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크라센의 읽기 혁명 - 세계 최고의 언어학자가 들려주는 언어 학습의 지름길
스티븐 크라센 지음, 조경숙 옮김 / 르네상스 / 2013년 1월
평점 :
어디선가 이 책에 관한 소개글을 보고 한번은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얼핏 보니 저자는 만화책에 대해서 부정적이지 않은 관점을 갖고 있었는데, 내가 만화를 선호하지 않아도 미래 내 아이들이 만화를 가까이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 궁금했다. 또한 남편을 통해 만화에 대한 유익을 들어왔던 터라 과연 저자는 어떻게 긍정적으로 보았는지 알고 싶었다. 더불어 독서에 대한 관심이 많은 편인데, 저자가 말하는 '읽기'의 혁명이란 무엇이고 어느 정도인지에 호기심이 일었다.
이 책은 상당히 많은 연구결과를 근거로 자신의 논지를 이끌어냈다. 40여 페이지 가량을 가득 메우는 참고문헌들에서 그의 주장이 섣부르지 결론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내용은 상당히 설득력있다. 그가 말하는 읽기의 방법은 굉장히 간단하다. 바로 자율독서 Free Voluntary Reading 이다. 또, 읽기의 유익함, 책으로 접근시키기 위한 환경을 다룬 내용은 '아이에게 어떻게하면 책을 가까이 하게 해줄까' 고민하는 부모 및 교사에게는 꽤 도움이 될만하다. 외국어 또한 '읽기'를 통해 실력이 향상될 수 있다는 점이 충격적이다. '파닉스를 떼야 한다. 스피킹이 되어야 한다'라과 하면서 코스를 마치면 영어의 모든 걸 마스터 한 것처럼 여기는 현 영어 교육에 제동을 거는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는 글쓰기가 많이 한다고 잘 쓰게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저자의 주장에 놀랐다. 아무리 쓰기에 시간을 할애한다한 들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읽기를 통한 input이 없는 output은 어쩌면 시간낭비일지도 모른다. 저자는 쓰기에서조차 '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함으로 읽기의 힘에 주목했다. 쓰기는 문제해결력에 도움을 주고, 자신을 위해 유익한 방식이라는데서 '왜 써야 하는지' 그리고 쓰기 시작하면서 달라진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만화책에 대한 내용도 눈여겨 본 부분 중 하나였다. 만화가 아이들이 가벼운'읽기'에서 어려운 '읽기'로 나아가기 위한 교량의 역할을 한다고 했는데, 그가 말한 만화책의 긍정적인 면을 잘 알 수 있었다. 맨 처음 저자가 아이들이 선호하는 책을 읽도록 한 'FVR' 바로 '자율독서'를 강조했기 때문에 저자는 읽을 수 있는 책으로 만화책로까지 확대하여 '읽기'의 효과를 기대한 게 아닐까?
이 책은 가히 '읽기 혁명'이라는 제목이 어울리게 '읽기'에 대한 우리의 고정관념을 타파한다. 몇 안 되는 경험이나 자료를 통한 결론이 아니라 여러 근거있는 자료를 토대로 한 '읽기'에 대한 그의 예찬론같은 이 책에서 우리는 다시한번 읽기의 중요성을 새삼 알게 된다. 단순히 성적을 위해서, 아이의 막연한 미래를 위해서가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피력하며 표현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수단으로 '읽기'에 주목했으면 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넓은 의미의 책의, '읽기'의 위력을 알만한 책이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읽고 쓸 수는 있다. 단지 충분히 잘 읽고 잘 쓰지 못할 뿐이다. 기본 수준으로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은 지난 세기 동안 꾸준히 증가해 왔다. 그러나 현대 사회는 더 복잡한 리터러시 능력을 요구하고 있다.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만큼 충분히 잘 읽고 잘 쓸 수 없는 사람들이 많다는 말이다. 문제는 어떻게 학생들의 읽기 수준을 2학년이나 3학년으로 끌어올리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이 수준을 넘도록 하는가에 있다.
나는 이러한 위기를 해결하는 방안이 '자율 독서(Free Voluntary Reading. 이하 FVR로 표기)'를 추천한다. FVR이란 원해서 읽는 것을 의미한다. 학교에 다니는 아이에게 FVR이란, 독후감을 쓸 필요가 없고, 한 장(Chapter)이 끝난 다음에 퀴즈에 답하지 않아도 되며, 단어의 뜻을 모두 사전에서 찾을 필요가 없는 것을 의미한다. FVR은 좋아하지 않은 책은 그만 읽고, 원하는 책을 읽는 것을 의미한다.
p.15
"전통 문법이든 변형 문법이든 영어 문법은 중고등학생의 언어 성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복잡한 문법 구조에 대한 학습은 읽기나 쓰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복잡한 문법을 숙달하는 것은 읽기를 통해 가능하다.
p.47
... 읽기는 유일한 방법이다. 읽기는 좋은 독자, 훌륭한 문장력, 풍부한 어휘력, 고급 문법 능력, 철자를 정확하게 쓰는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해 주는 유일한 방법이다.
이런 결론이 옳다는 것을 뒷받침해주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읽기는 주요 대안인 직접 교수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둘째, 다른 분야의 연구 및 이론에서도 같은 결론이 나왔다는 것이다. 초보 읽기 발달을 살펴보는 연구에서는, 책을 읽는 동안 책의 내용을 이해하려고 시도하면서 읽기를 배우게 된다는 의미로 '읽기를 통해 읽기를 배운다'라고 결론을 내렸다.
p.59
공공도서관에 대한 접근성 또한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 독서를 하는가에 영향을 준다. 에인스(Heyns)는 공공도서관에 가까이 살고 있는 아이들이 더 많은 책을 읽는다고 보고했다. 김(Kim)은 5학년 학생들이 여름방학 동안 읽은 독서량과 도서관 접근성 간에 높은 상관관계가 있음을 보고하였다.
p.69
소리 내어 책 읽어주기는 리터러시 향상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우선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이야기를 듣고 그에 대해 토의함으로써 책 읽기를 장려하며, 이것이 곧 리터러시 발달을 촉진하는 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이야기를 듣는 것은 리터러시 향상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도 한다. 연구에 의하면 익숙하지 않은 단어가 포함된 이야기를 들은 후 아이들의 어휘 실력이 눈에 띄게 향상되었다.
p.89
모로우와 뉴먼의 연구에서 부모가 여가시간에 책을 더 많이 읽으면 자녀가 독서를 더 많이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부모가 독서에 별 관심이 없으면 자녀들의 독서량도 많지 않았다. 읽기에 별 관심이 없는 부모들도 자녀의 독서를 장려하기 위해서 여러 노력을 해보았을 것이다. 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녀의 독서를 장려하기 위해서는 모델의 존재가 중요하다.
p.98-99
...그의 어머니는 매주 책 두권을 도서관에서 대출해서 책을 읽은 후 주말마다 책 내용을 보고하게 했다. 카슨은 그 일이 그다지 내키지 않았지만, 어머니의 말을 따랐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카슨의 어머니는 그가 원하는 책은 무엇이든지 읽도록 허락했다는 것이다.
.....
초기에 어머니가 카슨에게 준 자극이 극적인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읽기를 계속하면서 철자법, 어휘력, 독해력이 향상되었고 수업시간이 훨씬 더 재미있어졌다. 내 성적은 아주 많이 향상되어 중학교에 들어가서는 반에서 1등을 했다. " 분명한 것은 카슨의 어머니가 그에게 딱 알맞은 정도로 독서를 장려했다는 것이다. 즉, 카슨은 책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읽는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었고, 이에 따라 더이상 읽기 지도가 필요치 않게 되었다.
p.103-104
호가드의 경험은 여러 연구 결과와 일치한다. 그의 아들이 만화책에 몰두한 것은 스퍼즐이 연구한 학생들이 보인 반응과 동일하다. 그의 아들은 만화책을 재미있게 읽으면서 다른 읽기로 관심을 확장해 나갔다. 이 사례는 앞서 언급한 연구가 보여준 바와 같이 만화책을 읽는다고 다른 종류의 책을 읽지 못하지는 않다는 것을 말해준다.
p.123
1.문체는 쓰는 경험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읽기에서 나온다.
2.쓰기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고, 글을 쓰면서 우리는 더 명석해진다.
p.150
....책을 많이 읽는 살마들이 좋은 글을 쓴다는 것은 맞는 말이다. 하지만 연구자들은 무엇이 훌륭한 문체를 만들어내는가에 대해 완벽하게 설명하지 못한다. 따라서 문체는 의식적으로 학습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읽기를 통해 흡수하거나 무의식적으로 습득되는 것이라고 가정할 수 있다.
p.151
문체는 쓰기가 아닌 읽기에서 나온다는 가설은 언어 습득에 관해 알려진 사실과 일치한다. 즉, 언어 습득은 출력(outpu)이 아닌 입력(input)으로부터, 연습이 아닌 이해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당신이 만약 하루에 한 페이지를 쓴다면 당신의 문체나 쓰기 능력은 향상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글쓰기는 다른 장점을 갖고 있다.
p.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