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구나
김신회 지음 / 놀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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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를 참 좋아했다. 소소하고 현실적인 내용이 잘만 선택하면 어느 사람보다 위로가 되고, 드라마보다 공감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정신적으로 소진되었을 때 에세이를 보면, 여느 책의 장르보다 눈물을 자아내고, 뼈저리게 가슴 울리는 깨달음이 오기도 한다. 가독성이 좋고, 주제에 따라 단편적이라 호흡을 가다듬기 쉽다. 그게 바로 에세이의 매력이다. 책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에 대해 호평을 적힌 글들을 간간히 읽었다. 당시에 다른 책들을 읽어내느라 지나쳤는데, '도대체 어떤 책이길래..?'라는 궁금증에 한번은 읽어보았으면 했었다. 그러다 동일작가가 낸 신작을 읽을 기회가 생겼다. 내 삶과는 다소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작가라고 생각했지만 관계, 자아 등 관련해서 하는 고민은 나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최근 어떤 책을 읽고 그간 죄책감과 노력하지 않음을 채찍질했단 모습을 발견하고 나를 칭천하고 격려하기로 해 한동안 그렇게 실천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아이들에게도 너그러워지는 것을 느꼈다. 자기계발서의 단기적인 효과를 김신희 작가로 짧게 이야기하지만 육아서 또한 효과가 오래가진 않은지라 잊어버렸지만, 이 책에서 저자가 자신을 칭찬하자는 말을 언급하는 것을 보며 다시 해보리라 다짐했다.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는 인생일 때 혹은 그렇게 느껴지는 인생일 때 나마저 타인의 편에 소속되어 나를 비판하고 소외시킨다면 나는 누구에게 지지를 받을 것인가? 사회적인 인식에 따라 자신을 비난하는 건 그동안 당연히 여겼지만, 아무 편도 없는 내 자신에 대해는 왜 아무런 생각도 반론도 내밀지 못했을까?


이 책은 다른 곳에서 발견하지 못하는 아주 사소하지만 깊은 가려움을 시원하게 긁어준다. 이를 느낀 장면을 하나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내 이야기를 하게 될 떄는 그 시선받는 걸 부담스러워하여 얼버무리곤 했다. 대화를 치고 들어가지 못하는 성격이다. 그러다보니 저절로 남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역할(?)을 주로 하게 되었다. "미안해, 오늘 내 말만 많이 한 것 같네."라는 말이 헤어질 때, 자주 상대에게서 나오는 말이니... 이런 내게는 간간히 묻지도 않은 말들을 받아주는 일들이 잦다. 고문같아서 한번은 참다못해 "이러다 내가 너를 피할지도 몰라."하고 우스갯소리처럼 말했다. 그랬더니 내가 너 아니면 누구에게 이야기를 하겠냐고 너그러이 좀 들어달라고 오히려 더 요구한다. 어이가 없다. 저자가 이 이야기를 다루는데 속이 뻥 뚫리는 느낌이었다. 매체는 이런 사소하고 재미있지 않은 찌질한(?) 이야기를 잘 다루지 않는다. 그게 매력으로 승화되거나 웃음을 줘야 그나마 비춰진다. 하지만 이런 것을 잘 풀어낼 수 있는 김신회 작가이기 때문에, 이런 섬세하며 찌질한 일상을 에세이라는 고상(?)한 장르에 고이담아 출판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여 개인적으로는 참 감사함을 느끼며 읽었다.


 작가는 주제에 따라 간간히 다른 책들을 인용하곤 했다. 저자의 읊조림을 이해하는 근거가 되는 역할을 하는데, 인용한 부분만으로 또 다른 책에 대한 관심과 흥미가 생겨서 좋았다. 저자의 책을 통해 위로받고 다독여진 마음을 따라 인용된 책을 읽으며 생각의 지평을 넓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어서 이후에 읽어보리라 메모해 두었다.


 서점 도서 순위를 보다보면 요즘 독자들이 원하는 키워드가 그리고 시대적인 유행어가 '치유', '위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이 책 또한 제목 자체에서 풍겨지는 뉘앙스가 다르게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제목 그대로 아~무것도 하지마라고 이 책에서 절대 하지 않았다. 다만 위로와 격려 그 너머 이 책을 읽는 독자가 자신도 설명할 수 없었던 감정과 행동을 인지할 수 있도록 돕고, 그 것들을 이해할 뿐 아니라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해보게 이끄는데서 이 책이 혹은 저자의 기존 책이 많은 사랑을 받은게 아닐까 짐작해보았다.

여자의 마음을, 섬세한 감성을 그리고 시대적인 사회억압을 통한 자연스러운 감정과 표현을 지닌 자신을 생각해보는데 이 책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

몇 시간의 투자로 진정한 휴가의 충전을 누릴 수 있는 책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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