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은하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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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로 유명한 박경리 작가의 소설이다.

1960년 4월 1일에서 8월 10일까지 《대구일보》에 연재된 장편소설로 조윤아 교수와 마로니에북스에서 신문으로부터 원고를 되살렸다고 한다.


그냥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고 '박경리'라는 이름만 보고 편 소설이었다.


처음에 읽어내려가는데 시대 상황을 보고 마치 KBS1에서 하는 아침드라마를 보는 것과 같았다.

어쩌면 요즘 말로 막장같은 내용을 담기도 했고, 남녀간의 연애를 다룬 것이어서 요

즘의 독자들에게는 내용이 다소 진부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그러한 내용이어서 재미는 있다.


하지만 시대적인 상황들을 엿볼 수 있고, 박경리 작가만의 한 여인의 심리와 행동을 덤덤한 문장으로 섬세하게 표현해낸 데서는 충분히 구별 될만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생각들 때문에 이 소설을 읽는 내내 소설과 드라마(영화)가 다른 점에 대해서 생각해게 되었다.

만약 이 책이 현재 드라마로 나왔더라면 사람들의 흥미와 관심을 이끌어낼만할까?

나는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위에서 말했지만, 내용의 경우에 충분히 흥미롭지만, 구성이나 사건들이 기존 우리가 보아왔던 드라마의 스토리와 특별히 다르게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은 특성상 다루어질 수 있는 은밀한 심리묘사와 가치, 사회적 인식 등을 드라마와는 달리 읽음으로 알 수 있기 때문에 단지 막장 드라마나 소설로 치부할 수는 없다. 이 소설은 그래서 그렇게만 볼 순 없다.


주인공 인희의 상황 그리고 판단은 내게 충분히 이입되어 안타까운 상황이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나는 어떤 판단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았다.


나를 쫓아다니던 그래서 사귄 남자는 미국으로 유학 후 결혼을 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아버지는 사업의 어려움으로 다른 사업가의 도움이 절실하게 되었다. 그러기 위해서 자신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인희는 물론 자신의 상황을 비관하고 그마저 돌아간 고향에서도 마음 붙일 사람 한명 없음을 인식한다.

오히려 장연실이라는 아버지의 첩이 집에서 안주인 노릇을 하고 있다.

그녀의 선택은 아버지의 사업을 위해 인생을 포기하다시피 하여 아이셋을 둔 50대의 홀아비와의 결혼을 선택한다.


사실 나는 어땠을까 생각하며 살짝 비참한 느낌도 받았다.

1960년대의 상황에 따라 지은 소설의 주인공의 선택이 내가 할 선택과 그리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내 경우 장녀이고, 아버지의 고통을 분담한다는 뜻에서 혹여나 그 당시라면 충분히 인희와 같은 선택이 가능했으리라 생각이 된다.

현재라면 아마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지금이면 '해결이 꼭 그 사업가와 결혼하는 것에만 있나?' 다른 해결책을 찾아보려고 했을 것이며, 절대 내가 좋아하지 않는 남자와 결혼하지 않으려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당시에 실연과 가족의 상실감을 겪은 인희가 선택한 것은

물론 감정에 휩쓸려서 판단기능을 상실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당시 시대적인 상황에서 여자가 그런 존재(사업에 충분히 이용될 수 있을만한)였음을 보여주며,

유교적인 한국 사회에서 가정을 지키고자 했던 당연한 희생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소설에서는 인희의 상황이 이에 그치지 않고 그녀의 감정과 당위성 사이의 충돌을 보여주고, 그녀를 끝없이 절망의 나락으로 끌어내린다. 

그러면서 작가는 인희를 내세우며 서서히 새로운 문물을 받아들이는 시대의 변화를 따라서 그 당시 갖고 있는 인식과 통념에 문제를 제기하려든다.

친구인 은옥과 새로운 남자인 강진호를 통해 인희는 자신의 심리와 상황들을 인식하게 된다.

그리고 그녀가 가진 것은 기성 관념이며 그것이 아닌 자신의 감정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고 설득받는(?)다. 

그 과정을 통해 끝내는 열지 않으려고 하는 인희의 여리고 안쓰러운 버팀의 문이 조금씩 열리는 상황에서 소설은 끝을 낸다.

나는 이러한 내용이 그 당시에는 조금 파격적이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지금이야 자신의 감정을 따르라는 것이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지만, 그 당시는 한창 광복과 6.25전쟁을 지나서 혼란스러운 시기가 안정되어져 가는 과정이었을 것이다. 그런 상황과 사회에서 여성이 자신의 감정과 인생을 위해 사회적인 고정관념을 뛰어넘어 살아가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기에 인희의 변할 수 없는 변하지 않으려는 애씀은 이해가 되기도 하다.


씁쓸하게 끝나지 않을까 안쓰러우면서도 궁금하고 초조했지만 다행히도 해피엔딩으로 결말을 맺는다.



사실 사람의 죽음, 상실감, 실연 등에서 생성된 감정과 상황에서 초연하기란 쉽지 않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이성을 찾고 나의 주관을 또렷히 갖고 대처해나가기란 쉽지 않다. 이런 인희의 계속되는 비참한 현실은 그 당시 일제 강점기와 전쟁을 겪은 한국의 상황과 비슷하게 보인다.

여러 아픔의 상황에서 인희라는 나약한 여성을 강하게 강제로 바꾸려 하거나 사회에 수동적으로 물러서기를 두지 않았다. 인희 그대로를 두면서도 서서히 인식과 가치를 변하도록 이끌어낸 것은 어쩌면 그 당시 나약할 수밖에 없는 한국의 여성들이 조금이나마 감정의 자유를 갖길 바라고, 자신의 선택에 주관을 갖는 등 여성들의 인식의 변화를 이끌어내고자 생각했던 저자의 의도되고 진정 말하고 싶었던 바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여담으로 하나 주목하고 싶은 것은 인희를 제외한 여성들(은옥, 연실, 선자 등)은 자신의 인생에 있어서 상당히 능동적이었다. 비록 악하고 추잡한 탐욕이 능동적이라는 긍정적인 요소를 다소 흐리게 하지만 그 자체는 혹시나 생각될 수 있는 여성에 대한 비하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시대적인 관념이나 통념에 물흐르듯이 흘러가지 않고 자신의 주관과 의지(?)를 따른 것은 인희와는 상당히 대조되면서도 남자들을 오히려 휘두름으로 개인적인 통쾌함을 느낄 수 있어서 내 개인적으론 긍정적으로 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사람이란 참 묘한 것이다. 남의 불행이나 슬픔을 볼 때 일종의 위안을 느낀다. 동병상련 이란 말이 있듯이 같은 불행자가 있으면 마음이 든든해지는 모양이고 자기가 처해있는 불행과 비교해보는 때문이리라. 그래서 자기의 불행이나 어려움을 견디어보자는 힘이 되기도 하는 모양이다.

11%


"불가피했던 것이 아니었을 거예요. 인희 씨는 핑계를 삼았을 뿐입니다. 인희 씨는 자기의 사정보다 자기 자신에 대하여 반발하는 것입니다. 좀 더 시간을 기다려 냉정히 자신을 정리해보실 수 없을까요?"

"...."

"감정으로서 긍정하는 일은 좋습니다만 감정으로서 부정하다는 것은 퍽 위험한 일입니다. 인희 씨는 아마 이 순간에도 후회를 하고 있을 거예요."

37%


"시간을 기다리십시오. 시간이 흘러가면 최인희 씨는 자기가 살아가는 인간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서둘러서 자기를 버리는 행위만은 보류하셔야 합니다."37%


그리고 강진호에 대한 잠재적인 감정을 엄폐하려 드는 자기 자신의 본질이 전혀 외부에서 강요당한 기성 관념의 소산이라는 것을 인희는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자신을 통렬히 비판하면서도 자기의 감정의 올바른 발로를 굳이 제지하고 있는 인희였던 것이다.

41%


"감정을 밀폐하며 사람은 살아야 합니까? 그것이 인간을 행복하게 질서 있게 하는 겁니까? 인희씨는 자신의 감정을 억제했기 때문에 자신은 물론이거니와 남까지 고통을 주지 않았습니까? 인희 씨가 감정에 충실하였다면 더 손쉽게 행복을 찾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이렇게 먼 길을 둘러서 우리가 만나지 않아도 좋았을 것입니다. 원망스럽습니다. 이제부터라도 감정에 충실하여야 합니다."

76%


"언제까지나 낡아빠진 소리만 하구 있어. 감정은 자유야. 좋으면 좋은대루 표시해야지 왜 억젤 하니? 아무튼 그따위 생각을 하다간 넌 또 실패한다. 평생을 두고 후회를 해야 하는 실패를 한단 말이야. 허긴 나도 인생의 실패자지. 그러나 후회를 하지 않아. 유감은 없어. 최선을 다했으니까. 인력으로 될 수 없는 일이야. 하는 수 없지. 그러나 넌 인력으로 자꾸만 자기의 운명을 막는단 말이야. 처음부터 강진호 씨하고 결혼을 했으면 이런 복잡한 사태가 되지는 않았잖아.

83%


"난 너 마음을 잘 알지. 넌 얌전하구 싶은 거야. 나같이 사는 게 마땅치 않는 거야. 그러나 인희, 내 말 잘 들어. 행복이란 순간이야. 그 순간을 놓치면 영원히 행복을 잡지 못한다. 넌 첫번째 순간을 스스로 피했고 이번이 두 번째 기회야. 잘 생각해. 나도 이정식 씨 이제 생각 안할 테야. 내 앞에 기회가 온다면 난 서슴치 않고 잡는다. 그리고 그것에 열중하는거야. 이정식 씨와의 역사는 이미 끝났거든. 넌 처음 기회가 있을 때도 송건수와의 역사가 끝난 것을 명심하지 못했기 때문에 일이 빗나간 거야. 강진호 씨는 송건수 씨보다 모든 면에서 낫다. 널 생각하는 정열도 그만하면 송건수 이상이야."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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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우나는 JTBC 안 봐요 - 2017년 제13회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박생강 지음 / 나무옆의자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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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은 참 재미있다. 며칠전에 신뢰성, 영향력의 순위에서 1위로 발표된 JTBC를 안본다니?

JTBC는 지난 전 대통령의 탄핵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서 대한민국의 새 역사를 쓰게끔 기여한 언론사다.

본다니 역시나 '보수겠구나'하는 생각에 그대로 적중하는 대상들은 그 사우나에 다니고 있다고 한다.


도대체 그들은 사우나에서 무슨 이야기를 하며, 무슨 생각을 하는지...

여자인 나는, 1%와는 거리가 먼 나는, 굳이 사우나를 즐기지 않는 나는....알 턱이 없는 환경이다.

그래서인지 더 궁금해졌다. 내가 알지도 알 수도 없는 세계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런지...


 이 책은 대한민국 1퍼센트 남자들이 벌거벗고 있는 사우나에서 있는 일상의 이야기들을 쓴 책이다. 그 밖에 태권, 주인공의 주변 사람들의 말을 통해 그들의 삶과 일상도 알 수 있다. 작가는 경제적인 이유으로 일을 해야하는 상황이었던지라 사우나 업무에 뛰어든 경력이 있다. 그런 실제적인 경험을 가지고 쓴 이야기라면 조금더 내용에 있어서 신뢰되고, 현실적으로 잘 표현했을 거란 기대감이 든다.


어떤 것이 진실에 가까울지 우리에게 숨은 그림찾기처럼 남겨둔 작가는 관찰자적인 시점으로 그 안의 인물의 행동, 상황들을 묘사해 나간다. 그들의 행동과 표정, 말에서 우리는 인물의 성격과 개성을 알 수 있다. 1퍼센트의 사람들에게서는 그들만의 세계인 이 헬라홀 사우나에서 자신에 대한 자부심과 특권이 저절로 느껴진다.

그 와중에도 주인공인 태권과의 대화에서는 단지 태권이 을도 못되는 병으로써 대답하지 못할 사이다와 같은 답변으로 갑을 대한다. 엉뚱하고, (속으로 자신의 속내를 감추더라도) 겁없고, 재기발랄하게 보이는 말투는 1퍼센트의 점잖은 채하고 말을 아끼는 갑의 속내를 이끌어내는데 큰 공헌을 하는 것 같다. 때로는 짠하기도 하고, 때로는 아니꼽기도 하고, 때론 유치하고 탐욕스러운, 권위의식에 쩐(?) 갑들의 면모를 주저없이 끄집어낸다.


그와 대조적으로 보이는 태권, 공, 팀장, 프론트 여직원 등 소시민적인 삶을 사는 이들의 모습은 초라하고 궁색하게 느껴진다. 1퍼센트의 사람들에게 혹은 세상에 자신의 모습들에게 친절, 연기를 팔아 제공하고 그것으로 돈을 벌고 살아간다. 자신을 위해 살아가고(유인원 아저씨), 자신의 가치에 살아가며(프론트 여직원), 자신의 개성(성격)을 따라 살아가지만(팀장) 결국은 누군가의 하수인같은 삶을 살고 있다. 그들의 사는 모습은 그냥 현재를 살아가는 딱 우리의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작가는 그런 우리에게 1퍼센트와 세상의 법칙, 권위 앞에서에서 소위 '권리'라는 것을 3차례 가량 주인공의 여자친구의 말을 언급하며 우리가 현실가운데 권리를 누려도 된다고 말하는 듯하다. 정작 대단하다고 생각한 것들을 보니 대단한 것들이 대단한 게 아니었더라는 것이다. 1퍼센트의 사람들 역시 후줄근한 사우나복을 입으면 별거 없고, 나 또한 당당히 그들 안에서 벗고 다녀도 다른게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직원들은 사우나에 들어가지 않는 법칙에 대해 우리는 들어가지 않는다 라고 한다. 탕에 그들의 흐느적이는 괄약근으로 똥물이 되었다는 등 이유로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태권이 소설가의 태권과 사우나 매니저의 태권으로 마주하여 이야기하는 장면은 참 인상적이었다.

사실 쉽게 넘기기엔 천천히 읽어야 할 필요를 느껴서 3번 가량 차근히 읽어봤다.

결국은 1퍼센트의 사람뿐 아니라 우리 각자도 투텁고 단단한 관념의 벽에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우리에게 하나의 웃음으로 긴장을 풀고 마음을 느슨하게 열기를 마지막에 이야기 하고 있지 않나 생각이 들었다.

~해야 한다. ~되어야 한다. ~이어야 한다. 라는 고정관념이 아니라

각박하고 관념의식으로 철벽이 처진 세상에서 여유를 갖고 그런 관념의식에 매몰되지 않고 담담한 자세로 살아가길 ...

우리 나라 현실에 대한 고발과 더불어 거기에 물과 같이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야기 하고 있지 않나 생각해보았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책을 읽고 그 책 내용을 기억하며 쓰자니

이해가 잘 안되던 장면이 떠올랐다.


"아니, 그러니까, 꼭 그렇게 비위를 맞춰야 하냐고요. 그 사람들, 아니 회원님들께선 그냥 왔다가 옷 갈아입고 골프 치고 헬스하고 목욕 한번 하고 집에 가는게 전부잖아요."....

"태권씨, 생각이 너무 많네요.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말아요. 우리가 생각해야 하는 건 운동복에 대한 것과 사우나에 대한 것 두개면 끝입니다."

"아니 생각이 아니라 의문이잖아요. 팀장님은 내가 왜 이래야 하나 화나고 불쾌한 적 없어요?"

p.36  


아니 면접보러 간 주제(?)에 돈을 받으려면 하라는대로 해야하는게 당연한거 아닌가?

태권의 저와 같은 당돌한 질문을 나는 당최 이해할 수가 없었다.

돈을 벌기 위해 무슨 일자리라도 구하려던 태권이 할 수나 있을 말이었을까?

아니 왜 이 장면을 굳이 작가가 넣어야 했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끝까지 읽고 뒷 장면을 계속해서 읽어보니 작가의 의도가 아닐까 하는 것이 보였다.


세상에서 우리에게 많이 생각하지말고 돈, 소유 등에 대해서만 생각하라고 하지만

그것들을 위해서 우리의 자의식, 자존심도 버리고 우리의 가치마저 하락시키고 우리의 권리마저 포기하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에게 묻는 질문을 넣은게 아닐까?

질문조차 하기를 포기하고 단지 지금에 급급해서 살아가는게 아닐지...

그러지 않아도 혹여나 그렇게 해서 올라간 그 특자리가 대단한게 아니던데 말이다.


이래저래 많은 생각들을 끄집어 낼 수 있는 이 책이 나는 참 좋았다.

시대의 고발에 그치지 않았고, 단지 JTBC에 편승되게 무언가를 말하는 것이 아닌 것이 참 좋았다.

결말은 그냥 찝찝함을 줄지 몰라도 시원시원한 주인공의 말과 나 자신에게 남겨진 생각과 질문을 주었다.

이 가을 생각하고 찾고 깨달아가는 즐거움(?)을 준 좋은 책이었다.


'나는 젊다. 그건 살면서 한 번쯤 뒤통수를 맞아도 웃어넘길 여유가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게 열정의 힘이다.'

돌이켜보니 그 때의 나는 순박했다. 지금의 나라면 마지막 단락을 이렇게 바꿨을 거다.

'나는 아직 젊다. 그건 이 사회에서 누군가 나를 털어 갈 준비가 돼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게 그들이 지닌 열정의 힘이다.'

p.11


"아니, 내가 태권을 좋아하는 몇 안되는 이유야. 난 쓸데없이 바지런한 인간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그건 인간의 권리 중 하나를 포기하는 거니까."

"무슨 권리?"

"게으를 권리. 게으르게 늘어질 권리. 그건 인간뿐 아니라 모든 생명체가 다 자연스럽게 누려야 할 권리지. 언젠가부터 우리 인간들만 그걸 죄악시하게 되었지만."

p.42


아버지가 경멸하던 그 무료함 말이다. 그 무료함을 즐길 수 있는 남자들이 모여 있는 곳이 이 헬라홀이었다. 인간의 게으를 권리를 당당히 드러내는 장소가 여기였다. 게으른 거, 그거 지금 이 시대에는 아무나 못하는 거구나 싶었다.

p.57


"태권, 인간에게는 권리가 있어."

"또 무슨 권린인데?"

"인간은 그러니까... 홀딱 벗은 인간 앞에서는 같이 당당하게 홀딱 벗을 권리가 있는 거지."

생각해보니 우리는 그리 당당하지는 않았다. 그러니까 벗을 권리는 뭐 둘째 치고 씻을 권리조차 행사하지 못했다. 팀장도 씻을 때 언제나 구석 자리에 숨어 조심했다. 나와서 옷을 갈아입을 때조차 로커룸에 사람이 없을 때를 골랐다.

p.95


근데 오늘은 잠이 안 오더라. 머릿속만 막 복잡해지고. 그러다 내가 호떡처럼 여겨지는 거야. 반죽일 때는 내가 그래도 뭔가 될 거라 믿잖아. 그런데 모양이 만들어져도 그냥 기름판 위에서 꾹 눌리는 인생이잖아. 멋있지도, 대단하지도, 끝내주지도 않고 그냥 호떡."

p.119


"아무래도 소설가는 나를 친구로 여기지 않는 것 같아?"

"와 친구요? 그건 좀 이상하네."

그때 나는 손걸레로 거울을 닦고 있었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는데 말이야. 좀 아닌 거 같아. 안그래? 그런 느낌이 있다고."

나는 손에 쥐고 있던 손걸레를 잠시 내려놓았다.

"회원님, 그건 당연하죠. 너무 바라는 게 많은 거 아니세요? 저는 여기서 일하는 직원지요. 그리고 회원님 덕분에 월급도 받죠.

그 때문에 회원님은 제 친절을 사잖아요. 그러면 거래는 끝입니다. 하지만 우정을 사려면 그 이상이 필요한 거 아니에요? 노동이 아닌 영혼의 값인데."

그는 빤히 나를 쳐다보았다.

"그게... 얼마면 돼?"

"뭐, 제가 굳이 회원님께 영혼을 팔고 싶진 않고요."

p.162


"내 생각에는.... 치킨이나 피자나 다 그래. 그러니까 정말 배가 고플 때는... 사실 삶은 감자를 입안에서 식혀가면서 천천히 씹으면 닭고기 맛도 부침개 맛도 전부 다 나. 어려을 적에, 그러니까 가난해을 때, 난 그래어. 지금도 입맛이 없으면 감자를 쪄서 입안에서 천천히 식혀가면서 먹네. 오래오래. 그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해. 실은 지금도 그래. 감자야, 감자. 감자가 최고야. 이 세상의 행복은 감자 안에 있어."

p.177


"나 한번 쯤은 내 인생의 주인공이고 싶어."

"그건 그냥 연극일 뿐이잖아.?"

공은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태권, 아직도 모르겠어? 진짜 삶에 주인공이 어디 있어? 주인공이라 착각하지만 다들 누군가의 하수인이지. 가짜 인생 연극에는 그나마 주인공이 있단다."

공은 새 맥주 캔을 땄다.

"태권, 나는 계약을 파기할거야. 태권은 여기서 계속 일할 거야? 생각해봐. 인간은 누구나 떠날 권리가 있는 거잖아."

p.200


나는 떠나지 않았다. 대신 헬라홀 남자 사우나에서 일하면서 어금니처럼 당분간의 생계를 책임졌다. 우리의 앞날은 여전히 알 수 없었다. 물론 특별한 계획도 세우기 힘들었다. 나나 그녀나 모두 뼈대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우리의 앞날은 탄탄대로가 아니라 꿀렁거렸다. 게임 속 캐릭터처럼 쉽게 게임 오버되기 쉬운 인간들이었다.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랴 싶었다. 우리는 그냥 살아간다. 그건 용기나 낙천, 열정 같은 단어로 포장할 수 있는 감정이 아니었다. 보험 없는 삶이지만 내가 사는 삶이니 타인의 눈치를 볼 필요는 없었다. 희한하게도 헬라홀 남자 사우나는 그거 하나는 내게 가르쳐주었다.

 물론 헬라홀의 회원님들이 가르쳐준 건 아니었다. 그냥 벌거벗은 1퍼센트 남자들 사이를 덤덤하고 시크하게 걷다 보니 습득해 버린 거였다. 대단함이 대단한 게 아니니까 대단해봤자지 이사람아, 같은 담담한 자세.

p.213


"그냥, 운전기사하고 기분 전환 겸 일주일쯤 동남아 놀러갔다왔는데 별거 없네. 그냥 그래 똥남아. 역시 여기저기 다녀도 우리 나라가 제일 살기 좋아. 그럼 된거 아냐?"

나는 그냥 세탁물이나 버리러 갈까하다 말문을 열었다.

"뭐, 회원님께는 그렇겠죠. 돈 많으면 살기 좋은 나라죠. 아닌 사람한테는 아니고."

p.216


의정부에서 돌아오던 버스 안에서 그런 생각을 했다. 언젠가 이곳의 이야기를 쓴다면 무덕하고 초라한 상류층 남자들의 사우나를 헬라홀이라 부를 거라고.

1퍼센트의 사람들만, 혹은 자신을 1퍼센트라고 믿는 사람들만 빠져드는 그곳은 분명 어마어마한 구멍이었다. 위험한 맨홀 같기도 하고 시공간이 일그러진 웜홀 같기도 한 헬라홀이었다. 한번 빠진 귀한 사람들은 쉴 새 없이 달리고 땀을 빼며 영원을 꿈꾸지만 훅 꺼져 사라질 때까지 빠져나가지 못하는 구멍, 헬라헬라 헬라홀.

p.229


"아니야, 그럴 거면 평범한 사람으로 했어야 돼. 소설가는 늘 날을 세우고 세상을 바라봐야 하는 그런 존재야. 평범한 인간이 아니라고. 그런데 너는 노예의 삶에 순응한 거야. 그곳에 있는 1퍼센트 남자들의 부와 여유를 동경하다보니, 노예의 삶을 수긍하게 된거지. 부끄러운 일이라고."

.....

하지만 헬라홀에서 빠져나오니 나는 여전히 단단하고 두터운 관념의 세계에 빠져있었다. 생각해보니 그건 내가 헬라홀에서 보았던 1퍼센트 남자들이 보여준 1퍼센트 남자여야만 한다는 고정관념과도 다른 듯 비슷했다. 나는 여전히 어리석었다.

..............

그래, 그건 비웃음이 아니었다. 온전한 웃음이었다. 웃는 건 중요하다. 단단한 세계의 벽은 웃음 덕에 구멍이 나면서 조금씩 허물어진다. 그 벽에 구멍이 뚫리지 않으면 아무것도 볼 수 없다. 우리가 사는 관념의 세계는 아주 단단하고 대단해 보이지만 웃음 때문에 작은 구멍이 뚫리고 그 구멍으로 빈틈이 보이면서 무너진다. 헬라홀에 빠진 사람들은 그걸 모른다. 너무 단단한 사람들도 그걸 모른다. 각자의 관념의 링 속에서 돌고 있으니까. 하긴 세상 사람 누구나 세상을 쉽게 말하지만 결국 우리는 빈 맥주병의 공기에 불과한 존재인지도 모르지. 그렇게 생각하자 맥주병에 든 생쥐가 된 것처럼 귀가 먹먹해져 왔다.

p.243-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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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과 천둥
온다 리쿠 지음, 김선영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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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알게 된 건지, 원래 그랬던 건지 모르겠지만,

요즘 출판되는 책들 중 상당히 많은 책들이 일본 작가들이 쓴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에세이 소설 등의 저자에 일본인을 자주 접하게 된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은 꽤 방대한 분야들을 주제로 다루는 일본인들의 전문성, 다양성이 놀랍다는 것이다.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이라고 할 수 없어 함부로 말하기 굉장히 조심스럽지만,

사회적인 주제, 인간의 심리, 남녀의 관계가 많은 주제로 사용되는 우리나라의 책들을 생각하면

국가적으로도 차별성이 느껴지는 듯해서 재밌기도 하고 약간 아쉬운 면도 있다.

오래 전이지만 일본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에서 클래식을 상당히 전문적으로 다루는 걸보며 '이런 드라마가 있다니!!'라는 생각에 재밌게 봤었다.

이젠 클래식을 다루는 책이 출간되었는데, 그 책이 무려 구상만 12년이며, 11년의 취재, 7년간의 집필 끝에 완성되었다.

그렇게 오랜 기간을 들이며 나온 책임을 생각할 때, 작가의 끈기와 노력 끝에 드디어 독자들에게 읽을 기회가 왔다는 것이 내게는 너무 감격스럽고 기대되는 일이었다. 우리 나라에선 이렇게 클래식을 다루는 책이 있었나?라는 생각도 들고 너무나 반갑기만 하다. 또한 몇 년 전에 쇼팽콩쿠르에 조성진 군이 1위를 했던 것도 있고 해서 콩쿨를 다룬 이 책은 특히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독자들의 관심을 받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온다 리쿠의 소설은 처음 읽어봤다. 처음부터 저자의 책을 700페이지 가까이 되는 책으로 시작해도 될까 싶다가도 좋아하는 주제를 다룬 책인데다, 주변의 평이 워낙 좋고 쉽게 넘길 수 있는 이야기라기에 집어 들었다. 다른 책들과 읽는 바람에 읽는데 시간이 걸렸지만, 콩쿨의 과정에서 다루어지는 각 개인들의 생각과 상황이 절묘하게 클래식 음악과 어우러져서 음악 못지않은 감동과 섬세한 감성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심리적인 묘사와 상황, 음악과 관련한 본질을 찾아가는 과정들이 우리가 경험하는 것과 다르면서도 비슷할 수 있는 것이기에 흥미롭고 인상적이었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인물들이 음악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저자가 얼마나 오랜 기간 이 책을 위한 노력과 시간을 기울였으며, 음악에 대해 상당히 고심했는지 생각해볼 수 있다. 

콩쿨이라는 주제로 시작했지만, 정작 저자는 콩쿨에 대해 상당히 회의적이었던 것 같다.


저마다 다른 음악을 가지고 있는데 며칠 후에는 또 누군가 떨어진다.

선택받은 자와 그렇지 못한 자로 갈린다.

비교할 수 없는 가치를 비교당하고, 순위가 매겨진다.

"콩쿨는 정말 부조리 해."

p.284

그렇게 음악에 대해 순위를 내리는 부조리함함을 이야기하는 인물들의 대화는 사실 작가가 가졌던 생각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런 순위로 판단되는 우열에서 나타나는 '천재'라는 존재도 심사위원들을 통해서 기프트로 봐야할지 저주로 봐야할지 혼동과 의심을 갖게 한다. 사실 개인적인 취향일 수 있는 예술의 세계에서 어떤 기준과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예술가들에게 굉장히 잔인한 행위로 보인다. 예술가 고유의 표현, 개성이 그것만으로도 당연히 인정받아져야함에도 불구하고 거기에 대회라는 것을 적용하여 가치가 평가되는 것은 당사자들에게 상당히 괴로운 일이 될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작가가 갖는 회의적인 시각들이 이해가 되고, 나또한 그러한 매정함이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또한, 음악과 문학을 비교하는 장면이 나오기도 하는데 문학 역시 예술이지만 그 가치가 어떤 수상 등으로 판단되어지는 것에 대해 작가가 가진 생각이 이책에서 다루는 음악의 그것에 반영된 것이 아닐까 내 나름 생각해봤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 해본다.

만약에 대회, 콩쿨 등 평가 프로그램이 사라진다면 어떨지 말이다.

그런 것들이 정말로 아주 오랜 과거에는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예술가들은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이 원하는 예술세계를 마음껏 펼칠 수 있었을까?

자신의 개성을 자유롭게 표현하며 그것들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었을까?


물론 평가하는 것들로의 자유로움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소비하는 소비품으로 가치가 매겨지고 그 안에서도 인기와 비인기로 나뉘어졌으며 다른 예술들을 의식하면서 예술의 세계에 몸담을 수 밖에 없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과거엔 어쩌면 장소와 환경의 제약을 받아서 에술의 세계에서 많은 부분을 공유하지 못한 예술인들도 많지는 않았을까?


책에서 4명의 인물이 나온다.

가자마진. 그는 그야말로 집에 피아노 한대 없는 양봉가 집의 아들로 아버지의 직업의 특성상 이동을 하며 다니고 연습 또한 한곳에 머무르지 않고 기회가 되는대로 빌려서야 할 수 있다. 하지만 타고난 음악 천재다.

아이덴 아야. 엄마의 원조에 힘입어 재능이 일찍 발굴된 천재소녀다. 엄마의 부재로 오랜 공백기를 갖은 천재가 콩쿨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이르렀다.

마사루 누가 봐도 훈남에 훤칠한 하지만 실력 또한 못지않은 실력자다.

다카시마 아사키. 피아노를 전공했지만 결국은 회사원으로 진로가 바뀐다. 하지만 이번 기회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콩쿨에 도전한다.


대략 이런데 그들이 콩쿨에 지원하게 된 계기, 그들이 음악과 함께한 여정. 그들이 가진 경험과 실력에 근거한 예술성은 각자 다르다.

모두 자신의 색채를 가지고 연주에 임하고 있고, 그 고유함을 이 콩쿨에서 인정받는다.

그들이 음악을 사랑하고 갖고 있는 고뇌와 고독함, 극복은 저마다 다르다.

소설 초에 그런 이야기들을 접하고 나면 이들에게 도대체 콩쿨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하지만 저자는 가자마 진이라는 알 수 없는 신이 내린 천재성을 가진 한 소년을 통해 콩쿨이라는 것이 평가라는 것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생각해보게 한다.

천재는 타고나는 것이고, 더 이상 그를 뛰어넘을 사람은 없고, 유일무이해 보인다.

그냥 그 존재는 거기서 어떤 의미도 찾을 수 없다.

아무런 과정도, 바탕도 없는 음악성이 다분한 천재가 여태까지 전문가들이 다져온 음악의 세계에 혜성과 같이 등장했다.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혼란스럽다.


예선과 본선에 이르기까지 그냥 각자의 실력을 드러내기만 해 보이는 콩쿨이라는 곳은

단지 거기에 의미가 있지 않은 듯하다.

콩쿨의 시작에서 끝까지 수많은 과정과 내적 갈등과 극복과 깨달음이 있는 시간으로 저자는 주목한다.

천재를 통해서 단지 순위를 가치를 매기는데 그치지 않고

그런 천재의 등장은

다른 이에게 새로운 음악의 세계에 눈을 뜨게 하고, 다시 음악을 시작할 결심을 갖게 하며,

포기했던 자신의 길을 재발견하게 한다.

또한 콩쿨은 다른 이들의 음악을 접하며 다양한 예술의 세계를 경험함으로 보다 신선한 자극이 됨과 동시에 자신의 음악 세계에 대해 더욱 자신의 색깔을 갖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콩쿨과 천재라는 것은 회의적인 저자의 시각이 다시끔 정리된다.

​거기서 기프트라는 것을 본 것이다.

콩쿨이라는 특성상 정말 다양한 나라, 개성, 해석이 모이게 된다. 그것들이 음악이라는 매개체로 공유돼 서로 대화하게 한다. 음악을 통해서 알 수 없었던 개인들 고유의 특성들을 보게 된다.

그런 것들을 서서히 알아가고 음악의 길을 찾아가는 모습은 감동이 되기도 하고, 희망이 되기도 한다.


누군가에겐 자연으로 돌려주는 일이고,

누군가에겐 새롭게 자신의 길을 찾는 것이고,

누군가에겐 다시 본연의 자리를 찾는 것이고,

누군가에겐 즐기는 최고의 것이고,,,


나에게는 음악이란 어떤 것일까 생각해보게 된다.

설레는 것이었고, 이별을 통보한 매정한 남자 같은 것이었고, 나조차도 거절 받기 싫어 손을 놓아버린 것이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음악은...

그 자체로 즐기는 것이고, 더욱더 새로운 세계를 알아가는 것이고,

또 지금 즐길 수 있는 최선의 것들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다카시마 아사키가 느낀 콩쿨 내에서의 열등감, 음악을 향한 애정은 비음 악인으로써 공감이 되기도 했다.

당연히 음악전문인들의 세계가 되어야 할 콩쿨에 비음악인이 나타난 것은 어쩌면 소외되고 혜택을 누리지 못한 비주류에 대한 저자의 배려이자 새로운 용기를 주는 인물이 아니었을까 싶다.

사실 현실적으로 보게 되는 주부로써 한 가정의 가장이 음악을 다시 시작한다는 것은 말리고 싶은 상황이라고 웃으며 말하겠지만,

하여튼 그의 용기와 도전에서 그리고 길을 찾아가는 고뇌 어린 독백들에서 음악을 향한 사랑과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콩쿨과 천재...

그것들, 그들을 통해서 소개되는 음악에서

새로운 세계를 접할 때 감격과 기쁨, 삶의 동력이 된다.

잔인함을 떠나 그들 안에서 더욱 자극이 되고 소통이 되어 우리의 삶을 더욱 풍성하게 해주길 기대하는 게 되었다.

음악을 더욱 즐겁게 들을 수 있는 보충된 곡과 음악가들에 대한 설명과

과장되어 보이지만 음악을 모든 상상력을 끌어내 글로 표현.

여러 인물과 사물에 대해 통찰력을 갖고 자신만의 시각으로 보여준 것.

그리고 음악의 본질을 생각함으로

이 책에 깊은 인상을 갖고 나서

이 책의 문을 열고 나올 수 있었다.  



 ​  


봐, 비슷하잖아. 콩쿨와 신인상의 난립. 똑같은 사람이 인정받기 위해서 온갖 콩쿨와 신인상에 응모하는 것도 똑같아.

그걸로 먹고 살수 있는 사람은 양쪽 다 극히 일부지. 자기 책을 남에게 보여주고 싶은 사람, 자기 연주를 남에게 들려주고 싶은 사람은 바글바글한데, 둘다 사양산업이라 읽을 사람도 들을 사람도 한 줌밖에 안돼.

미에코는 쓴 웃음을 지었다. 세계적으로 팬들의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클래식 음악계에서 젊은 팬의 확보는 절실한 과제다.

마유미는 말을 이었다.

하염없이 키를 두드려대는 것도 비슷하고,

언뜻 보면 우아해 보이는 점도 비슷해.

사람들은 이미 완성된 화려한 무대밖에 보지 않지만, 그걸 위해 평소 아찔하리만치 오랜 시간을 얌전히 틀어박혀 몇 시간씩 연습하거나 원고를 써야 해.

....

그런데 콩쿨도 신인상도 자꾸 늘어나기만 해.

급기야 다들 필사적으로 신인을 찾지. 이유? 둘다 그 정도로 지속하는 게 어려운 장사라 그런거야. 평범하게 하면 탈락하는 치열한 세상이니까 항상 시야를 넓히고 새로운 피를 수혈해야 해. 안그러면 바로 관계자들이 줄어서 시장 자체도 줄어들어. 그래서 모두들 언제나 새로운 스타를 찾는 거야. 투입 비용이 달라, 미에코는 그렇게 반박했다. 소설은 및천이 들지 않으니 괜찮지만 우리가 얼마를 투자한다고 생각해?

....

악기값, 악보값, 레슨비, 발표회비용에 꽃다발 값에, 의상까지, 유학 비용에 교통비, 어, 또 뭐가 있지?

경우에 따라서는 대관료나 인건비도 떠맡아야 하지. 시디 제작도 자비 제작에 가까울 때가 있고. 전단지나 광고비도.

가난한 사람은 꿈도 못 꿀 장사야. ..

세상어디를 가도 음악은 통해. 언어의 장벽이 없어.

감동을 공유할 수 있어. 우리는 언어의 장벽이 있으니까, 음악가가 정말 부러워.

p.25-26


그걸 경험한 사람이 아니면 전달되지 않고, 글자 그대로 말로 설명할 수도 없다. 하물며 그만한 투자를 하고도 결코 수지가 맞지 않는 이 바닥에서, 일단 '그 순간'을 경험하면 그런 고생은 전부 잊어버릴 정도로 크나큰 환희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은.

그렇다.

결국 누구나 '그 순간'을 원한다. 한번 '그 순간'을 맛보면 그 환희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만큼 '그 순간'에는 완벽한, 지고한 경험이라 할 수밖에 없는 쾌락이 있다.

p.27


그보다 부러운 건 중국 참가자에게서 느껴지는 탄탄한 자기 긍정이다. 일본인은 좀처럼 갖기 어려운 정신이다. 일본인이 말하는 '본연의 모습'은 타인에 대한 콤플렉스나 자신감의 부재, 불안한 자아 정체성에서 달아나기 위한 핑계다. 다양한 갈등을 거쳐 손에 넣을 수 있는 '본연의 모습'을 저들이 처음부터 당연하게 갖고 있는 건 혹시 중화사상과 일당독재 체제 때문일까, 그런 생각을 하고만다. ...

흔히 말하는 한류스타를 볼 때도 드는 생각인데 가나데는 그들에게서 올곧은 정열과 이런 표현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항상 일종의 '처연함'을 느낀다.

그들이 민족적으로 갖는 '격렬함'과 '처연함'은 드라마틱한 클래식 음악과 궁합이 좋다.

p.183-184


선생님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떻게 하면 이 음악을 드넓은 곳으로 데리고 나갈 수 있을까요?

소년은 저도 모르게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다.

살랑살랑 몸을 흔들며 가만히 선생님에게 속삭였다.

언젠가 반드시 선생님과 약속한 대로, 음악을 데리고 나가겠어요.

p.310


흔히들 심사위원은 심사하는 입장이면서 동시에 심사 받는 입장이라고 한다. 심사 내용으로 그 사람의 음악성이나 음악에 대한 자세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안다고 생각했다.

미에코는 울적한 마음으로 생각했다.

심사는 두려운 일이라는 것을. 자기의 음악성이나 인간성을 드러내는 일이라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너새니얼이 그런 것처럼, 지금까지 결코 그것을 실감하고 이해했던 건 아니었다.

p.319


정말이지, 이토록 부조리하고 잔혹한 이벤트가 또 있을까?

...

이토록 잔혹하고, 재미있고, 매력적인 이벤트가 또 있을까?

예술에 점수를 매길 수 있는가? 그렇게 묻는다면 누구나 '우열을 가릴 수 없다'고 대답하리라. 물론 누구나 머리로는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속으로는 우열이 갈리는 순간을 보고 싶어 한다. 선택받은 자, 승리한 자, 극히 일부에게만 허락된 기프트를 보고 싶다. 거기에 많은 노력이 들수록 환희와 눈물은 보다 감동적이고 흥분을 불러일으킨다.

무엇보다도 거기에 이르는 과정을, 사람들의 드라마를 보고 싶은 것이다. 정점을 찍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사람을 보고 싶은 동시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고 사라져가는 사람들의 눈물을 보고 싶은 것이다.

p.366


음악은 행위다. 습관이다. 귀를 기울이면 거기에는 언제나 음악이 가득하다....

p.374


"실례지만 꽃꽂이라는 건 모순 아닌가요? 그야말로 자연계에 있는 것을 꺾고 따다가 살아 있는 것처럼 꾸미잖아요. 어떤 의미로는 살생을 해서 인위적으로 살아있는 것처럼 꾸미다니, 모순되지 않나요?"

....

"모순되지"

"하지만 애초에 우리는 무언가를 살생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모순된 존재야. 우리가 생존하기 위한 기본, 먹는다는 것 자체가 그렇잖니? 먹는다는 것 자체가 그렇잖니? 먹는다는 행위의 즐거움은 죄악과 종이 한 장 차이다. 나는 자연을 그릴 때 언제나 꺼림칙한 죄책감을 느껴. 그래서 완성한 순간을 최고의 작품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단다."

p.499


가자마 진이 터뜨린 것은 음악교육이 아니다. 그가 가진 재능이 기폭제가 되어 다른 재능을 감추고 있던 천재들을 일깨운 것이다. 틀에 박힌 연주나 그저 기교만 뛰어난 연주가 아니라 진정 개성적인 재능을, 가자마 진의 연주를 촉매 삼아 개화시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호프만이 설치한 폭탄.

그 결과가 바로 지금 눈앞에 있는 천재의 연주인 것이다.

그랬나...

우리는 이미 수많은 '기프트'를 받았다. '재앙'이 아니었다.

멋진 '기프트', 호프만이 보낸 선물을 이토록 명확하게, 바라 마지않던 형태로 받지 않았나.

미에코는 자신이 눈물을 글썽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야의 연주가 훌륭하기 때문만이 아니라 호프만의 유지가 이토록 똑똑히 전해졌다는 사실에 감격한 것이다.

그랬던가.

환희에 넘쳐 연주하는 아야의 모습에 가자마 진의 연주가, 마사루의 연주가, 호프만의 연주가 차례로 겹쳐졌다.

그 모습 하나하나가 한없는 환희로 가득한 '기프트'인 것이다.

이런 요행이 또 있을까.

그것을 이 자리에서 직접 느낄 수 있다니, 이 얼마나 멋진 체험인가.

p.579-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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딴따라 소녀 로스쿨 가다 - 가수 이소은 뉴욕 로펌을 사로잡다
이소은 지음 / 삼성출판사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책 한 권을 볼 때 우리는 소설이다. 에세이다. 과학도서다 라고 편리를 위해 한 분야로 구분짓는다.

하지만, 책을 읽어본 사람이라면 한 책을 통해서 단지 한 분야에서의 정보만을 이끌어내는데서 그치지 않는다는 걸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가령 성경의 경우에 법, 정치, 건축, 천문, 역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그 책 한권만을 가지고 이야기 할 수 있고,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려고 했을 때, 아이러니하게도 가수 이소은의 로스쿨 이야기에는 관심이 없었다.

신기하게도 내가 읽은 책들 중 몇 권에서나 이 책을 인용해서 이 책을 알게 되었는데, 그 내용은 육아, 교육법 관련한 것이었다.

인용된 글들이 말처럼 인용인지라 길지 않았는데, 그 말, 글이 진실되고 생각지 못할 지혜가 있어서 인상적이었다.


이 책은 저자가 초등학교 때부터 로스쿨 졸업까지 자신의 성격과 기질, 열정을 따라 로스쿨까지 오게 된 이야기들, 로스쿨에서 경험했던 이야기들을 공유했다.

개인적으로는 저자의 노래를 좋아했던 팬으로, 그녀의 목소리가 남다르며, 흡인력 있음을 높이 평가했었다.

그런 저자가 공부를 위해 유학을 간다는 이야기에 요즘 말로 '엄친딸'이구나! 라고 생각하며 저자의 노래를 들을 수 없음을 아쉬워했다.

하지만, 음악 뿐 아니라 정의와 사회에 대한 열정이 있었고, 그를 위해 새로운 방향으로 삶을 전환하는 모습은 책을 통해 새롭게 알게 된 모습이었다.

가수가 되기 전의 저자의 어린시절 이야기에서 보이는 어린 마음의 상욕심, 무모하지만 용기있음, 자신감은 타고난 것 같은데, 그런 성격을 보며 나와는 너무 다른 사람이라 부럽기도 했고, 그 스토리가 참 흥미로웠다.


또한 자신의 마음이 움직이는 소리를 듣고 도전했던 로스쿨과 그 안에서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안쓰러웠다.

하지만, 하나하나 극복해나가는 그녀의 도약의 이야기는 또 안쓰러운만큼 멋지게 느껴졌다.

극한 상황에서 포기하지 않고, 부던히 노력하고, 끈질기게 자신의 모든 걸 쏟아부어 로스쿨의 학업에 담는 열정과 끈기가 대단하게도 보였다.

이렇게 하면 못할 일이 없겠다라는 생각부터, 안일하고 편안함에 삶에서 이미 열정과 노력을 상실한 나 자신을 도리어 발견하고 도전하고 싶은 생각까지 여러가지의 것으로 내 온 신경과 마음을 휘져어 놓는 듯 했다.


나는 어떤 것을 위해 끝까지 인내하며 노력해보았을까?

좌절함으로 포기한 선택들에게 핑계거리를 너무도 쉽게 가져다 준건 아닐까?

두려움에 소극적으로 대처한 행동들을 어떻게 하면 뒤집고 나아갈 수 있을까?

나는 나의 한계를 어디까지 두드리며 열심을 내었었나?


작은 소녀의 로스쿨 이야기는 그렇게 나에게 많은 질문을 남겨주었다.


또한, 그녀가 OCI(On CAmpus Interview)에서 받은 인터뷰 질문은 내게도 질문이 되어 나의 삶과 선택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하는 좋은 질문들이었다. 그러한 질문에 내가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성실하게 대답해 본 것은 거의 처음인 것같다. 부끄럽지만, 그 질문들은 나의 삶에서 익숙치 않은 질문이었다. 아마 그러한 제대로 된 질문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과거에 대한 반성과 새로운 발전의 계기를 놓쳐서 현재 안주하고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생각지도 못한 최악의 성적결과를 받고, 엉뚱한 대답과 실수로 일상이 되는 저자의 로스쿨 이야기는

이 이상의 극한 부끄러움을 없을 것이라듯이 정직하게 소개한다.

하지만 저자는 그 와중에서도 왜? 라는 질문을 멈추지 않았고, 새로운 일들에 도전하는 행동을 함으로 그녀의 일상을 뒤집는다.

정말 미치도록 힘들어 포기하고 싶은 극한의 한계에 치달은 중에도 여러 격려와 동기들에 힘을 입어 두려움을 극복하는 스토리는

우리에게도 갈 길을 계속 나아가라고 격려하는 듯하다.

그러한 상황에서 절대 도중에 포기하지 않고, 늘 발전을 위해 고민하며 도전하는 그의 긍정적인 에너지와 노력은 실로 놀랍다.

실패하지 않을까 조바심치고, 무언가 잘못 사는것이 아닐지 늘 전전긍긍하는, 다름 사람과 비교하며 우열을 가리는 나의 삶에도

저자의 그러한 힘들고 좌절된 삶에 대처하는 에너지는 여러모로 도전에너지로 전이되어져 다가왔다.


또한, 매번 만나는 사람 뿐이고, 같은 일상으로 안정이 일상을 점령하려는 내 삶에

이 책은 내가 살지 않는 새로운 환경, 인식, 가치들을 소개하며

내 시야의 지경이 확장되는 느낌도 선사해주었다.


에세이를 통해서 이렇게 삶을 고민해보고, 도전받은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삶에 대한 통찰을 힘입어 세상을 보는 시각은 새롭게 되기도 했지만,

내 삶에 대해 깊은 질문을 던져보게 하고

상황이나 환경을 보지 않고 부딪히고 용기내게 하는 책은

흔치 않다.


그의 성장기를 편하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새롭게 나의 삶에 대한 진지한 질문들을 던져보도록

생각지도 못한 기회를 준 것에 감사하다.

 

단순히 젊은 사람의 도전과 극복이라는 단편적인 주제만으로 이 책을 접근하지 말고

나의 경우처럼 

이 책이 당신의 삶에 주는 생각지 못한 선물에 당신의 시간을 내어보길 바란다.


The journey is the reward(여정 자체가 그 보상이다.) -스티브 잡스-


이런 시간들을 보내며 내가 깨달은 건 미래보다는 지금, 여기에서 행복을 찾아야 한다는, 아주 보편적인 진리였다. LSAT만 치르면 고생 끝, 행복 시작일 것 같았지만 결코 그렇지 않았던 것처럼 미래의 언젠가를 위해 지금을 참고 견딘다고 생각하면 난 영원히 행복해질 수 없을 것이다. 그보다 차라리 현재를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의미를 찾는 것이 훨씬 더 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p.36


마음 속에 소망만 품고 있는 경우와 소망을 이루기 위해 행동으로 옮긴 경우는 엄연히 다르다.....

그러니까 "그런 건 해서 뭐하게?"라는 말은 자신에게도, 그 누구에게도 함부로 해선 안되는 것 같다. .p.63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 다음 날에도 친구들은 싸늘한 시선으로 나를 대했고, 나는 여전히 혼자였다. 하지만 난 더 이상 상처받지 않았다. 엄마가 침묵 속에서 이렇게 속삭이는 소리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소은아, 넌 정말 강한 아이야. 엄마는 그걸 한 번도 의심해본 적이 없어. 이번 일도 현명하게 잘 넘길 거라고, 엄마는 굳게 믿고 있단다."

잔소리나 훈계 대신 그저 나에 대한 변함없는 믿음을 보여준 엄마....

내가 그 일을 계기로 전보다 더 강하고 현ㄴ명한 사람이 된 게 맞다면 그건 모두 엄마 덕분일 것이다.

p.76


아주 나중에 알았다. 부모가 자식을 그저 믿어주기만 한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당신이 이미 경험하고 겪어봐서 눈 감고도 알 수 있는 길을 자식이 걸으려 할 때, 어디에 돌이 있고 웅덩이가 있는지, 어디에 쉬어갈 나무 그늘이 있는지 가르쳐주고 싶은 마음이 안 들리 없다. 자식이 눈에 뻔히 보이는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고 웅덩이에 빠져도 그저 믿고 기다려주는 마음. 그런 엄마덕에 나는 누구보다 많은 도전을 해보고, 다양한 일을 경험하고, 다시 일어서는 법을 배우고, 두려움을 이기는 법을 터득하며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p.78


'자존심이 많이 상하는 결과일 테지만 아빠는 이번 학기에 네가 잘할 수 있을거라 기대한 적이 없단다. 너에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한 학기 지나고 또 한 학기가 지나면 더 나아질 거고, 1년이 지나가면 아주 잘하기 시작할 걸로 생각한다. 아빠는 네가 창피해하거나 자학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찌 보면 아주 당연한 이 결과로 실망하지도 말아라. 아빠는 너의 모습 전부를 사랑하지, 한두 가지 것으로 사랑하진 않는다는 걸 명심해라.' p.81


만일 내 직업을 단순한 돈벌이, 밥벌이라고 생각한다면 난 진정으로 열정을 기울일 수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 일이 사람들에게, 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항상 고민해왔는지도 모르겠다. 한 기업의 CEO,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 집에서 살림하며 아이를 키우는 어머니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각자 하는 일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고민하고 그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를 갖는다면 그 일은 직업 그 이상, 삶 자체가 된다고 생각한다. p.99


어쩌면 우리 모두는 자신에 대한 회의와 질문을 통해 스스로의 한계를 발견하면서 그렇게 조금씩 답을 향해 나아가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계속되는 콜온에 완패, 또 완패를 거듭하면서도 크게 절망하지 않았던 건 나 자신이 질문 속에서 답을 찾는 과정에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장은 답을 몰라 머뭇거릴지라도 언젠가는 정답에 가까워지리라는 희망, 내가 콜온을 통해 배운 건 바로 그 희망이었다. p.115


삶이 내게 할말 이 있었기 때문에 그 일이 내게 일어났다.

은희경 작가 소설<새의 선물> 중 p.139


"인생에서 가장 창의력을 발휘한 때가 언제, 어떤 일을 하면서였는지 말해볼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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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하면서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어본 적이 있나요? 모든 한계와 어려움을 극복하고 자신을 새로운 지평으로 올려본 적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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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비판을 듣고 그걸 자기 발전의 기회로 삼았던 경험을 얘기해보세요."

p.173-174


마음속의 풀리지 않는 모든 문제에 대해 인내하라. 잠긴 방처럼, 외국어로 쓰인 책처럼 의문 그 자체를 사랑하라. 지금 당장 해답을 얻으려 하지 말라. 너는 답대로 살 수 없으므로 답을 얻을 수 없다. 지금은 그저 의문을 품고 살라. 그러면 언젠가 먼 미래에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 삶이 해답을 가져다 줄테니.

라이너 마리아 릴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중 p.175


소은아, 네가 노래를 하는 동안 아름다운 소리로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었다면 이제는 인간의 욕심에서 빚어지는, 수많은 사회적 갈등을 풀어햐 하는 사명이 주어졌단다. 무거운 짐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삶의 소중한 원동력이 될거라 믿는다.

 요즘 젊은이들은 자기 권리에 대한 욕구가 강한 것 같더구나. 하지만 아빠 세대는 평생 권리보다는 의무를 먼저 생각하면서 살아왔단다. 아빠는 의무가 권리보다 때로는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권리를 앞세우고 의무를 저버려서는 안 된다. 특히나 네가 법조인이 된 이후로는 더욱 그렇다. 네 직업은 특권이 아닌 의무다. 그걸 잊지 말거라. p.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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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천 권 독서법 - 하루 한 권 3년, 내 삶을 바꾸는 독서의 기적
전안나 지음 / 다산4.0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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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흥미롭게 여기는 분야를 찾았을 때, 조금더 재밌게 즐길 환경, 방법, 조언 등에 관심을 갖게 마련인다. 내게는 독서가 그랬다.

책을 읽는 재미를 알게 되면서 독서법은 늘 내게 흥미로운 주제였다.

대학생이 되었을 때, 직장에 들어갔을 때와 같이 나보다 앞선 이가 내 주변에서 조언해주 듯 독서라는 분야에서도 그러면 좋겠지만, 책에 관련해 앞서있는 사람은 신기하게도(슬프게도?) 내 주변에서는 좀처럼 찾기 힘들었다.

그래서 책의 재미를 더하기 위해서 책에 관련한 책을 읽었고, 지금보다 더더욱 즐기기 위해 그런 책들을 찾아 읽게 되었다.


그러던 중에 찾은 책이었다.

그동안 독서법에 관련된 책은 몇 권 읽어보았지만, 나와 비슷한 처지인 여자, 엄마인 경우는 드물었다.

비록 내가 워킹맘은 아니지만, 많은 부분 공통점이 있는 저자가 1천권의 독서량을 소화하여, 공유한 그녀의 독서법은 충분히 내게 관심이 가는 주제였다.


그녀는 워킹맘이기 때문에 주부인 나보다 훨씬 더 분주한 하루하루를 살아갈 텐데

어떻게 책을 읽을 생각을 했고, 어마어마한 독서량을 감당했을까? 

책을 더 읽어보면 대학원공부까지 하던데 어떻게 책을 읽을 시간을 확보했을까?


저자의 독서를 시작하게 된 계기와 방법이 나와도 많은 부분 비슷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저자는 직장인으로써의 권태, 대학원의 낙방, 주부와 아내로써의 실패감 등 좌절된 마음으로 독서를 시작했다고 한다.

당시 죽기살기로 한 독서가 지금의 독서의 삶을 만든 것이다.

나의 경우도 지난 몇 년은 독박 육아로 그 자체가 힘들었다. 생각대로 되지 않는 육아로 낙담하고 있었고, 나의 자존감은 육아로 인해 더없이 추락하던 중이었다. 그러던 차에 독서는 내게 도피처 같았고 조금씩 내는 그 시간들이 나의 소소한 기쁨이 되었다. 혼자만의 시간을 소중한 줄 모르고 생활하다가, 출산이후 아기에게 내 모든 것을 올인하는 상황이 힘들었지만, 나는 도서관에 가서 대출하는 기쁨, 책을 읽는 몰입의 시간의 즐거움, 책 한 권을 읽어낸 성취감, 깨달음과 통찰의 즐거움을 맛봄으로 그 시간들을 견딜 수 있었다. 그런 계기로 책을 읽게 되었던 것이 생각나면서 저자의 몇 상황들또한 많이 감이 되었다.


또한, 저자의 독서법은 내게 새로운 독서방법을 알게 해준 정보가 되기도 했고, 나와 비슷한 부분에서는 반갑게도 느껴졌다.

책을 거꾸로 읽는 방법은 시도해 본 적도, 생각해보지도 못했던 방법인데 기회가 되면 해 볼만한 신선한 접근인 것 같다.

또한, 저자가 하는 여러 책을 장소와 상황에 따라 번갈아 읽는 것은 나도 현재 사용하고 있는 방법이다.

처음에는 과연 이러한 방법으로 독서가 될까? 나는 기억이나 하고 있을까? 했지만, 읽고 있는 부분을 표시해두고 나중에 한번 읽으면 이 책의 내용과 말하고자 하는 것들이 다시 생각이 난다. 그래서 상황에 따라 여러 책을 돌려 읽고 있는 방법은 내게도 맞는 것으로 판단해서 하고 있다.


그녀의 애독가로써의 면모는 시간관리에서 잘 드러난다.

시간, 분단위로 쪼개어 자신이 활용할 수 있는 시간들을 잘 파악하여 허투루 버리는 시간 없게 독서시간을 잘 활용하고 있다. 책 내의 일과표와 시간확보표를 보면 저자가 얼마나 현실적이고, 계획적으로 독서시간을 확보하는지 알 수 있다. 사실 시간이 나는대로 그냥 펼쳐보는 나와 달리 치밀하고 효율적으로 시간을 다루는 저자의 시간관리능력은 감탄할만 하다.


그러한 다독으로 저자는 자신의 삶이 바뀌었다고 당당히 주장한다. 부자가 되거나 고속승진을 하는 스펙터클한 변화는 아닐지라도, 마음이 안정되고, 미워하는 마음이 사라지고, 새로운 세계에 대한 눈을 뜨며, 작가로써의 새로운 꿈을 꾸게 되었다고 한다. 저자에게 이러한 점차적인 변화는 책을 읽는 우리에게도 독서에 대한 유익을 재발견하게 해준다.


또한 저자의 독서습관으로 변화한 가족의 모습, 직장에서의 일 등 자신의 주변에 미치는 영향력에서 책의 또다른 위력을 잘 알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책표지에서 3년에 1천권으로 소개된 것과 달리 저자의 독서량 1천권은 정확히 말하자면 약 4년(3년 10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당연할지 몰라도 판촉을 위해 사실이 부풀려진 것 같아 다소 실망스러웠다.

또 다른 것을 말하자면, 저자는 다독이 편향된 사고방식을 균형 있게 만들어준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그와 달리 저자는 자신이 편향된 독서를 한다는 점을 인정한다. 이 책은 그녀의 경험을 바탕으로 독서법을 소개하는 것인데, 저자의 주장과 독서행동은 모순되게 보여 그의 주장에 설득력이 떨어져 보인다. 만약에 편향된 독서를 하지 않는 다독의 예를 자신의 경우가 아니더라도 들었더라면 그녀의 편향된 독서 사실에도 불구하고 설득력있게 다가오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서를 향한 저자의 의지와 책에 대한 애정은 공감이 되면서도 독서에 대한 희망과 도전을 갖기에 충분하다. 또한 자신의 독서법을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쉽고 구체적으로 소개하여 새로운 독서법을 알게 되어 좋았다.

구체적인 독서방법(시간관리, 독서기록문 ..)을 알고 싶고, 책의 유익에 대해서 알고 싶다면 읽어보길 추천한다.

또한 삶에 좌절을 겪는 중에 활력이 되고 싶다면 고난을 이겨내고 독서로 새로운 인생을 찾은 저자의 경험이 큰 도움이 될거라고 생각된다. 

아무래도 이 책은 저자의 경험을 다룬 독서법인만큼 여자분들이 크게 공감하고 도움을 받기 좋을만한 책일 것 같다.




'질적 변화가 생기기 위해서는 '양적 변화'의 축적이 전제되어야 한다. 양적 변화가 쌓이지 않으면 질적 변화는 결코 찾아오지 않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데 갑자기 찾아오는 깨달음이란 없다는 이야기다.

p.90


지금 이 책을 읽고 있는 독자가 직장인이라면, 당신도 매일 거르지 않고 무엇인가를 하고 있다. 바로 출근이다. 처음 취직한 게 언제인가? 1년? 5년? 10년? 어떻게 당신은 그렇게 오랫동안 직장을 다녔을까? 그냥 습관처럼 출근했을 뿐이다. 특별한 비결은 없다. 회사 가기 싫은 날에도, 몸이 아픈 날에도 자리에서 일어나 출근했을 뿐이다. 책읽기도 다르지 않다. 회사에 가듯 매일 읽으면 된다.

다만 매일 책을 읽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시간과 분위기와 마음을 관리해야 한다. 개인 시간을 쪼개 독서에 할애하고, 책 읽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 독서는 자기 수양의 한 과정이다. 스스로 엄격하게 습관을 들여야 지속할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다.

p.103


독일의 대문호 헤르만 헤세는 이렇게 말했다.

"누군가를 미워하고 있다면 그 사람 모습 속에 보이는 자신의 일부분을 미워하는 것이다. 나의 일부가 아닌 것은 거슬리지 않는다."

p.130


* 본 포스팅은 '다산 북클럽 나나흰 7기'로 활동하면서

해당 도서를 무상으로 지원받아 직접 읽어본 후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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