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와 생맥주 - 최민석의 여행지 창간호
최민석 지음 / 북스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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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석 작가님의 생각의 흐름과 유머 코드를 좋아하는 독자다.

누가 우리 초이민석 작가님의 유머를 B급 유머라 해도, 읽으면서 먼저는 내가 즐겁고, 새로운 생각의 자극을 받기도 하기 때문에 그분의 책이 내 독서 취향이라는 것에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다.


이번에도 신간이 나온 걸 보자 반가웠다. 그런데, '최민석의 여행지 창간호'란 글자에서 이건 책이 아니고 잡지인가? 갸우뚱했다. 조금 더 신중을 가하여 책 소개를 살펴본 후 '이거슨! 여행 에세이(알고 보니 픽세이(픽션+에세이)도 있음)다!!' 란 결론을 내리고 바로 결제해버렸다. 책이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 나는 원래 도서관을 애용하지만, 자고로 한 작가의 팬이라면 유튜브의 '좋아요'와 '구독', 굿즈 구입 등 이에 버금가려면 책 정도는 구입해야 하지 않겠는가?


역시나 배꼽을 손에 꽉 가둬놓은 상태로 읽었다.(너무 오버한 표현인가요? ^^;) 문장을 진지하게 나열해 독자들이 그 문장을 따라가게 한다. 그 문장에 진지하게 따라가면 작가님은 저만치 앞서가고 있다. 그러다 정말 생각지 못한 찰나에 나는 주르륵 미끄러지게 하는 반전을 맞이한다. 예를 들면 아래의 문장과 같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맥주를 끊었다. 맥주를 끊은 뒤에, 건강해져서 원고에 집중하고, 그래서 원고의 질이 좋아져 마침내 그토록 고대했던 대하 장편소설을 완성했다면 좋겠지만, 위스키에 빠져버렸다. 위스키에 빠진 덕에 대뇌피질의 해마가 죽었고, 그 덕에 기억력이 나빠졌다. ... p.141


애들이 별거 아닌 걸로 깔깔 웃을 때가 있다. 자기들끼리 넘어지고 좋다고 뭐가 좋은지 웃는다. 작가님의 책을 읽으면 잘 따라가다가 미끄러진 반전의 사태를 맞을 때, 난 (내가 어이없어하던 행동을 하는) 아이들처럼 깔깔대고 웃는다. 넘어져서 아파야 하는 상황인데(실제로 그렇지 않아도 대략 그러하다고 이해해 주십시오) 좋다고 웃고 있다. 이래서 그분의 책을 찾는다. 초이민석 작가님 책만의 매력이다.


이 책은 여행에 대한 에세이다. 기존에 작가님의 책 <베를린 일기>나 <40일간의 남미일주>를 본 독자라면 그 내용이 오버랩되는 부분도 있다. 거기에 작가님 특유의 짠 내 나는 작가의 삶이나 또 에세이 다운 삶 속에 찾아보는 의미가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톨스토이 같은 대문호를 디스 할 수 있는 것도 작가님 다운 에세이기에 가능한 것 같다. 개인적으로 '캬아 좋다!'라며 탄성을 지를만한 좋은 문장들도 간간이 발견할 수 있고, '어떻게 이런 표현이 나올 수 있지?' 싶은 비유도 나는 좋다.


여행지에 들고 가기 좋을 책이다. 여행을 하면서 하게 되는 생각들이 공감이 되니 여행을 그리워하는 '코로나 시기'에 또 괜찮겠다. 편하고도 쉽게 그러면서도 즐거운 시간을 쥐여줄 것 같은 책이라는 점에서 나는 자신 있게 이 책을 추천하겠다.


스스로를 비주류 작가라고 셀프디스 하시지만, 작가님의 특유 방식의 문장이나 구성을 좋아하는 나 같은 팬들이 분명 있기에 오래도록 글을 써주셨으면 한다. 항상 장 건강히 잘 챙기세요 작가님^^


*책리뷰가 아니라 너무 팬심만 드러낸 리뷰였나 싶지만, 내용은 아래 인용을 참고하시길!


공식적으로는 처음 하는 말인데, 여행을 갈 때마다 '과연 이곳은 작가로서 살 만한지' 수십 번씩 자문한다. 몇 가지 요건을 챙겨보는데, 다음과 같다.

1.예술적 기운이 풍기는가.

2.물가가 너무 비싸진 않은가.

3.낮에는 조용해 글을 쓸 만하고, 밤에는 스트레스를 해소할 문화가 갖춰져 있나.

4.달릴 만한 곳이 있어, 건강을 챙기며 글을 쓸 수 있는가.

5.음식이 입에 맞는가.

p.25

왜 산에 오르냐?'(리뷰어 씀: 작은 따옴표가 진짜 한 개뿐임) 이 질문에 영국 산악가 조지 맬러리는 답했다. "거기 산이 있으니까."그리고 아내는 답했다. "밑에 막걸리가 있으니까." 등산에는 1그램의 관심도 없지만, 하산후 의 막걸리에는 인류 역사상 모든 등반가가 흘린 땀을 합친 것보다 더 관심 많은 아내와 한라산 등반을 했다. 12월 중순, 비행기를 타자마자 전화기에 알림 메시지가 떴다.

'제주, 대설주의보.' p.29

인생이 비참한 건, 시간이 쉬지 않고 흐르기 때문이 아니다. 그 시간이 흐를수록 우리에게서 설렘을 앗아간다는 것이다. 시간이 흘러 삼십 대를 지나 사십 대가 됐고, 슬프게도 나는 이 모든 도시에 시큰둥해졌다. 다시 간 이탈리아에서는 운 나쁘게도 무뢰한들을 계속 마주치게 됐고, 도쿄의 아기자기한 음식과 생맥주는 어느새 집 앞 가게에도 즐비한 것이 돼버렸다. 그 사이 뉴욕은 세계 최악의 교통지옥이 됐다. 반대급부로 서울의 삶에 만족하는 것도 아니다. 생의 시곗바늘이 '설렘과 만족은 줄고, 권태와 불편이 느는' 영역에 도달한 것이다. 종종 떠올린다. 다시 이십 대에 맛본 여행지의 흥분을 느껴볼 수 있을까. 아마 실패할 것이다. 경험이 쌓인다는 것은 그만큼 새로운 것을 잃어버린다는 뜻일 테니까. p.56

내가 이 기분을 이해하게 된 것은 소설가로 데뷔하고 5년이 지난 때였다. <<풍의 역사>>라는 장편소설을 야심차게 냈는데, 세상은 마치 연주가 끝난 후의 아이리쉬 펍 같았다. 물론, 이 전에는 소설을 냈을 때, 세상이 내 작품으로 떠들썩했다, 라는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내 작품은 언제나 세상의 고요에 일조했다. 나는 늘 고요했던 세상에서, 고요하게 반품 중인 내 책을 떠올리며, 어깨를 들썩이며 내 소설을 읽는 손님을 봤다. 그 손님은 웃다가 눈물도 훔쳤다. 내가 작업하는 카페는 독자들에게 알려졌기에, '혹시 일부러 찾아온 건가?' 싶어 은근히 신경쓰였지만, 그 독자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쌩'하고 나가버렸다. ... p.60

추신. 톨스토이가 매번 맞는 말을 하는 건 아니다.

"예술은 사람들을 하나로 결합하는 수단이다"라고 했는데, 내 작품을 읽는 사람 중 다수가 내게서 멀어져갔다.

p.62

왜 러시아에서 도스토옙스키와 톨스토이, 그리고 체호프 같은 대문호가 많이 탄생했을까. 왜 겨울이 우울한 독일에서 니체, 쇼펜하우어, 괴테 같은 문필가가 탄생했을까. 이런 말은 좀 미안하지만, 겨울에 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겨울에 백곰과 춤출 생각이 아니라면, 러시아의 한겨울을 나는 사람은 택해야 한다. 보드카를 마시며 인생을 한탄하거나, 글을 쓸 것을. ... p.65

... 누구에게도 닿지 않기 위해 내 몸을 최대한 축소시키기로 했다. 사실, 남자도 양 허벅지를 완전히 밀착시켜 앉을 수 있다. 충분히 가능하다. 고환 제거 수술만 하면..... 그리하여 속으로 '나는 고환이 없다'라는 주문을 끊임없이 되뇌며 허벅지를 밀착한 채 두 시간 동안 허머의 열기를 맞으니, 어지러워지는 차원을 넘어 이상하게도 소름이 돋았다. ... p.85

정리하자면, 우리는 일상에 차이를 주고 싶어 떠난다. 하지만 낯선 곳에서의 불안이 기대보다 크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그렇기에 언제나 우리가 기댈 안정적인 무언가를 확보하길 원한다.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글로벌 체인의 커피나 햄버거일 수 있고, 또 누군가에게는 호텔 조식일 수 있다. 더 넓게 보면 그게 아파트일 수도 있다. 어쨌든 확보하고 싶은 최소한의 탄탄한 근거를 우리는 살면서, 또 여행하면서 원한다. 그렇게 보면, 우리가 조식을 제공하는 호텔의 개성을 따지는 것은, 비슷한 아파트지만, 시공사는 어디인지, 전용면적은 얼마인지, 역세권인지 따지는... p.95

... 여행을 가지 않아도 매일 같은 것을 먹는다. 지난 일 년간 매일 크루아상과 커피로 조식을 해결했다. 크루아상을 먹지 않을 땐, 샌드위치로 때운다. 특별한 사건이 있찌 않은 한(예컨대, 올해의 작가로 선정돼, 청와대 조식에 초대되지 않는 한), 크루아상 아니면 샌드위치로 식사를 한다(그래서, 매일 크루아상과 샌드위치를 먹는다). 당연한 말이지만 맛있어서 먹는다. 하지만, 더 큰 이유가 있다. 크루아상을 한입 베어 무는 것이 내게는 하루라는 거대한 문의 손잡이를 돌리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p.97-98

삶이 익숙한 것으로만 가득 차 있으면 우리는 그 단조로움의 무게를 견딜 수 없고, 삶이 낯선 것들로만 가득 차 있으면 우리는 그 생경함의 무게를 견딜 수 없다. 그렇다면 여행과 삶이 별반 다를 게 없기도 하다. 둘 다 적당한 변화와 적당한 안정을 추구하니까 말이다. 이렇게 보면, 삶은 여행이고, 여행 또한 삶이다. 그래서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보내려고 한다. p.100-101

결국, 글로 쓰지 않으면, 여행의 모든 경험은 사라진다. 반면, 글을 쓰다 보면 경험의 의미를 되새기고, 경험한 시간에 쓰는 시간이 더해져, 내 안에서 경험이 재창조되고, 더 깊이 각인된다. 그렇기에 '쓰지 않으려고 여행을 떠났지만, 또 써야 하는 딜레마'를 겼는다. 나는 이것을 '작가의 여행 딜레마'라고 부른다. ... p.103

이럴 때 잠시 머리를 식히기 위해 스페인어나 프랑스어 공부를 하면 용기를 얻게 된다. 소설은 아무리 쓰고, 아무리 쥐어짜도, 정답이 없다. 소설을 십 년쯤 쓰면 잘 쓸 줄 알았지만, 처음 쓸 때보다 더 어렵고 더 두렵다. 이건 소설을 사십 년 쓴 대선배도 같은 심정이라고 말해서 이미 각오하고 있다. 그런데, 외국어는 너무 솔직해서 좋다. 그 어느 누구도 전혀 듣지 않은 문장을 입으로 말해볼 수는 없다. 물론, 상상해서 조합해볼 수는 있겠지만, 자연스러운 표현은 모두 공부를 통해서 나온다. 즉, 외국어 학습은 하는 만큼 솔직하게 결과가 나오는 아주 정직한 세계다. 반면, 소설은 아무리 매달리고, 아무리 다가가도, 쉽게 열매를 내어주지 않는다. 그렇기에 이 불확실하고, 불투명하고, 깜깜한 세계를 걷는 것을 직업으로 삼은 자에게, 외국어 학습은 적어도 노력하면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땀의 보증서 같은 것이다. p.128-129

... "노 프라블럼." 이 말이 내 달팽이관을 통과하자마자, 머릿속에서 아우성치던 마흔두 개의 글감이 급사해버렸다. ...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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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금니 깨물기 - 사랑을 온전히 보게 하는 방식
김소연 지음 / 마음산책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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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매일같이 듣는 104.5Mhz. 12시의 어느 요일에 패널로 나오시는 시인님이시다.

허스키한 목소리에 강단있게까지 들리는 시인님의 목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차분해지기도 하고, 경건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 목소리가 독특하여 귀가 쫑긋해지기도 했다. 내겐 그런 시인님이 내셨다는 에세이가 어느날 라디오에서 낭독되어져 나왔다. 엄마의 이야기, 그리고 전해지는 먹먹함이 전해져왔다. 읽어보고 싶었다.


여기 모인 글들은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느꼈던 시간 속에서 썼다. 무언가를 지키기 위하여 한자리에 오래 웅크려 있었다. 자주 지쳤고 쉽게 엉망이 되었다. 그래도 내가 지키고 싶었던 것들을 열렬히 지키고 싶어 했다. 균형을 찾기 위해 자구 어금니를 깨물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시간은 이를 악물고 가장 열심히 산 시간이라는 것을, 여기 모인 글들을 쓰는 동안 알게 되었다.

< 책 머리 중>


막막하고 무기력한 상태에서 쓰였다는 이 글들 하나하나가 모인 걸 읽으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시인님의 어린시절 이야기는 다시 읽어봐도 너무 웃겼다. 시인님은 이보다 더 진지할 수 없다듯 적으셨는데, 내용은 이보다 더 웃기게 쓸 수 없다듯 웃음보가 빵터질 내용이었다.

에세이의 문장과 단어의 나열에서마저 리듬감이 느꼈지고, 낭독하기 너무나 좋았다. '역시 시인은 어디서든 시인이구나!' 생각이 들 게 시와 같이 깊이있게 다가왔다.


또, '이마저도 시인이시라서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건, 시인님만의 독특하고 남다른 행위들을 읽었을 때였다. 여행을 가서는 대체로 나무조각을 (기념품으로) 사오는 모습과 이유가 인상적이었다. 그걸 집에 두고 바라보는 흐뭇해하는 장면 또한 충분히 납득이 되면서도 어떤 모습인지 내가 다 궁금했다.(사진으로라도 한번 보고 싶네요^^) (시인님의) 돌아가신 엄마의 여러가지를 음성과 글들을 남기고 싶어서 애쓴 모습도 그렇고, 시인들이 낸 첫 시집을 무조건 사신다는 것도 그렇고...

단어 하나를 봐도 그 단어에 담긴 깊은 의미를 헤아려 풀어내는 것도 그렇고(역시 시인!) 말이다. 오감을 자극하는 소재 그리고 묘사하는 문장들이 참 신선하며 시와 같이 여겨졌다.


나는 시를 좋아하지 않는다. 깊이 음미하며 책장을 넘기는 것보다 빠르게 책장을 넘기는 기분을 더 좋아하기 때문이다. 내 생각이 오래도록 머무르고 있는 것보다, 빠르게 스쳐서 알고 지나치는 걸 더 좋아하기도 하니까.

그런데 김소연 시인님의 책을 읽다보니 이렇게 뚜벅뚜벅 문장을 짚어 읽는 것도 괜찮았다. 시를 즐거워할만큼 인생을 깊이 사색하지도, 의미를 찾아내지도 일도 못하는 얕은 생각의 소유자이지만, 시인님이 그분의 감각으로 써내려간 문장만큼은 나를 차분하게 했다. 색다른 생각의 지점으로 초대받은 듯 새로웠다. 전혀 생각지 못했던 것들을 알게 됐을 때처럼 머리가 상쾌해졌다.


김소연 시인님의 시(여전히 시는 자신이 없다만)를 그리고 앞으로 더 쓰실 글들이 더 기대된다. 난 앞으로도 내 속도대로 빠르게 책장을 넘기고 후루룩 문장을 삼키며 살아가겠지? 그러다 가끔은 숨을 몰아쉬며 읽을 책을 찾을 때, 김소연 시인님의 책을 다시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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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기본에서 시작한다 - 실력도 기술도 사람 됨됨이도, 기본을 지키는 손웅정의 삶의 철학
손웅정 지음 / 수오서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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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에 관심 없는 나 같은 사람이라도,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손흥민'이란 이름을 모를 수가 없다.

자세한 몰라도 그가 이미 세계적인 선수로, 그 어느 선수보다 주목받고 있다는 정도는 알고 있다.(너무 모르나?)

이 책이 출판된 걸 인터넷 서점에서 본 적이 있었다. 얼마 안 된 시점에 지인 또한 내게 추천했다.


한 사람을 한 분야에서 성공하도록 하기 위해서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까?

아이에게 어떤 말을 해 줘야 할까?

아이에게 어떤 생각을 심어줘야 할까?

아이를 위해 어떤 지원을 해줘야 할까?


한 분야에서 성공하거나, 유명하거나, 뛰어난 한 사람을 키운 부모에게 가장 궁금한 것은 대충 이렇게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나 또한 그래서 이 책을 읽었다. 반드시 한 분야에 성공하는 아이로 키우진 않는다 하더라도, 내 선에서 최선을 다해 키우고 싶은 게 모든 부모들의 마음일 것이다.

훌륭한 아이의 부모의 교육 방식을 배워도 보고, 우리 아이에게도 그와 비슷하게라도 시도해 보고 싶은 마음 또한 당연하지 않을까?


이 책에서 의외인 것은 손흥민 선수의 아버지가 책을 많이 읽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는 삶에 있어서 책을 통해 지혜와 지식을 충분히 받아 활용했다. 저자인, 손 선수 아버지도 이야기한 부분이지만, 운동하는 분들에게선 책을 읽는다는 모습이 낯설게 느껴진(솔직하게 말하자면)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저자가 책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가다듬고, 아이들에게 좋은 책 내용이 있으면 전달해 주고, 책에서 터득하고 정리한 방식으로 자신의 삶과 교육에 적용 해온 것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배운 대로 실천에 옮기는 분이어서 그 부분 또한 대단해 보였다.


책을 읽고 행동에 옮길 뿐 아니라 사색 또한 꽤 하신 분이라 선지, 책에 정리된 그의 생각 면면을 보면 깊이 있게 느껴지며 내용도 납득이 됐다. 단순히 어떤 일인자가 되려는 1차적인 데에 목적을 두지 않고, 자식의 행복과 인성을 우선순위에 둔 것은 아마도 그의 독서습관과 성찰이 한몫했단 생각이 든다. 손 선수가 월드클래스 급 선수가 될 뿐 아니라 별다른 사적인 트러블이나 루머 없이 좋은 평가를 받는 것도 (성격뿐 아니라) 아버지의 이런 독서력과 교육의 영향이 있지 않을까?(물론 월드클래스는 아니라고 겸손히 말씀하셨다.)


이런 아버지가 있기 때문에, 손 선수가 '지금의 손흥민'이 되었다는 생각은 어쩔 수 없다. (보통 아버지가 아니심)

저자가 자신의 축구 선수 시절 기본기에 대한 아쉬운 면에 계속 의문을 제기했고, 새로운 방법들을 고민하고 도모하던 것이 손 선수가 기본기 탄탄한 선수(뿐 아니라 훌륭한 슈터로써)로 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기본기만 위해 7년을 (아버지가) 훈련을 했고, 아버지가 훈련할 운동장의 유리나 다칠 수 있는 걸 다 제거해 줬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있어도 축구를 하기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아버지는 아들을 위해 타국의 거주지에서 추위와 싸우며 아들의 훈련을 지켜봤다고 한다. 여러모로 아버지의 노고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손 선수의 아버지이기 때문에 그렇게 할 수 있는 건 당연한 듯 보인다. 너무나도 당연하고 좋은 말을 나열한 것은 아닐까 생각을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저자의 삶과 뚝심 있는 철학이 적혀있는 글을 읽다 보면 '인간의 기본'이 있는 그대로 드러나기에 당연하다 싶은 그 말들 하나하나가 읽는 이들에게도 마음 깊이 다가온다. 그 말들이 그저 좋은 말이라고만 여겨질 뿐 아니라, 내 아이 또한 기본에 충실한 그의 말들을 토대로 아이를 키우고 싶어진다. 배워야 할 게 분명히 있고, 양육 사고를 한 번쯤은 되돌아볼만한 책이었다. 특히 최고의 자리에서도 자신을 늘 돌아보며 겸손했고, 주어진 것들에 감사할 줄 아는 모습은 정말 닮고 싶었다.(가장 어려운 자세다. ㅠㅠ그니까 그분은 남다른 클래스!)


축구와 같은 운동을 하지 않더라도, 인간의 기본은 인성이기에 이 책은 부모의 마음으로 읽어볼 만하다.

당연히! 축구를 사랑하는 혹은 손흥민 팬들이라면 더없이 반가울 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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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 에디터스 컬렉션 1
조지 오웰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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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조지 오웰이 살던 당시 상황?

1939년에서 1945년 유럽, 아시아, 북아프리카, 태평양 등지에서 독일, 이탈리아, 일본을 중신으로 한 추축국과 영국, 프랑스, 미국, 소련, 중국 등을 중심으로 한 연합국 사이에 벌어진 세계 규모의 전쟁, 바로 제2차 세계대전이 있었다.(두산백과 두피디아 참조) 조지 오웰의 삶의 반 이상에 세계대전이란 폭풍우가 두 차례 몰아쳤다. 그래서인지 그는 스페인 내전부터 민방위대 부사관으로 복무하며 이후 관련 에세이와 소설을 출간했다. 이데올로기와 그가 따른 사회주의는 그의 평생 큰 고민이자, 선택의 기로 앞에 서게 한 주제가 아닐까 싶다. 조지 오웰이 (이 책을 썼을 때가) 1949년 46세였는데, 1945년 <동물농장>이 출간된 지 4년 후 이 책이 완성, 출간된 것이다. 당시 그는 폐결핵이 악화되어 요양병원의 병상에 있었다. 그가 병마와 싸울 힘도 정신도 있었을까 싶은데, 이 책을 읽어보면 정상인이상으로 보이는 집필 열정 그리고 지성, 예리함이 놀랍기만 하다. 재혼을 한 걸 봐서, 주인공 윈스턴이 줄리아를 만나는 장면이 자연스레 오버랩 된다. 재혼한 상대, 소니아 브론웰과 만난 여러 상황들이 이 책의 주인공과 줄리아의 관계를 쓰는 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연관 지어 생각도 해봤다.




2. 왜 '1984'일까?

1940년대를 산 조지 오웰에게 1984년은 어떤 의미였을지 궁금하다. 이에 대해선 아직까진 어떤 의미를 찾지 못했다. 다른 자료를 참고해 봐야겠다. 혹 1903년생인 그가 80세가 되던 시기의 상황을 예견해 본 것은 아닐까?

그의 삶의 연대기를 보면, 그는 한때 좌파 성향에 사회주의 관련하여 몸을 담고 있었다. 그러다 이데올로기와 사회주의에 대한 환멸을 느끼면서 동물농장>을 쓰고 이어 <1984>까지 쓴 것으로 보인다. 국가가 개인을 통제하고 언론을 장악하며 개인의 삶까지 좌지우지하는 모습이 우리 시대 사회주의 국가 혹은 이단종교집단의 단면을 떠올리게 한다.


3.줄거리

윈스턴 스미스는 진실부 기록국에서 일하고 있다. 그의 매사를 빅브라더가 바라보고 있다. 심지어는 집에서까지. 그리고 텔레스크린은 끊임없이 그의 삶에 침투하여 조잘거린다. 계속 이런 삶은 사는 그에게 그와 같은 삶을 사는 이들의 행위가 과연 정상적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그리고 기록국에서 과거를 조작하는 일을 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의문이 든다. 그런 그에게 그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줄리아라는 여자에게 은밀한 고백을 받게 되고, 빅브라더에 반하여 그들의 자유를 누리려고 조심스레 행동으로 옮긴다. 그러다 결국은 사상경찰에게 발각되게 되는데...


4. 이 책을 읽고 나니?

먼저는 많은 이들이 추천하는 책 한 권을 읽어냈다는 사실에 뿌듯하다. 왜 그렇게들 읽으라고 하는지 이해할 수도 있었다. 조지 오웰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당시 1940년대의 시대에 부각된 이데올로기와 전체주의의 부정적인 요소들을 디스토피아적 관점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 사회에서도 어느 곳에선 누군가가 충분히 경험할 수 있는 세계이기도 하다. 또, 조지 오웰 당시의 이데올로기가 존재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사는 현실에서도 비슷한 상황들을 떠올려볼 수 있다.

CCTV로 노출되는 우리의 일상,

SNS와 각종 통신금융 인프라로 남겨지는 종적과 증거들,

기사와 미디어에 노출되어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는 메시지와 무감각증

편리를 대신하여 우리의 삶을 끊임없이 누군가에게 내어 보이는 대가를 내놓고 살고 있다. 매체에서 쏟아내는 대중들의 시선이나 주장이 아닌 우리 스스로가 찾아내고 판단한 생각을 따라 과연 우리는 살아가고 있는지 한 번쯤 돌아볼만하다.

누가 옳은 것인가?

그들이 내 안에 강요하고, 권력을 이용해 심으면 내 생각을 부정할 수 있는 것인가?

조지 오웰은 외부의 메시지를 무조건 수긍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끊임없이 비판하고, 판단하길 우리에게 요구하는 듯하다.

윈스턴의 내부에 쌓이는 분노, 자유를 향한 갈망, 어떻게든 이것을 남기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기록 행위.

우리에게 주어진 자유가 '평범한 일상'일지 모르겠지만, 윈스턴에겐 너무도 소중했던 그 하나하나를 누릴 수 없었다는 데에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인권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만하다.

마지막 문장은 약간의 의문을 남겼다. 어떻게 이 사람이 '빅브라더를 사랑했다'라고 볼 수 있을까? 이렇게 견뎌냈는데, 자신의 정체성과 주장을 (비록 항복하기도 했지만) 모든 고문을 이겨내면서 붙잡았는데 말이다. 다른 반의적인 표현일 수도 있겠다. 분명한 건 그 한 문장이 내겐 너무나도 께름칙하기도 했다는 것, 그리고 이 문장 하나 때문에 '나라면 절대 빅브라더를 '사랑하지 않을 거야!!!'라고 진저리치며 고래고래 소리치고 싶을만큼 울분이 생긴다는 점이다.(소설책 한 권에 나! 너무 진심인가요?) 아무튼 윈스터 스미스!! 당신은 잘 견뎌냈다!!라고 윈스터에게 말해주고 싶다.


5. 정말 이 책을 읽어야 할까?

다른 리뷰에서 이미 이야기했기 때문에 아시겠지만, 이 책은 먼저 디스토피아 소설이다.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전체주의의 부정적인 암흑의 세계를 그려냈다.(두산백과 '디스토피아'검색 참조)

안 읽어도 사는 데 지장 없다.

이 책을 읽지 않더라도 이 건 아셔야 한다. 무심하게 살아가고, 보이는 걸 전부로 인식하고 살아가면 우리의 삶에서는 결코 발전과 진보가 없을 것이다. 역사나 현실을 살펴보면 알겠지만, 오히려 퇴보할 수도 있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 기왕이면 읽어보셨으면 한다는 말을 돌려 한 것이다.

당시 ('전체주의 지도자 숭배') 세계를 보면서 현대 사회와 비슷한 점은 없는지, 이와 비슷해 보이는 어떤 세계가 지속될 때 우리의 삶은 역사는 어떻게 부정될 수 있을지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최악을 보여준 '디스토피아'답게 공포소설 못지않게 소름 끼친다.

지금까지 많은 이들에게 읽히고 추천되는 고전문학들이 그러하듯, 분명하지 않은 디테일과 결론에서 우리가 추측하고, 예견하며, 심도 있게 고민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어느 누구에게라도 꼭 추천할 만한 책이라는 건 분명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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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 에디터스 컬렉션 1
조지 오웰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22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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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부터 책<1984>의 모습을 한번에 또렷하게 보여주는 듯합니다. 왜 이렇게 주변에서 추천하시고,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는 책인지 알만합니다. 무조건 읽어봐야 할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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