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욕 없는 세계 - 갖고 싶은 것이 없어지면, 세계는 이렇게 변한다
스가쓰케 마사노부, 현선 / 항해 / 2017년 7월
평점 :
품절


책의 소개글을 대략 보면서 요즘 유행하는 '미니멀라이프'의 시대에 걸맞는 책이 아닐까 막연히 기대했다. 제목이 아니라 책에 대한 설명을 보고 이 책이 우리 현대인의 지친 삶에 대한 현실을 조명하며, 미니멀라이프를 행할 수 밖에 없는 근거와 방법론적인 내용을 생각했는데, 전혀 달랐다. 다 읽고 난 지금 생각하면 내가 무슨 생각으로 그런 기대를 갖고 읽은 걸까 싶다. 


저자는 편집자라는 직업으로 여러 업계의 사람들을 접하게 된다. 그러면서 현 세대의 저소비성향의 경향을 확인하며 물욕없는 이 시대에 대해 더 깊이 조명하게 된 구상의 시작을 말한다. 그렇게 물욕 없는 세계인 현재를 기준으로 과거와 미래까지 생각해 본 작가의 접근이 매우 신선하고도 설득력 있다고 생각된다. 또한 각 업계의 사람들이 그렇게 말을 맞춘 듯 이 시대에 대해 공통된 예상을 하고, 그것을 <물욕없는 세계>로 끄집어 낸 작가의 통찰이 고맙게 느껴지기도 한다.


확실히 많은 부분에서 우리는 소비와 생활들의 변화를 발견할 수 있다.

'정말 세상이 많이 변했어!'라는 감탄(?)이 나오는게 어색하지 않게 과거에는 상상할 수도 없던 일들이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다.

가령 라이프스타일이 중요시되는 현실, 공유경제, 커스터마이제이션(고객맞춤화) 등은 과거에서 타임머신이라도 타고 온 사람이 봤을 때, 어이없고 황당한 현상일 것이다.

이런 삶들이 우리가 삶에서 소비, 소유, 규격화 된 사회에 대한 피로감으로 자연스럽게 생겨난 문화적인 현상이라고 이 책에서는 본다.  


저자는 현상을 확인하는데 그치지 않는다. 그 현상 너머 궁극적인 목표인 행복에 과연 그동안 우리의 소비와 함께한 돈과 자본주의를 주목한다. 우리가 그동안 의식없이 달려온 돈을 향한 그리고 자본주의로 비롯된 생각에 힘입어 살아온 삶들을 조명하며 과연 그것들이 우리의 행복을 좌우하는지 본다.

저자의 물욕없는 세계에서 나타나는 현상에 대한 시각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모든 이가 물욕없는 세계에 있지 않고 그 현상은 오히려 부분적이고 일시적이라는 반대의 시각도 있다. 하지만 저자는 그러한 생각의 대립과 물욕없는 세계를 향한 변화 속에서 우리라면 어떠한 삶을 확립하며 살아갈지에 대해 자문해볼 것을 권고한다.


저자가 말하는 이 세상에 물욕이 없는 세계라고 보는 관점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그가 말하는 현실은 정말 그렇게 트랜드같이 되고 있다. 다양한 물건과 형태를 소비함과 소유함에 지쳐가는 것도 일리가 있다. 그래서 저자의 구상의 시작과 그에 따른 여러 각곳을 바라보는 저자의 지식과 정보는 정말 감탄할 만 했다.

 

하지만 물욕이 없는 세계라는 것을 마냥 인정할 수만은 없다.

내 주변은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부자가 되고 싶어하고, 소비하고 싶어하며, 소유하고 싶어한다.

내 현실과는 동떨어져 보인다. 


물론 이 책의 저자가 발견한 현세계에서의 공통적인 현상, 그동안의 보수적인 물욕의 세계로의 방향에 반하는 삶을 특히 젊은이 들이 살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나도 동의한다. 그러나 그것이 반드시 현시대의 과도한 소비와 소유에 대한 피로감만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현상이 경제적으로 부유하며 여유있는 이들에게는 당연한 결과로 보이지만, 그와 반대로 경제적인 한계에 봉착한 이들에게는 소비와 소유에서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그것을 효율적으로 선택할 수 밖에 없다. 물욕을 향한 삶의 욕망은 부유치 못한 이들에게는 숨길 수 밖에 없는 것이고, 그들이 행할 수 있는 부분에서나마 그들이 누릴 수 있는 최고를 누리고자 한 것이 현재 나타나는 현상이 아닌가 싶다. 예를 들어서 공유경제를 볼 때, (나는 주부라서 쉽게 육아용품을 이야기하면) 아이에게 장난감을 다 사줄 경제적 여력이 없기 때문에 장난감 대여점을 통해서 장난감을 대여한다. 이것은 개인의 효율적인 선택이지 소비나 소유에 대한 부담으로 인한 것은 아니다. 젊은 사람들은 영리하며 그들은 되도록 덜 손해보기 위해 공유경제를 선택했다. 책에서 제시하는 개인택시 우버(Uber)나 에어비앤비(airbnb)도 마찬가지이겠다. 


또한, 유기농을 선호하고 보이지 않는 가치에 중점을 두는 삶은 물욕에 대한 피로감이라기 보다는 현실에서 명품 등 높은 기준에 부합할 수 없는 삶에서 내게 가능한 작은 부분에서라도 최고를 누리고 싶은 욕구때문이 아닐까 개인적으로는 생각한다. 오히려 자신이 아무리 노력해봤자 이룰 수 없는 한계에 대한 피로감 때문에 그 대안책으로 찾은 것이 아닐까?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나는 현실에서 갖을 수 없는 서울의 아파트 한 채, 명품가방 하나, 외제차 등등에 상황에 지나치도록(과도한 빚을 내면서까지) 소유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에 강한 욕구가 비교적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욕구가 있다하더라도) 그것을 소유함으로써 오는 '지위 소비', '소비 지위'는 내가 덜 가진 이유 때문에 포기하기로 했다. 하지만 유기농음식에 있어서는 소비에 한계를 두지 않는다. 내가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일에는 주저않고 내 물질 등을 지불한다. 이런 나를 보면서 이 시대 사람도 적어도 나와 같은 대안적인 생각으로 소비를 선택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러한 사람이 적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떤 사람은 '휴대전화'에, 어떤 사람은 '호텔에서의 휴식'에, 어떤 사람은 '여행'에..

그래서 과도한 소비와 소유로 지친 결과로 물욕 없는 세계가 되었고, 그 현상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는 완전한 동의를 하기는 어렵다.


이 책의 저자는 일본인이다. 그래서 많은 부분 일본의 상황이 예시가 된 점은 개인적으로 와닿지 않는다는데서 아쉬움이 느껴졌다. 좋은 아이디어가 엿보이는 기업, 공동체가 있기는 했지만, 우리 현실과는 조금 거리가 있어보였다. 처음에는 일본 잡지와 기업이 제시되었는데 설명도 부족하여 저자가 무엇을 이야기하려는지, 그것이 무엇에 대한 설명인지에 대해 알아차리기 쉽지 않았다. 이책이 무슨 책이었더라? 싶은 생각이 드는 건 어쩌면 내 상식의 부족한 탓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어쨋든 이 책은 현 시대의 경향과 현상에 대해 잘 꿰뚫어본 점은 너무 유익했다. 그리고 이런 시대에서 어떤 삶의 방향을 가지고 살아가야 할지 생각해 볼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참 좋은 책이다. 이 책을 가지고 북쉐어링하며 토론하기 너무 괜찮은 책이 아닌가 싶다.

단순한 미니멀라이프의 부분적인 경향으로가 아닌 우리의 가치와 방향을 되짚어보며 저자가 말하는 '물욕이 없는 세계'에서 '나는 어떠한 삶을 계획해볼까' 삶에서 잠깐 멈춰서 보기에 좋은 책으로 생각된다. 


이전에 명품 브랜드에서 일했기 때문에 루이 비통 등 명품을 당연하다는 듯 소비하고 사용했죠. 하지만 점점 브랜드가 얼마나 유명한지나 그것이 상징하는 경제적 지위보다 생산자나 제작자의 사상이 전해지는 물건에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어요. 경제가 계속 생활 잡화 위주로 간다면 사람들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것, 마음을 움직이는 물건을 고르게 될 거라고 생각해요. 인간미를 느낄 수 없는 대량생산 제품보다, 사람이 애정을 가지고 만든 물건을 갖고 싶다고 생각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겠죠. 대형 명품 브랜드가 위세를 떨치는 시대가 끝나고, 개개인의 취향에 맞는 작은 브랜드가 다수 생겨나는 시대가 될 것이라 확신해요. 소비자들 스스로 더 마음을 울리는 소비로 원점 회귀하겠죠.p77


현대의 소비욕은 지위를 과시하는 데서 유래했다고 스키델스키는 지적한다. 경제학자들이 흔히 말하는 '지위 소비'라는 것이다. 경제 수준이 일정 이상 되면, 절대적으로 보면 필요 없지만 다른 사람보다 지위가 높다는 것을 알리는 물건, 적어도 다른 사람보다 아래 있지는 않다는 것을 증명하는 물건을 사는데 소득의 태반을 쓰게 된다. 지위 소비의 가격은 평균 가격보다 높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효과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이를 얻기 위해 다른 사람보다 더 높은 소득을 올려야 한다는 악순환이 형성된다. 이러한 경쟁적 소비가 연쇄적으로 발생하면 노동 시장 연장으로 이어져, 여가라는 기본 가치가 위협받는다. "항상 타인과 경쟁 관계에 있기 때문에 우정, 인격, 안정 또한 위협받는다." p194


현재 진행 중이며 점차 뚜렷해지는 '물욕 없는 세계'는 가난하지도 어리석지도 않다. 오히려 지금보다 더 근원적인 풍요와 지성을 누리는 세계가 될 것이다. 다만 '무엇을 행복이라고 여길 것인지'하는 가치관의 대립은 여태보다 심해질 것이다. '보이는 가치=경제적 가치'를 믿는 보수파와, '보이지 않는 가치=비경제적 가치'를 주장하는 새로운 세력 간의 싸움이 여러 국면에서 발생할 것이다.

 이런 시대의 변화 앞에서 우리는 자문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뭘 원하는가?'하고 말이다. 이 질문의 해답을 경제의 언어가 아닌 다른 언어로 대답할 수 있는 사람만이, 앞으로 다가오고야 말 '물욕없는 세계'의 승자가 될 것이다.p242-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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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짱이 2020-05-22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일본기업, 가게 얘기가 설명없이 툭툭 던져져서 읽기가 까다로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