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막하고 무기력한 상태에서 쓰였다는 이 글들 하나하나가 모인 걸 읽으면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시인님의 어린시절 이야기는 다시 읽어봐도 너무 웃겼다. 시인님은 이보다 더 진지할 수 없다듯 적으셨는데, 내용은 이보다 더 웃기게 쓸 수 없다듯 웃음보가 빵터질 내용이었다.
에세이의 문장과 단어의 나열에서마저 리듬감이 느꼈지고, 낭독하기 너무나 좋았다. '역시 시인은 어디서든 시인이구나!' 생각이 들 게 시와 같이 깊이있게 다가왔다.
또, '이마저도 시인이시라서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건, 시인님만의 독특하고 남다른 행위들을 읽었을 때였다. 여행을 가서는 대체로 나무조각을 (기념품으로) 사오는 모습과 이유가 인상적이었다. 그걸 집에 두고 바라보는 흐뭇해하는 장면 또한 충분히 납득이 되면서도 어떤 모습인지 내가 다 궁금했다.(사진으로라도 한번 보고 싶네요^^) (시인님의) 돌아가신 엄마의 여러가지를 음성과 글들을 남기고 싶어서 애쓴 모습도 그렇고, 시인들이 낸 첫 시집을 무조건 사신다는 것도 그렇고...
단어 하나를 봐도 그 단어에 담긴 깊은 의미를 헤아려 풀어내는 것도 그렇고(역시 시인!) 말이다. 오감을 자극하는 소재 그리고 묘사하는 문장들이 참 신선하며 시와 같이 여겨졌다.
나는 시를 좋아하지 않는다. 깊이 음미하며 책장을 넘기는 것보다 빠르게 책장을 넘기는 기분을 더 좋아하기 때문이다. 내 생각이 오래도록 머무르고 있는 것보다, 빠르게 스쳐서 알고 지나치는 걸 더 좋아하기도 하니까.
그런데 김소연 시인님의 책을 읽다보니 이렇게 뚜벅뚜벅 문장을 짚어 읽는 것도 괜찮았다. 시를 즐거워할만큼 인생을 깊이 사색하지도, 의미를 찾아내지도 일도 못하는 얕은 생각의 소유자이지만, 시인님이 그분의 감각으로 써내려간 문장만큼은 나를 차분하게 했다. 색다른 생각의 지점으로 초대받은 듯 새로웠다. 전혀 생각지 못했던 것들을 알게 됐을 때처럼 머리가 상쾌해졌다.
김소연 시인님의 시(여전히 시는 자신이 없다만)를 그리고 앞으로 더 쓰실 글들이 더 기대된다. 난 앞으로도 내 속도대로 빠르게 책장을 넘기고 후루룩 문장을 삼키며 살아가겠지? 그러다 가끔은 숨을 몰아쉬며 읽을 책을 찾을 때, 김소연 시인님의 책을 다시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