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혹하는 글쓰기 - 스티븐 킹의 창작론
스티븐 킹 지음, 김진준 옮김 / 김영사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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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스승의 날이다.

아이가 어리다며 내가 엽서를 썼다.

감사는 한데 어떻게 표현할지 몰라서 한참을 펜을 들고 망설였다.

그냥 볼펜으로 쓰니 헛소리가 나간다.

어떻게 하면 나의 마음을 잘 표현할 수 있을까? 더 욕심을 부려 다른 사람에게 내 마음의 진심을 알아보게 만들 수 있을까?

공백에 무언가를 쓰기 위해서 고민하고 고민하지만 결국 마음에 드는 표현을 못 찾고 펜이 가는대로 쓴다.

이번에도 내 마음을 표현하기 보단 그냥 써야하기 때문에 써버리고 말았다.


이래서 글쓰기가 늘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작가가 되기 위한 사람들의 운명, 교양을 쌓고자 하는 사람들의 것들이라 여겼던 글쓰기였다. 글쓰기 앞에 겸손했다. 그런데 책을 읽는 정도가 누적되면서 '나라면 어떻게 글을 쓰게 될까?'라고 생각했다. 글쓰기를 담너머 흘낏흘낏 구경했다. '나는 누구를 위해 글을 쓸까?' '내 글의 주된 이야기는 어떤게 될까?',


글쓰기 책에서 이 책이 인용된 것을 보고, 이 책을 언젠간 읽어보리라 생각했다. 글쓰기라는 알쏭달쏭한 개척지에서 내가 알고 있지 않은 것과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을 이 책은 말해줄 것 같았다.


 초반엔 '이력서'란 제목으로 저자는 자신의 생애를 적었다. 어린 시절 자신이 글을 쓰게 되기 시작한 것부터, 아내를 만나고, 여러 출판사의 거절과 함께 글을 써왔던 그의 삶을 말이다. 아버지는 없었고, 가난했고, 부족했고, 턱없이 적은 수입으로 살아가기도 했다. 마약과 술에 빠졌다. 삶이 호락호락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의 글을 읽다보면 그가 삶에 있어서 긍정적이고 직설적이며 유머스러운 태도로 살아왔음을 알 수 있다.


 우리가 글을 쓸 때 자주 실수하는 부분을 잘 집어주었다. 그리고 '도저히 못 봐주겠다'는 식의 표현은 읽으면서 웃음이 나기도 한다. 예로 실수한 글과 고쳐진 글을 비교해 보였다, 쓸 때는 몰랐는데 읽어보니 어색한 것이 보였다. 부사, 수동태, 장황한 글 등 .... 사용하지 않으면 부족할 것 같은 표현들이 실제로 내용에 도움이 안 된다. 인정하기 싫고, 정말 충격적이다. 아! 그동안 난 ... 뭘 쓴거야!!!  


 그의 글은 짧고 명료하다. 확실하고 군더더기가 없다. 자신의 생각을 위해 비유를 적절히 사용한 것 또한 인상적인 부분들이 많았다.


... 소설은 이미 존재하고 있으나 아직 발견되지 않은 어떤 세계의 유물이다. 작가가 해야 할 일은 자기 연장통 속의 연장들을 사용하여 각각의 유물을 최대한 온전하게 발굴하는 것이다. 때로는 그렇게 발굴한 화석이 조가비처럼 작은 것일 수도 있다. 또 때로는 엄청난 갈비뼈와 빙긋 웃는 이빨들을 모두 갖춘 티라노사우르스처럼 아주 거대한 것일 수도 있다. 단편 소설이든 천 페이지 분량의 대작이든 간에, 발굴 작업에 필요한 기술은 기본적으로 똑같다. p.199


특히 이 표현이 나는 좋았다. 글을 쓰는 것을 발굴이라는 작업에 비유한 것, 그리고 기술은 기본적으로 같다는 것.

나같은 이에게는 희망적인 글이다.

저자를 보면 그의 글쓰기 사랑과 노력이 따르기도 하지만, 그래도 타고났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는 베스트셀러 작가이고 다작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보다는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저자와 같이 많은 이들을 사로잡는 소설가가 되지는 못하더라도- 글 쓰는 것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 글을 쓰며 즐거워하고 싶고, 글을 쓰며 나 자신을 표현하고 싶다. 글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아니라 글을 사랑하고 글과 동행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 책은 그런 꿈을 갖도록 도와줬다.


외에도 스티븐 킹을 그 되게 해준 아내와의 관계, 사고를 당하게 된 일,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기까지의 일들은 소설 못지 않게 흥미진진하다. 글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독서하고, 글을 쓰는 자신의 모습을 소개한 곳곳의 글도 참 인상적이다. 글에 대한 그의 열정과 기쁨은 정말 그에게 주어진 선물같다.

 

아쉬운 것은 이 책이 미국책이었다는 것이다. 글쓰기에 대한 방식이 도움이 되기도 했지만, 언어가 다르다는 점은 아쉬웠다. 영어는 영어의 표현하는 방식과 뉘앙스가 있는데 반해 한국어는 또 그와 다르기 때문이다. 그와 같이 글쓰기를 명료하고 즐겁게 이야기해줄 수 있는 사람이 한국에도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앞으로 글을 쓰려는 꿈을 가진 사람들, 그리고 글쓰기라는 것에 접근하려는 사람에게 이 책은 현실적이면서 명확한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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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밥상머리교육 - 엄마와 아빠가 집에서 직접 하는 하버드 생각 수업
김정진 지음 / 예문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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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밥상머리 교육이 뭘까?


이미 유대인의 교육 하브루타가 많은 부모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들의 의무이자 권리처럼 여겨져 유대인의 문화로 뿌리박은 식사모임과 대화는 유대인이 현대 사회에 많은 공로를 세우고, 영향을 미치는데 근간이 된 것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유대인으로 알려진 유명인사들과 그 세계적인 영향력을 볼 때, 그들의 하브루타문화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그것에 원래 관심을 가져왔던지라 '밥상머리교육'이라는 것이 낯설게 보이지 않았다.


한국형 밥상머리 교육은 밥상머리 인문학을 지향한다.

부모가 밥상머리에서 세상과 사람을 통찰할 수 있도록 지헤를 전수해주는 것이다.

p.130


 밥상머리 교육이란 식사 시간에 가족이 밥상에 둘러앉아 교육을 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알만한 기본 예절을 다루는 것만은 아니다.  그 시간에 가족끼리 대화하면서 아이들의 잠재된 생각과 잠재력을 이끌어내고 함께 생각을 나누는 것을 말한다. 그를 통해 부모는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고 아이들을 지도한다. 그리고 아이들은 호기심을 드러내며, 생각을 키우고, 자신의 행동에까지 고민하고 선택할 수 있다. 대화를 통해 몰랐던 서로의 생각을 알아가며, 그 사고가 융합되고 발전된다. 가족간의 관계도 더욱 돈독해질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이런 유익한 점으로 밥상머리 교육이 많은 이들의 기대와 관심을 갖고 있다.


 6가지의 파트로 나누어 '밥상머리교육'을 통해 성공한 케이스와 그 방법이 나오며, 부모가 직접하는 예시, 그리고 그와 관련하여 기억할 것들을 다룬다. 주로 익숙한 것은 유대인의 교육인데, 다른 예시들(미국의 경우, 한국의 경우)는 새롭게 알게 밥상머리교육이었다. 예를 들면 6남매를 모두 미국의 유명대학에 보낸 전혜성 박사, 김용 세계은행 총재, 다산 정약용의 경우는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한 것이었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들과의 생각을 나누기 위해 자신의 시간과 노력, 열정을 아끼지 않은 점을 보면 존경스럽기도 하고, 도전이 된다. 한편으로 그 부모들과 달리 평범한 엄마이기에, 자녀와 대화를 뒷받침할만한 지식과 지혜가 과연 내게는 충분한가 해서 부모로서의 책임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또한, 이 책에서 아주 유익한 점은 저자가 자신의 경험담을 간접적으로 공유하지 않고 대화내용을 직접 기록하여 남겼다는 것이다. 분야나 주제마다 상당히 많은 분량을 걸쳐 있는데, 그 내용이 상당히 깊이있고 실질적이다. '아이들과 이 정도까지의 대화를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그들의 수준을 살짝 얕본 경솔함이 부끄러워졌다. 스마트폰과 떨어질 수 없는 요즘 세대에 맞추어 핸드폰을 대화 중 필요한 정보검색에 적용한 것도 좋은 아이디어였다. 기사를 활용하고 한문을 아이들에게 자꾸 접하도록 유도한 질문이 인상적이었다. 꼬리의 꼬리를 물고 온 가족이 상황을 해석하는 대화의 전개는 굉장히 흥미로웠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저자의 말대로 밥상머리가 지혜와 통찰을 전수하는 서로 소통, 관계적인 의미보다는 어떤 일류 대학 입학등 성공을 위해 부모가 애쓰는 내용들이 밥상머리교육의 예로 적합하게 보이진 않았다. 물론 밥상머리의 유익의 다양한 측면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도 있겠지만, 가정보육의 의미를 더 강조된 것으로 보이기도 해서 다소 의아하기도 했다. 내가 밥상머리교육의 의미를 너무 좁은 면으로만 봐서 그런걸까?


4차 산업 혁명 시대를 맞이하며, 곳곳에서 변화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직업들은 대부분 사라질 것이며, 자율 주행 등 스마트한 기술로 우리의 생활은 또 다르게 변할 것이다. 그에 맞추어 교육을 하고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그 중심에는 인간이 있다. 그리고 인간이 가진 고유의 이성, 감성, 문화는 모양이 바뀌더라도 그 본질이 바뀌진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가 말하는 '밥상머리교육'을 통해 우리 자녀들에게 지혜와 통찰을 전수하는 작업은 상당히 중요하다. 스스로 생각하며, 비판의식을 가지고, 판단하며 행동하는 행위는 시대가 어떻게 변하든 반드시 필요하고 더욱 굳건히 고수해야할 인간의 것이다. 이를 통해서 한국의 문화가 교육이 서서히 변해갔으면 한다. 많은 사회적, 교육적, 환경적인 부분들이 함께 바뀌어야 한다는 점에서 많은 한계도 있지만, 점차적이더라도 변화하며 시대에 따르는 '밥상머리교육'이 우리 가정에서 자연스럽게 한 문화로 정착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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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인문학 수업 - 내 아이의 미래를 위한
김종원 지음 / 청림Life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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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도서관에 갔다가 반납코너에 꽂혀있는 책을 보았다. 요즘 유행한다는 '인문학'이라는 단어가 눈길을 끌었다. 그런데 그냥 인문학이 아니라 '부모 인문학'이라고 한다. 여태까지 나는 나 자신을 찾고 자신의 물음을 따라가는 과정에 평생 있어왔다. 그것만 봐도 나 자신이 무척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내가 알고 배우고 익히고 표현하는 그 모든 것이 내게는 의미있다. 하지만 부모가 되고는  100% 나에게 두었던 그 의미가 아이에게로 많이 전가되었다. 그러니 '부모인문학'이란 단어가 굉장히 매력있게 보였다. 

 차례를 보니 '수신제가 치국 평천하'란 <대학>에 나온 글이 나온다. 이를 보니 고전을 대할 때와 같이 뭔가 생각의 회로를 뚫고 거쳐서 나와야 할것 같은 부담감이 든다. 그래서 덮으려다가 내 관심단어인 '질문', '글쓰기' '독서'를 발견하고 읽어보기로 했다.


 기존에 읽었던 책의 저자였다는 걸 알았을 때, 오랫만에 누군가를 만난 느낌이었다. 긴 관계의 공백으로 어색하고 가물하지만, 알고 있던 사이라 무언가 반갑기도 하고 '어떻게 지내나?' 궁금한 그런 지인을 만났을 때와 같다.


역시나 이전의 그 책과 같이 이 책도 술술 읽혔다. 그리고 자기계발서답게 이번에는 부모로써 갖을 수 있는 도전정신을 끌어올려주었다.

저자의 책들을 보니 이지성님과 공동저술하신 책도 있던데 역시나 책의 느낌이 비슷하기도 하다.

부모에 대한 올바른 자세에 대한 그의 주장이 여러 위인들의 삶을 통해 증명이 되었다. 그의 주장이 설득력있고, 그에 따라 '우리 아이를 잘 키워보고 싶다'라는 희망찬 도전이 솟구친다. 또한 어렵지 않게 저술하여 인문학이 친숙하게 느껴지고 각 분야의 거장들의 삶을 통해 그들 또한 가깝게 느껴진다.


어떻게 이 많은 에피소드들을 다 모을 수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우리가 쉽게 알고 있는 위인들의 가정사들이 방출된다.

읽으면서 우리 안에 조급했던 마음들을 내려놓게 된다. 남다른 교육방식에 도전을 받는다. 나의 태도와 말을 돌이켜 보며 조금이나마 고치려고 노력한다. 무엇보다도 무작정 어떤 육아방식을 따르는 것을 거슬러 스스로 아이를 양육하는 것에 대해서 한번쯤 생각해 볼 수 있다.


역시나 이 책에서마저 '질문'에 대하여 다시끔 중요성을 깨닫게 해주며, '독서'에 대하여 그리고 '글쓰기'와 관련된 것을 언급하는 걸 보면서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키워야 할지 고민해보게 된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서 다룬 것은 그 무엇보다도 아이의 도덕성, 그리고 사랑이었다. 부모가 자식을 대할 때 그러하며 자녀들 또한 혼자 살아가는 세상으로가 아닌 다른 이들과 더불어 사는 삶을 살것을 말한다.


"자녀교육의 방향을 고민하고 있는가? 아이를 사랑하는가? 뜨겁게 사랑한다면 방향은 걱정하지 마라. 뜨거운 사랑은 저절로 길을 찾아가기에 길을 잃을 염려도 없으니까." p.361

 

자기 계발서라면 당연히 끝까지 자신이 주장하는 어떤 특별한 것을 반복하거나 강조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의외로 '사랑'에 대한 언급이 잦다. 아마도 인문학을 이야기하는데서 기본은 인간에 대한 사랑일 것이다. 그것을 생각해본다면 저자가 마지막에 사랑을 이야기 한 것이 그다지 무리는 아닐 수 있겠다. '사랑'으로 마무리 된 그의 이 책이 나에게는 무언가 따뜻한 위로의 한마디처럼 느껴졌다. 

오늘도 아이에게 많은 짜증과 염려를 쏟아부었다. 

수차례 다짐을 해도 아이를 사랑하는 것과는 별개로 아이에게서 오는 답답함과 어려운 마음은 기억하리라 다짐한 사랑조차 잊게 만든다.

이게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얼마나 잔인한 일인지...

반성하고 또 미안해 한다.

그리고 또다시 사랑하겠다고 순간에 순간을 다짐한다.

매일같이 무너지는 나약하고 부족한 부모이지만 아이를 위해 아이를 향해 사랑하며 함께 하는 육아의 삶을 나는 사랑한다.

그리고 아이와 더불어 함께 행복하고 싶다. 아이에게 그 충분한 사랑의 물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줄 것이다.

나 자신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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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를 위한 지식 사전
에반 S. 라이스 지음, 김다은 옮김 / 심포지아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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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주 멀리까지 가 보고 싶어
그곳에선 누구를 만날 수가 있을지
아주 높이까지 오르고 싶어
얼마나 더 먼 곳을 바라볼 수 있을지
작은 물병 하나, 먼지 낀 카메라,
때 묻은 지도 가방 안에 넣고서
언덕을 넘어 숲길을 헤치고
가벼운 발걸음 닿는 대로
끝없이 이어진 길을 천천히 걸어가네
멍하니 앉아서 쉬기도 하고
가끔 길을 잃어도 서두르지 않는 법
언젠가는 나도 알게 되겠지
이 길이 곧 나에게 가르쳐 줄 테니까
촉촉한 땅바닥, 앞서 간 발자국,
처음 보는 하늘, 그래도 낯익은 길
언덕을 넘어 숲길을 헤치고
가벼운 발걸음 닿는 대로
끝없이 이어진 길을 천천히 걸어가네
새로운 풍경에 가슴이 뛰고
별것 아닌 일에도 호들갑을 떨면서
나는 걸어가네 휘파람 불며
때로는 넘어져도 내 길을 걸어가네
작은 물병 하나, 먼지 낀 카메라,
때 묻은 지도 가방 안에 넣고서
언덕을 넘어 숲길을 헤치고
가벼운 발걸음 닿는 대로
끝없이 이어진 길을 천천히 걸어가네
내가 자라고 정든 이 거리를
난 가끔 그리워하겠지만
이렇게 나는 떠나네, 더 넓은 세상으로
-김동률 <출발>

[출처네이버 뮤직 가사]-


여행관련 주제는 흩뿌려졌는데 그 주제에 따른 인용글들이 참 인상적이었다.

나라면 그 글들 중에 김동률의 <출발>이란 곡의 가사를 넣었을 거라고 숟가락을 얹어보았다. 제목은 '여행'이 아닐지라도 저 노래를 들을 때만큼은 어딘가로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는 여행이란 것이 저 가사에 잘 담겨져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그야말로 여행에 관해 소소한 것까지 빠짐없이 기록한 글이라고 볼 수 있다.

문장은 덤덤하고 건조하게 보인다.자신의 여행경험을 주관적이지만 객관적인 느낌이 들도록 적었다. 자신이 어떤 나라에서 어떻게 했었다는 예시가 거의 없다. 자신의 경험에 기반한 사실을 서술했다.

일단 각 국에 관련한 세세한 사실(콘센트, 동물, 인사말, 문화, 운전대방향 등등)들이 적혀있으며, 입출국, 비행기 내, 세관, 기후재해까지 자신의 경험을 통틀어서 총체적으로 정리햇다. 아니 이 뿐 아니라 여행에 관하여 '이렇게까지??'라고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다양한 정보를 이 책에 담았다. 이를 볼 때, 저자가 호기심도 많고 관찰력도 뛰어나다는 것, 그리고 풍부한 정보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을 저술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정보를 접했으며, 주의를 기울였으며, 얼마나 많은 독서와 지식을 섭렵했을지 알만하다.

대체로 정보사실을 다루었다고 해서 무작정 딱딱하지 않다. 작가 특유의 위트와 유머가 있어 지루함이 들지 않는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인용글들, 여러 여행가, 수필가 등의 글들이 여행에 관한 인식을 더욱 깊이 있게 한다.


 책의 구성은 기존에 알고 있는 책의 것들과는 많이 상이하다. 일단 차례가 없이 여행에 관련한 주제가 뒤죽박죽이다. 여러 주제가 연관성없는 것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공과 같아서 독자가 당황할 수 도 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찾아보기'코너가 있어서 어떤 것을 언급한 것은 찾아볼 수 있어서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구성만큼이나 내용 또한 독특하다.

 인상적인 것은 소매치기를 조심하고, 상인들에게 거절하는데 있어서 비교적 상세하게 다루었던 내용이었다. 나름 사전이고 저자는 '떠나라'고 권유했는데 읽는 동안 긴장이 되었다. '이렇게까지 여행해야할까?, 이런 상황에서 여행에서 즐거울 수는 있는걸까?'라고 생각했다. 정말로 여행을 위한, 여행을 즐기는, 여행을 좋아하는 저자가 가리지 않고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갖게 된 노하우를 책으로나마 읽으며 여행에서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의 것들을 경험한다는 걸 짐작하게 한다. 그 상상이상이 상당히 다양하고 상세하다.

 

 여행을 계획하면서 이 책을 읽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쉬움이 들었다. 이 책을 통해 여행을 향한 갈증을 해소하고 싶은 거였는데, 읽으면서 여행을 준비하듯 구름위에 둥둥 떠다니는 느낌이었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대로 바로 적용하고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할 자신이 있는데 막상 갈 곳은 없고, 여행을 갈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현실을 깨달았을 때 안타까움이란....

자신의 여행지를 한정짓고, 그에 따라 유명한 곳을 가고 경험하게 되는 것을 한정짓게 되는 다른 책의 여행과 확실히 다르다. 이 책은 다양한 경험과 상황들을 공유함으로 여행자가 어느 상황에서도 적절한 대응을 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한 곳을 여행하는 사람보다는 여러 곳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들이 한번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아니면 나같이 여행을 가지 못하는 상황에 있는 사람에게도 압축적으로 여러 곳을 여행한 듯하게 해줄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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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온 괴짜 노인 그럼프 그럼프 시리즈
투오마스 퀴뢰 지음, 따루 살미넨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8년 2월
평점 :
절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란 프로그램이 한 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었다. 한국에 처음 와보는 외국인들이 한국 여행을 하며 느끼는 문화적인 차이와 한국의 가치있는 모습을 담은 프로그램이다. 그 인기에 힘입어 현재 시즌 2도 방송 중이다.

한국에 처음 와보는 외국인에게 한국이란 나라는 어떤 나라로 다가올까?  

한국은 단일민족국으로 한국민이라면 대체로 고유함에 대한 자부심, 애국심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가 불어넣은 것이 아닌 강대국 사이에 살아남기 위한 원동력이자 우리를 가장 우리되게 하기 위해 지켜온 것들이라 생각한다. 그동안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을 동경했고, 그 모습을 닮아가려고 해왔다. 이젠 어느 정도의 경제 성장에 따른 자립심과 독립심이 생기면서 이젠 우리에 대한 평가가 어떨지 사뭇 궁금해진다.


 그런 중에 출판계에서는 바로 이 책이 출간되었다. 당시 발매일은 2월 초로 한창 평창동계올림픽의 열기로 뜨거워져 있을 참이었다.

한 미디어 프로가 아닌 책에 거는 기대감은 크다. 왜냐하면 오락성과 대중성을 비중으로 둔 방송에서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나타내는 면에서 살짝 아쉬움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책은 미디어가 전해주는 그 이상의 것들을 문자로 표현한다. 그리고 방송보다는 좀더 날 것을 보여주리라는 기대감이 있다.


 이 책에 거는 기대감은 상당히 컸다. 방송에서 이미 한국을 긍정적이고 호의적으로 반응한 외국인의 모습에 이미 익숙해져서 그런 것을 기대한게 아닌지 모르겠다. 역시나 간과한 사실이 있었다. 방송에서의 그들은 젊은 외국인이었다. 이 책에서는 노인인 외국인이다. 그는 핀란드에서 왔다. 하지만 둘다 지인을 통해 오게 한국에 오게 되었고, 익숙하지 않은 한국의 여러가지 것을 경험하고 알아간다.


어쨋든 책으로 돌아가서, 핀란드란 나라가 우리에게 마냥 익숙한 나라는 아니다.

'산타 클로스'의 나라, 복지가 잘 되어있는 나라, 눈으로 덮여있는 나라...정도로 대략 이미지를 떠올리지만, 그 몇 가지로 어떠한 친숙한 인상을 받을 순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외국인의 시선으로 본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핀란드라는 유럽의 한 나라에 주목했는데 새롭게 눈여겨 볼만하다.

핀란드는 깨끗하고 평등해보이는 이미지와 달리 러시아의 자치령인 대공국이었던 과거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지리적으로는 두 강대국인 노르웨이와 러시아의 사이에 위치했던 것을 볼 때 다소 험난한 역사를 거쳤을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저자가 말하는 바에 따르면 사회가 발전할 수록 자유는 늘어나고 생활 수준은 향상되었으나 그만큼 세대와 계층 간의 소통이 어려워지고 갈등이 커졌다고 한다. 과거부터 현상황까지 핀란드가 우리나라와 공통된 게 의외로 많다는 점이 놀랍다. 그래서 그럼프가 아니 작가가 그의 소설에서 한국이란 나라를 택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럼프는 무뚝뚝하고, 거칠게 느껴지지만 속 깊은 곳에서 우러나는 정을 가진 사람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손녀딸을 챙기러 한국을 찾아온 모습에서 한국의 한 기성세대의 모습이 보인다. 또한, 한국에서 이씨와 함께 생각을 같이 하여 이씨와 그녀의 딸, 눔과 대화하는 장면을 보며 우리 사회속에 있는 세대간의 차이를 볼 수 있었다. 그 장면에서 결국 세대의 차이는 있으나 결론은 없고,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지만 함께 하는 식사가 있었다. 가족이라는, 인간이라는 테두리의 관계가 있기에 그들이 결국은 하나인 모습을 보면 안타까우면서도 애잔함이 느껴진다.


 그러면서도 한국이란 나라에서 겪게 되는 그럼프만의 에피소드는 그야말로 빵터지는 상황의 연속이다. 비데에 이어 긴급버튼까지 누르면서 소리에 놀라 기계를 후려치는 그의 모습은 그야말로 빵터지게 만든다. 좋은 음악이 나오고, 상냥하게 엉덩이를 닦아주는 모습에서 우리가 아기냐고 되묻는 접근은 상당히 흥미로웠다. 문화적인 차이가 보이기도 하고 기성세대 특유의 불편함을 감수하는 면도 보였다.

 

이 책은 그럼프 방식의 생각과 말로 쓰였고, 사람들의 직접적인 대사는 거의 없기 때문에 아주 쉽게만 읽히진 않는다. 핀란드의 이야기가 상당히 수록되어있는데다가 그럼프 스타일의 글이라 그것들을 이해하려고 하면 다소 고개가 갸우뚱 기울어질 것이다. 또한, 어떠한 감정적이거나 감상적인 것이 아닌 단순하면서도 건조한 느낌의 문체이기 때문에 핀란드식의 개성이 보이는 글에 적응해야할 필요가 있다.


 책에서처럼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어 같은 세대의 다른 나라 사람이 서로 소통한다면 굉장히 흥미로운 일이 될 것 같다. 젊은 세대의 통역으로 그들의 대화가 이루어지면서 재빠르게 이해하고 인식하진 못했어도, 서로의 문화를 공유하며 한 인간으로써 친밀함을 주고받는데는 언어가 장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계속 이야기한 바와 같이 이 책은 우리와 비슷한 상황이지만 알지 못했던 나라 핀란드에 대해서 새로운 관점과 인식을 갖게 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또한 우리나라라는 배경이 한데 어울려서 그것을 접하는 한 외국인 어르신의 엉뚱한 경험과 괴짜스러움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다. 마지막으로 세대와 계층에서 서로 이해하고 소통하기 어려웠던 것을 직면하면서 그래도 우리 사이에 포기 하지 않는 끊임없는 소통과 이해가 필요함을 다시끔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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