가), 보편성(모든 것, 모든 면이 다 그런 것인가 또는 그것만 그런 것인가)의 관점에서 살펴보라고 한다. 또한 부정적인 사건에 대해 비개인적이고, 일시적이고, 특수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습관을 들이라고 한다. 물론 좋은 일에 대해서는 개인적이고, 영속적이고, 보편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편이 좋다. p.238


필립 맥그로 박사는 사람들이 결정적인 계기를 경험하면 자신의 삶을 돌아보면서 내적인 대화를 시작한다고 보았다. 그러면서 중요한 선택을 하는데 이것으로 현재의 자아가 형성된다고 한다. 즉, 결정적인 계기, 내적인 대화, 중요한 선택을 통해서 진정한 자아를 만들기도 하고 허구적 자아를 형성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개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중심인물이 있는데 그게 바로 부모다. p.246 



*본 포스팅은 '다산 북클럽 나나흰 7기'로 활동하면서 해당 도서를 무상으로 지원받아 직접 읽어본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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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애 김별아 근대 3부작
김별아 지음 / 해냄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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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개봉했었던 영화 <박열> 덕분에 이 책을 집게 되었다.

강렬한 포스터에 거칠지만 시원한 얼굴을 내민 이재훈의 얼굴이 그 캐릭터를 말해주는데 그러한 유쾌해보이는 이면에 슬픔과 아픔이 있는 역사를 영화가 이야기 했다면, 소설은 어떻게 박열이란 인물을 이야기할까 궁금했다.

배우가 좋아서 영화도 보고 싶었지만, 시공간을 넘어서는 배경과 인물에 대한 치밀하고 섬세한 묘사는 책에서만 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먼저 책을 선택했다.


나는 이 책을 세 파트로 나누고 싶다.

박열과 후미코의 어린시절, 박열과 후미코가 만나기 전, 박열과 후미코가 만나고 난 후...

이책은 박열과 후미코를 번갈아가며 그들의 상황을 시간에 따라 전개한다.


먼저 박열과 후미코의 어린시절은 정말 참혹하고 혹독한 현실이 느껴진다. 박열의 경우, 일제강점기의 조선의 아이들은 일본어를 쓰고, 일제의 감시와 통제 아래 마음껏 말할 수도, 표현하기조차 어려웠던 나날이었다. 지금을 사는 우리에겐 상상할 수도 없는 시기였다. 내가 경험했더라도 그러한 상황들이 참담하고 치욕스러웠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시대적인 상황에도 유교를 언급하느라 여념없는 어른들에 대해 어린 아이의 어처구니 없어함과 한심히 느끼는 모습은 참 답답하다.


아버지를 여의고 더욱 비참해진 그의 어린시절은 안타깝지만 호랑이 근성과 같은 그에게는 그나마 선택의 의지가 있었음은 다행이라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러한 선택으로 그는 도전했고, 치열하게 고민했고, 그의 삶을 헛되게 살지 않았다.

장녀인 내가 본 주관적인 견해는 가정이 어려울 때 가정을 일으키기 위해 무언가 헌신을 해야하지 않았을까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형이 많은 그의 위치에 있어서는 부담이 덜 했을 것이고, 또한 그의 주관과 가치를 따라 일본행을 결심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이기에 가능했을 거란 생각이 든다. 호랑이굴에 뛰어든 그의 일본행 결심은 어쩌면 용기있고, 결단력 있어보인다. 주저없이 비참한 상황에서 취재를 위해 마다하지 않았던 환경에서도 그는 살아남고, 살아남아 일본의 만행과 현실을 알리기 위해 힘썼다. 그러한 부분들이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것이 안타깝기도 했다.


후미코의 어린시절은 여자의 입장에서 본 것이어서 사실 더 비참함이 말할 수 없었다. 우리가 으례 일제치하에 있던 역사를 가진 한국인으로써 생각하는 일본인은 죄의식없음과 뻔뻔함을 생각하게 될 때가 많은데(단편적으로 판단한 건 죄송하긴 합니다만...), 일본인의 한 여자로 봤을 때는 정말 치욕스럽고 불행하기 그지 없는 삶을 살았다. 정말 부모가 어떻게 저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무기력하고 치졸하고 책임감없어보이는 그녀의 부모는 정말 막장의 끝(?)과 같다. 과거에는 다 그런 환경에선 어쩔 수 없던걸까? 싶기도 하지만, 여성과 어린이의 인권이 비교적 나아진 그때와는 너무도 다른 시대에 살고 있는 나로써는 그런 환경과 시대적인 상황들이 다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시대와 나라는 정말 운좋게(?) 태어났다 싶을 정도로 읽는 내내 찝찝함과 괴로움과 비통함의 탄식이 절로 나왔다.


사실 그들의 어린시절의 참혹함이 너무도 커서 그 장면에서 한참을 빠져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후의 박열과 후미코가 그들의 방향을 찾아가는데 부분은 내게 긴장감이 확 풀려버리기도 했다.

 

어쨋든 그들의 삶에서 치열히 고민하고, 애쓰며 살아서 결국 반역과 반란의 길을 걸었던 것은 그들의 참혹한 삶이 시작이었기 때문에 안쓰러우면서도 그들의 선택이 수긍이 된다. 그들의 방황과 고뇌끝에 찾아가게 되는 그들의 길은 결국 그들을 만나게 한다.  


그들의 사랑은 애처롭지만 단단하고 힘이 있었다. 그들의 행동은 순수했고, 열의에 찼으며, 한결같았다.

결코 억압과 권력에 으스러지지 않고, 당당했고, 품위있었다.

남들과는 다른 결합이었기 때문에 개성넘쳐보이기도 한다.

잡지 비밀출간을 그들의 신혼여행으로 하는 것은 참 기발하기도 하고 과연 그들답다 싶다.

단체를 만들고 총기를 받으려는 여러 상황 중에 결국 그 둘은 일본 천황 암사을 시도했다는 이유로 결국 옥에 갇힌다.

그들의 종신형의 감옥생활은 안타깝지만 나름대로 잠잠히 그들의 해야할 바를 다 했다.

1926년 도쿄의 대심원 대법정에서의 박열의 논리적이고, 당당한 부르짖음은 덤덤하고 가슴울리는 한마디한마디가 되었다.

바로 이 소설의 클라이막스로 팽팽한 긴장감과 더불어 통쾌함을 주는 선언낭독이다.


안타깝게도 후미코는 자살로 그녀의 삶을 마감했다.

조금만 더 견뎌냈다면,,, 그들의 삶은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들의 모순된 삶에 대한 태도와 결론은 참 가슴아프게 다가온다.


이 책을 통해서 여러가지 감정(슬픔, 분노, 사랑, 배신감 등등)을 느꼈다.

그와 더불어 기억에 남는 것은 여러가지 사상과 모임의 모습들이었다.

지난 학창시절에 학업을 위해 암기해왔던 것들이 아니라 모임의 모습, 그리고 주인공들이 한 행동을 하기까지 고민하고 선택한 사상들의 흐름이 즐거운(?) 공부가 되었다.

그리고 얼마전에 다녀온 평창동, 북악산, 경복궁 등의 모습이 내게는 한 풍경으로 그리고 그윽하고 아름다운 추억을 남기게 된 장소인 반면에 그 당시엔 초라하고 씁쓸한 모습의 곳이었을 것이라 생각하니 참 뭐라 말할 수 없는 감정들이 마음에 복작거렸다.


슬프고도 한탄스러운 역사를 뒤로 하고 살아남은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 소설을 통해서 조명되었다. 나라를 위해서 혹은 이 시대에 참혹함과 현실을 알리고저 애쓴 숭고한 행위가 역사뒤에서 가려져있었다. 그러한 인물을 그 시대를 시간과 공간을 복원해준 작가에게 감사하다. 또한 여러 모습으로 나라의 독립을 위해 애쓰신 열사들께 존경과 감사를 표하고 싶다.

 



열은 가슴을 휘젓는 불뭉치를 제어할 수가 없었다. 모두가 슬프고 초라한 노예였다. 때리는 자도 맞는 자도, 미워하는 자도 미움받는 자도, 식민지에 예외란 없었다. p.33


"나는 일본으로 갈거야!"

"왜 하필 일본이야?"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로 들어가야지!"

p.62-63


크로폿긴은 울부짖듯 질문했다.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진흙 같은 빵 한 조각 때문에 투쟁할 때, 나만이 고상한 즐거움을 누리는게 옳다고 할 수 있을까?"

p.92


고독은 소리 없이 높아지는 만조의 바다와 같다. 파도들이 흰깃을 치며 외로워, 외로워 물밀어 든다. 정말 외로운 사람은 차마 외롭다고 털어놓지 못한다. 그 한마디에 간신히 지켜온 방파제가 무너져 버릴까봐, 말하지 못해 더욱 외로워진다. p.111


"지배자와 부자의 민중에 대한 수탈, 타민족에 대한 강대국의 지배, 피압박 민족인 조선 민족 사이에서 볼 수 있는 백정에 대한 차별 또는 노동자들 사이에서 볼 수 있는 고참 노동자의 신참에 대한 압정 등 극히 무의미하고 강렬할 우월감, 정복욕, 지배욕, 따라서 가장 우매하고 추악한 약육강식! 이것만이 인류의 빼놓을 수 없는 참된 본성이며 자연의 대법칙이다.(...) 나는 너희의 증오를 사랑으로 보답할 만큼 천진난만하지 않다. 나는 너희의 이기심에 대해 자기 양보를 할 정도로 미친 사람이 아니다. 너희의 폭행에 무저항으로 보답할 만큼 선량하지도 않다. 그것은 모두 추악한 위선이다. 이같이 비굴한 태도는 용서받지 못할 너희들의 죄악을 묵인하고 그에 대해 암흑의 조력을 주는 셈이 된다. 나는 그런 일은 하지 않겠다!" p.244


"천황이란 자는 국가라는 강도단의 두목이다! 약탈 회사의 우상이며 신단이다! 나는 폭탄으로 일본의 정치적 경제적 실권을 가진 모든 계급 및 간판을 전멸시키려 했지만, 이것이 가능하지 않았기에 천황과 황태자를 투탄 대상으로 삼았다. 조선인의 입장에서 그들을 대상으로 삼은 이유는 첫째, 일본 민중에 대해 일본 황실의 진실을 알리고 그 신성을 땅에 떨어뜨리기 위함이며 둘째, 조선 민중에 대해 일본 황실을 무너뜨려서 독립에 대한 열정을 고취하기 위해서이며 셋째, 침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일본의 사회운동에 대한 혁명적인 기운을 고취하기 위해서였다. 그러기 위해 황태자의 결혼식에 폭탄을 사용하는 것이 일본에 대한 조선 민중의 의지를 세계만방에 표명하기에 가장 적절한 기회라고 생각했다.(...) 나는 법률이나 재판의 가치를 전혀 인정하지 않으므로 형법 73조에 해당하는지 아닌지는 아무 상관없다. 그건 너희들 마음대로 하라!" p.246


그는 언제나 죽고 싶어했고 그녀는 언제나 살고 싶어 했다. 그랬던 그는 살아남았고 그녀는 스스로 죽음을 택했다. 모순! 모순! 견딜 수 없는 삶과 죽음의 모순이었다. p.286


인간은 한 가지 이유만으로 살아가지 않듯 한 가지 이유만으로 죽지않는다. 후미코의 삶을 이해한다면 그녀의 죽음까지도 이해할 수밖에 없었다. 혁명, 저항, 투쟁, 자유의지, 그리고 사랑....

그녀의 짧은 생애는 뜨거운 것들로 충만했다. 상처의 잿더미 위에서 영원히 푸르른 나무를 꿈꾸었던 그녀에게 죽음은 결코 죽음이 아니었다.

p.2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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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내 영혼에 바람이 분다 - 그리움을 안고 떠난 손미나의 페루 이야기
손미나 지음 / 예담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작가가 우리 눈에 익숙한 사람이기도 하고, 글을 재미나게 쉽게 써서 한동안 손미나 작가의 책을 몇권 내리 읽었다.

여행을 통해 배운 내용들이 하나같이 명언같은 구절이어서 마음에 와닿았고,

작가가 묘사하는 내용이 구구절절 세밀하게 느껴져 내가 여행하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흡인력있었기 때문이다..


간간히 여행관련 책자를 들고 마음이 들뜨고 싶고, 새로운 여행지를 찾는 기분이 드는데 최근에 그랬다.

그렇게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 책은 저자가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자신의 마음의 위로와 치유가 필요하던 차에 기존에 가고 싶어 하던 나라 '페루'를 여행지로 선택하여 다녀와 정리한 것이다.

페루는 그녀의 아버지가 가고 싶어하던 여행지로, 그녀는 그 곳에서 또한 콘도르라는 새에 의미를 부여하며 보고 힘을 내고 싶어했다.

그곳에서 잃었던 삶의 의욕을 찾고 그리움의 늪에서 헤어나오고 싶었을 것이다.


내게 있어 페루는 마추픽추가 있는 곳으로 당연히 연상이 된다.

언젠가 마추픽추가 나오는 방송인가를 보다가 '바로 저기야!' "오빠!1(남편) 우리 꼭 저기 가자!"했던 곳이다.

그러고서 잊은 사이에 다시 찾은 여행서들 가운데 내가 가고 싶었던 곳을 재미지게 유익하게 쓰는 손미나 작가의 페루 관련 책을 발견했다.

'왜 내가 이 책을 그 때 안 읽었지? 이책을 지나쳤을리가 없을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혹시 읽었는데 내가 기억을 못하나?' '그래도 지금이라도 발견해서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갖고 읽어 내렸다.


손미나 작가의 책을 읽었을 때, 참 잘 읽힌다라는 생각을 하긴 했는데 왜 그랬는지 그땐 인식을 못하고 읽기만 했다.

그런데 페루와 관련된 책을 읽노라니 왜 그렇게 재미있게 쉽게 그리고 유익하게 읽혔는지 알 것 같았다.


저자는 유학하던 시절에 알게 된 친구를 비롯해서 많은 친구들이 있는 것을 그녀의 책을 보면 알 수 있다. 여기 페루에서도 어김없이 이야라는 친구가 나오는데 더군다나 그녀는 인류학 전공으로써 페루여행하는데 있어서 많은 도움을 주는 듯하다.

또한 저자는 저자의 성격인 친근함과 솔직함으로 상대에게 나아가 타지에서도 타국인들의 호감과 좋은 인상을 갖게 하는 듯하다. 그덕에 생겨나는 에피소드들은 그녀의 여행서에 큰 밑거름이 된다.

그리고 이책에서는 단지 여행에서의 느낌이나 현지의 이야기 뿐 아니라 현지와 관련된 정보들을 속속히 제공하고 있어서 객관적으로 여행을 하는데 있어서도 도움이 될 듯하다.

마지막으로 그녀의 표현은 구체적이고 섬세하며 다양하다. 아나운서였기 때문일까? 다양한 단어를 잘 다루고 그녀의 감성을 백분 발휘하여 자신이 느끼고 경험한 것을 글로 잘 표현해냈다. 그것이 읽는 이로 하여금 간접적으로 충만함을 갖고 여행을 하는 것처럼 느껴지게 하는데, 그러한 그녀의 글솜씨와 단어결합술(?)이 그녀의 책의 큰 매력인 걸로 나는 생각했다.


내가 제일 기대한 것은 아무래도 마추픽추가 나올 때였다. 사실 그에 못지 않게 그 전에 다녀오는 아마존 체험도 신선하고 색다를 뿐 아니라 생생한 오지에 대한 기대감이 들게도 했지만, 역시나 개인적으로 마추픽추에 관심이 많은지라 어쩔 수 없었다. 생각보다 싱겁게 그곳에 다다르긴 했지만, 마추픽추를 사진으로 그리고 그녀의 글에서 접하는데 다시끔 내 페루로의 여행의 꿈을 떠오르게 했다. 또한, 그에 대한 묘사에 곁들여진 잉카문명에 대한 설명은 그야말로 우리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낯선 감이 있어도 신비롭고 색다른 매력을 갖은 곳이 바로 이 페루라는 곳임을 확고히 하는 듯하다.

마추픽추가 우리에게 알려지게 된지는 불과 100년여밖에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렇게 꽁꽁 숨겨진 곳이 외부인들에게 공개되었을 때 그 존재가 드러났을 때 그것을 발견한 사람들은 얼마나 경악하며 감탄했을까 싶다. 그들의 문자는 해석이 어렵다고 한다. 그래서 17세기 이후 잉카의 후손들이 남긴 기록으로 그들의 삶을 추측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놀라운 수준으로 시스템을 갖춘 국가를 통치하고 우리가 사는 세상보다 훨씬 정의롭고 풍요로움을 이루고 살았다는데 과연 어떠했을까? 궁금하지만 상상밖에 할 수밖에 없는 그래서 더 알고 싶은 페루이다.


또한 그 이후에 페루의 곳곳을 들르며 만나는 사람들과의 교감 또한 볼만하다.

이 책을 통해서 그리고 그녀가 워낙 의미를 두는 새여서 알게 된 '콘도르'라는 새에 대한 신비감은 마치 현실에는 존재하진 않지만 환상적인 유니콘을 생각하는 것과 같았다. 놀라운 크기와 남다른 특징으로 존재부터 남다르게 느껴지는 콘도르를 이 책에서 알고 한번 봤으면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저자가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맛본 음식 중에는 아래 인용한 감자 음식점이다. 감자전문요리를 할 뿐 아니라 각국의 글자를 다 가지고 감자를 표현하는 재미를 가진 주인장의 센스를 엿볼 수 있을 뿐 아니라 저자가 소개하는 감자의 맛표현은 과연 어떠할까? 나도 먹고 싶다... 라는 부러움을 갖게한다. 아움... ㅎㅎ


마지막으로 페루의 매력은 현실에 감사하며 주어진 자연에 순응하며 조화롭게 살아가는 삶일 것이다. 빠르고, 경쟁하고, 부족한 듯 비교하며 현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그 피로감이란 누구에게나 있을텐데, 그러한 우리에게 치유와 위로를 던져줄 수 있는 곳은 바로 이곳 페루가 아닐까 싶다. 그들의 삶을 통해 그렇게 보이고 있고, 때묻지 않은 순수함으로 살아가는 그 안에서 또 삶의 행복을 찾는 페루 사람들에게서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되고 또 우리가 그로 인해 위로를 받게 된다.

여행을 한다면야 더없이 좋겠지만, 언어와 비용과 환경의 여러 제약이 있음에 이 책을 알고 읽으며 편하게 간접 여행을 다녀오게 됨이 나는 그저 감사했다. 섬세하고 감성적으로 잘 표현하여 나 또한 즐겁게 느끼게 해준, 그곳을 소개해준 작가에게 감사함을 표한다.


여행은 그 자체가 꿈이며, 우리를 끝없이 꿈꾸게 하고 때로는 꿈이 현실로 바뀌는 장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여행은 인간이 가슴에 품고 사는 우주를 확장시키고 내면의 성장을 도와주는 '길 위의 학교'다. 단언컨대, 한번 여행을 할 때마다 당신의 영혼은 깊어지고 넓어지고 모난 부분이 깎여 부드러워질 수 있다. 4%


"걱정마세요. 이 정도는 아마존에선 비 같지도 않은 비랍니다. 조금이라도 위험할 것 같으면 우리가 배를 띄우지 않았겠죠. 자연은 인간을 이유 없이 해치는 법이 없어요. 모든 생명체가 생존하는 데 꼭 필요한 만큼만 내리는 비이니 오히려 감사해야죠. 24%


"젊은 아가씨, 우리의 땀이 곧 우리의 삶이에요. 인생은 그런거지요. 어디에서 살든 부자든 가난한 자든 똑같아요. 중요한 건 가슴에, 그리고 우리의 영혼에 있죠. 난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해요. 당신도 부디 행복하세요." 30%


바다처럼 넓게 펼쳐진 녹색 평원에 드러누워 있자니 내가 잔디가 되고 바람이 되고 구름이 된 것만 같았다. 어쩌면 인간이란 애초에 잔디나 바람 같은 존재와 다를 바 없는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는 그저 모든 것을 순리에 맡긴 채 주어진 삶을 살아내면 되는 것이다. 잉카 시대에는 너무나 현명한 방법으로 농사를 지어 척박하기 짝이 없는 환경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풍족한 삶을 영위했단다. 누구나 공평하게 가진 것을 나누고 적당히 일하며 쉴 줄 알았기에 싸움도 배고픔도 없었다는 태평천하. 도둑질이나 거짓말은 아예 생각할 수도 없고 생각할 필요도 없는 일이었기에 케추아 어에는 그와 관련된 단어들이 존재하지 않는다. 아기가 태어나면 많은 어려움을 이겨내야 할 한 사람을 겸허한 마음으로 맞이하는 의식을 치르고, 사람이 죽으면 자연스런 인생의 다음 단계로 넘어가게 된 것을 축하하고 열심히 산 그에게 존경을 표하기 위해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는 잉카인들. 영혼에 독이 되는 지나친 경쟁이나 치열함 따위는 던져버리라는 그들의 지혜로운 조언이 귓전에 울리는 것 같았다. 48%


'역사는 쉬지 않고 흐른다. 우리는 그 역사의 강을 따라 흘러가 버리는 운명을 안고 태어난 인간들. 창틀에 소복하게 쌓였다가 바람 한번 불면 포로로 날아가는 먼지와도 같은 존재인 것이다. 그러니 짧은 여행길 같은 인생에서 욕심 따위는 버리고 걸어도 좋다. 죽음도 너무 두려워하거나 애석해하지 말지어다. 그것 또한 삶의 일부인 것이니.' 48%


..'아툰파(Hatunpa)'라는 이름을 가진 감자 요리 전문점이었다. 겉모습부터 독특했던 그곳은 기껏해야 테이블이 다섯 개 정도 놓인 아담한  장소였는데, '감자요리 전문'이라는 점이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페루는 감자의 원산지에 해당하는 나라로 우리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수천 종의 감자가 나는 곳이며 모두는 아니지만 그중 식용으로 쓰이는 것들은 맛 또한 기막히단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식당을 가도 감자요리가 있찌만 이렇게 감자 요리만을 메인으로 내걸고 영업하는 곳은 처음이었다.

자리를 잡고 앉자마자 주인아저씨가 다가오더니 '뭘 드시겠어요?'대신 '어느 나라에서 오셨나요?'라는 질문을 아주 진지한 표정으로 던졌다. 그는 답을 들은 즉시 어디론가 사라지더니 태극기와 일장기를 하나씩 가져와 테이블 한쪽에 꽂아주었다. 그러고는 종이로 된 테이블 커버를 씌우고 메뉴를 내려놓았는데, 그 일회용 테이블 커버에는 '감자'라는 말이 한글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언어로 국기와 함께 프린트되어 있었다.

64%


"물론이죠. 그냥 이 사람들의 일상이에요. 여기선 배고프지 않을 만큼의 양식만 있으면 싸울 일도, 욕심을 부릴 일도, 누군가를 미워하거나 도둑질을 할 일도 없어요. 그저 산신들에게 감사하면서 인간의 숙명대로 주어진 현실을 살아낼 뿐이죠. 태양이 뜨고 비가 내리는 것을 비롯한 자연의 모든 것에 감사하면서요." 81%


"그때가 참 좋았지. 근데 지금도 좋아. 미나야, 네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모르지만 인생은 모든 순간이 그 고유의 가치가 있는 거란다. 겉으로 보이거나 소유하고 있는 것들과 상관없이 의지를 가지고 추구해야 하는 것들이 있는 법이며 그 믿음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단다. 이렇게 만나게 되어 기쁘다. 늘 행복해라." 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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