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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심야책방
김미선 지음 / 더블:엔 / 2018년 5월
평점 :
첫 인상은 엄마가 다락방에서 자기 시간을 갖는 듯한 느낌이었다.
마치 신데렐라처럼 마법과 시간이 주어져 마음껏 행복한 순간을 만끽할 수 있을 것 같다고나 할까?
그 때만큼 육아와 집안일에서 해방되어 혼자만의 공작을 펼칠 수 있는 짜릿한 시간!!
저자는 육아를 창살없는 감옥으로 표현하며 자신이 처했던 현실로 이 책을 시작한다.
긴장과 피로에 한 순간도 자유로울 수 없는 출산이후의 시간을 적합하게 비유했다. 그 시간만큼은 살기 위해 견뎌 내기 위해 책을 읽었다.
예상외로 가식없이 자신을 특별한 이력이 없는 평범한 한 주부로 소개한 저자는 책을 통해 자신의 삶이 바뀌었다고 했다. 그리고 도전하며 꿈꾸는 일들이 생겼다. 그런 독서의 유익에 대해 나누면서 자신이 읽고 좋았던 책들을 소개한다.
몇 차례나 자신을 별볼일 없다듯 소개한 저자는 자신같은 사람도 이렇게 책을 낼 수 있다는 걸 보여줌으로 다른 이들을 위로하고 격려하고 싶어했다. 그리고 행복을 나누고 싶어했다. 그 중심에는 책이 있었다.
자신의 가정, 그리고 이전 직장, 그리고 친구들과의 관계속에 평가된 모습들을 주저없이 다루었다. 그리고 자신의 내성적인 성격, 두려움, 자신감없음, 글을 쓰면서 닥친 슬럼프도 적랄히 노출했다. 무엇보다 공감이 되었던 것은 저자가 말하는 '생각먼지'에 대한 것이다. 나도 쓸데없는 생각이 많은 사람인지라 소심하고 평가를 두려워하고 신경쓰여한다. 피로하고 에너지가 쓸데없이 소모되는 관계에 대해선 굉장히 고민하는 사람이다. 그런 생각에서 벗어나고 나 자신을 자유롭게 놓아줄 수 있는 해결은 저자처럼 역시나 책에 있었다.
자신에 대해 솔직했고 그로 인해 진심이 느껴졌기에 (자신과 같은) 엄마들에게 권면하고자 했던 그녀의 메세지가 더욱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저자가 자신을 낮게 평가했던 것보다 괜찮은 작가임을 본 것은 신선하고 인상적이게 느껴진 그녀의 비유에서였다. 가령 '그렇게 칼을 갈 듯 비장하게 모인 문장들은 나를 단단하게 만들어준다(p.94)', '(여행하기 위해) 알아보고 움직이지 않으면 우리는 캐리어나 다름 없는 신세가 된다.'(p.197), '우리가 놓치고 지나가기 쉬운 일들에 대해 흐르는 강물에 몸을 맡기고 밤하늘을 바라보듯 책 속에 박힌 별을 읽게 된다.(p.199)' 같은 표현은 읽으면서도 어여쁘고 꽤 괜찮다고 여겼다.
또한, 저자의 꿈을 다룬 내용을 보면 굉장히 유니크하다. 자기 옆집에 엄마들을 위한 공간을 혹은 자신의 공간을 만들기 위해 구입한다거나, 서점을 경영하고, 책을 모아 도서관을 만들어 기증한다는 꿈은 나로써는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다. 비현실적이거나 거창하다 여길지 모르지만 거침없이 상상하고 꿈꾸는 저자의 작가로의 발돋움과 이후 도서관기증까지의 꿈을 응원하고 싶다.
소개한 책들이 다른 책전문가들이 하는 것들에 비해 너무 평이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다. 저자의 독자대상은 '엄마'다. 어렵지않아 접근하기 쉬우면서도 깊은 의미를 담은 책들을 소개한 것은 어쩌면 저자의 독자를 향한 배려인지도 모르겠다.
책의 내용을 많이 다루지 않고 인상적인 것들을 몇 소절만 다루면서 자신의 삶이나 생각, 가치에 비중을 두어서 전반적으로 내용을 다루는 책리뷰같지 않아 오히려 좋았다. 약간의 간만 보여주고 책에 관심떡밥을 던져 준 거라고나 할까?
이 책에서 받은 처음 인상과 읽고나서 받은 것이 비슷하기도 했고, 툭 터놓고 이야기한 진실한 내용에 부담없이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책에 대한 생각, 그리고 도전, 격려가 읽고나면 남을 것이다. 특히 육아로 자신을 평생 잃을 듯 좌절하거나, 독서에 대한 일말의 기대가 있는 엄마라면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저자가 어떻게 출판을 하게 되었는지, 그리고 꿈을 향한 여정이 앞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