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지 구약 역사서 - 일상의 언어로 쓰여진 성경 옆의 성경 The Message 시리즈
유진 피터슨 지음, 김순현 외 옮김, 김회권 감수 / 복있는사람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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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이 짧다. 일상적이며 현대적인 언어로 씌여져 낯설지 않다. 친숙하고, 더 깊은 은혜와 감동이 있다.

개역개정에서는 여태까지 신앙생활하며 여러 차례으로 읽어봤기에 익숙한 본문을 감동없이 지나칠 때가 많았다. 또, 낯선 본문은 텍스트를 넘어선 진전이 힘들었다. 읽는데 급급해서 제대로 읽어봐야겠다는 결심에서 늘 포기해버렸다. 하지만 메시지 성경은 익숙한 본문이든, 낯선 본문이든 늘 새롭다. 쉽기 때문에 잘 읽히고 놓치는 부분이 덜해졌다

 

솔로몬을 향한 다윗의 유언이 그렇게 내게 이야기 하는 마냥 은혜스럽다. 부성이 현실감있게 느껴진다.

다윗의 기도는 현재 우리가 하는 기도와 다르지 않다. 누군가의 대표기도를 듣고 함께 기도하고 있는 것 같이 읽힌다.

그런 기도는 문장이 쭉 연결되지 않고 기도문이란 걸 인식하게 시처럼 문장을 끊었다.(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보시면 압니다) 이 또한 술술 읽혀 좋다.

요즘은 이스라엘 유다 왕들이 조금씩 정리가 된다. 헷갈리는 이름들도 '둘이 다른 사람이었군!' 인지하게 됐다. 각 사람의 행실이 이해가 잘 되니 인물에 대한 파악에도 도움이 됐다.

메시지 성경이 그런 점에서 좋다

 

다음 시가서도 메시지 성경으로 통독 중이다

 

 

하나님의 천사가 말했다.

"어찌하여 내 이름을 묻느냐? 너무 놀라워서, 네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사사기 中>

p.139

 

 

보아스가 룻에게 대답했다. "그대에 관한 이야기를 내가 다 들었소. 그대의 시아버지가 돌아가신 뒤로 그대가 시어머니를 어떻게 대했으며, 또 어떻게 그대의 부모와 그대가 태어난 땅을 떠나 낯선 사람들 틈에 살려고 왔는지도 들었소. 그대가 한 일에 대해 하나님께서 갚아 주실 것이오. 그대가 하나님의 날개 아래 보호를 받고자 왔으니, 그분께서 그대에게 후히 갚아주실 것이오."

<룻기 中>

p.167

 

 

사무엘이 그들에게 말했다.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여러분이 매우 악한 일을 저지른 것은 사실입니다. 그럴지라도 하나님께 등을 돌리지 마십시오. 마음을 다해 그분을 예배하고 섬기십시오! 헛된 신들을 좇지 마십시오! 그것들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것들은 여러분을 도울 수 없습니다. 헛된 신들일 뿐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순전히 자신의 어떠하심 때문에라도, 그분의 백성을 버리거나 떠나지 않으실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여러분을 그분의 소유된 백성으로 삼으신 것을 기뻐하셨습니다.<사무엘상 中>

p.205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것이

보여주기 위한 공허한 제사 의식이겠습니까?

그분께서 원하시는 것은 그분의 말씀을 잘 듣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듣는 것이지,

거창한 종교 공연을 무대에 올리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명령을 행하지 않는 것은

이교에 빠져 놀아나는 것보다 훨씬 더 악한 일입니다.

하나님 앞에서 스스로 우쭐대는 것은

죽은 조상과 내통하는 것보다 훨씬 더 악한 일입니다.

왕께서 하나님의 명령을 거절했으니

그분께서도 왕의 왕권을 거절하실 것입니다.

<사무엘상 中>

p.214-215

 

 

다윗 왕이 들어가서 하나님 앞에서 기도했다. "내 주 하나님, 제가 누구이며 저의 집안이 무엇이기에 주께서 저를 이 자리에 이르게 하셨습니까? 그러나 앞으로 있을 일에 비하면 이것은 아무것도 아닙니다. 내 주 하나님, 주께서는 제 집안의 먼 앞날에 대해서 말씀하시며 장래 일을 엿보게 해주셨습니다! 이 모든 것 앞에서 감히 제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주 하나님, 주께서는 제 실상을 아십니다. 주께서 이 모든 일을 행하신 것은, 저의 어떠함 때문이 아니라 주의 어떠하심 때문입니다. 바로 주님의 마음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주께서 그것을 제게 알려주셨습니다.

<사무엘하 中>

p.269

 

 

주 하나님, 주께서는 신실하신 하나님이시고, 언제나 분명하게 말씀하십니다. 이 놀라운 일을 제게 말씀해 주셨으니, 부디 한 가지만 더 구합니다. 저의 집안에 복을 내리시고 언제나 주의 눈을 떼지 마십시오. 주 하나님, 주께서 그렇게 하시겠다고 이미 말씀하셨습니다! 오, 주님의 복이 저의 집안에 영영히 있게 해주십시오!

<사무엘하 7장 中>

p.270

 

 

제가 원하는 것은 이것입니다.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마음을 주셔서 주의 백성을 잘 인도하고 선악을 분별하게 해주십시오. 주님의 영화로운 백성을 어느 누가 자기 힘으로 다스릴 수 있겠습니까?

<열왕기상 3장 中>

p.328

 

 

"친히 말씀하신 대로, 당신의 백성 이스라엘에게 평화를 주신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그분이 모세를 통해 하신 모든 선하고 놀라운 말씀이 단 한 마디의 예외 없이 모두 이루어졌습니다. 하나님 바로 우리 하나님께서 우리 조상과 함께 계셨던 것처럼 우리와 계속해서 함께 계시기를 바랍니다. 그분께서 절대로 우리를 포기하거나 떠나지 않으시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늘 그분께 집중하고 헌신하게 하셔서, 그분이 예비하신 인생길을 따라갈 때에 표지판을 주의 깊게 살피며, 그분이 우리 조상에게 정해 주신 걸음걸이와 장단에 따라 걷게 하시기를 바랍니다.

<열왕기상 8장 中>

p.344

 

 

사태가 심각하게 돌아가는 것을 보고, 엘리야는 유다 남쪽 끝 브엘세바로 필사적으로 달아났다. 그는 젊은 종을 그곳에 남겨 두고 사막으로 하룻길을 더 들어갔다. 외그루 로뎀나무에 이르러, 그는 그 그늘 아래 쓰러졌다. 모든 것을 끝내고 싶은 마음 밖에 없었다. 그저 죽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하나님, 이만하면 됐습니다! 저를 죽여주십시오. 저는 제 조상들과 함께 무덤에 들어갈 준비가 되었습니다!"그는 기진맥진하여, 외그루 로뎀나무 아래서 잠이 들었다.

<열왕기상 19장 中>

p.372

 

 

거센 폭풍이 산들을 가르고 바위들을 부수었으나, 하나님은 그 바람 속에 계시지 않았다. 바람이 지나가고 지진이 일었으나, 하나님은 그 지진 속에 계시지 않았다. 지진이 지나가고 불이 일었으나, 하나님은 그 불속에 계시지 않았다. 불이 지나간 뒤에, 부드럽고 고요한 속삭임이 들려왔다

<열왕기상 19장 中>

p.373

 

 

그들은 하나님을 높이고 예배했으나, 하나님만 섬기지는 않았다. 또 자격과 상관없이 온갖 사람들을 제사장으로 임명하여, 지역에 있는 다산의 산당들에서 갖가지 의식을 거행하게 했다. 그들을 하나님을 높이고 예배했으나, 그들이 살다 온 지역의 옛 신들을 섬기는 일도 버리지 않았다. ....

... 하나님은 그분의 백성과 언약을 맺으시며 이렇게 명령하셨다. "다른 신들을 높이지 마라. 그들을 예배하지 말고 그들을 섬기지 말며, 그들에게 제사 지내지 마라. 하나님 곧 큰 능력으로 너희를 친히 이집트에서 구해 내신 그 하나님을 예배하여라. 그분을 공경하고 경외하여라. 그분을 예배하여라. 그분께 제사를 드려라. 오직 그분께만! 무엇을 믿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그분이 가르치신 것, 너희를 위해 기록해 두신 모든 것을 너희가 사는 날 동안 행하여라. 너희는 어떤 경우에도 다른 신들을 예배해서는 안 된다! 그분이 너희와 맺으신 언약에서 너희가 지켜야 할 것을 잊지 마라. 다른 신들을 예배하지 마라! 하나님, 오직 하나님만 예배하여라. 너희를 원수의 압제에서 구원하실 이는 바로 그분이시다."

<열왕기하 17장 中>

p.431-432

 

 

그리고 나의 아들 솔로몬아, 너는 네 아버지의 하나님을 바로 알고 온 마음과 뜻을 다해 그분을 섬겨라. 하나님께서 마음을 살피시고 그 모든 중심을 꿰뚫어 보신다. 네가 그분을 구하면, 반드시 너를 만나 주실 것이다. 그러나 네가 그분을 버리면, 그분도 너를 영원히 떠나실 것이다. 이제 잘 들어라! 하나님께서 너를 택하셔서 그분의 거룩한 집을 짓게 하셨다. 용기를 내고 마음을 굳게 먹어라! 그것을 시행하여라!"

<역대상 28장 中>

p.513-514

 

 

"제가 누구이며 이 백성이 누구이기에, 우리가 감히 주께 그 무엇을 바칠 수 있겠습니까? 모든 것이 주게로부터 옵니다. 다만 우리는 주의 넉넉하신 손에서 받은 것을 돌려드릴 뿐입니다. 주님 보시기에 우리는, 우리 조상들처럼 집 없고 힘없는 방랑자에 불과하며, 우리의 삶은 그림자와 같이 보잘것없습니다. 하나님 우리 하나님, 이 모든 자재-주님의 거룩하신 이름을 높이고 예배드릴 처소를 짓기 위한 물건들-는 다 주께로부터 왔습니다! 처음부터 다 주님의 것이었습니다! 사랑하는 하나님, 주께서는 겉모습에 전혀 관심이 없으시고 우리 자신, 우리의 참된 마음을 원하시는 것을 잘 압니다. 그래서 제가 마음으로부터 정직하고 기쁘게 바쳤습니다. 이 백성도 똑같이 자원하여 아낌없이 바치는 것을 보십시오. 얼마나 기쁜 일입니까! 하나님 우리 조상 아브라함과 이삭과 이스라엘의 하나님, 아낌없이 드리는 이 마음이 이 백성 안에 영원히 살아 있게 하시고, 이들의 마음이 주께만 머물게 하십시오. 제 아들 솔로몬에게 흐트러짐 없는 굳건한 마음을 주셔서, 주님의 명령에 순종하고 주님의 지침과 권고대로 살아가게 하시며, 제가 준비한 성전 건축을 완수하게 해주십시오."

<역대상 29장 中>

p.516

 

 

... 하나님께서는 항상 깨어 있어서 그분을 온전히 의지하는 사람들을 찾으십니다....."

<역대하 16장>

p.545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마음으로 일하시오. 그대들이 맡은 직무를 믿음직하고 정직하게 감당해야 하오. 성읍 주민과 관련된 사건을 맡게 되거든, 살인처럼 큰 문제이든 법 해석의 문제처럼 작은 것이든 상관없이, 그들이 하나님을 상대하고 있음을 그대들이 책임지고 알려야 하오. ..."

<역대하 19장 中>

p.551

 

 

... 요담의 능력은 하나님께 순종하려는 단호하고 한결같은 삶에서 나왔다.

<역대하 27장 中>

p.566

 

 

..." 이스라엘 사람들이여! 하나님 곧 아브라함과 이삭과 이스라엘의 하나님께 돌아오라. 그러면 그분께서도 앗시리아 왕들의 강탈 가운데서 살아남은 너희에게 돌아오실 것이다. 하나님 너희의 하나님께 등을 돌린 조상들의 죄를 답습하지 말라. 그 죄 때문에 하나님께서 그들을 망하게 하셨다. 그 잔해가 사방에 널려 있지 않느냐. 너희 조상들처럼 고집부리지 말고 하나님께서 내미신 손을 붙들라. 거룩한 예배를 드리는 그분의 성전, 영원히 거룩하게 하신 그곳으로 오라. 하나님 너희 하나님을 섬겨라. 그러면 더 이상 그분의 불같은 진노가 임하지 않을 것이다. 너희가 하나님께로 돌아오며, 너희 친족과 자녀들을 포로로 잡아간 자들이 그들을 불쌍히 여겨 이 땅으로 돌려보낼 것이다. 너희 하나님은 은혜롭고 자비로우시니 너희를 냉대하지 않으실 것이다. 돌아오라. 그러면 그분께서 두 팔 벌려 너희를 반겨 주실 것이다."

<역대하 30장 中>

p.572

 

 

히스기야는 이 일을 유다 전역에서 지속적으로 시행했다. 그는 단연 최고의 왕이었다. 그는 하나님 앞에서 선하고 의로우며 진실했다. 하나님의 성전에서 예배를 드리는 일이든, 하나님의 율법과 계명을 지키는 일이든, 그 모든 일을 기도하고 예배하는 마음으로 행했다. 그래서 그는 하는 일마다 형통했다.

<역대하 31장 中>

p.575-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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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따위 레시피라니 - 줄리언 반스의 부엌 사색
줄리언 반스 지음, 공진호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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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실적 연애의 소설을 쓰던 소설가가 이젠 요리하는 현학자가 되었다!

그의 소설을 그것도 연애소설들만 몇 권 읽었다. 연애 현실에 충실하던 소설 속 주인공 마냥 그는 연애에 빠져있으면서도 고뇌하고, 현실을 삶에 꾹꾹 담아 살아온 사람처럼 보였다. 그런 그가 바라보는 시선을과 쓰는 손을 부엌에다 옮겨놓았다. 하지만 분위기는 전과 달라 밝(?)다. 주부인 나는 그가 바라본 부엌, 요리가 친숙하다. 그래서 이번 책의 출간 소식에 그와 접점이 생긴 것 같아 무척이지 반가웠다.

소설가로 종이 앞에서 인상을 팍 쓰고 찡그리며 글에 몰두할 것 같은 그였다. 그런 그가 부엌에서 갖게 된 사색은 우리와 다르지 않다. 그도 보통 사람이 되어, 요리에선 아마추어가 되어 우리의 모습을 대변해 준다.

 

처음엔 그가 요리책을 상당히 많이 소유하고 있고, 줄줄 요리책을 소개하는 면들을 읽으며 요즘같이 SNS가 난무한 시대에 요리책을 이야기하는 요리 이야기가 과연 현재 공감을 일으킬까 생각도 했다. 나만 해도 요리책보다는 블로그와 요리 앱을 통해 요리 과정을 터득하기 때문이다. 반조리 식품, 재료에 넣기만 하면 양념, 조미료가 넘쳐날 만큼 쉽고 빠른 음식을 지향하고 있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여전히 슬로푸드, 자연조미료에 대한 관심을 보면 요리에 대한 접근은 약간 변형되었을 뿐이지 변치 않은 것 같다. 요리책이 여러 버전으로 나오고, 먹방과 요리, 음식에 관한 프로그램이 줄을 잇는 걸 생각하면, 요리, 음식은 우리 인간의 기본 욕구가 작용하며 감성과 감정을 충족시키는 매개체다. 그가 이야기하는 아날로그적인 요리 이야기에서도 현재 공감할 부분이 충분하겠다 싶었다.

결론은 재미있게 읽었다는 것.

 

음식은 음식점에서 먹는 게 제일 맛있다는 그의 말이나, 부엌에 수두룩한 주방도구에서 버리지 못하고 주저하고 있을 그의 모습에 공감이 되서 웃음이 터졌다. 나또한 절대 만들어먹지 않으며 수시로 혼자서 맛집을 찾아다니고, 낡아버린 실리콘 집게 하나도 '이게 가장 적합하게 쓰일 때가 있다'며 버리지 못하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한 번이면 족한 특이한 요리 재료(다람쥐 등)를 다루는 걸 보면서 몸서리쳤던 기억을 떠올렸다. 어머님께 받은 산장어를 어찌할 지 몰라 하는 걸 남편이 욕실에서 때려잡아줬고, 벽 뒤에서 훔쳐본 적이 있었다. 반스는 재료를 고를 때 상인과 구매자의 미묘한 관계를 잘 묘사하기도 했다. 어떻게 이렇게 섬세할 수가!!

마지막으로, 가정 요리사에게 있어서 '실패는 불명예'라는 팩트 날려주시며 전문 요리사의 위로의 한마디(대략 '실패할 수도 있다 괜찮다' 라는 말)로는 위로가 안 되는 마음을 진실 한 마디로 뻥 뚫어줬다.

너무 솔직하고 직설적인데다 요리 중에 좌충우돌하며, 당황하고, 투덜대는 모습이 낯설지 않아 분명 매료될 만하다.

 

그의 글을 읽으면 가끔은 어렵다는 느낌을 갖는다. 그럼에도 늘 그의 산간을 볼 때마다 집어 읽는 이유는 반스 특유의 섬세함과 솔직함이 담김 글이 무심코 넘기게 되는 우리의 사유를 다시 상기시켜주기 때문이다. 그의 글이기 때문에 '맞다! 그랬었지!!'라고 깔깔대며 손뼉을 치고, 그의 위트에 킥킥 웃어가며 책장을 넘긴다. 다른 작가로는 대체 불가한 반스만의 글이기 때문에 이번 에세이도 만족스럽다.

위에서도 비슷하게 말했지만 그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까칠한 연애자'였다. 하지만 이 책에선 '솔직한 입담가 요리사 삼촌'의 모습이 보인다. 아일랜드 식탁에 그가 앞에서 해주는 음식을 입에 넣으며, 앞치마를 한 그가 요리하며 음식에 대해 이래저래 입담을 쏟아내는 것만 같다.

이전의 반스의 책을 통해 그의 글에 매력을 느끼는 독자라면 이번 부엌 에세이는 다른 느낌으로 기대해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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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라스트 걸 - 노벨 평화상 수상자 나디아 무라드의 전쟁, 폭력 그리고 여성 이야기
나디아 무라드 지음, 제나 크라제스키 엮음, 공경희 옮김, 아말 클루니 서문 / 북트리거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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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내가 폭력의 마지막 희생자이길 바란다."

이 책의 제목이 이 문구에서 비롯되었음을 알 수 있다.

카메라가 아닌 다른 곳을 응시하며 어색하게 웃음을 짓는 그녀의 얼굴은 자연스럽지만은 않다. 사진 전체가 회색이다. 그녀의 삶이 표지의 회색과 같이 되어버렸다는 것을 짐작하게 했다. 그녀는 IS라는 단체로 성 노예로 살았다고 주장했다. IS는 무장단체로 2001년에는 미국의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이 폭발하면서 IS란 단어는 공포의 상징이 되었다. 2019년 현재 와해되었다고 하며(프롤로그 각주 참조), 우리 기억 속에서도 예전 같은 강렬한 두려움을 주지 않은지 오래여서 이라크에서는 비정상적인 행동을 해왔다 사실에 놀랐다. 전 세계적으로는 여성의 인권이 점차 신장되고 있다. 하지만 이라크에서는 동등한 인권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그녀의 이야기를 나는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디아는 이라크 코초지방에서 살았다. 야지디라는 종교 공동체로 그 영향과 테두리 안에서 살았다. 사실 여기서도 그들의 문화라지만, 여성의 인권이 딱히 나은 편은 아니다. 일단 여성은 피임할 수 없었다. 개종을 해서도 받아서도 안되는 폐쇄되고 한정적인 종교인구 상황에서 여성은 출산의 도구였다. 출산 후 바로 농사일에 종사해야 했다. 여성이 독립적으로 경제활동을 할 수 없었다. 남편에 따라서 자신의 경제력이 좌지우지되었다. 하지만 이때까진 나디아 가족 야지디 공동체는 그들만의 문화와 풍습을 유지하면서도 행복하게 살았다. IS가 고초를 점령하면서 그들의 공동체는 재앙을 맞는다. 남자들은 집단학살 당하고, 여자들은 성적으로 IS 남자들의 본능을 채워주는 성적인 도구로 살아야 했다.

 

전쟁은 참혹하다. 여기저기서 사람이 죽어나가는 건 다반사이고, 일궈왔던 소유와 일상을 버리고 자신의 목숨을 부지하는데 총력을 다하느라 여념 없었던 것 같다. 두려움과 공포에 사로잡혀 도망가는 야지디 사람들이 심정이 어떠했을지 글로나만 짐작할 뿐이지만 끔찍했다. 지켜줄 줄 알았던 부대는 배신하고, 자신을 가르쳤던 교사마저 나디아와 가족을 모른 체했다. 사담 후세인을 처형했던 미국은 더 이상 그들의 내란에 관심 갖지 않았다. 야지디 자신들의 능력에는 한계가 있음을 일찌감치 알아채고 IS가 지시하는 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자신들을 무자비하게 공격하지 않으리라 희망을 품었지만, 결국 그들은 IS로부터 자신들의 가족과 거주지, 그리고 전통을 잃었다. IS 단체는 그야말로 잔인하고, 무자비하다. 토라를 자신의 구색에 맞게 하여 어겼으며, 자신의 본성과 폭력성에 충실하여 다른 이들을 대했다. 이유 없이 폭행을 가하며, 감금하고 상대의 상황은 고려하지 않고 자신의 욕구를 해결하는 걸 당연시 여긴다. 2019년 현재를 사는 나로선 이런 행동들을 정상적으로 볼 수도, 용납할 수도 없다. 일본군에게 위안부 할머니들이 이렇게 당했고, 이런 심정이셨겠구나 싶어 많이 생각이 났다. 야지디 여성 또한 자신이 당한 모든 것을 말할 수 없었다. 자신들은 성폭행을 당했고, 개종을 당했음에도 종교적인 규율에 따라 사회적으로 실제로 죽임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책을 읽으면서 가족과 이별을 하고, 죽음을 목격하는 일들이 읽으면서도 안타까웠다. 굶주림과 가난, 그리고 IS 점령 이후 모든 것이 사라져버려 무기력해져 버린 야지디 공동체의 상황이 낙담스러웠다. 죄 하나 없는 주민들이 전쟁의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지, 이슬람과 다른 종교라고 해서 노예 대우를 받으며, 살해되어야 하는지 그 비참함을 이 책을 통해 목격했다. 이 책을 읽을 당시는 북한에서 단거리 발사체를 쏘아서 한반도에는 다시 한번 공포감이 감돌았다. 그래서 그들의 상황이 마냥 남 이야기 같지 않았다.

 

이라크 및 야지디가 내게 익숙하지 않았지만, 이 책을 통해 야지디 공동체와 그들 종교의 모습을 처음 알 수 있었다. 뉴스에서만 부분적으로 봤던 이라크의 상황이 정리되었다. 저자는 세부적이고 정확하게 지명, 인물, 상황을 표현했다. 그 정신없는 순간들을 어떻게 저렇게 상세하게 기억하며, 기록할 수 있었을까 싶다. 문장도 짧은 편이어서 읽기 좋다.

 

전쟁의 상처와 이후 상황은 되돌릴 수 없다. 지속해 오던 문화와 전통 또한 전쟁의 총 부림 앞에 회복은 어렵다. 상황을 이전처럼 복구할 수는 없지만, 더 이상의 희생과 상실을 막을 수 있다. 아마 저자도 그러한 희망을 갖고 이 책을 쓴 게 아닐까? 자신을 지켜줄 나라도, 공동체도 없음에도 올바르지 않은 행위와 불합리한 인권 현실을 고발하고 지금도 싸우고 있는 나디아에게 경의를 표한다. 이제 이 책을 읽고 독자들이 그리고 전 세계인들이 판단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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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마침내 독서 독립 - 0세부터 시작하는, 스스로 책 읽는 아이로 키우는 바른 독서법
조지희 지음 / 책밥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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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는 유행이 아니다. 한 번 반짝했다가 마는 것이 아니라 꾸준하게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 달동안 100권의 그림책을 몰아서 읽어주고 나서 시

들해지는 것보다는 매일 한 권이라도 꾸준히 읽어주는 것이 아이에게 도움이 된다. '남들이 책을 많이 읽어준다고 하니, 나도 해야지.'가 아니라, '남들은 왜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일까?'를 고민해 봐야 한다. 고전 읽기, 미디어 독서 등 유행하는 독서 방법이 있다면, 내 아이에게 적용하기 전에 우선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그다음에 수용하기를 권한다. 물론 이 책에 나오는 내용들도 마찬가지다. ... 내 아이에 맞는 독서법을 찾기 위해서는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방법을 참고하되, 가장 우선적으로 아이가 즐거워하는지 생각해야 한다.

p.16

책을 읽으며 떠오른 궁금증을 주로 묻는 아빠의 질문은 아이가 문제 해결을 위한 논리적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반면 아빠보다 학구적인 엄마의 질문은 아이가 책의 전체적인 내용을 파악하고, 배경지식을 쌓는 데 도움을 준다.

p.27

책 선택의 주도권은 가정에서는 아이가, 밖에서는 부모가 갖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집 안에 있는 책들은 부모의 가치관에 따라 한번 선별된 책들이기 때문에 아이가 자유롭게 선택하게 한다. 도서관이나 서점에서는 유아의 경우 어린이 서적 영역에서 우선적으로 책을 볼 수 있도록 지도한다.

p.37

어떤 책을 언제까지 읽어줘야 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은 바로 아이에게 있다. 아이가 원할 때까지 읽어주는 것이 바람직하며, 아이가 원하는 책을 우선적으로 읽어주는 것이 유아기에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독서 방법이다.

....

어떤 마음으로 시작했든 결과적으로는 책 읽어주는 부모와 책 읽은 아이가 남는다. 단, 조건은 읽어준 내용을 지속적으로 확인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p.38

... 부모는 책을 선택할 때만큼은 글을 읽지 못하는 아이가 되어보길 바란다.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글 대신 그림만 감상해보자. 그림만으로도 나만의 이야기가 만들어진다면 그 책은 아이들도 즐겨볼 수 있는 확률이 높다.

p.49

한글을 뗀 아이는 스스로 책을 읽는 시간도 필요하다. 처음에는 문장에 대한 이해 없이 글자를 읽는 것에만 급급해 할 수도 있다. 음독을 하는 것이 스스로 읽는 연습을 통해서 문해력을 기를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된다. 단, 너무 많은 양을 음독하게 하기보다는 한 페이지에 있는 글의 양에 따라서 1-4페이지를 소리 내어 읽게 한다. 이 과정에서는 다 읽고 난 다음에 어떤 내용이었는지 가볍게 물어보되, 잘못 읽은 단어를 지적하는 것은 삼가자. 읽었으나 내용을 파악하지 못한 경우에는 읽는 양을 줄여서 문장의 의미를 파악하도록 한다.

p.142

아이가 책을 골랐따면, 왜 이 책이 읽고 싶은지 이유를 물어보자. 그 책을 반복적으로 많이 봤던 책이라 하더라도 왜 보고 싶은지 물어봐야 한다. 그리고 그 이유가 단순히 "재미있어서요."와 같은 대답이라고 하더라도 책 읽어주기를 거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자신이 선택한 이유를 아는 것만으로도 독서를 제대로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책 선택에 있어서는 그 누구의 눈치를 봐서는 안 된다. 나의 관심사, 나의 생각이 선택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는 것을 알려주어야 한다.

p.151

유아에게 배경지식을 넓혀주는 책 읽기를 지도하려고 한다면 세 가지를 기억하자.

첫째, 직접 경험이 가능하다면, 시도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준다. 그리고 경험한 내용과 책의 내용을 비교해본다.

둘째, 주제와 관련된 영상물을 활용한다. 다큐멘터리와 같은 전문성 있는 프로그램도 좋다.

셋째, 책을 읽은 후 새로 알게 된 점과 느낀 점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어 본다.

p.175

많은 부모들이 독후 활동이라고 하면 학습적으로 다가가기도 하는데, 중요한 것은 무엇을 알게 되었느냐보다는 책을 읽고 난 후의 생각과 느낌이다. 이 또한 아이가 말로 표현하기 어려워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거나 내향적인 성격이라 어색해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럴 때는 부모가 먼저 예시를 보여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 아이의 관심사에 맞는 책을 선정한다면 대부분 해결되는 문제다.

p.194

....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기 전에 "책을 읽고 난 다음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그림을 알려줘"라고 했을 때와 미리 질문을 주지 않고, 책을 읽어주자마자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그림을 알려달라고 했을 때 어떻게 다를까요? 답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질문에 대해 생각을 하고 책을 보는 것과 그냥 책을 보는 것은 다릅니다. 그래서 책을 읽어주기 전에 이 책 내용에서 소개한 '독서 전 활동'을 해본다면 아이가 생각과 느낌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데 도움을 줄 것입니다.

p.197

처음 음독할 때는 아이가 좋아하는 책부터 선택하여 읽도록 하고, 점차 새로운 책들도 바로 음독해보는 연습을 하도록 하자. 이 과정에서 가장 독이 되는 것은 부모의 지적이다. 반대로 아이가 잘 해냈을 때, 잊지 말고 칭찬을 꼭 해주자. 특히 정확하게 읽었다는 결과보다는 열심히 읽으려고 노력한 태도를 칭찬해준다면, 음독도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p.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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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주의자 선언 - 판사 문유석의 일상유감
문유석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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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행복을 찾으며 현실에 만족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는 현상은 세대론보다 모든 생물의 특징인 '적응'의 관점에서 보는 것이 맞지 않을까. 결국 변한 건 세대라기보다 시대다. 인간은 누구나 주어진 여건하에서 행복을 추구한다. 저성장 시대에 맞는 생존 전략, 행복 전략을 본능적으로 찾게 되는 것이고, 인간이 행복하고자 하는 것은 타인의 행복을 침해하지 않는 이상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소소하지만 다양한 행복을 추구하며 타인과의 비교에 집착하지 않는 것은 분명히 현명한 방법이다. 문제는 그것이 지속 가능한가다.

p.118

"어떤 사람에게는 눈앞의 보자기만 한 시간이 현재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조선시대에 노비들이 당했던 고통도 현재다. 미학적이건 정치적이건 한 사람이 지닌 감수성의 질은 그 사람의 현재가 얼마나 두터우냐에 따라 가름될 것만 같다."황현산 선생의 글이다. ...

p.119

... 실제로 의미 있는 변화를 도출하는 것은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 사이에서 열광적인 환영을 받는 과격한 목소리들이 아니다. 이는 오히려 반대 의견을 가진 집단의 반발과 결속만 강하게 만들어 의견의 양극화를 심화시킬 뿐이다. 한 진영 내부에 생기는 작은 균열에서 변화의 지점이 생겨난다. 그리고 이 균열을 만드는 것은 같은 진영 내의 온건하고 합리적인 사람들이 흔들릴 수밖에 없는, 작고 부드러운 '다른'목소리들이다. 작은 균열들이 생기기 시작하면 선거와 같은 큰 세력 다툼의 시기를 전후하여 집단 내부에 극적인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생긴다.

실제로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은 코끼리를 먼저 정확히 이해하고, 그것과 맞서 싸우기보다 슬쩍 다른 길로 유도하는 방법을 택했다. 거창하고 근본적인 해결책만 고집하지 않고 당장 개선 가능한 작은 방법들을 바로 적용했고, 작지만 끊임없이 균열을 일으켰다. 영웅은 이런 사람들이 아닐까.

p.162-163

결국 사람들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감히 대단한 명답을 제시해 분쟁을 해결했다는 생각은 착각일 뿐이었다. 누구의 편도 들지 않는 중립적인 사람이 멍석만 깔아주면 되는 거였다. 하지만 그 중립성에 대한 신뢰를 얻기는 아주 어렵고, 잃기는 아주 쉽다. 오직 진심만이 그 신뢰를 얻는 열쇠일 것이다. 조정 달인의 비결은 아마도 이것이었던 것 같다.

p.174

한국 사회의 윤리관이 현대 민주 사회의 시민의식보다는 유교적 가족공동체의 인륜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유교는 가족 윤리를 국가와 사회의 기본 윤리로 삼았다. 아비가 극악무도한 죄인일지라도 그것을 고발한 자식이 더 큰 죄인이 된다. 군사부일체라 하여 지도자, 스승은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무조건 순종해야 하는 대상이 된다. 윗사람의 허물을 들춰내는 건 그 허물보다 더 큰 잘못이 되고 패륜으로 지탄을 받는다. 가족의 잘못은 감싸고 숨겨주는 것이 옳은 일이 된다. 전통 농경사회의 이러한 윤리관이 아직도 21세기의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 민주주의는 투명성을 전제로 한다. 자본주의는 효율성을 필요로 한다. 잘못을 은폐하는 문화는 투명성도 효율성도 침해할 뿐이다. 이런 문화 속에서 치료가 가능했던 초기 단계의 작은 종양이 말기 암으로 진행되어 조직을 썩게 만든다. 파렴치한 성추행 교수들이 수십 년째 어린 여제자들을 건드리며 자리를 보전하곤 한다.

p.211

누가 당신에게 이익을 주고 누가 당신에게 손해를 끼치는지 정신 차리고 보아야 한다. 내부고발자가 시민 이익의 대변자로 보호받고 보상받아야 권력자들이 긴장한다. 발각될 리스크를 고려에 넣도록 만들어야 대범한 도둑질을 못한다. 조심이라도 한다. 인간에 대한 불신을 전제로 하는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은 권력에 대한 견제와 균형, 감시다. 눈먼 의리가 아니다.

p.213

북유럽 사회의 그림자로 가장 많이 꼽히는 것은 수입의 많은 부분을 세금으로 내는 데다 물건 가격에 붙는 부가세 같은 간접세도 높아 결국 모두가 비슷비슷 검소하게 살 수밖에 없는, 말하자면 대박이나 야심, 화려한 성취 같은 것이 어려운 협동조합 사회에 가깝다는 점이다. 보컬 그룹 아바, 이케아 창업자같이 자기 재능으로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는 개인들이 세금 때문에 국적을 바꿀 정도다. 하물며 이 징글징글하게 경쟁적이고 지기 싫어하며 물질 만능주의적인 다이내믹 코리안들이 답답해서 견딜 수 있을까.

p.255

북유럽 전역에서 관습법처럼 통용되는 '얀테의 법'이라는 것도 있다. 1933년 산데모제라는 노르웨이 작가가 이를 정리하여 소설 속 가상의 덴마크 마을 얀테의 관습법으로 발표했다고 하는데, 그 내용의 핵심은 '당신이 특별하다고 생각지 마라, 남보다 더 낫다고 남보다 더 많이 안다고 남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남을 비웃지 마라'다....

p.260

선진사회를 참조하는 일은 실제로 사회가 더 낫게 바뀌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에 관한 케이스 스터디일 뿐, 좋아 보인다고 3D 프린터로 뽑아내듯 바로 복제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나라마다 처한 상황이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가 참고할 만한 모델사회에 관해 고민하기 전에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 있다. 우리에게 주어질 미래의 밑그림 자체에 해당하는 나라들이다. 우선, 중국의 부상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우리의 지정학적 환경 탓에 좋든 싫든 우리는 중국의 영향하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편에는 인류의 미래 자체를 바꾸는 엔진 역할을 하는 나라가 있다. 여전히, 미국이다.

p.262

... 과연 '강한 책임을 기꺼이 질 수 있는 가치관'은 어떻게 배양되는가.

보통은 '사회 지도층, 어른들이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한다'거나 '윤리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등등의 답이 나올 듯하다. 내 의견은 '작은 책임부터 부담 없이 맡을 수 있어야 한다'다. 우리 사회는 타인의 시선에 극도로 예민한 집단주의 문화의 사회다. 나서는 걸 죄악시하고 튀지 않아야 한다는 강박 속에 산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누가 뭘 잘했을 때의 칭찬보다 그가 뭐 한 가지 잘못했을 때 그러면 그렇지 하고 달려들어 돌팔매질하는 광기가 훨씬 뜨겁다. 당연히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면 책임을 맡지 말아야 한다.

p.267

냉소적으로 구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어 Anyone can be cynical.

담대하게 낙관주의자가 되라구 Dare to be an optimist.

p.268

우리 사회는 '결과책임론'이 지배하는 사회다. 물론 이런 가정이 무의미할 정도로 현실에서 무책임의 극치를 보여준 자들을 변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이런 문화가 최악과 차악 사이에서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책임자를 결정 장애와 도피 심리를 몰아넣는 측면이 있음도 직시해야 한다고 본다. 영미식의 실용주의 가치관은 인간의 한계를 인정하는 전제 아래 해야 할 의무를 다 이행했다면 과감하게 면책한다. 결과가 제아무리 중대하더라도 말이다. 이것이 강한 책임을 기꺼이 지게 하는 사회의 비결인지도 모른다.

p.269

낯선 것에 대한 공포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미국 사회가 보여준 것은 과학적 판단을 존중하는 합리주의, 어떠한 여론의 비난을 받더라도 합리적 근거와 소신에 따라 임무를 수행하는 전문가들, 신뢰를 바탕으로 하여 함부로 책임자와 대응 방식을 바꾸지 않는 뚝심 있는 시스템, 그리고 단 한 명의 자국민도 버리지 않겠다는 강력한 연대감을 표시하며 국민을 안심시킨 리더십이다.

한 사회의 성숙함은 위기 속에서 비로소 분명히 모습을 드러낸다.

p.2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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