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욕 없는 세계 - 갖고 싶은 것이 없어지면, 세계는 이렇게 변한다
스가쓰케 마사노부, 현선 / 항해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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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소개글을 대략 보면서 요즘 유행하는 '미니멀라이프'의 시대에 걸맞는 책이 아닐까 막연히 기대했다. 제목이 아니라 책에 대한 설명을 보고 이 책이 우리 현대인의 지친 삶에 대한 현실을 조명하며, 미니멀라이프를 행할 수 밖에 없는 근거와 방법론적인 내용을 생각했는데, 전혀 달랐다. 다 읽고 난 지금 생각하면 내가 무슨 생각으로 그런 기대를 갖고 읽은 걸까 싶다. 


저자는 편집자라는 직업으로 여러 업계의 사람들을 접하게 된다. 그러면서 현 세대의 저소비성향의 경향을 확인하며 물욕없는 이 시대에 대해 더 깊이 조명하게 된 구상의 시작을 말한다. 그렇게 물욕 없는 세계인 현재를 기준으로 과거와 미래까지 생각해 본 작가의 접근이 매우 신선하고도 설득력 있다고 생각된다. 또한 각 업계의 사람들이 그렇게 말을 맞춘 듯 이 시대에 대해 공통된 예상을 하고, 그것을 <물욕없는 세계>로 끄집어 낸 작가의 통찰이 고맙게 느껴지기도 한다.


확실히 많은 부분에서 우리는 소비와 생활들의 변화를 발견할 수 있다.

'정말 세상이 많이 변했어!'라는 감탄(?)이 나오는게 어색하지 않게 과거에는 상상할 수도 없던 일들이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다.

가령 라이프스타일이 중요시되는 현실, 공유경제, 커스터마이제이션(고객맞춤화) 등은 과거에서 타임머신이라도 타고 온 사람이 봤을 때, 어이없고 황당한 현상일 것이다.

이런 삶들이 우리가 삶에서 소비, 소유, 규격화 된 사회에 대한 피로감으로 자연스럽게 생겨난 문화적인 현상이라고 이 책에서는 본다.  


저자는 현상을 확인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그 현상 너머 궁극적인 목표인 행복에 과연 그동안 우리의 소비와 함께한 돈과 자본주의를 주목한다. 우리가 그동안 의식없이 달려온 돈을 향한 그리고 자본주의로 비롯된 생각에 힘입어 살아온 삶들을 조명하며 과연 그것들이 우리의 행복을 좌우하는지 본다.

저자의 물욕없는 세계에서 나타나는 현상에 대한 시각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모든 이가 물욕없는 세계에 있지 않고 그 현상은 오히려 부분적이고 일시적이라는 반대의 시각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그러한 생각의 대립과 물욕없는 세계를 향한 변화 속에서 우리라면 어떠한 삶을 확립하며 살아갈지에 대해 자문해볼 것을 권고한다.


저자가 말하는 이 세상에 물욕이 없는 세계라고 보는 관점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그가 말하는 현실은 정말 그렇게 트랜드같이 되고 있다. 다양한 물건과 형태를 소비함과 소유함에 지쳐가는 것도 일리가 있다. 그래서 저자의 구상의 시작과 그에 따른 여러 각곳을 바라보는 저자의 지식과 정보는 정말 감탄할 만 했다.

 

하지만 물욕이 없는 세계라는 것을 마냥 인정할 수만은 없다.

내 주변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부자가 되고 싶어하고, 소비하고 싶어하며, 소유하고 싶어한다.

내 현실과는 동떨어져 보인다. 


물론 이 책의 저자가 발견한 현세계에서의 공통적인 현상, 그동안의 보수적인 물욕의 세계로의 방향에 반하는 삶을 특히 젊은이 들이 살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나도 동의한다. 그러나 그것이 반드시 현시대의 과도한 소비와 소유에 대한 피로감만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현상이 경제적으로 부유하며 여유있는 이들에게는 당연한 결과로 보이지만, 그와 반대로 경제적인 한계에 봉착한 이들에게는 소비와 소유에서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그것을 효율적으로 선택할 수 밖에 없다. 물욕을 향한 삶의 욕망은 부유치 못한 이들에게는 숨길 수 밖에 없는 것이고, 그들이 행할 수 있는 부분에서나마 그들이 누릴 수 있는 최고를 누리고자 한 것이 현재 나타나는 현상이 아닌가 싶다. 예를 들어서 공유경제를 볼 때, (나는 주부라서 쉽게 육아용품을 이야기하면) 아이에게 장난감을 다 사줄 경제적 여력이 없기 때문에 장난감 대여점을 통해서 장난감을 대여한다. 이것은 개인의 효율적인 선택이지 소비나 소유에 대한 부담으로 인한 것은 아니다. 젊은 사람들은 영리하며 그들은 되도록 덜 손해보기 위해 공유경제를 선택했다. 책에서 제시하는 개인택시 우버(Uber)나 에어비앤비(airbnb)도 마찬가지이겠다. 


또한, 유기농을 선호하고 보이지 않는 가치에 중점을 두는 삶은 물욕에 대한 피로감이라기 보다는 현실에서 명품 등 높은 기준에 부합할 수 없는 삶에서 내게 가능한 작은 부분에서라도 최고를 누리고 싶은 욕구때문이 아닐까 개인적으로는 생각한다. 오히려 자신이 아무리 노력해봤자 이룰 수 없는 한계에 대한 피로감 때문에 그 대안책으로 찾은 것이 아닐까?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나는 현실에서 갖을 수 없는 서울의 아파트 한 채, 명품가방 하나, 외제차 등등에 상황에 지나치도록(과도한 빚을 내면서까지) 소유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에 강한 욕구가 비교적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욕구가 있다하더라도) 그것을 소유함으로써 오는 '지위 소비', '소비 지위'는 내가 덜 가진 이유 때문에 포기하기로 했다. 하지만 유기농음식에 있어서는 소비에 한계를 두지 않는다. 내가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일에는 주저않고 내 물질 등을 지불한다. 이런 나를 보면서 이 시대 사람도 적어도 나와 같은 대안적인 생각으로 소비를 선택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러한 사람이 적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은 '휴대전화'에, 어떤 사람은 '호텔에서의 휴식'에, 어떤 사람은 '여행'에..

그래서 과도한 소비와 소유로 지친 결과로 물욕 없는 세계가 되었고, 그 현상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는 완전한 동의를 하기는 어렵다.


이 책의 저자는 일본인이다. 그래서 많은 부분 일본의 상황이 예시가 된 점은 개인적으로 와닿지 않는다는데서 아쉬움이 느껴졌다. 좋은 아이디어가 엿보이는 기업, 공동체가 있기는 했지만, 우리 현실과는 조금 거리가 있어보였다. 처음에는 일본 잡지와 기업이 제시되었는데 설명도 부족하여 저자가 무엇을 이야기하려는지, 그것이 무엇에 대한 설명인지에 대해 알아차리기 쉽지 않았다. 이책이 무슨 책이었더라? 싶은 생각이 드는 건 어쩌면 내 상식의 부족한 탓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어쨋든 이 책은 현 시대의 경향과 현상에 대해 잘 꿰뚫어본 점은 너무 유익했다. 그리고 이런 시대에서 어떤 삶의 방향을 가지고 살아가야 할지 생각해 볼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참 좋은 책이다. 이 책을 가지고 북쉐어링하며 토론하기 너무 괜찮은 책이 아닌가 싶다.

단순한 미니멀라이프의 부분적인 경향으로가 아닌 우리의 가치와 방향을 되짚어보며 저자가 말하는 '물욕이 없는 세계'에서 '나는 어떠한 삶을 계획해볼까' 삶에서 잠깐 멈춰서 보기에 좋은 책으로 생각된다. 


이전에 명품 브랜드에서 일했기 때문에 루이 비통 등 명품을 당연하다는 듯 소비하고 사용했죠. 하지만 점점 브랜드가 얼마나 유명한지나 그것이 상징하는 경제적 지위보다 생산자나 제작자의 사상이 전해지는 물건에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어요. 경제가 계속 생활 잡화 위주로 간다면 사람들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것, 마음을 움직이는 물건을 고르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인간미를 느낄 수 없는 대량생산 제품보다, 사람이 애정을 가지고 만든 물건을 갖고 싶다고 생각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겠죠. 대형 명품 브랜드가 위세를 떨치는 시대가 끝나고, 개개인의 취향에 맞는 작은 브랜드가 다수 생겨나는 시대가 될 것이라 확신해요. 소비자들 스스로 더 마음을 울리는 소비로 원점 회귀하겠죠.p77


현대의 소비욕은 지위를 과시하는 데서 유래했다고 스키델스키는 지적한다. 경제학자들이 흔히 말하는 '지위 소비'라는 것이다. 경제 수준이 일정 이상 되면, 절대적으로 보면 필요 없지만 다른 사람보다 지위가 높다는 것을 알리는 물건, 적어도 다른 사람보다 아래 있지는 않다는 것을 증명하는 물건을 사는데 소득의 태반을 쓰게 된다. 지위 소비의 가격은 평균 가격보다 높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효과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이를 얻기 위해 다른 사람보다 더 높은 소득을 올려야 한다는 악순환이 형성된다. 이러한 경쟁적 소비가 연쇄적으로 발생하면 노동 시장 연장으로 이어져, 여가라는 기본 가치가 위협받는다. "항상 타인과 경쟁 관계에 있기 때문에 우정, 인격, 안정 또한 위협받는다." p194


현재 진행 중이며 점차 뚜렷해지는 '물욕 없는 세계'는 가난하지도 어리석지도 않다. 오히려 지금보다 더 근원적인 풍요와 지성을 누리는 세계가 될 것이다. 다만 '무엇을 행복이라고 여길 것인지'하는 가치관의 대립은 여태보다 심해질 것이다. '보이는 가치=경제적 가치'를 믿는 보수파와, '보이지 않는 가치=비경제적 가치'를 주장하는 새로운 세력 간의 싸움이 여러 국면에서 발생할 것이다.

 이런 시대의 변화 앞에서 우리는 자문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뭘 원하는가?'하고 말이다. 이 질문의 해답을 경제의 언어가 아닌 다른 언어로 대답할 수 있는 사람만이, 앞으로 다가오고야 말 '물욕없는 세계'의 승자가 될 것이다.p24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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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짱이 2020-05-22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일본기업, 가게 얘기가 설명없이 툭툭 던져져서 읽기가 까다로웠습니다.
 
네가 잃어버린 것을 기억하라 - 시칠리아에서 온 편지
김영하 글 사진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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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매일을 보니 생각보다 꽤 오래된 책이다.


여행서는 현실에서 내가 갈 수 없는 상황을 뛰어넘어 작가의 눈과 내 상상력을 동원한 여행을 할 수 있게끔 한다.

그게 여행책의 큰 매력이다.

그런데다가 좋은 작가의 곱디고운(?) 혹은 매력있는 필력으로 적은 여행서라면 그 책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몇 작가에게 꽂혀서 될 수 있으면 모아 읽으려고 하는 찰나에

그리고 한 해를 반을 넘기고 달려온 이 시점에서 한번 쯤 쉬어가고픈 때가 온 이 시점에

발견하게 된 

맛깔나는 필력을 소유한 작가의 여행서이다.


대여해 온 다른 책들을 쭉 반납일에 맞춰 나열해두었지만

유독 눈이 가고 빨리 읽고 싶다는 생각으로 손에 들어오길 기다린 이 책!


나는 시칠리아에 대해 잘 모른다.

얼핏 들은 듯 하지만 아프리칸가? 지중해 어딘가?? 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이 책에서 그 위치와 매력을 알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관광지로 서로 사진찍기 바쁘거나 한정된 스케줄에 맞추어 한번쯤은 찍고 가야할 곳이 아니라

잘 알려지진 않았어도 은은한 매력이 있는 곳, 그 안에 삶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면

난 유명한 그 어느 곳보다도 더 의미가 있는 곳이 될 거라 생각한다.

그래서 더 좋았다.


작가는 모든 것을 다 가진 듯하다.

본인도 그런 자신의 소유를 인정한다.

가진 것으로, 명예로움으로 그 어느 것 하나 부족함이 없다할 삶이었지만,

정작 그 이후 자신에게 밀려오는 고독과 허함이 그에게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본인이 가고 싶었던 시칠리아를 방송을 위하여 가게 되고

이후에 다시 아내와 찾아간다.

그러면서 그 안에 있던 추억과 기쁨과 열정들을 하나하나 여행에서 끄집어낸다.

이 책은 그렇게 여행하듯 그의 생각을 통해 우리의 지친 감성들과 추억들을 하나하나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무엇을 끄집어내기 위해 의식하지 않고

그냥 편하게 작가와 함께 시칠리아를 여행하는 것 같은 편안함과 여유를 갖고 책을 읽어내려갔다.


하지만 그 와중에 겪게 되는 이태리의 열차사정은 정말 어이없고 황당함의 연속이다.

우리나라같으면 상상도 못할 연착과 취소가 연이어 발생한다.

그러한 황당한 일들이 한국에서 있어도 기가막힐 상황이지만, 그 안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는 그 안에서 다른 케이스들을 통해 기어코 목적지를 가게 되는 그런 게 여행의 모험이고 추억이겠다.(물론 내가 당하면.... ㅠㅠ)

그런 것들을 직접 당해서 괴로움을 직접 맛보지 않고

책으로 유연하게 '그럴 수 있지'라고 받아들이며

여행정보를 얻는 건 어찌보면 그냥 얻어먹는 것 같지만,

그것을 직접 보고 듣고 느끼고 하지 않은 들 그 여행의 진미는 당사자만하지 못할 것이다.


이 책을 위해 고생하고 수고한 작가에게는 고맙기도 미안하기도 하지만,

결국 그 여행에서 직접 누리는 여행자를 볼 때 결론은 부러워진다.


이 책에서 작가가 나누어주는 신화와 전설의 이야기도 함께 나누는 재미가 쏠쏠하다.

시칠리아가 그러한 신화의 근거지였어? 그런 전설이 여기서 비롯된거라고?

라고 놀라움과 함께

지금까지 건설되어지고 유지되어온 시칠리아의 이야기는 그의 책을 통해 다시끔 되짚어진다.


또한 그러한 이야기에서 다져진 듯한 시칠리아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우리와 다르지 않은 인간적인 모습들과 또 다른 면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런 다름이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다.


책은 설명하는 것을 사진에서 충분히 보충해주려고 하는 것 같지는 않다.

많은 부분 사진에서 받쳐주지 않아서 아쉽기도 했지만,

그만큼 이 섬에 대해 상상력을 펼치며 궁금증을 자아내서 여행하고 싶어지게 만들기도 했다.


아!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게 있다면

작가의 여행순서를 따르면 더욱 좋겠지만 그러하지 않더라도 그와 함께 지도가 있었더라면 좋았겠더라는 생각이 들었다.

읽는 내내 나같은 무지한 이는 핸드폰으로 지명을 찾아내느라 결국 책에서의 집중도가 흐트러질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한동안 아이둘을 키우면서 극한 체력소모로 여행은 더이상 내게 꿈이 되지 않았다.

호기심도, 의욕도, 간절함도 사라져 현실을 절절거리며 살아가는 내게 여행은 그냥 다른 사람들이 누리는 사치이고 악세서리같았다.

그리고 현재 이미 지쳐있는데 여행으로 인한 고생을 굳이 사서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여행을 꿈꾸게 되었다.


작가와 아내가 책 마지막 부분에서 주고받는 이야기처럼 뭔가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 나도 너무 힘든 사람이지만,

삶이란 별거없더라 하는 그들의 여유있는 대화에서

나도 여행에서 그런 여유를 충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해서라도 무언가 생겨난 열매를 맺어보고 따먹어 보고 싶은 기대가 살짝 생겼다.


팍팍해지고 여유없는 일상에서 여행을 통해 좀더 나은 유연함을 발견하고 싶고,

새로운 것들을 알아가는 기쁨을 누리는 여행을 하고 싶은 생각이 이 여행에서 들었다.

나와 같지 않은 다른 세계에서 느껴지는 삶에 대한 환상과 기대도 살짝 감돌며 즐겁게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이십대의 나는, 자연이 만든 것보다 인간이 만든 것에 더 끌린다고 자신만만하게 떠들고 다녔다. 나는 미술관들을 돌아다녔고 인간이 그린 그림과 인간이 지은 책과 음악, 건축물에 매료되곤 했다. 자연? 보고 있으면 머릿속이 텅 비어버리는 것 같아요. 아무 생각도 안 난다고요. 나보다 연배가 대여섯은 위인 한 시인이 나를 향해 이렇게 일갈했던 것을 나는 기억하고 있다. "이봐, 그런말 너무 부도덕하잖아." 무슨 소린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술에 취해 떠드는 헛소리인가? 그런데도 그 말은 이상하게 오래 뇌리에 남았다. 인간이 만든 것을 더 사랑하는 것이 어째서 더 부도덕하단 말인가? 그것은 태도가 아니라 취향의 문제가 아닌가?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면 그 시인은 아마도 내가 오만하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리고 자연에 대해 품어야 할 마땅한 경외를 결여한 것, 그것에 대해 취해야 할 마땅한 예의를 생략한 것, 인간이 만든 것에 대해 부끄러워하지 않는 것에 대해 분노한 것이었다. 그것은 마치 욥의 오만함에 대해 화를 내는 구약의 야훼 같은 태도라 할 수 있었다.

10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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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은 원래 그렇게 태어났다 - 엄마와 남자아이가 함께 행복해지는 관계의 심리학
루신다 닐 지음, 우진하 옮김 / 카시오페아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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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둘을 키우면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이 있었다.

조용하고 정적인 나와는 달리

많은 에너지를 주체못해 뭐든 끄집어내고 뒤집어 놓는 아들들...

엄마를 올라타고 넘어뜨리며 좋아하는 아들들..

엄마가 어떻든지 전혀 고려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아들들...

뒤는 돌아도 안보고 앞만 보고 뛰는 아들들...


아들들을 조금이나마 그들의 성향을 이해하여 그들을 격려하고 사랑으로 양육하고 싶었다.

또한, 앞으로 이해하기 힘든 부분들이 업데이트 되겠지만, 그에 대비하고 준비하고 싶었다.


그래서 이 책은 나같은 유아의 아이들을 둔 부모가 읽기에는 약간은 거리감이 있어보인다.

초등학교 이후의 아들들을 둔 부모가 읽기에 더 좋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대비하고자 한 의도에는 조금 적중을 하기도 했지만, 적용하기는 아직 어렵기 때문에 실제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단어들이 구체적이고 실제적이기보다는 추상적이게 느껴지지만 예시와 실천자료들이 이해를 돕는다.

그리고 여자인 엄마가 아들을 이해할 수 있게끔 남자아이의 특성을 잘 이야기해주고 있다.

생각지 못한 아들들의 특성에 또 다시 얼마나 다른지 깨닫게 된다.

그렇게 도대체 왜 그러는지 알 수 없는 아들을 대할 때 그들의 행동을 이해한다면 무작정 부정하고 꾸짖는게 아니라 그들을 존중할 수 있을 것같다. 그러한 존중이 아들들로하여금 더 건강한 자아상과 자신감을 갖게 하고, 그것들은 세상을 살아가는 힘이 될 것이라 생각하며 이책을 통해 아들에게 한걸음 가까이 나아가 본다. 



이 책을 보면서 나는 내가 쓰는 부정적인 단어들을 발견했다.

그것들을 고치기 위해 포스트잇에 어떻게 이야기 해야할지 써 놓았다.

예를 들면 우리 아이들은 신발을 신고 자주 집안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그럴 땐.. "야야야야야야야야야!!!"라고 하거나, "들어오지마!" "더럽잖아 들어오지 말라고!"라고 협박과 고함을 동원하여 이야기하게 된다.

그것을 "신발은 벗어두고 들어올래? 집이 더럽혀지지 않게"라고 써서 붙였다. 급할 때, 경황이 없을 때 그것을 보고 좋게 말하려고 말이다.

물론 구어체로 바꾼다면...

좋게는 "신발은 벗어놓자! 집안이 더러워지거든... "(내가 가능한 최고 친절함의 구어체)

조금 안좋지만 솔직하게는...

"신발은 벗자 얘들아! 집이 더러워져!"라고 하다가 "신발벗어! 집 더러워지니까"라고 할지도 모른다...^^:;;


"하지마!" "안돼 안된다고!" 식의 부정적인 단어를 나도 모르게 급할 때, 마음이 어려울 때 많이 사용하게 된다.

이것이 당장은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 같아보이지만, 아이들에게 무조건적인 강요나 명령이 되어 그들을 무시하는 듯한 태도로 기분이 상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남자 아이가 명령조나 강요조 등의 그런 식의 말에 적절히 반응한다고 해서 그것을 당연하다듯 대하는 것은 옳지 않다. 우리 어른 또한 저런 식으로 상대되어지고 취급받는다면 기분이 상할텐데, 이를 생각하면 함부로 대하는 것은 다시 생각해보고 어른들의 행동과 말을 고쳐볼 일이다. 남자아이의 특성을 고려하여 우리의 언어에 조금 변화를 주는 배려를 한다면 우리가 원하는대로 잘 다룰 수 있을 뿐 아니라 그들에게도 긍정적인 존중감을 느끼게 해주어 바른 성장을 도울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같은 말이라도 관점을 달리하여 이야기하면 좋겠다 싶어서 한마디라도 이야기를 하기 전에 한번 더 생각하게 되었다.

누가 이렇게 어질러 놨어? 가 아니라 어질러진 책들을 치우자!라고 이야기한다던가

다 치울때까지 꼼짝마! 가 아니라 다 치우고서는 무슨일을 해도 좋아!라는 식으로 바꾸면 좋을 것 같다.


이 책이 다른 책과 다른 점이 있다면, 아들들에 대해 특히 중요한 사람을 아버지로 콕 집어 인식시킨다는 점이다. 그런 것은 엄마 혼자 읽지 않고 아빠와 공유하여 아이를 양육하는데 있어서 참고해 볼만하다. 물론 요즘 양육서는 아빠의 역할에 비중을 넓혀가고 있지만 아들들을 다루고 있는 이 책에서는 특히 아버지가 역할모델로써 보여주고 가르쳐야 할 것들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외국서적이라 그런지 우리보다는 이혼가정과 편부모 가정이 있을거란 가능성을 염두해 두고, 그런 가정에서 아들을 양육하는 상황을 틈틈히 다루고 있다. 기대할만한 비중은 아니지만, 아예 다루지 않는 국내서적들에 비하면 그러한 상황에서 아들의 양육을 배제하지 않고 다룬다는 점에서 다른 양육서와 비교된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우리 아들들을 이해하고 멋진 아들로 키우고 싶다면 읽어볼만한 책으로 생각된다.

요즘 최선을 다해서 아이의 행동을 이해하려 하고 말에 있어 조심하고 있다.

섣부른 감정이나 판단으로 아이를 다루지 않고 이런 책들의 지혜를 빌려 아이들을 양육하는데 도움을 받게 되어 감사하다.

아들들아 잘 해보자꾸나!! 엄마들 화이팅!!



남녀 간에는 타고난 차이점이 있다. 여자아이는 뭔가 불안하면 조용히 움츠러들지만, 남자아이는 반대로 떠들썩하게 뛰고 시끄러운 소리를 낸다. 이런 모습은 사람들에게 '공간을 지배하려는 행동'으로 비치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는 분명히 불안감의 반영이다. 남자아이를 이해하고 구체적인 활동을 지원하는 우수한 교육기관에서는 이런 성별에 따른 차이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스티브 비덜프<아들 키우는 부모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 Raising Boys> 인용 79p


남자아이는 주어진 일을 생각하고 스스로 결정하기 위해 약간의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 이것을 '준비시간(take-up time)'이라고 부른다. 아이에게 어떤 일을 부탁할 때는 그 말만 하고 아무렇지 않은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거나 아예 아이를 혼자 남겨두고 필요한 준비시간을 준다. 아이가 자신만의 공간과 시간을 확보했다고 느끼면 쉽게 부탁에 응할 것이다. 만약 아이가 통제당하거나 잔소리를 듣는다고 느끼면 자신도 모르게 반항할 마음이 들게 된다. 아이에게 공간을 내어준다는 의미는 아이를 믿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101p


공정함이란 어떤 면에서는 개인적인 원한을 갖지 않는 모습이다. 일단 남자아이를 꾸짖은 후에는 그 이야기를 더는 꺼내지 않는게 좋다. 화제를 다른 쪽으로 돌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아래와 같이 말이다.

"자, 그러면 그 이야기는 인제 그만 끝내자." p.103


아이 안에 숨어있는 긍정적인 면을 찾기 어려울수록 긍정적인 성품에 주목해야 한다. 어른에게 예의 없이 구는 아이는 사실 용기 있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아이다. 다툼에 휘말리는 아이는 정의를 날카롭게 의식하는 아이일지도 모른다. ...

모든 성품이나 성격은 이해할 수 있지만 행동만큼은 제약이 뒤따라야 한다. 아이가 문제가 아니라 행동이 문제라는 것을 분명히 하자.139p


아이의 행동에서 동기를 찾다보면 아이를 이끄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하고 싶은 것을 말하기 꺼리는 아이는 사실은 무엇을 원하는지 모를 수도 있다. 그럴 때는 스스로 원하는 걸 찾도록 도와주자. 새로운 경험을 원하지 않는 아이라면 실패가 두려운 것일지도 모른다. 자신의 장점을 설명해주면서 자신감을 심어주자. 자기 자랑이 심한 아이는 인정받고 싶은 아이니 먼저 칭찬해주고 장점을 인정해주자.140p


"그러면 이건 어떨까? 네 머릿속에는 분명 또 다른 목소리가 있을거야. 그렇지만 그 목소리를 들으려면 주의 깊게 귀를 기울여야 해. 네 한쪽 어깨 위에서는 작은 악마가 잭을 때리라고 속삭이고 또 다른 쪽 어깨 위에서는 작은 천사가 절대로 그러지 말라고 해. 네가 천사의 말에 더 귀를 기울일수록 그 목소리는 더 커진단다."142p


부모가 자신을 얼마나 자랑스럽게 여기는지 아이가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동시에 자신을 자랑스럽게 여길 격려도 필요하다.

"네가 자랑스럽다."라고 말하는 대신 "너 자신을 정말 자랑스럽게 생각하렴!"이라고 말해보자. "성적이 좋아서 정말 뿌듯하구나. 이번 학기에는 훨씬 나아졌어"라고 하는 것도 괜찮지만 "이번 학기에는 성적이 훨씬 더 올랐구나. 너도 정말 기분이 좋지!"하며 자신을 긍정하도록 도와준다.

아이가 올바른 행동을 전혀 하지 않아 긍정적인 면을 찾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때는 아이에게 보고 싶은 행동을 이야기한다. 가장 가까운 시점으로 말이다.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나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아이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155p


어른은 보통 해결책을 제시해서 도움을 주려 노력한다. 그렇지만 아이가 어떻게 느끼는지 감정을 알아주는게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보다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아이 스스로 해결책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166p


아이가 감정을 나타내는 어휘를 배우는 데는 어른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어른이 먼저 자신의 감정을 이야기하자. 아이가 우러러보는 남자 어른이 그렇게 하는 게 특히 효과적이다. 만일 어른이 표현하는 감정이 진심이고 명ㅇ확한 내용을 담고 있다면 아이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172p

* 졸려서 도저히 못쓰겠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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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언어의 온도 : 말과 글에는 나름의 따뜻함과 차가움이 있다
이기주 지음 / 말글터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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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에서 이 작가님을 소개하는데 '이기주의 ㅇㅇㅇ'라는 식으로 이기주의라는 말을 끄집어 내서 한참을 웃었다.

그러면서 관심갖게 된 작가님이었다.

그리고 처음 접하게 된 책은 언어의 온도! 바로 이 책이었다.


그 후에 각 책 소개글이나 서평 등에서 이기주 작가님의 이름을 자주 발견하게 되었는데, 하나같이 호평이었다.


짧막한 주제로 그의 생활이나 현실 상황들에 대해 본인의 사색을 적은 글들이 모인 책이다.


얼핏 책에서 봤을 때, 이 작가님이 과거에 기자생활을 하셨다고 본 것 같은데,, 그 때문인지 각 상황을 급히 지나치지 않고 상황을 재발견하게 된 그의 관찰력과 집념이 엿보인다.


나도 작가님처럼 지하철을 타고 다니고, 병원에서 진찰을 받아보았다. 자동차 정비를 받아보았고 말이다.

하지만 그 상황에서 마치 소설에나 나올 법한 인물들의 이야기가 감동처럼 그의 귀를 통해, 글을 통해 우리에게 전해진다.

혹시 이런 상황을 그의 창작으로 써내어 우리에게 그의 사색을 나누고자 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

내가 보지 못한, 듣지 못한, 느끼지 못한 것들이 그의 오감각은 놓치지 않았다.


깨알같이 작가는 독자들에게 농을 던지거나 떠보며 장난스레 말을 걸기도 한다.

혹시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겠지?

설마 이걸 모르는 건 아니겠지?

등등....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 상황들이 그의 사색을 거쳐 우리에게 자신의 깊은 생각을 나누어 주고 있다.

그리고 우리에게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고 있다.


왜 이기주 작가님의 책 좋죠?

라고 말하는지 알 것 같다.

정제되고 곱게 다져지고 걸러진 단어를, 글을 이루어내어 차곡차곡 쌓아내듯 글을 쓰셨다는 느낌이 든다.

그의 글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겠고,

곱씹어보며 되짚어보며, 시간에 따라 생각해보고 또 보고 싶은 글들이 이 책에 있다.


이 책은 바쁜 와중에 한 템포 쉬며 커피전문점에서 커피를 마시며 펴들고 읽다 멍때리며 생각하다가 하기 참 좋은 책이다.

그렇게 우리를 위로하기도 하고, 우리를 격려하기도 하는 듯한 책이다.

우리의 몰랐던 마음과 행동을 돌이켜보게 만드는 책이다. 짧막한 글들이 부담스럽지 않게 나뉘어져 한숨한숨 골라 쉬며 읽을 수 있을 책이다.

이 책도 휴가 중에 읽으면 딱 좋겠지요?^^

 



"게다가 '할머니' '할아버지' 같은 호칭 싫어하는 분도 많아요. 그래서 은퇴전 직함을 불러드리죠. 그러면 병마와 싸우려는 의지를 더 굳게 다지시는 것 같아요. 건강하게 일하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바람이 가슴 한쪽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어요. 병원에서는 사람의 말 한마디가 의술(醫術)이 될 수도 있어요." 25p


"이 꽃은, 여기 이 화단에 피어 있어서 예쁜 건지도 몰라. 주변 풍경이 없다면 꽃의 아름다움이 반감될 걸세. 그러니 꺾지 말게. 책상 위에 올려놓는 꽃은 지금 보는 꽃과 다를 거야."59p


"위폐는 진짜처럼 보이기 위해 꾸민 흔적이 역력해요. 어딘지 부자연스럽죠. 가짜는 필요 이상으로 화려합니다.

진짜는 안 그래요. 진짜 지폐는 자연스러워요. 억지로 꾸밀 필요가 없으니까요."72p


주위를 둘러보면 영화 속 마스터처럼 깊은 상처가 있을 법한 사람들은 타인을 향해 섣부른 위로를 하지 않는 듯하다.

그들은 위로를 정제한다. 위로의 말에서 불순물을 걸러낸다고 할까. 단어와 문장을 분쇄기에 넣은 뒤 발효와 숙성을 거친 다음 입밖으로 조심스레 꺼내는 느낌이다.

위로의 표현은 잘 익은 언어를 적정한 온도로 전달할 때 효능을 발휘한다. 짧은 생각과 설익은 말로 건네는 위로는 필시 부작용을 낳는다.86p


"예, 그런데 운전하면서 자동차의 발에 해당하는 타이어를 참 피곤하게 만드는, 피곤한 운전자가 많아요. 운전에 '3급'이라는 게 있어요. 급출발, 급가속, 급정지인데요. 이걸 밥먹듯이 하는 운전자들은 성격이 삐딱하고 과격한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그들이 끌고 온 차량을 살펴보면 아니나 다를까 타이어 상태가 엉망이라니까요."

...................

청년의 증언처럼 사람 성격은 아주 사소한 데서 드러나는 법이다. 그건 감추려 해도 감출 수 없고 즉흥적으로 변조(變造)할 수도 없다. 이러한 이치는 우리네 일상뿐만 아니라 사물의 본질과 삼라만상에 꽤 깊이 관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본질은 다른 것과 잘 섞이지 않는다.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언젠가 의도하지 않은 순간에 엉뚱한 방식으로 드러나곤 한다.94-95p


정해진 길이 없는 곳을 걸을 때 중요한 건 '솔직함'이 아닐까 싶다. 눈치와 코치에만 연연하다 재치 있는 결정을 내리기는 커녕 삶을 그르치는 이들을 나는 수없이 봐왔다.

가끔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는 내 욕망과 상처를 끄집어내 현미경 들여다보듯 꼼꼼하게 관찰해봄 직하다.


솔직히 말해, '솔직하기' 참 어렵지만 그래도 시도는 해 봐야 한다. '남'을 속이면 기껏해야 벌을 받지만 '나'를 속이면 더 어둡고 무거운 형벌을 당하기 때문이다.

후회라는 형벌을....119p


질문을 허용하지 않는 문화가 외부로 향하는 건 그렇다 치자. 문제는 그런 태도가 내부로 향할 때다. 질문하는 법을 잃어버린 이들에게 선택지는 크게 두 가지인듯 하다.

순응 아니면 체념이다.122p


맞다. 질문만으로 현실의 문제를 일시에 해소할 수는 없다. 다만 질문은, 답을 구하는 시도만을 의미하지 않을 것이다. 정말 좋은 질문은, 무엇이 문제인지 깨닫게 한다. 그리고 문제를 인식하는 순간이야말로 문제를 해결하는 첫번째 발판인지도 모른다. 124p


한 편의 글을 완성하는 일은 고치는 행위의 연속일 뿐이다. 문장을 작성하고 마침표를 찍는다고 해서 괜찮은 글이 자연 발생적으로 생겨날 리 없다.

좀더 가치 있는 단어와 무장을 찾아낼 때까지 펜을 들고 있어야 한다. 그렇게 지루하고 평범한 일에 익숙해질 때, 반복과의 싸움을 견딜 때 글을 깊어지고 단단해진다.172p


기다림은 그런 것이다. 몸은 가만히 있더라도 마음만큼은 미래를 향해 뜀박질하는 일.

그렇게 희망이라는 재료를 통해 시간의 공백을 하나하나 메워나가는 과정이 기다림이다. 그리고 때론 그 공백을 채워야만 오는게 있다.

기다려야만 만날 수 있는 것이 있다.202-203p


차라리 슬퍼할 수 있을 때 마음에 흡족하도록 고뇌하고 울고 떠들고 노여워하자. 슬픔이라는 흐릿한 거울은 기쁨이라는 투명한 유리보다 '나'를 솔직하게 비춰준다. 때론 그걸 응시해봄 직하다.

'나를 아는 건' 가치 있는 일이다. 나를 제대로 알아야 세상을 균형 잡힌 눈으로 볼 수 있고 내 상처를 알아야 남의 상처도 보듬을 수 있으니 말이다. 220p


'앎'은 '퇴적'과 '침식'을 동시에 당한다.

살아가면서 자연스레 알게 되는 지식이 있지만 시간의 흐름에 따라 깎이고 떨어져 나가는 지식도 많다. 252p


우린 무언가를 정면으로 마주할 때 오히려 그 가치를 알아채지 못하곤 한다. 글쓰기가 그렇고 사랑이 그렇고 일도 그렇다.

때로는 조금 떨어져서 바라봐야 하는지도 모른다. 한 발뒤로 물러나, 조금은 다른 각도로. 소중한 것일수록..

256-257p


우린 어떤 일에 실패했다는 사실보다, 무언가 시도하지 않았거나 스스로 솔직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을 때 더 깊은 무력감에 빠지곤 한다.

그러니 가끔은 한번도 던져보지 않은 물음을 스스로 내던지는 방식으로 내면의 민낯을 살펴야 한다.

'나'를 향한 질문이 매번 삶의 해법을 제공하지는 않지만, 최소한 삶의 후외를 줄이는 데는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살다보니 그런 듯하다.

324-32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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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의 똘똘하고 경이로운 것들 수의사 헤리엇의 이야기 3
제임스 헤리엇 지음, 김석희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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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접하면서는 '수의사 이야기구나!' 그러면 동물들이 등장하겠고, 그에 따라 일반 감동적인 한 소설에 지나지 않겠지 하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헤리엇 시리즈가 있길래 도대체 어떤 매력이길래 시리즈로 나오는지 알고 싶었다.

책표지는 참 따듯하면서도 아늑하고 평온해보인다. 그래서 뭔가 힘겹게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편안함을 기대하게끔 한다.

 

 

그렇게 막연한 기대감으로 잡은 이 책의 시작은 아래와 같다.

뭔가 생명에 대한 진정성과 소중함 그리고 경이로움이 저 4줄안에서 느껴진다.

그리고 기독교인이 늘 그렇듯이 저 안에서 마음에 깊은 울림을 가지고 이 책을 읽어내려갔다.

 

 

 

 

이 책의 저자 제임스 헤리엇은 1916년 출생하여 수의과 대학을 졸업한 후에 수의사 조수를 시작으로 평생을 요크셔 푸른 초원의 수의사로 살았다. 그 중간에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을 위해 공군에 입대하기도 했는데, 이 책에서는 그의 군생활과 수의사로서의 생활이 번갈아가며 이야기되고 있다. 수의사, 군인.... 정말 다른 삶으로 보이지만 그 안에서 느끼는 감정과 소소한 인물들에 대한 묘사를 보면 둘다 인간이 살아가는 곳임을 알 수 있다. 저자가 그것들로 두 곳의 삶을 연결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그의 재치와 유머러스함으로 상황과 인물을 잘 표현하여 때론 재미있게 때론 감동적으로 때론 사색적이 되게 하는 참 다채로운 매력을 가진 책이다.


이 책이 많은 화이트칼라 혹은 일상을 살아가는 이들이 접하는 직업군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 생소할 수도 있겠지만, 그들이 사는 삶 또한 사람이 사는 삶으로써 그가 느끼는 감정과 생각은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개인적으론 남자가 아니어선지 군대이야기는 살짝 따분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수의사로써의 이야기를 펼치기 위하여 시작된 이야기가 많아서 신경쓸만큼은 아니었다. 혹여나 남자들은 군대의 향수를 불러일으킬만할지도...^^;


 챕터 1부터 TV 동물농장 뺨치게 감동적인 스토리는 애초부터 내 눈물샘을 자극해서 기어이 눈믈을 빼내었다. 더이상 필요가 없는 늙은 암소를 필요한 만큼 쓰고 가축상에게 팔았는데 나중에 그 암소가 주인의 집으로 달려온 모습은 생각지도 못하게 처음부터 감동적이며 내 마음을 숙연하게 했다.

 또한, 내 자식이 태어나는 과정의 기쁨과 당혹감(챕터 9), 고객 중에 정말 진상고객이 있기도 하고(짠순이 베크부인, 챕터11), 상사와의 미묘한 갈등관계(챕터19) 등은 세대와 상황이 다르지만 묘하게 동질감을 갖게 한다. 예상치 못하는 깨알같은 반전과 소소한 재미를 주는 대목들은 극과 극을 달리는 전개는 아니지만 영화나 드라마 못지 않은 일들로 우리의 삶과 비슷한 그의 삶을 이야기해준다. 그 과정이 묘한 긴장감과 이완을 반복하면서 소설의 매력에 점차 들어갈 수밖에 없게 한다.


그리고 우리와 다른 삶을 다룬 이 책이 주는 앎의 즐거움도 있다.

다른 나라이고 현실과는 달라진 상황일 수도 있겠으나, 우리가 매일 아무 생각없이 먹는 우유가 이런 식의 유통의 과정을 겪으며 우리 입 속으로 오겠다는 생각은 들기도 한다. 내 개인적으론 이런 이야기도 재미있게 느껴졌다. 


큰 낙농회사를 대신하여 우유를 수집하는 운전자들은 모두 난폭하고 거친 사람들이었다. 평소에는 아마 다정한 남편과 아버지겠지만, 잠시라도 기다리게 하면 분노를 폭발시켰다. 그렇다고 그들을 탓할 수는 없었다. 그들은 넓은 지역을 돌아다니며 수많은 농가를 방문해야 해씩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그들이 화가 난 것을 본 적이 있는데, 그들의 분노는 보기만 해도 간담이 서늘해질 정도였다. p.361

간간히 구제역과 AI 바이러스에 대해 뉴스에서 많이 접하곤 한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 먹거리나 물가에만 영향을 준다고 해서 꺼려지는게 사실이다. 그 구제역에 대해서는 사실 우리 일반인들에게 관심없다. 그냥 우리에게 피해를 주지 않길 바라며 뉴스를 보곤 했는데, 구제역이란 병명하에 가해지는 살처분이 더 큰 피해를 막기 위하여 어쩔 수 없이 강행되어지는 것이고, 그것이 농가에 큰 피해를 보게 하는 것에 대해서는 전혀 고려해보지 않았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자신이 애써 키워온 가축들이 비록 이후에 자신의 생계와 식용을 위해 사용된다 할지라도 심혈을 다해 키우고 돌보아왔을텐데 그 상실감과 허탈감은 말로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회복되는 동물도 많습니다. 하지만 구제역은 전염성이 아주 강하거든요. 여기 돼지들을 치료하고 있는 동안 이 일대 가축이 모두 구제역에 걸릴 것이고, 순식간에 전국으로 퍼질 겁니다." p.401

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 구제역 발생은 자기와 관계가 먼 이야기, 신문에서나 읽을 수 있는 일일  뿐이다. 하지만 시골 사람들에게 구제역 발생은 조용한 농장과 들판이 납골당과 화장터로 변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곧 단장의 아픔과 파산을 의미한다.

p.404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몇년 동안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친정아빠의 삶을 돌아보게 되었다. 비록 헤리엇과 같이 수의사는 아닌 목축업자(?)셨다. 아빠가 가졌던 동물에 대한 애정과 죄책감 등을 어릴 땐 귀담아 듣지 않았었는데, 헤리엇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조금씩 엄마를 통해 주어들은 아빠의 스토리들이 떠올랐다. 헤리엇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동물은 절대 사람의 상황을 감안해 배려하거나 봐주지 않는다. 밤에 함께 자다가 사슴에게 일이 생겨 뛰쳐나가시던 아빠, 사슴의 먹이를 위해 뜨거운 낮에도 땀을 비오듯 쏟아내며 풀을 베던 모습, 새끼가 나왔다며 혹은 역아라며 이야기하시던 모습등이 책을 읽는 내내 오버랩되어 떠올랐다. 숨겨진 분들의 수고를 통해 우리의 밥상에 올라오는 음식들에 대해서 일말의 생각없이 소비 해오던 마음들이 죄송스럽게 느껴진다.


이 책을 읽으며 동물을 통한 생명의 경이로움,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감동, 그리고 여러 과정을 견디고 극복하는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에 여러 복합적인 감정과 긴장 가져보며 흥미로운 세계에 들어갔다온 기분이다. 또한, 런던만 생각하던 영국에 대한 이미지를 새롭게 하게 되어 초록초록한 그 곳이 머리 속에서 힐링받은 느낌이다. 휴가지에서 읽을 만한 책으로 혹은 분주하거나 따분한 일상을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추천한다. 솔직히 말하면, 그다지 대상을 잡지 않아도 모두에게 사랑받을 만한 고전이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을 책이다. 다른 시리즈도 소장하며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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