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하다 - 이기적이어서 행복한 프랑스 소확행 인문학 관찰 에세이
조승연 지음 / 와이즈베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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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개국어를 할 수 있는 이 책의 작가를 아들로 어머니가 그와 관련해 쓰신 책을 먼저 접하게 되었다. 그리고 방송에서 많이 활동하는 분이어서 한번쯤은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집어들었다.언어에 능통한 만큼 어떤 상황이나 사물을 보더라도 언어적인 관점으로 해석하고 원론적인 부분들을 다룰 것같다는 판단이 들었고, 그런 해석을 하는 저자의 생각이 궁금했다.

 

이 책은 제목에서 약간 주춤하게 되었다. 도대체 뭐가 시크하다는 걸까?

저자가 미술학을 공부하면서 겪은 프랑스인들의 이기적인 모습에서 시크함을 느꼈고, 그런 이기적인 주관을 가지고 사는 프랑스인들과 그 와중에 행복하게 사는 삶에 대해 다루고자 이 책을 썼다. 왜냐하면 그런 부분이 우리나라의 문화적인 것과는 사뭇 달랐기 때문이다. 아마 한국인으로써의 성향을 갖고 있는 저자가 프랑스 문화를 접하면서 가치가 충돌하고 신선한 충격을 받아온 것을 다루었고, 그들에게서 수용할 만한 태도와 자세가 있어서 함께 나누고 싶었던 것 같다.

 

 프랑스하면 생각나는 키워드는 혁명, 그리고 아름다움, 개성, 포도주 등이다. 이 책은 프랑스의 뿌리부터 그리고 혁명에 이르기까지를 다룸으로 현프랑스의 모습으로 나타남을 해석하여 알려준다. 아름다움(예술, 패션 등)을 사랑하며, 포도주 등 음식을 즐기는 그들의 모습은 그야말로 현실 자체에서 참 행복을 누리고 있지 않나 싶다. 과거 고등학교 때 공부로 다루었던 유럽의 역사 그리고 스쳐간 프랑스의 역사가 머리 속에서 떠올랐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프랑스에서 기존의 것을 보수하고 유지해서 사는 것을 당연히 여긴다는 사실은 조금 의외였다. 예를 들면 저자가 묵었던 곳은 1980년대식 보일러를 현재까지 몇가지 부품교체만으로 사용하고 있고, 구식이 생각되는 옛날 구두를 모으는 친구가 있었다. 저자가 어머니와 함께 여행을 가서 가본 식당이 지금도 있고, 6년 이후에 또 왔을 때 그 모습으로 있었다는 것 또한 우리와는 달라보인다. 편리함을 따르는 데에 익숙하고, 당연하다고 여기는 사회에서 살다보니 나는 온 세계가 그렇게 살고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프랑스의 모습은 전혀 다른 모습이어서 충격이었다. 그곳에서 또 다른 행복과 편안함을 누리는 프랑스인들이 또 존중할만 하다 여겨진다. 물론 나는 편리함에 익숙해진 사람이라 불편하게 살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추억을 공유할 만한 곳이 점차 사라지고, 대체되는 데 잊고 있는데서 느꼈던 아쉬움이 떠올랐다.여전히 그자리에 있는 익숙하고 편안한 프랑스의 모습은 부럽기도 했다.

 

내가 가장 오래 가지고 있는 물건은 어떤 걸까?

이 책을 읽으면서 내게 해본 질문이다. 단 5년도 넘긴 물건이 다섯 손가락 갯수가 채 되지를 않는다.  

"버려요"', '그런 거 입으면 진짜 아저씨란 소리 들어요!" 20년이 다 되어가는 옷을 입지도 않으면서 버리지 못하는 남편에게 내가 늘 하는 잔소리다. 요 몇년 사이에 우리나라는 '미니멀라이프'가 대세라 할만큼 복잡스러운 짐들이 사라지고 심플한 인테리어를 추구했다. 깔끔한 모습과 공간을 효율적이게 사용하는 것이 살림의 미덕이라 여겨져왔다. 과거의 것들에 대한 아름다움과 가치를 낮게 여기고, 새로운 풍조에 따르느라 여념이 없던 모습들을 되돌아 보게 되었다. 우리가 어른들에게 구식이라고 말하며, '누가 그런 걸 쓰냐!'고 말하는 것들을 프랑스인들은 자랑스럽게 여겼고, 당연하게 여겼다.

어떤 것이 옳다 맞다 할 수는 없지만, 단순한 모방과 비교, 사회적인 흐름에 따라 별 생각없이 남들을 따라 간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게 된다. ​

 

 그러면서도 나같이 감정이 얼굴에 다 드러나는 사람은 프랑스에 살면 적어도 욕은 안 먹겠다는 생각이 들어 재미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사적인 일과 감정에 대해 타인에게 드러내는 것을 어른 스럽지 못한 행동이라고 여긴다. 그런 모양이 프랑스에서는 당연하고 거창하게는 실존적 인생의 일부라는 해석으로 여겨진다는게 참 신기하며 위로가 된다.

그래서 감정을 서스럼없이 드러내고, 심지어는 다른 이들 앞에서도 싸우기도 한단다. 그러면서도 아름다움을 사랑하고, 예술을 사랑하는 프랑스에서 한번 쯤은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프랑스 사람들이 원체 자신의 주장이 강하고, 이기적이기 때문에 나같은 자기 주관이나 주장이 뚜렷하지 않은 사람은 살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한다. 이 말에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은 살짝 접어버렸다.

 

 지중해 문학의 철학을 다루며 '삶은 죽음이라는 엔딩이 있을 때만 의미있다.'는 프랑스의 모습이 또한 인상적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현재의 사랑에 충실했고, 자신이 먹고 마시는 포도주,... 삶의 순간순간에 누리는 감정을 가볍게 여기지 않았다.

나의 모습은 어떠한지, 우리 사회의 모습은 어떠한지 자연스럽게 비교하게 된다. 집을 사기 위해 현실의 대출을 감수하고, 졸업하고 취업하기 위해 어릴 적부터 입시에 뛰어들고, 스펙에 매달리는 우리의 모습은 현재를 즐기는 것보다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것에 가깝다. 그렇기 때문에 목표를 이루었을 때 허탈함이 자연스레 따라온다. 오랫동안 매달리고 인내했던 것에 비해 즐거움은 너무도 짧은 찰나이고, 또 다른 목표에 자신을 내던져야 한다는 현실을 깨닫게 되서가 아닐까? 그런 면에서 우리는 무엇을 위해 인생을 살고 있는지, 우리의 인생에서 집이나 대학, 명예 등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한번 자문하게 된다.

 

 음식 또한 우리에게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 현재 맛을 음미하는 건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다. 군대 가서는 적을 대비하기 위해 빨리 먹고 빨리 씻어야 하며, 아이를 돌보기 위해 대충 국물에 밥을 말아먹는 식이다. 성적을 1점이라도 올리기 위해 한 손에 숟가락을 다른 한손에 책을 놓지 않는다. 업무에 분주해서 점심시간 없이 보내려다 간편음식으로 끼니를 떼운다. 음식에 대해 어쩌면 지나쳐보이게 숭고한 그들의 모습은 우리에게 정말이지 낯설다. 하지만 그것을 여유롭게 먹고, 마시며, 그것들을 두고 다른 이들과 대화하며, 이들의 재료에 대해 끊임없이 분석하는 등... '별걸다 .... 한다.'라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그들의 그런 여유와 즐거움에 눈길이 간다.

 

맛에 대해서 언어로 알려주고 서로 대화를 나누는 것이 신기하다. 식자재의 모양, 냄새, 요리할 메뉴에 따라 재료를 고르는 것 등 아이들에겐 또 다른 감성교육이 될 수 있음에 또 하나 배운다.

 

편리함에 익숙해지고, 무언가 다른 이들처럼 가지 않으면 불안한 사회적인 분위기와 변화를 당연히 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런 면에서 우리와는 정반대로 보이는 프랑스인들에게 여유와 즐거움을 행복을 배우며 한번쯤 우리의 소소한 행복을 둘러보게 된다. 삶에서 하나의 길만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는 길은 사람에 따라 여러 갈래라는 생각으로 새로운 가능성을 활짝 열어보는 시간이었다. 현재의 삶에 반론을 제기당한 것 같았다.

 

이 책을 읽고 또 다른 질문이 생겼다.

"우리가 벌 수 있는 돈은 한정 되어있는데, 없는 돈에 대출을 받아서 집을 사는데 내 인생을 매진할까?"

"우리가 벌 수 있는 돈으로 여행을 다니면서 아이들에게 새로운 시각과 시간을 함께 나눌까?"

남편과 이야기 해봐야 하는 것이고, 답은 다시 되돌아갈지 모르지만,

우리의 삶에 답은 없다는 것을 다시끔 생각해보게 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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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아름답게 하는 것들 - 차홍의 뷰티 에세이
차홍 지음 / 시드페이퍼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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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를 잘 안 보는 편인데, 한 때 꾸며보겠다는 다짐으로 꼭 챙겨본 뷰티프로그램이 있었다.  메이크업, 헤어 등 각종 뷰티분야에서 내노라는 전문가들이 어떤 여성에게서 손만 대면 상당히 드라마틱한 효과가 일어났다. 대체로 강해보이거나 개성 넘치는 전문가들의 외모와 달리 묘한 매력을 풍기면서도 차분하게 이야기해 눈길을 끄는 이가 있었다. 바로 차홍! 이었다. 유행을 굳이 따르지 않은 것 같으면서도 우아하고 은은한 모습이 꽤 인상적이어서 같은 여자가 봐도 참 예뻤다. 아름다웠다!

 

그 이후 그녀의 이름이 걸린 뷰티 아이템들이 쉽게 눈에 띄었다. 이번엔 책이다!

전에도 몇 차례 출판한 이력이 있는 작가(?)지만, 이 책은 그녀의 전문분야인 헤어 관련해 세부적으로 언급했던 기존의 책과는 달라보였다. 왠지 그녀에 대해 그리고 의미있는 미(美)에 관해 이야기할 것 같았다. 그와 더불어 그녀가 주는 뷰티관련 작은 Tip도 있지 않을까 기대도 했다.

 

예상적중! 딱 맞았다.

예상하고 기대한 것...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이었다.

글이 어떻게 이렇게까지 사람의 성격, 인품을 나타낼 수 있을까? 글의 성질(?)이 그렇다고 들어왔지만 이 책은 끝까지 갈 것도 없이 초반에서 이미 그녀의 여림, 애정, 섬세함, 배려, 확고한 신념, 열정... 그녀 자체가 글에 가득 담겨서 드러난다.

 

글에서 보이는 그녀는 솔직했다. 사랑이 많았다. 그 사랑을 행동으로 표현했다. 똑같은 아픔을 가졌다해도 그녀만의 부드러운 강인함으로 극복해냈다. 긍정적이었다. 섬세했고, 수용적이었다. 그렇지만 자신만의 의지와 신념이 있었다. 무엇보다 자신을 사랑할 줄 알며 진정한 아름다움에 관해 고민했고, 그래서 그것을 아주 잘 아는 사람이었다.

 

가장 아름다운 연예인이 누구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나는 잠시 그녀의 단답형 대답을 기대했다. 그럴 수도 있었을지 모르지만, 그 질문으로 고민했던 글을 읽었을 때 뭔가 다름이 느껴졌다. 외적인 것만을 아름다움으로 여기지 않는 의식있는 뷰티 멘토 차홍의 면모가 돋보였다.

또한, 책의 시작에서 헤어디자이너가 되는 과정을 언급했는데, 그녀 또한 재능에 대해 두려웠고, 불안했던 한 사람이었다는데서 참 진솔함이 느껴졌다. 너무 과하지 않고, 부담스럽지 않게 일상에서 행복이 되는 사물을 가지고 도란도란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언급하는 책과 사색 가득한 생각을 보면, 그녀가 책을 정말로 사랑하고 즐기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난 후 자신을 가꾸며 존중하고 사랑하는 모습에서 그녀의 아름다움이 이런 총체적인 것들에서 비롯되었겠구나다.

 

셀럽답게 일상의 소재를 소개하는 그녀의 글에는 소비를 부르는 광고마냥 설득력있다. 그녀가 말한건 해 보고 싶고, 사 보고 싶고, 느껴보고 싶었다. 글에서 조차 그녀가 셀럽일 수 밖에 없음을 알겠다. 그래서 책 읽고 난 후 바로 하는게 우습기도 하지만, 매일 물 마시려는 노력을 하고, 의식적으로 팩을 찾아 얼굴에 씌운다. 조금더 일찍 자려고 침대로 향하고, 인스턴트보단 한식 위주의 식단을 지켜보려고 애쓴다.

 

..사람들은 각자 자신만의 특별하고 고유한 아름다움을 갖고 있씁니다.

자신의 내면을 보살피고 사랑하지 않으면 외면이 아름다울 수 없습니다.

<프롤로그 中>

 

라고 그녀는 말했다.

위의 말이 어떤 기준을 제시하는 매체와 고정관념의 무의식적인 메세지와는 다름을 본다. 자신의 소중함을 자주 잊게 되고, 열등감과 비교의식에 더욱 자신을 잃어가는데서 깊이 염두해 볼 말이다. 자신을 사랑하고 당당한 사람은 그 자체로 아름다우며, 우리가 말하는 미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더라도 거리낌이 없다. 바로 그런 사람이 정말 아름다운 사람이다. 그것을 생각해보게 하는, 나를 소중하게 여기게끔 동기를 발견하게 되는, 일상의 사물에서 활력을 느끼는 생각의 전환을 일으키는 책이었다. 뷰티 Tip 정말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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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에게 (반양장) - 기시미 이치로의 다시 살아갈 용기에 대하여
기시미 이치로 지음, 전경아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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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ㅇㅇ이 초등학교 가까운 괜찮은 집은 구했니?

2.너는 지금도다 더 나은 사람이 되었니?(성취, JOB,인품 등)

3.가족들은 모두 건강하니?

4.두 아들 녀석들을 여전히 에너자이져니?

5.네 마흔이 된 삶의 주요 키워드는 뭐니?


마흔에게 말하라고 한다면 나는 이렇게 주로 물을 것이다. 고작 몇 년 후겠지만, 내 질문은 삶에 대해 여유나 즐기는 것보다는 해결해야 할 일들및 현실에 대한 고민들이 주로 엿보인다.

이 책의 저자는 나와 반대로 마흔이라는 나이 언저리에 있는 이들에게 대답해주는 듯하다. 삶과 관련해 조언을 해 준다고나 할까? 자신의 경험과 삶, 그리고 이론에 근거해 '나이 듦'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의 이야기를 통해 현재 내 삶을 들여다 보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고민을 던지는 책이 아닐까 예상해 볼 수 있다.


내일 모레면 40이 되는 나이지만 '죽음'에 대해 '나이 듦'에 대해 잊고 살 때가 많다. 지금의 충만한 생명력과 열정 그리고 건강함이 이대로 지속될 수 있을 것 같다. 현실에 충실하게 사느라, 앞의 일들에 대해서는 잘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30대가 되고 나니 20대 때와는 또 달라서 몸도 의지도 생각만큼 따라주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점차 일에서 가정에서 주도했던 자리로부터 밀려난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렇게 우리는 나이 드는 것이 어떠한 내리막 길을 걷고 있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아들러 이론을 근거로 나이 듦에 대해 우리의 그런 일반적 통념과는 반(反)하여 말한다.

'지금 여기'

그가 말하는 키워드다.

저자는 제목 그대로 '마흔에게' 지금 여기에서 현실을 즐기고 누리고 자신과 어울리라고 했다.


 젊은 시절엔 '생산성'에 주목한다. 살아남기 위해 생산성을 키우려고 한다. 그것으로 인정받을 수 있고, 그것이 더 나은 삶의 질을 제공하는 돈과 연결된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그것들로부터 자유로워져 도전하는 것이 더이상 경쟁이 아니게 된다. 배움을, 도전을 즐길 수 있는 상황으로 전환된다. 위로 향하는 것이 아닌 앞으로 향하는 것을 말이다. 뺄셈의 인식이 아니라 덧셈의 인식으로 우리가 이루어낸 것에 주목했다. 바로 '지금, 여기'다.


'지금, 여기'는 내 삶에 일어난 일들뿐 아니라 내 주변의 사람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

타인 그대로를 인정하고, 나 또한 그대로를 인정하라는 것이다. 거기서 나아가 부모와 자식의 관계까지 확장된다.. 이 부분에서 또 친정 아빠가 생각이 났다.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할아버지가 되면 바뀔거라고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한결같은(?) 아빠의 모습에 많이 실망했다. 연세가 드실수록 자신의 삶을 더욱 보호하고 지키려는 이기적인 모습에 서운했다. 예전에는 꾹꾹 눌러 참던 것이 아기를 낳고 나니 폭발을 하려던 참이었다. 그러다가 이 책을 보고 격해진 감정이 누그러졌다. 아빠의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보았다. 70세가 되신 아빠에게서 무언가를 쟁취하기 위해(잘못을 깨닫게 하기 위해 내 감정을 있는 대로 쏟아붓기) 싸운들 무슨 득이 있을까? 우리 서로를 위해서는 나는 아빠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나 또한 그 마음으로 대화를 시도해보는게 낫지 않을까?  


저서 중간에 저자는 '간병'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 주제가 과연 마흔에게 하려는 글에 들어가는 게 맞는 걸까?

먼저 '간병'이라는 주제가 생뚱맞게도 느껴졌고, 삐딱한지 몰라도 그에 대한 저자의 말(아래 참조)이 너무 교과서적이지 않은가 싶었다.


... 나이 든 부모에게 남은 시간, 부모로서 있을 수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습니다.

화내고 있을 여유가 없는 겁니다.

필요한 것은 그런 일에 일일이 화내지 않겠다는 각오와 현실을 받아들이는 용기뿐입니다.

p.121

 

하지만 저자가 실제로 부모님 두 분을 간병해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라도 숙연함으로 마음에 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간병을 통해서 알게 되는 삶에 대한 것, 그리고

나이 듦, 부모님과 관계의 재발견 등 뜻밖의 일이 일어날 수 있음 알았고, 그런 면에서 '간병'이라는 주제가 독특하지만 저자의 메시지와는 맥을 같이 한다고 보았다. 내가 우리 부모님을 간병하게 되는 상황이 온다면 어떨까? 내가 자식에게 받는다면 어떤 마음일까? 삶에 대해 또 다른 각도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간병 자체에도 '지금, 여기'라는 현실에 충실한 삶으로 어떻게 살 수 있을지 ... 간병을 통해 공헌감을 느끼고, 주어진 삶에 어떻게 반응할 수 있을지 생각은 해보지만 경험해 보지 않아 막연하긴 하다.


 이 책은 마흔이라는 나이 듦에 관한 이야기라선지 글자 크기와 자간이 다른 책과 구별된다. 또한 군데군데 삽화로 편안한 마음으로 나이 듦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나이가 들어감 자체에 주목한 게 아니라 나이 듦의 가치를 발견하는 것이 저자가 마흔에게 말하고 싶었던 주메세지가 아닐까 싶다.

 나이가 드는 것에 대해 우리는 두려워한다. 회피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안티에이징 하려고 하고, 덜 늙어 젊음을 유지하는 삶을 자기계발을 잘한 사례로 꼽는다. 조금 더 편안한 삶의 위해 현재를 반드시 희생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그래서 나이가 들어가는 그때까지 우리는 달리고 또 달린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사회적 경향과는 달리 나이 듦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라고 한다. 그리고 편안하게 나이 듦의 삶으로 초대하고 있다.

 삶을 치열하게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인 사람들에게는 다소 비현실적일 수 있지만, 경쟁과 도태됨에 피로감을 느끼는 내게는 앞으로 살아갈 내 삶에 응원처럼 다가왔고, 위로가 되었다. 더욱 노력하고, 견디지 않고도 삶을 이렇게 즐거이 여기고 나이 드는 삶에서도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에서 누군가는 분명 희망을 얻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덧! 인문학에 대한 도전으로 저자가 추천한 <소크라테스의 변명> 한번 읽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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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구나
김신회 지음 / 놀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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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를 참 좋아했다. 소소하고 현실적인 내용이 잘만 선택하면 어느 사람보다 위로가 되고, 드라마보다 공감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정신적으로 소진되었을 때 에세이를 보면, 여느 책의 장르보다 눈물을 자아내고, 뼈저리게 가슴 울리는 깨달음이 오기도 한다. 가독성이 좋고, 주제에 따라 단편적이라 호흡을 가다듬기 쉽다. 그게 바로 에세이의 매력이다. 책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에 대해 호평을 적힌 글들을 간간히 읽었다. 당시에 다른 책들을 읽어내느라 지나쳤는데, '도대체 어떤 책이길래..?'라는 궁금증에 한번은 읽어보았으면 했었다. 그러다 동일작가가 낸 신작을 읽을 기회가 생겼다. 내 삶과는 다소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작가라고 생각했지만 관계, 자아 등 관련해서 하는 고민은 나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최근 어떤 책을 읽고 그간 죄책감과 노력하지 않음을 채찍질했단 모습을 발견하고 나를 칭천하고 격려하기로 해 한동안 그렇게 실천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아이들에게도 너그러워지는 것을 느꼈다. 자기계발서의 단기적인 효과를 김신희 작가로 짧게 이야기하지만 육아서 또한 효과가 오래가진 않은지라 잊어버렸지만, 이 책에서 저자가 자신을 칭찬하자는 말을 언급하는 것을 보며 다시 해보리라 다짐했다.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는 인생일 때 혹은 그렇게 느껴지는 인생일 때 나마저 타인의 편에 소속되어 나를 비판하고 소외시킨다면 나는 누구에게 지지를 받을 것인가? 사회적인 인식에 따라 자신을 비난하는 건 그동안 당연히 여겼지만, 아무 편도 없는 내 자신에 대해는 왜 아무런 생각도 반론도 내밀지 못했을까?


이 책은 다른 곳에서 발견하지 못하는 아주 사소하지만 깊은 가려움을 시원하게 긁어준다. 이를 느낀 장면을 하나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내 이야기를 하게 될 떄는 그 시선받는 걸 부담스러워하여 얼버무리곤 했다. 대화를 치고 들어가지 못하는 성격이다. 그러다보니 저절로 남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역할(?)을 주로 하게 되었다. "미안해, 오늘 내 말만 많이 한 것 같네."라는 말이 헤어질 때, 자주 상대에게서 나오는 말이니... 이런 내게는 간간히 묻지도 않은 말들을 받아주는 일들이 잦다. 고문같아서 한번은 참다못해 "이러다 내가 너를 피할지도 몰라."하고 우스갯소리처럼 말했다. 그랬더니 내가 너 아니면 누구에게 이야기를 하겠냐고 너그러이 좀 들어달라고 오히려 더 요구한다. 어이가 없다. 저자가 이 이야기를 다루는데 속이 뻥 뚫리는 느낌이었다. 매체는 이런 사소하고 재미있지 않은 찌질한(?) 이야기를 잘 다루지 않는다. 그게 매력으로 승화되거나 웃음을 줘야 그나마 비춰진다. 하지만 이런 것을 잘 풀어낼 수 있는 김신회 작가이기 때문에, 이런 섬세하며 찌질한 일상을 에세이라는 고상(?)한 장르에 고이담아 출판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여 개인적으로는 참 감사함을 느끼며 읽었다.


 작가는 주제에 따라 간간히 다른 책들을 인용하곤 했다. 저자의 읊조림을 이해하는 근거가 되는 역할을 하는데, 인용한 부분만으로 또 다른 책에 대한 관심과 흥미가 생겨서 좋았다. 저자의 책을 통해 위로받고 다독여진 마음을 따라 인용된 책을 읽으며 생각의 지평을 넓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 이후에 읽어보리라 메모해 두었다.


 서점 도서 순위를 보다보면 요즘 독자들이 원하는 키워드가 그리고 시대적인 유행어가 '치유', '위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이 책 또한 제목 자체에서 풍겨지는 뉘앙스가 다르게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제목 그대로 아~무것도 하지마라고 이 책에서 절대 하지 않았다. 다만 위로와 격려 그 너머 이 책을 읽는 독자가 자신도 설명할 수 없었던 감정과 행동을 인지할 수 있도록 돕고, 그 것들을 이해할 뿐 아니라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해보게 이끄는데서 이 책이 혹은 저자의 기존 책이 많은 사랑을 받은게 아닐까 짐작해보았다.

여자의 마음을, 섬세한 감성을 그리고 시대적인 사회억압을 통한 자연스러운 감정과 표현을 지닌 자신을 생각해보는데 이 책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

몇 시간의 투자로 진정한 휴가의 충전을 누릴 수 있는 책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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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기억
줄리언 반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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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에게는 자기만의 사랑 이야기가 있다...

그것이 대실패로 끝났다 해도,

흐지부지되었다 해도,

아예 시작도 못했다 해도,

처음부터 모두 마음속에만 있었다 해도,

그렇다고 해서 그게 진짜에서 멀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은 단 하나의 이야기였다.

p.341


원제목은 <The only Story>이다.

세상에 사람들은 다 자신만의 지문을 갖고 있다. 같은 지문이 나올 수가 없는 것이다. 그만큼 너무나도 다양한 사람들, 그들의 이야기는 각각 다르다. 약간 비슷할 수 있지만 각자가 소유한 다른 지식, 경험, 기질, 성, 환경 등 각기 각 사람들이 만나서 만들어 내는 이야기는 무궁무진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엮어내는 이야기, 특히 사랑이야기...라면...?

 사랑이라는 통로를 지나보니 못한 사람이 있을까? 그 주제에 이야기가 없는 사람이 과연 존재할까? 그렇기 때문에 단 하나뿐인 내가 그리고 우리가 만들어내는 그 단 하나뿐인 사랑이야기는 언제라도 흥미롭다. 새롭다.


그 와중에서도 단 하나의 사랑일 수 밖에 없게끔 인물의 설정이 상당히 유니크하며 파격적이다. 40대 여성과 10대 청소년의 사랑이야기라니 ...

흔치 않기도 하고, 이슈화가 될만한 그리고 비정상적이라 치부할만한 관계를 상황을 작가는 왜 선택한 걸까? 언뜻 영화 <은교>가 떠올랐다. <은교>는 인간의 욕망과 온전함을 추구하는 열망에 주목했다. 이 소설은 나이차를 갖고 있는 남녀 사이에서 어떤 메세지를 담고 싶었을까?

이 설정을 보며 너무나도 짓궂은 창조주(작가)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두 (나이차 있는) 남녀에게 큐피트 사랑의 화살을 쏘고 그들을 상황 속에 던져놓은 채 무심히 관망하는 듯 했다.  마치 두 소를 경기장에 넣어 놓고 투우 경기를 관람하는 관객처럼 무자비하고 잔인하게도 느껴졌다...


 폴은 엄마의 권유로 테니스 클럽에 가입한다. 거기서 알게 된 엄마 또래 나이 이상인 여성 수전을 만난다. 그 둘은 사랑에 빠졌고, 은밀하면서도 지속적으로 그 사랑을 유지한다. 그러다 수전이 남편으로부터 폭행을 당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폴은 수전을 데리고 런던으로 가서 그들 만의 삶을 시작한다. 폴은 이제 20대 학업 중인 학생이었다. 그 시간을 허전하게 보내며, 자신과 엮여있던 과거를 정리해가면서 술에 의존하기 시작한다. 그녀는 알코올 중독자가 되고, 가까스로 이어가려 했던 폴과 수전의 관계는 시련을 맞게 된다. 마치 창밖으로 떨어진 수전의 손을 창 안의 폴이 잡고 버티고 있는 것과 같은 장면의 모습이다. 결국 폴은 그녀의 손을 놓았고, 그녀가 정신병원에 들어가기까지 자신의 삶을 유지함과 동시에 그녀와의 만남을 끊지는 않는다.


이 책은 3부로 나뉘어져 있는데 각 챕터의 대상 시점이 달라진다. 뜨겁게 사랑하고 그들끼리 떠나게 되는 장면은 1부로 '나는'이란 시점을 갖고 이야기 한다. 2부는 그들의 동거기간과 알콜릭이 되는 수전을 다루었는데 '너는'으로 서술한다. '그는' 으로 수전과 헤어지고 각자의 삶 속에서 간간히 부딪히는 면을 3부에 담았다. 이 소설은 기억을 재구성했다는 설정이라 기억을 설명하는 화자가 처음엔 '나'가 되었어야 한게 아닌가 싶다. 단편적인 기억처럼 이야기를 짤막하게 나열한다. 점차 나의 이야기를 타인이 맡게 되는데 그 과정이 점차 나와는 거리감이 느껴진다. 하지만 타인의 시선으로 본 나의 모습은 나를 잘 간파하면서도 시점의 변화를 줌으로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것 같다. 또한,  사랑에 대한 적극성, 그리고 책임에  '나'로 처음엔 적극적이었다가 점차 피하고 싶고 책임을 돌리고 싶어 사랑이 용해되어지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너는'과 '그는'이란 시점의 변화를 선택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시점은 1,2,3인칭으로 변하지만 폴의 입장과 그의 생각을 다루는 것이 주(主)가 된다.젊은 입장에서 사랑이란 무엇인지, 사랑에 대한 태도는 어떠한지, 다른 이들과 어떻게 비교되는지, 사랑에 따라 제약, 상황, 결과 등에 어떻게 대처하는지 굉장히 다양하면서도 섬세한 시선을 갖고 다루었다. 또한,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사랑의 감정과 자세가 어떻게 변하는지 순차적으로 다룸으로써 사랑의 순수함과 그 순수함을 따르고자 애쓰는 면모 등 다방면의 사랑의 모습을 조명했다.

나이차를 둔 설정이 있어서, 외모나 조건과 분리된 순수한 사랑을 볼 수도 있고, 책임없던 미성년에서 차차 부여되는 사회적 책임, 도덕적평가등의 환경적인 제약으로 변하는 사랑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읽다보니, 자신이 다루려는 이야기를 위해 최적화된 설정을 의도한 것과 많은 이야기를 섬세하게 풀어나가는 것에서 작가의 탁월한 면모를 발견하게 되었다.

  

연애와 기억을 시작으로 여러 상황을 꼼꼼히 사색하고 사유한데서 이 책의 매력을 느꼈다. 작가는 인물의 심리나 행동과 더불어 인물이 다루는 사랑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사랑'과 관련한 소소한 모습까지도 놓치지 않고 다룬다. 사랑, 기억, 거짓말 등 여러가지가 사랑의 과정을 통해 감정, 심리, 고뇌로 세밀하게 묘사되어 깊이있는 작품의 맛을 느끼게 했다.

어떤 면에서 그녀는 술로 그녀의 기억을 지워버린다는 점이 안타깝지만, 폴은 기억에 의존하여 사랑을 재조명하고, 사색을 한다. 그리고, 그것이 또 폴이 살아가는 삶을 이루는 근간이 되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차 희미해지는 기억과 같이 사랑에서도 인간은 연약하며 한계가 있다는 것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연애에 대하여...

'연애'하면 으례 달콤한 것, 설레이는 것, 행복한 나날로 단정짓는다. 그런 고정관념으로 연애의 단편적인 모습에 익숙한 우리에게 이 책은 연애의 다양하고 깊이있는 모습은 간과했음을 알게 한다. 이 책의 설정처럼 극단적이지는 않은 상황이더라도 연애의 경험을 통해 또 다른 면모를 누구나 겪어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들이 단지 어둡고 피하고 싶은 부분이라는 이유로 묻어두었다는 것을 알게 되며, 책을 읽어보며 연애의 또 다른 얼굴을 맞닥뜨려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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