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
와카타케 치사코 지음, 정수윤 옮김 / 토마토출판사 / 2018년 8월
평점 :
절판


 

수많은 나비들이 있다. 향하는 곳도, 날개색도, 날개 모양도 제각각이다. 책표지를 가득 메운 나비들을 보면서 '예쁘다'란 생각이 들엇고, 다양한 모습이지만 어색하지 않고 조화된 것이 보기 좋았다. 각자 나비들이 '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라는 제목을 말로 하듯 제갈길에 바쁜 모양이다.


 대체로 한 길 글쓰기에 매진한 이들의 세계이고, 나이가 많지 않다면 타고난 필력으로 최연소 등의 타이틀을 갖고 주목받는 이들의 세계가 문학의 세계일거라 여겼다. 하지만 이 책의 작가는 연륜이 있음에도 느지막히 글을 쓰기 시작했고, 그것이 각종 수상으로 빛을 보기 시작했다. 그조차도 타고난 거라 인생 후반에 써도 인정받은 거라고 하면 할말 없지만, 하여튼 늦깍이 소설가의 글은 어떻게 여러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을지 궁금해 진다. 인생의 경험, 지혜, 감정이 농후해진 그 시기에 쓴 글은 과연 어떨까?


이 책은 차례도, 소제목도 없이 5파트로 나누어져있다.

일흔 다섯을 앞둔 그녀는 남편도 일찍이 잃었고, 자식들을 출가시킨 후 혼자 살고 있다..

처음부터 집안에 동거(?)하는 쥐들을 무심한 듯 의식하는 그녀의 모습에서 인생의 덧없음이 스멀스멀 느껴진다. 한 때 바둥거리고, 예민히 여기고, 지나치게 집착해 온 삶들이 저때 쯤이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될지.... 사뭇 낯설기도 하지만, 나 또한 요즘 별일 아닌 것처럼 여기게 되고, 익숙해지고 있는 행동의 가짓 수가 늘어나는 걸 보면서 그녀의 모습이 공감되기도 했다.


 융기와 같은 여러 목소리가 그녀의 삶에 들어온 장면은 약간 섬뜩했다. 과연 나중에 헛것이 들린다는 게 저런 걸까? 함께 몇년을 살았던 외할머니의 중얼거림이 저런 것에서 비롯 된 것일까? 홀로됨을 인식하는게 두려워 스스로 만들어낸 여러 자의식은 아닌지? 여러가지 생각해보게 되었다.


 아이 둘을 낳고 내가 가장 많이 한 말은 '제발 날 좀 혼자 있게 해줘!'였다. 아이의 일거수일투족을 뒤치닥거리하다 하루하루가 가면 나를 영영 잃게 될까봐 나 자신이 찾고 싶었다. 하루빨리 나혼자 밥을 먹고, 나혼자 책을보고, 집안일을 하고, 혼자 차마시며 멍때리고 싶었다. 내 시간 없이 나를 의식할 새 없이 상황에 버려진 나를 주워담으려고 하는게 너무도 비참히 느껴졌다. 그래서 홀로 됨을 간절히 꿈꿨다. 하지만 모모코의 삶은 내가 그토록 원하던 삶이었음에도 설레지 않았다. 초라했고, 서글프고 안쓰러워보였다.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볼 수 없고, 목소리를 들을 수 없고, 더이상은 그와 함께 하는 시간과 느낌의 생산이 멈춰버렸다는게 끔찍하다. 몸이 불편하고, 누군가를 의지하지 않고서는 불편함을 감수해야하는, 누군가의 기척에 반가워하는 상황이 언젠가 내게도 오겠지?

미래를 한번 보고 온 느낌이었다. 그녀가 꼬마였을 때 차차 성장한 자신의 모습을 둘러보았다면, 나는 반대로 죽기직전, 배우자와의 사별, 아이들의 출가 등을 타임머신 타고 한번 둘러보고 온 것 같았다.


어쩌면 글을 이렇게 깊이 있고 묵직하게 울림퍼지게 잘 썼을까?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의 이야기다. 혼자의 생각으로 온전히 흐름을 끄는 이 책에서 지루하지 않았고, 평범한 일상임에도 오히려 보이지 않던 마음 한켠을 건드려 꾹꾹 밟아주는 듯 했다. 한문장 한 문장이 마음을 다해 눌러담은 한공기의 밥과 같이 따뜻하고, 그득하고, 묵직한 느낌이었다. 사소함도 놓치지 않고 세심한 사색으로 퍼올려 엮은 소장하고 싶은 소중한 표현들이었다.


 홀로 시작한 책의 초반은 후반이 되면 적막함과 외로움이 조금은 묻히게 된다. 외손녀의 등장과 도움요청으로 둘이 공존할 수 있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이 방엔 아주 많은 사람이 있단다'라는 할머니의 말에 순수하게 무섭지 않냐고 묻는 손녀의 물음에, 함께 봄을 반기는 모습에서 모모코를 향한 안쓰러움이 그리고 미래의 나를 향한 씁쓸함이 안심하는 것으로 바뀐다.

그간 외면하고 살아온 우리 외할머니, 내 아버지가 떠오른다. 얼마나 외로우실지? 혼자된 시간들을 어떻게 지내고 계실지? 적막함과 외로움을 어떻게 대하며 사실지? 또, 그때의 나는 어떨지?


아이를 낳고 '왜 아무도 애 키우는게 이렇게 힘든지 말해주지 않았나?'하는 원망을 한적이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며 비슷하게 '왜?'란 질문을 할 거란 생각을 했다. 왜 아무도 노년의 삶이 이럴거라고 말하지 않았지? 하지만 이 책을 읽으니, 노년의 삶에 대해 짐작하며 덜 당황할 것 같다. 

다들 그렇게 한 곳을 향해 가고 있다는 데 실감이 났다. 그럼에도 그간의 세월을 훑은 경력이 있는 작가인지라 결국 인생은 혼자라는 말이 납득이 되기도 했다. 현실만 살았더라면 보이는 것밖에 보이지 않았을텐데, 이 책을 통해서 보이지 않을 것을 보고 (지금이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을 정돈할 수 있었다. 남을 의식하고, 무언가에 쫓겨살던 삶에 대한 그녀의 후회는 우리의 삶을 돌이켜보게 한다. 서서히 오고 있는 그날을 향해가는 중에 나를 인정하고, 사랑해주며, 준비하며 또 남의식 덜하고 나로 사는 삶을 찾아갈 수 있길, 혼자 가는 길 당당하길 소망해본다. 점점 약해져도, 점차 잃어버려도, 점차 무뎌져도.... 나대로의 길을 갈 수 있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같이 걸어도 나 혼자
데라치 하루나 지음, 이소담 옮김 / 다산북스 / 201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걸어.

이 책의 처음을 시작하는 이 단어에서 묘한 동요가 느껴졌다. 유미코처럼 어딘가 걸어야 할 것 같은 떠밀림이 은근하게 다가온다.

혼자 걷는다는 것은.... 누군가에겐 평범한 산책일 수도 있겠지만, 내겐 사색할만한 고심할만한 일을 곱씹으면서 무언가를 찾으려 할 때 하는 행동으로 여겨진다.

나와 같은 의미라면.. 주인공의 상황은 '걸어'라는 음성에 따라 나아갈만하다.

곧 나이 40이 되고, 남편과는 이혼 전 별거중. 그리고 이혼예정인 남편은 행방불명....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자신의 삶을 반 긍정, 반 포기로 내맡겨 산 그녀였다.

그런 그녀에게 옆집에 사는 카에데란 친구와의 여행은 그런 자신의 틀을 서서히 벗도록 하는 계기가 된다.

여행 중에 겪은 일로 어느 친구와 같이 서로의 이질을 깨닫고, 새로운 환경과 사람들에 적응을 하게 되는 두 사람이다.


 두 사람이 왜 현재의 사람으로 완성(?)되었는지 최근에 사랑했던 그녀의 남자와 가족들의 이야기로 설명이 된다. 그리고 여행이야기 또한 일어날 만한 소소한 일들이 적혀있다. 전체적인 흐름이 유유하고도 지극히 평범한 듯 흘러내어 딱히 이렇다할 포인트가 떠오르진 않지만, 작가의 섬세하고 일상적인 듯 덤덤한 문체가 우리의 일상과 다르지 않아 편안한 인상을 풍긴다. 반면에 그 안에서 뽑아내는 사색과 철학은 그냥 넘기기에는 너무도 공감이 가고, 곰곰히 되짚어보게 된다.


 여성의 우정을 다룬 책이 흔하지 않은데, 책 표지에 소개되어서 약간 기대했다. 요즘 시대적인 상황에 따라 페미니즘이 주목을 받고 있지 않던가? 남성 못지 않은 여성의 우정을 얼마나 끈끈히 다루었을지 마음대로 기대했다. 하지만 이 또한 이 책 전반의 흐름과 동일하게 자연스러운 인간관계로 흘러갔다. 둘 사이에 깔깔거리며 웃는 여고생같은 명랑함이나 솔직하게 되는 분위기, 갈등과 위기의 상황은 있지만 그로인해 두 사람이 더욱 돈독해진다던가 극적인 분위기의 연출은 느껴지지 않아서 다소 아쉬울 수도 있는 부분이다.


 여행을 통해 둘은 함께 했고, 개별적으로 보냈다. 공동체의 기운과 감정을 공유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론은 인생에서는 결국 나 혼자... 라는게 아닌가 싶다.

여러 남자를 서스럼없이 만나던 카에데는 마지막 만난 남자와는 관계없이 잊지 못한 남성을 마음에 간직한 채 여행을 마무리 했다.

유미코는 남편을 만나기 전엔 틈틈히 남편을 그리워하는 듯 보였지만, 결국 이혼을 종지부로 여행을 마무리했다.

둘다 혼자가 되었고, 상황에 자신을 내어놓지 않고 스스로 선택하며 마무리 지었다.

인생이 결국은 그런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나 혼자인거...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인생에 있어서 스스로 선택해야 하는 것...


인생을 지나면서 알게 모르게 환경과 상황을 핑계로 내 선택과 행위를 정당화하는 것을 당연히 여긴다. 이 책의 많은 인물들도 그렇게 은연 중에 의존적으로 살았는데, 특히 연배가 있는 여인들의 삶을 살펴보면 대략 삶을 대하는 모습을 구분할 수 있다. 자신의 의존적이던 삶을 인식한 어떤 이는 본인이 좋아하는 것에 솔직해지기로 했고(미츠에), 반대로 자신의 삶의 환경에 그냥 머무르기로 했다(나카자와 어머니). 반대로 기존의 자신을 반성하며 행동을 돌이키고자 애썼다(마키코).

그런 걸 보면 삶은 제 각각이지만 선택은 개인에게 달려있다.

주인공들이 함께 다녀온 여행이 끝나며 우리도 이 소설을 끝낼 때쯤 그녀들과 같이 현실에 돌아와있다.

인생에서 정답은 없고, 선택은 내 몫이 되어 삶이 내 앞에 놓인 느낌이다.

결국은 나 혼자의 삶... 이제는 어떻게 살아가 볼까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작가다 : 두 번째 이야기 - 나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극한의 자유 나는 작가다
홍민진 외 지음 / 치읓 / 201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을 읽어야 한다고 했다. 읽으면 더 많이 더 깊이 읽으라고 했다. 더 많이 더 깊이 읽으면 써봐야 한다고 했다.

나를 위로하기 위해, 즐거움을 찾기 위해, 성장하기 위해 책을 읽는다. 그런 책은 개개인의 사유를 거치기 마련이다. 각자의 경험과 흥미와 가치를 따라 만들어진 사유는 어떤 모양으로 남든간에 표현하게 되어있다. 그 중 하나가 글쓰기 이다. 글쓰기는 오래도록 남길 수 있고, 다른 이들과 공유할 수 있다.

아마 많은 이들이 작가로 도전을 받는 이유도 그와 같을 것이다. 나의 생각을 남기고, 나의 생각으로 남에게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으로 말이다.


어쩌면 평범하다할 수 있지만, 자신의 분야에서 시련과 고통의 터널을 지나온 9명이 책을 썼다.

그들조차 '평범한 내가 책을 낼 수 있을까요?'란 물음과 함께 의아하게 여겼지만 그 의문에 답하기 위해 그들은 펜을 들었다. 이 책에 자신의 모든 것을 솔직하게 털어 담았다. 삶의 과정, 거기서 파생된 고난, 아픔, 성취, 도전을 글쓰기로 표현하여 독자에게 손내밀었다. 평범함을 공유하며 자신이 극복하고 또 책과 글쓰기의 일에 다다르게 된 이야기를 다뤘다.


책을 읽는 이유는 다양하다. 정보를 얻기 위해, 간접경험을 위해, 공감으로 위로받기 위해, 재미를 위해,...

작가(저자)는 위와 같은 독자의 필요를 채워주고, 독자는 작가를 향한 지지와 선택으로 서로 동반자가 된다. 위의 저자들은 처음에 독자로 책을 통해 자신의 삶을 찾았다. 책을 통해 찾은 사유를, 경험을 독자들과 공유하고, 돕기 위해 그들은 글을 썼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러기 위해 지속적으로 작가가 되길 소망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디까지를 작가라고 칭해야 할지 의문점이 드는 건 사실이다.

대하소설을 내거나, 베스트셀러 도서를 내거나, 어떠한 분야에 최고의 전문가가 된 일부 사람만을 작가라고 하는게 맞을까?

책을 내기만 하면 내용의 양이나 질에 상관없이 작가라고 하는게 맞을까?

프로가 본다면 어떻게 볼지 모르겠다. 아니 사실 대략 예상이 어렵지는 않다.

하지만 자신이 겪어낸 삶을 어떤 매개체를 통해 표현하고 그것이 어느 누군가에게 작든 크던간에 영향을 주었다면...

그래서 그런 가치로 그들을 인정해준다면 너무 인심이 후한걸가?


이들 9명을 글쓰기 지도를 한 기획자 이혁백씨는 이렇게 말했다.


왜냐하면,

세상의 시선이 아닌 '나'의 시선으로

 진정한 나를 바라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바로 '책 쓰기'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p.8)


그는 자신을 직시하고 솔직한 경험과 생각을 담아 독자들의 공감을 이루어 낸 사람을 '작가'라 칭했다. 나또한 이 9명과 비슷한 평범한 사람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그들의 도전과 꿈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 모든 사람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고 진심으로 독자들에게 나아가려는 글을 쓰는 사람들이 타이틀이 아닌 숭고한 정신으로 '작가'라 불리웠으면 좋겠다.

 

 다만, 글을 써서 누군가에게 보여질 거라면 자신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타인을 향한 넓은 이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세계와 틀에 박혀 판단하는 것보다 작가라면 많은 이를 이해하고 포용하며 깊이 있는 고민으로 삶을 통찰할 수 있어야 하고 이끌어 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누구말마따나 글쓰기가 나만 보는 것이면 일기가 되겠지만, 책을 내는 것이면 우리 모두를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이들이 인정하지 않을지라도) 모든 사람이 자신을 작가라고 여겼으면 좋겠다.

프로와 아마추어는 분명히 질적인 면에서 구분된다. 하지만 프로도 메세지를 전달하고 있고, 아마추어도 (부족하나마) 메세지를 전달한다. 예를 들어 취미로라도 연주하거나, 그림을 그리는 등 얼마든지 개인 고유의 표현이 가능하다. 그들의 그 창조물을 통해 누군가가 기뻐했다면, 감격했다면, 위로받았다면.... 죽은 메세지가 아니라 정말로 살아 움직이는 메세지다. 그것을 통해 누군가가 그 메세지를 제대로 전달받았다면 그는 어떤 매개체로 역할을 다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죽은 메세지를 전하는 어떠한 전문가보다 나는 그들의 일이 가치있다고 여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작가로 음악가로, 화가로, 선수로 자신 스스로 네이밍하여 마음껏 자신을 드러냈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노트의 품격 - 탁월함에 이르는 쓰기의 비밀 푸른들녘 인문교양 23
이재영 지음 / 푸른들녘 / 201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https://youtu.be/mvfkp_SRi0A

요즘 듣고 있는 강의에서 강사님이 보여주셨던 동영상이다.

핸드폰이나 PC라는 매개체가 있음에도 손글씨메모가 중요함을 일러주는 동영상이다. 이 짧막한 동영상으로 메모에 관심이 갔다. 메모를 단순히 어떤 걸 기억하고, 계획하기 위해 쓰는 표지판과 같은 글이라고만 생각했는데, 그것보다 개념이 크고 의미가 남다르는 점에서 관심을 갖게 되었다. 그러면서 접한 책이 바로 <노트의 품격>이라는 책이다.

한동대 교수이면서 포스코 석좌교수인 저자는 최근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에서 화제의 강연으로 알려진바가 있다. 그가 이야기 한 것은 "노트 쓰기로 당신의 천재성을 끌어내세요!"라는 것이다. 흙수저논란, 취업난 등으로 이미 자존감은 바닥이고, 열등감 속에서 분노와 좌절을 품고 있는 이들에게 어쩌면 희망적인 메세지가 아닐까 싶다. 알람과 스케줄러가 핸드폰에 모두 담겨있어 노트의 위력에 실감할 수 없는 요즘, 우리의 행동을 돌아보며 노트는 어떻게 우리에게 천재성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 궁금해진다.


 많은 자기 계발서를 보면 저자들이 자신의 주장을 보다 설득력있게 하기 위해 자신의 주장에 합당한 인물들을 예로 든다. 저자는 많은 평전 특히 과학자들의 평전을 접할 기회를 통해 공통점을 발견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노트'였다. 거기서 개인에게 내재된 탁월함을 지속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었다고 보며 노트의 위력을 주장한다. 또한, 그 주변의 성공한 지인들을 통해서 그들에게도 동일하게 '노트'쓰기 습관이 있었다는 것을 발견한다. 그 노트의 주인공들 또한 말하길 노트가 있었기에 자신들이 있었노라고 하는데 이에 저자의 주장은 더욱 신빙성있다.


 노트에 대해 전반부로 약간의 동기부여가 되었다면 다음 챕터에서 노트쓰기를 실천한 인물들이 소개된다. 물리, 화학, 수학과 관련된 인물들(뉴턴, 아인슈타인, 레오나르도 다빈치 등이 )부터 철학자 헤겔, 칸트, 그리고 다산 정약용 등 인문학과 연결지을 수 있을 만한 인물들까지 골고루 소개된다.

그 중에 루비셰프의 일기는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읽는 이에게는 딱딱하고 재미는 없을 수 있겠지만, 루비셰프 자신이 시간을 어느 분야에 얼마만큼 소요했는지 패턴을 분석하고, 효율적으로 시간을 사용했을 거라고 볼때 시간을 잘 다루고 활용한 인물이 아닐까 싶다.

한편으론 우리 현실을 생각할 때,  그처럼 거절할 줄 알고 휴식하면 일이 들어오는데 지장이 있지 않을까? 라고 딴지를 걸어보기도 했다. 그가 천재였고, 우리나라와 상황이 다른 러시아사람이었으며, 자신의 뚜렷한 주관을 갖고 살았다면 가능할 일이겠다 생각했다. 어쨋든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합리적이고 규칙적으로 잘 배분,활용한 면은 그 자체만으로 배울만하겠다.

 

 사실 내가 제일 기대했던 부분이 바로 이 챕터였다. 천재성을 가진 인물들이 어떻게 노트를 썼길래 그들의 천재성과 위대함이 발현될 수 있었는지 그 효과를 보다 깊이 다루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냥 인물에 대한 소개가 대부분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노트에 대한 이야기는 많지 않았다. 

내용은 흥미롭고 인물의 습관이나 비범하고 탁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으나, 노트의 효용성을 기대하는 독자들에게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을 것 같은 내용이었다. 차라리 인물과 노트에 대한 이야기를 각 챕터의 부록으로 다뤘다면 좋지 않았을까?라고 감히 생각해보게 되었다.


 후반부에서는 노트쓰기에 대한 개념을 정리해주어 그 필요성과 유익함을 알려준다. 우리에게 몰입할 수 있게 하고, 행복하게 하고, 지속력을 키워주며 좋은 감정을 갖게 하고 품격을 지키게 해주는 등 노트의 새로운 가치를 발견하게 하는 부분이다.

노트쓰기에 대한 내용이나 구성, 방법에 대해서는 다루지는 않았다. 다만 노트쓰기의 동기부여를 일으키기 충분한 책이다.

내 인생의 주인으로서 나를 만들어나가는데 주목할만한 습관으로 노트쓰기를 해보기는 어떨지?

순간순간 노트를 펴고 써보기! 오늘부터 시작해본다!    


*저자가 말하는 노트쓰기의 Tip

1.정자체로 또박또박 쓰세요.

2.다시 읽으십시오.

3.영감을 자아내는 땀흘림으로 노트하십시오.

4.끝까지 쓰십시오.

5.작은 노트 혹은 수첩도 좋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엄마의 심야책방
김미선 지음 / 더블:엔 / 2018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첫 인상은 엄마가 다락방에서 자기 시간을 갖는 듯한 느낌이었다.

마치 신데렐라처럼 마법과 시간이 주어져 마음껏 행복한 순간을 만끽할 수 있을 것 같다고나 할까?

그 때만큼 육아와 집안일에서 해방되어 혼자만의 공작을 펼칠 수 있는 짜릿한 시간!!


저자는 육아를 창살없는 감옥으로 표현하며 자신이 처했던 현실로 이 책을 시작한다.

긴장과 피로에 한 순간도 자유로울 수 없는 출산이후의 시간을 적합하게 비유했다. 그 시간만큼은 살기 위해 견뎌 내기 위해 책을 읽었다.

예상외로 가식없이 자신을 특별한 이력이 없는 평범한 한 주부로 소개한 저자는 책을 통해 자신의 삶이 바뀌었다고 했다. 그리고 도전하며 꿈꾸는 일들이 생겼다. 그런 독서의 유익에 대해 나누면서 자신이 읽고 좋았던 책들을 소개한다.


 차례나 자신을 별볼일 없다듯 소개한 저자는 자신같은 사람도 이렇게 책을 낼 수 있다는 걸 보여줌으로 다른 이들을 위로하고 격려하고 싶어했다. 그리고 행복을 나누고 싶어했다. 그 중심에는 책이 있었다.

자신의 가정, 그리고 이전 직장, 그리고 친구들과의 관계속에 평가된 모습들을 주저없이 다루었다. 그리고 자신의 내성적인 성격, 두려움, 자신감없음, 글을 쓰면서 닥친 슬럼프도 적랄히 노출했다. 무엇보다 공감이 되었던 것은 저자가 말하는 '생각먼지'에 대한 것이다. 나도 쓸데없는 생각이 많은 사람인지라 소심하고 평가를 두려워하고 신경쓰여한다. 피로하고 에너지가 쓸데없이 소모되는 관계에 대해선 굉장히 고민하는 사람이다. 그런 생각에서 벗어나고 나 자신을 자유롭게 놓아줄 수 있는 해결은 저자처럼 역시나 책에 있었다.

 자신에 대해 솔직했고 그로 인해 진심이 느껴졌기에 (자신과 같은) 엄마들에게 권면하고자 했던 그녀의 메세지가 더욱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저자가 자신을 낮게 평가했던 것보다 괜찮은 작가임을 본 것은 신선하고 인상적이게 느껴진 그녀의 비유에서였다. 가령 '그렇게 칼을 갈 듯 비장하게 모인 문장들은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준다(p.94)', '(여행하기 위해) 알아보고 움직이지 않으면 우리는 캐리어나 다름 없는 신세가 된다.'(p.197), '우리가 놓치고 지나가기 쉬운 일들에 대해 흐르는 강물에 몸을 맡기고 밤하늘을 바라보듯 책 속에 박힌 별을 읽게 된다.(p.199)' 같은 표현은 읽으면서도 어여쁘고 꽤 괜찮다고 여겼다.


또한, 저자의 꿈을 다룬 내용을 보면 굉장히 유니크하다. 자기 옆집에 엄마들을 위한 공간을 혹은 자신의 공간을 만들기 위해 구입한다거나, 서점을 경영하고, 책을 모아 도서관을 만들어 기증한다는 꿈은 나로써는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다. 비현실적이거나 거창하다 여길지 모르지만 거침없이 상상하고 꿈꾸는 저자의 작가로의 발돋움과 이후 도서관기증까지의 꿈을 응원하고 싶다.


소개한 책들이 다른 책전문가들이 하는 것들에 비해 너무 평이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다. 저자의 독자대상은 '엄마'다. 어렵지않아 접근하기 쉬우면서도 깊은 의미를 담은 책들을 소개한 것은 어쩌면 저자의 독자를 향한 배려인지도 모르겠다. 

책의 내용을 많이 다루지 않고 인상적인 것들을 몇 소절만 다루면서 자신의 삶이나 생각, 가치에 비중을 두어서 전반적으로 내용을 다루는 책리뷰같지 않아 오히려 좋았다. 약간의 간만 보여주고 책에 관심떡밥을 던져 준 거라고나 할까?

 

이 책에서 받은 처음 인상과 읽고나서 받은 것이 비슷하기도 했고, 툭 터놓고 이야기한 진실한 내용에 부담없이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책에 대한 생각, 그리고 도전, 격려가 읽고나면 남을 것이다. 특히 육아로 자신을 평생 잃을 듯 좌절하거나, 독서에 대한 일말의 기대가 있는 엄마라면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저자가 어떻게 출판을 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꿈을 향한 여정이 앞으로 기대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