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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적 아이의 힘 - 이해하는 만큼 발견하는 아이의 잠재력
이정화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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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지 않는 싱글일 적에는 공공장소에서 아이를 다그치고, 혼내는 부모를 볼 때 눈살이 찌뿌려지고 이해가 안 되었다. 하지만 아이를
둘을 키우면서 그런 모습이 어느새 내 모습이 되었고, 동시에 그때와 같은 장면을 지금 보았을 땐 슬그머니 부모의 입장에서 이해의 편에 서게
된다.
부모의 상태에 따라 다른 것이기도 하겠지만, 기본적으로 부모는 아이를 사랑함과 동시에 아이에 대한 기대를 갖고 있다. 그 아이는 제
3자가 아닌 나의 분신과 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아이가 건강하고 슬기롭게 훌륭하게...잘 자라주길 바란다. 그렇게 아이를 내 뱃속에 품을 때는
그런 아이와 좋은 엄마인 내가 되길 꿈꿔왔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 길러보니 좀처럼 내가 기대했던 육아로써의 실현은 이루어졌을까?
먼저 엄마인 나부터 치이고 치이는 상황에 따라 절절맸고, 때론 돌발상황에 당황하기도 했다. 또한, 아이는 드라마나 CF에서 나오는
아이들마냥 적극적이고 사회적이어 보이지 않았고, 많이 다쳤고, 고집을 부리거나 떼를 썼다. 이제는 조금 홀가분해질까 싶은 기대를 갖고 있는 나의
그것과 달리 아이는 나에게 더 집착하고,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당당하지 못했다.
그런 모습을 볼 때면 내가 아이를 잘 못 키운 걸까?
내가 이럴려고 아이를 낳았나 싶은 자책과 자괴감이 들곤 했다.
(물론 아이들에게서 건강하고 성숙해지는 모습도 많이 발견하지만, 부모는 대개 장점보단 단점을 통해서 그것들을 해결하고자 하는 습성, 본성을
지니고 있는 듯 하다.)
이전에 비해 말이 부쩍 늘은 4-5살 아이들은 종종 우리 부부에게 '나 이런 말도 쓸줄 알아! 서프라이즈~~!!'의 기쁨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아직은 자신을 솔직하게 자유롭게 표현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어리고, 남자이고, 유아이어서 엄마는 그 아이들의 표정이나 느낌에 많이 의존할
수 밖에 없다. 그랬을 때 아이의 분노와 짜증은 좀처럼 누그러들지 않았고 부모로써 그 외국어와 같은 행동을 쉽사리 해석할 수 없어
답답했다.
이 책과 제목을 발견하고 '아! 혹시 우리 아이가 내성적이어서 지금까지의 행동을 한 건 아닐까?' 생각했다. 내성적인 아이의 특성을 알고
우리 아이와 공통점이 있는지 알고 싶었다. 그리고 그 내성적인 아이의 속내가 궁금했다. 그리고 내성적인 성격에 부모로써 어떻게 접근하고 아이를
이끌어줘야 할지 솔루션을 받고 싶었다.
사실 첫째가 내성적이라고 얼핏 생각을 했다. 첫째는 다른 남자아이들에 비해 센서티브하고 감성적인 성격을 가졌다. 많이 지지해줘겠다는 걸
머리로는 알지만, 이해와 공감이 어려울 때가 많아서 첫째에 적합한 사례를 책에서 찾아보고 싶었다. 그런데 당혹스럽게도 책에서 제시하는 내향형은
첫째보다 둘째의 모습에 가까웠다. 첫째와는 또 다른 내향형으로 이해할 수 없었던 둘째의 행동은 고집을 부리고, 기존 환경에서 빠져나오길
힘들어 했고, '잘못했다'는 말을 절대 하지 않고, 인사안하고 도망가기 등이었다. 이런 둘째의 여러 모습을 저자의 설명을 통해 보니 아이의
성향과 행동이 납득이 갔다.
아이의 모습이 어떤 의학적인 이상이 있는 문제는 아니었다. 아이로써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는 생각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래서
그랬구나..'
그렇다면 부모는 이런 아이에게 어떻게 해야할까? 무조건 수용만이 답이 아님을 여러 상황에서 저자는 이야기 한다. 아이의 마음은 충분히
수용함과 동시에 아이에게 그 행동을 이끌어내기 위해 다른 아이디어가 필요한데, 그 아이디어들이 책 곳곳에 나타나있다.
처음에는 저자의 글이 추상적이고, 예시가 충분치 못하다고 생각해서 이 책에서 내가 기대했던 부분들이 과연 충족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초반에는 저자가 아이의 내성적인 모습을 주로 다루었기 때문이었다. 그 외에 구체적인 아이의 속마음과
해결방법은 그 뒤에서 속시원히 이야기하니 어느 정도 기대할만 하다.
어느 정도는 인지하고 있었지만, 내향적인 성향이 어느 정도 유전에 기인한다는 사실을 알고 우리 부부의 내향적인 성향도 생각해 보게
되었다. 우리 부부의 경우 어느 정도의 사회화를 통해서, 적응을 위해 외향적인 요소들이 다소 개발된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인지 저자가 말하는
'내향적인 아이는 ~하다'라는 공식에 어른들이 대입되진 않음은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 어른들의 예전 모습을 곰곰히 생각해 볼 수 있다. 우리의 내향적인 모습이 어느 정도 사회화와 적응기간을 거치지 않은
것이라면, 낯선 세계에 대한 그 곤란함, 당혹스러움 등이 우리의 감정 중에도 있었을테니 충분히 이해하며 아이들의 모습을 공감해볼 수
있었다.
저자의 말처럼 우리는 외향적인 성향의 모습에서 우리의 모습에 정답을 찾는 것 같다(딱 이 말은 아니었지만 이런 말로 대략 이해했다). 나
또한 내향적인 사람이지만, 그간 아이에게서 단점만 본 이유는 나도 모르게 사회적으로 요구되는 외향적 성향을 우리 아이에게도 기대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아이를 다그치고, 외향적인 부분으로 유도했었다.
이 책을 보니 우리 아이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나의 기준에서 이미 잘 못 시작되어 아이를 대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아이가 내향적이라는 것, 내 자신이 내향적인 사람이라는 것, 그리고 이 세상에서 요구하는 외향적인 모습을 나도 그것이 옳은 것마냥
동경했던 내 잠재적 생각을 직면하고 지금이라도 알게 되어 정말 다행이라 여겼다.
사람은 모두 제각각의 성향과 기질을 가지고 있는데, 아이에 대해서 너무 단정해서 그 아이 기질의 건강성에 해로움을 가했을 것을 생각하면 참
안타깝고 끔찍하다. 이제라도 알게 된 아이의 성향을 조금더 이해해주고 공감해주고 바른 길로 지도해 줄 수 있어야 겠다.
사실 나부터가 자의식이 건강하지 못했나 싶은 안타까움도 있지만, 내향성에 대해 이 책을 통해 깊이 이해하고 인지하게 된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내 아이가 적극적이지 못하고, 의존적이어 보이고, 무언가 문제가 있어보이는데 구체적으로 표현하지 못하겠는 부모들에게 내 아이의 내향적인
성향을 한번 쯤은 생각해볼만한 그리고 그에 대한 해결책을 줄만한 책으로 충분하다고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