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마음을 정리해 드립니다
가키야 미우 지음, 이소담 옮김 / 지금이책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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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수납정리 관련하여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강의를 들으면서 정리정돈에 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예를 살펴본 적이 있다.

빨간 아이템들을 끊임없이 모으는 남자, 미국에서는 설 공간도 없을 정도로 물건을 모아대는 노파의 이야기도 소개되었다.

보는 사람으로써는 그런 그들의 행동에 경악할 일이지만, 정작 모으는 사람에겐 아무런 문제의식도 불편도 없어보였다.

하지만 그런 모습들은 거의 대부분이 심리적인 문제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을 알수 있었고, 자신의 질병에 대해서 무뎌져있는 병든 우리 시대 실제 한 면을 보는 듯 싶어 안타까웠다.


이 책은 그런 면에서 관심이 가는 책이었다.

나 또한 나도 모르는 그런 면이 있지 않을까? 내가 알지 못하는 아픔이 나의 집을 통해 내 정리정돈의 결과로 표면에 나타나있지는 않을지 궁금해졌다.


책을 보면, 일본 현재 사회적인 정황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여전히 남성중심적인 사회, 세계공황 및 대전을 거쳐온 시기가 지나고 난 사람들의 인식, 실버세대의 증가 등....

그런 사회의 흐름 속에서 사람들은 아픔을 감춰왔고, 극복하려고 열심히 살아왔다. 그래서 아픔은 지나간 걸로 생각했고, 극복했다고 생각했다. 다른 사람들과 같이 아무일이 없는 것처럼 무던하게 삶을 살아가야했다.

하지만, 알 수없는 무기력함이 나를 짓누른다. 나도 모르는 감정들을 거부하고 무시하기엔 무언가 문제가 있다.

이 책에서는 그런 우리 시대의 현실과 아픔을 치유하는 모습을 전개해 감으로 읽는 이로 하여금 힐링이되게 한다.

위에서 말한 정리정돈의 장애를 언급한 것처럼 이 책에서 또한 서비스를 받는 사람들 중 어느 누구도 자진해서 상담을 신청하지 않았다.

'내가 어때서? 왜? 누구맘대로 신청한거야?'

하나같이 이런 반응들이다.

세번째 에피소드의 사에구사 어르신은 되려 온 집안을 최상으로 깔끔하게 정리해 둔다. 정리상담을 신청한 딸내미가 더이상 물건을 버리라는 압박을 주지 않게 하기 위해서 말이다.

어쨋든 그들은 정리정돈의 도마리의 세계에 입성하게 된다. 그렇게 타의로지만 말이다.


도마리는 정리를 상담해줄 뿐 아니라 그들과 상담하는 과정에서 그들을 묶고 있는 굴레들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들 스스로가 그것들을 인식하게끔 이끌어낸다. 그리고 각자가 물건을 통해 갖고 있던 문제의식을 따라 물건을 정리하게끔 돕는다.


나는 이 책에 처음 에피소드부터 몰입해서 읽기 시작했다.

물론 책을 좋아하기도 하지만..'내가 이렇게까지 책을 재밌게 몰입한 적이 있었나?..'싶을 정도로 말이다.

아마도 가장 나와 가까웠던 성격이며, 나이대가 가장 비슷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그와 더불어 차분하면서도 짧고 쉬운 그러면서도 잘 전달되는 문장을 사용하여 하루카의 심리와 상황들을 잘 묘사해 냈다.


41살의 유부남을 사귀고 있고, 그 사람이 이혼한다는 말을 5년동안 기다리고 있는 여자.

회사동료가 홈파티를 열면 기대하면서 갔다가 여지없이 그 집에서 동료 딸내미 미사키만 돌보고 오는 여자.

이러한 상황들이 요즘 말로 딱! '고구마'다.

그 남자를 위해서 살았다. 그 남자를 위해 구매했고, 그 남자와 바람이 의심되는 여자를 의식해서 구매했다.

미래에 대한 기대감은 있지만, 변하지 않는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가던 그녀의 삶은 말그대로 무기력했다.

아니 그녀는 상황을, 진실을 잘 알고 있었다.  남자는 자신을 좋아하지 않았고, 친구는 자신을 이용했다.

하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았고, 그 사실을 인지할수록 자신이 초라해졌다. 그래서 포기하고 살기로 했다.

도마리의 존재는 반갑지만은 않다.

하지만 엄마의 추진을 이기지 못해 도마리의 정리에 응한다. 그리고 하나하나 실행해가기 시작한다. 또한, 자신의 친구 이야기라며 무턱대고 자신의 이야기를 했다가 도마리가 전화를 걸어 어마무시한 용기의 태도로 남자친구에게 그의 마음을 확인하기까지에 이른다.

아주 맥빠지고 답답한 설정에 도마리 등장이후 전개에 박차를 가해 클라이막스로 쭈욱 올라가는 느낌이다. 그리고 마지막은 사이다!!^^


그리고 그에 이어서 3가지 에피소드가 더 이어져 도마리의 활약(?)이 전개 된다.

위에서 말한대로 이 책은 시대의 아픔을 이야기 하고 있지만, 그와 더불어 우리 시대에 소통이 부족함을 은연 중에 이야기 하고 있는 듯하다.

각자의 삶속에서는 아픔이 있지만, 그것들을 홀로 경험하기 때문에 극복하기 어렵다.

도마리의 적극적인 대응이 당신들은 홀로있지 않습니다라는 사실을 깨닫게 하고 위로를 준다.

또한, 도마리의 개입으로 가족들이 상처받은 개인에게 다가감으로 가족간의 공유감과 관계를 회복함으로 그들 스스로 아픔을 이겨낼 수 있게 해주었다.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마미코의 이야기는 더더욱 그러하다.


"객관적으로 보면요, 이 슬픔을 언젠가 극복할 수 있을까요?"

도마리는 아이를 잃은 경험은 없지만, 이모의 삶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아마....... 평생 극복하지 못할 거예요." p.294


알 수는 없지만 상상만해도 끔찍한 아픔은 아마도 평생 극복하지 못할지 모른다.

우리는 그런 아픔을 왜 이겨내지 못하느냐고 닥달한다. 결국 그들을 심리적으로 격리시킨다.

그런 것은 결코 해결이 될 수 없다. 많은 이들을 소외시키고 점점 각박한 사회로 치달을 뿐이다.

서로 아픔을 가진 사람들은 모임으로써 그들 스스로 치유방법을 찾아간다. 나만 아픈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들 안에 큰 치유와 안정이 찾아왔다. 그리고 그들은 조금이나마 사회에 한발씩 내딛을 수 있었다.


이 책에서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을 개인적으로 생각해 보자면, 소통과 협력이 아닐까 싶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는 오랜 과거처럼 결핍과 가난으로 찌들어 있는 사회는 아닌 것은 분명하다.

점점더 편리해지고, 풍성한 혜택(먹거리, 놀거리 등)을 누리고 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살은 증가하고, 심리적인 질병은 점점 더 두각되어저 증가하는 상황인 것은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그렇다! 이 시대는 안락한 삶 이면에 점점 개인화되고, 소통이 없는 시대가 되어가고 있다.

홀로 있어도 충분히 살만하고, 그렇게 두어도 되는 상황으로 우리는 당연시 여기게되면서 우리는 더욱 소외감과 고독을 느끼게 된다.

더이상 반기지 않는 세대인 실버세대, 그리고 약자계층인 경우에 더욱 그렇지 않을까?


그럴 수록 더욱 각광받는 '힐링'이란 단어!

우리가 무조건 받고자 하기에 앞서서 우리 사회의 문제가 무엇인지 우리에게는 무엇이 필요한지 살펴봐야할 일이다.

그러기에 무조건적으로 힐링시켜주기 위해 무언가를 소비하는 것을 멈추고, 우리 안의 소통과 협력을 주목해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가족간의, 부부간의, 세대간의, 계층간의 ...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서로를 배려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때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기 위해 해결점을 지금 당장 제시할 수 없지만, 적어도 이것이 이 힐링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해결책이 될 것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그래서 이 책은 잔잔하게 말했지만 여러 생각을 하게 하였고, 개인에게 매몰되었던 삶을 돌이켜 주변을 돌아보게 되었다.

이야기도 정말 흥미진진했지만, 우리에게 현 상황을 바라봄과 더불어 문제에 대해 어떻게 나아가야할지 생각해봄으로 치유에 대한 희망을 보았다.

...........

아마 평생을 미적지근하게 살아온 성격이 무의식중에 도움이 되는 건지도 모른다. 진실을 직시하기 무서우니까 정면을 보지 않고 조금씩 포기하는 훈련을 해왔다. 왜냐하면, 이미 너무 잘 알고 있었으니까. p.84


"미안, 나 못 가."

"왜? 일 없다고 했잖아."

"오늘은 집 청소를 하고 싶어서."

"청소?그런 거 언제든 할 수 있잖아."

"꼭 오늘 하고 싶거든."

"어. 그러면 곤란한데."

"곤란해? 왜?"

"그게..."

"애 볼 사람이 없어서?"

"어머 너도 참. 지금까지 그렇게 생각했니? 그거 진짜 오해야. 하루카가 먹을 요리도 다 준비해뒀고, 하루카한테 어울릴 미남들도 불러뒀어."

"그래서 오늘은 미사키를 친정에 맡겼어?"

"그게.... 엄마도 좀 바빠서."

"아야코, 나 앞으로도 홈 파티에는 안 갈거야."

"왜 그래? 미사키 때문이라면 사과할게."

"그게 아니야.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 그럼 다음주에 회사에서 봐."

전화를 끊었다.

분노를 건전하게 발산해야지. 아야코한테 화를 내는 시간이 아까웠다. 그럴 시간 있다면 냉장고를 깨끗하게 하자.

p.91


"진짜지. 너는 분명히 뭔가 이루어 낼 인간이야. 이 할아비는 안다."

비장의 무기인 이 마법의 말은 사실 근거라곤 없지만, 사람의 미래는 모르니까 꼭 거짓말이라곤 할 수 없다. 그리고 이런 말이 평생 마음을 지켜주는 힘이 되기도 한다. p.128


"네 아버지 일이요. 생기를 잃고 죽은 사람 같은 눈을 한 아버지를 볼 때마다 걱정이었어요. 아니, 걱정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도마리 씨가 말해줘서 깨달았어요. 사실은 걱정이 아니라 아버지한테 짜증을 느끼고 있었던 거예요. 그런데 어머니가 돌아가셔서 아버지도 충격을 받았으니까 외동딸인 내가 어떻게든 해야 한다고, 내가 다정하게 대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저를 계속 채찍질했죠."

"...그렇구나."

"도마리씨가 말했어요. '옆에 있는 사람에게 더 기대도 돼요. 아버님꼐 응석을 부려도 된답니다'라고요. 하루토나 남편이나 아버지만 도와달라고 비명을 지르는게 아니라 저도 그런 상황이라고 지적해줬어요. '후미코씨, 본인의 부담을 좀더 줄여야 해요. 그래야 아버님을 자립시킬 수 있어요'라고요."

p.140


지금 생각해 보면 이모가 도마리의 엄마에게만 마음을 터놓은 것이 똑같이 슬퍼해 주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위로받는 것이 고통스러워서 그저 같이 울어줄 사람을 찾았던 것이다. 위로하려는 사람들에게 분명 악의는 없었다. 이모도 엄마도 그건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도 마음에 없는 악담을 퍼부으면서 분노를 공유했다. 이모와 엄마의 그런 관계를 오랜 세월에 걸쳐 지켜보면서, 말없이 곁에 있어 주는 것이야말로 제일 좋은 방법임을 도마리는 깨달았다. 그래서 마미코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했다. p.267


"잘들어요. 시간이 지나면 자식을 잊고 기운을 차리는 엄마 같은 건 이 세상에 없어요. 나는 단 하루도 사나에를 떠올리지 않는 날이 없어요. 지금도 괴로워서 눈물이 나요. 이 애통함은 평생 사라지지 않는다고요." p.279


옛날 사람은 어땠을까? 도마리는 문득 생각에 잠겼다. 예전에는 영양 상태도 위생 상태도 좋지 않고 약도 없어서 아이가 많이 죽는 시대였다. 그렇게 예전 이야기도 아니다. 사람들은 그 슬픔을 어떻게 극복했을까. 지금은 평균 수명이 길어져서 장수가 당연하게 여겨진다. 의학도 발달해서 병도 치료할 수 있다. 그런 현대에 사는 우리는 예전보다 상실을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모르는 것 아닐까.

 선인들의 가르침을 받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으나, 한편으로 시대 불문하고 아이의 죽음을 극복할 수 있는 사람은 없으리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저 예전에는 아이가 많이 죽었으니까 여러 사람이 상실감을 공유할 수 있었던 것 아닐까? 나만 괴로운 것이 아니라 다들 괴롭다는 생각이 위로가 되지 않았을까?

p.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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