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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모든 시간의 역사 - 시곗바늘 위를 걷는 유쾌한 지적 탐험
사이먼 가필드 지음, 남기철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이사야 예언자가
주께 기도를 드린 뒤에,
아하스의 해시계
위로 드리운 그 그림자를 뒤로 십 도 물러나게 하였다.
(열왕기하20장
11절)
십도 앞으로 가게 하는 것은 쉬운 일이니 뒤로 물러나게 함으로 무언가 확실한 능력을 보여주겠다.
히스기야의 기도로 하나님은 40분을 뒤로 가게 만드신다.
성경에 나오는 이야기다.
흐르고 지나가는 것이 당연해 의식조차 안하게 되는 것, 바로 시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은 시간을 40분여 뒤(전)로 가게 하여
자연 순리를 거스른, 역행도 가능한 하나님의 능력을 볼 수 있다.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니게 되기도 한다. 잠시 추춤하게
된다.
(여기서 믿음에 대해서 기독교에 대해서 이야기하려는 아니니 오해마시길.)
우리 주변의 공기와 같이 당연히 숨을 들이쉬고 내시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해내듯 시간 또한 그렇게 당연스레 흐르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잠을 자고 아침에 일어나 시간을 보며 계획에 따라 그리고 의무에 따라 무언가를 하고 살아간다. 살기 위해서 무언가를 하고 얻어내고 그것들을
소비하며 세월을 살아낸다.
시간을 의식했든 안했든 간에 인류 전반적으로 지속되어 온 일이다.
그렇게 당연하게 생각해오던 것에 브레이크를 건 자가 있으니 바로 이 책 저자 사이먼 가필드다.
그는 자유로운 글쓰기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인문학자이자 논픽션 작가다. 작가로, 저널리스트로, 베스트셀러 작가로 이름을 알리는
이야기의 베테랑가다.
시간에 대한 많은 책들과 강의가 쏟아져 나오는 것만 봐도 현대 사회에서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여 잘 활용하는데서 승자가 될 수 있다는
메세지가 팽배해져 있다. 시간은 남녀노소, 신분 등에 차별없이 동등하게 주어졌다. 이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관건이라 버려지는 시간을 용납치
않는다. 이렇게 시간에 대해서 급급하고 지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현대 사회를 보며 저자는 책에 답을 찾아보고자 했다.
저자의 방대한 지식과 생각은 이 책의 양을 보다라도 얼마나 넓고 깊은지 알 수 있다. 어찌보면 시간은 우리에게 당연한 자원이라
저자가 주제로 선택했다는 자체가 우선 신선하다. 그런데 통찰과 다양한 지식으로그 여정을 저술까지 했으니 작가의 능력이 나로썬 놀랍다. 이를
위해서인지 아니면 그동안 쌓아온 경험인지 어떤게 먼저인지 알 수 없지만, 그는 자동차 생산라인에서 조립해보고, 시계를 제조하는데 참여하고, 각종
인사들을 인터뷰까지 해서 시간을 적용할만한 각각의 것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그의 적극적인 자세와 탐구열이 남다르다. 또한, 시간에
관련된 많은 자기계발서들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말을 총체적으로 요점만 정리하기도 했다. 이 책을 소개하는 글에서 얼핏 본 듯한데 최근 tvn
프로 알쓸신잡을 보는 것같이 별의별 이야기가 다 제시되었다.
당연하다고 하는 12시간이 10시간이 될 뻔도 하고, 온 지방과 나라가 다른 시간을 사용했던 것이 기차와 항공의 교통수단 발달로 통일되고
정리되었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CF에서부터 접해온 베토벤 교향곡 9번에 함께 했던 메트로놈의 존재에 대해 알 수 있었고, 지금은 멀티관, CG를
통해서 각종 상상의 세계를 경험하게 하는 현재의 영화는 어느 때는 몇 분뿐이었고, 그것을 돌리는 영사에 따라 영화가 재미있게 만들어진다는
것..., 시계에는 600여개의 부품이 들어가기도 한다는 것, 필리버스터의 최장시간은 24시간으로 진 서먼드가 기록을 세웠다는 것.... 정말
생각지도 생각할 수도 없었던 각종 지식들을 통해 우리의 앎에 대한 갈증을 자동 해소시켜준다.
이 책에서 나는 유독 1800년대의 이야기를 많이 접했다. 그 당시는 우리나라의 경우 세계문화의 개방이 되지 않은 시기여서 우리나라의
어떠한 것도 이 책에서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개방 이후부터 현재까지 영향을 받고 누리고 물건들에 대한 역사를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이용하고 있는 여러가지 물건들이 나오기까지 여러 실패와 발전의 발전을 이룩하며 거쳐온 과정들을 보면서 몰랐던 것들을 알게 되고
놀라움을 느낀다. 동시에 현시대의 편리함을 깨닫게 되며 그러기까지 노력해 주신 선조들의 의지와 집념이 고맙기까지 하다.
오히려 너무도 방대해서 사실 이 책의 방향에 대해서 다소 혼란스럽기도 했다.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걸까?
단지 시간에 대해서 자신의 잡학다식한 것들을 공유하려고 한 걸까?
우리는 이 시간을 최선을 다해 살려고 한다. 그리고 그를 위해 명예, 돈, 건강을 취하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세상의
인정을 받으려고 하고, 더 나아가서는 역사적으로 무언가 남기고 싶기도 하다. 이러한 여정들을 우리의 선조들은 지나왔고 이 곳을 떠났다. 그들이
남긴 유산들은 그들이 치열하게 살아오고 노력했던 것들을 알게 해주고, 우리의 삶을 풍성하게 하는데 기여했다.
그들의 삶, 그리고 우리의 삶... 무언가 비슷하지 않은가? 그렇게 우리는 살고 이 세상을 떠난다.
시간은 흐르고 있고, 우리는 살아간다. 그리고 그러한 삶이 돌고 돌아 일반적인 생활들을 지속하고 있다.
더 나아진 삶, 그리고 무언가 변화된 가치들이 있을 뿐인지 우리의 본능과 욕구에 따른 삶인 것은 예나 지금이나 동일하다.
저자는 바쁘게 그리고 빡빡하게 살려고 하는 우리 현대인들에게 잠시 멈춰 과거를 보기를 제안하는 것 같다. 우리가 살아오기까지 이러한 시간의
흐름이 있었음을 보면 우리의 삶 또한 그러할 것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누구에게나 동일하다. 그러한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도 승자가
되겠지만, 그 시간을 얼마나 충분히 누리고 의미가 있는지 우리 자신에게 물어봐야할 것 같다.
오히려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고자 하는 그 애씀으로 우리가 누려야 할 시간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우리의 급급하고
오히려 그 시간에 붙잡힌 상태로 주객이 전도되어 살고 있진 않나?
인간은 세월앞에서 시간을 만들었다. 시계를 만들었다. 그리고 그 시간을 점차 세분화하여 관리하고자 했다. 하지만 그 안에서의 승자는 누가
될까? 시간을 되돌려서 번다고 해서 그 온전하게 벌어진 시간을 온전하게 사용하고 있는가?
시간에 있어서 당연히 여기든, 쪼개어 최대한 활용하든 우리가 시간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시간이란 무엇인가? 나에게 그런
질문을 하는 자가 없을 때는 아는 것 같다가도 막상 묻는 자가 있어 설명하려면 알 수가 없다." -아우구스티누스
p.15
"우리는 연륜이 아니라 행적으로 산다.
호흡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하며 산다. 숫자가 아니라 감동으로 산다. 우리는 심장 박동으로 시간을 셈해야 한다."-아리스토텔레스
p.31
...물론 이 날의 연설은 극단적이
케이스였고 스스로 자초한 일이었지만, 시간에 정신을 지나치게 집중하는 게 얼마나 해로운지 체험한 날이었다. 이런 경우 집중력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오히려 자유로운 생각이나 상상과 관련이 있는 뇌 영역의 활동을 제한할 뿐이다. p131
...너무 빠르게 변해 가는 나라 미국에서 낡은 것은 그냥 사라져
버렸다. 시간이 사람들의 영화에 대한 관점을 바꾸어 버린 것이다. 커다란 영화 필름 통을 잠재적 도서관으로 생각한 사람은 없었고 하물며 귀중한
보물이 되리라고 내다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p.156
하지만 미래에 대한 예측은 섣부른 것인
경우가 많다. 1930년 경제학자 존케인즈는 1세기 내에 주간 15시간 근무시대가 온다고 예상했었다. 그러면서 남는 시간에 사람들은 무엇을
할지는 본인도 모른다고 말했다." 어쨌거나 전문적인 시간 관리 서적이나 매일 18분의 추가 시간을 활용하게 해준다는 조언 따위는 더 이상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차라리 영화를 보며 시간을 보내거나 남는 시간 활용 방안을 고민하는 게 좋겠다. 독자 여러분들은 지금 이 순간 남는 시간을
어떻게 쓰고 계신지 궁금하다. p.276
"나는 인생이 암울하고 고통스러우며
악몽 같고 의미 없는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행복해지는 단 한 가지 방법은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고 스스로를 기만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가 제일 먼저 그렇게 말한 사람이 아니며, 저는 그렇게 논리 정연한 사람도 아닙니다. 니체가 그렇게 말했으며 프로이트도 그런 말을
했습니다. 인간은 각자 나름의 망상을 가져야 살 수 있다고요." 사람들은 자신들의 삶에 큰 가치를 둔 것들이 조만간 전부 사라져 버릴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으며 그런 생각을 가지고 살 수도 없다. 그래서 우리는 인생을 다 바쳐 돈을 벌고 사랑하며 우리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을 얻으려
애쓴다. 또한 우리가 중요하게 여기는 일을 행하고 잘못된 일을 바로잡으며 타인을 돕고 세상에 대한 이해력을 넓히고 기술 발전과 삶의 안락함을
추구한다. 스스로를 예술인이라고 여기는 사람은 아름다움과 진리를 추구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을 자신에게 주어진 짧은 시간 안에 이루려 한다.
그렇게 100년을 살다가 사라지면 다른 사람들이 나타나 똑같이 되풀이 한다. 지질학자들이 말하는 심연의 시간이 아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다한 후의 시간이다. 그렇게 시간은 쉬지 않고 계속 흘러간다. 늙은 흑인의 생각이 처음부터 옳았다. p.430
.... 우린 그 젊은 축구 선수나
그의 가족을 만나 보지 못했다. 그리고 랜디 뉴먼이나 그의 노래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들이 살아온 겹겹의 시간층이 느껴진다. 랜디
뉴먼의 노래나, 노래를 부르기 전에 들려주는 이야기엔 복잡다단한 삶이 녹아들어 있다. 이야기를 들려주는 게 우리가 아는 시간의 흐름을 알려주는
가장 좋은 방법이니까. 이야기는 시간을 의식하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우리는 시간에 대한 엄격한 규율이 생기기 전부터 그리고 시계가
발명되기 전부터 스토리를 이용하여 길을 찾아왔다. .....
우리는 지금 극단적으로 시간에
사로잡혀서 살지만 극단을 넘어서진 않았다. 이 책에서 소개한 옛 이야기들은 우리에게 미래의 모습을 보여 준다.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창백한 모습으로 돌고 있는 푸른 지구의 운명에 많은 영향을 줄 능력이 있다.p.4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