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식물 - 그들에게 내가 꼭 필요하다는 기분이 소중하다 아무튼 시리즈 19
임이랑 지음 / 코난북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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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갑작스럽게 인왕산 자락길을 나선날, 들른 '초소책방'에서 골라 읽은 책이다. <아무튼>시리즈 책들은 기획부터가 신선한데다 주제가 생활과 밀접,친근한 에세이로 가득하다. 읽으면 거의 '재밌게 읽기'는 성공할 만한 책들이라 생각없이 집어도된다. 비치되어 있는 책들이 거의 환경에 관한 책들이었는데, 두께로보나 쉽게 다가기로 보나 이 책이 내게 주어진 시간엔 읽기 좋다고 여겼다.

'식물'에 대한 이야기는 전문적이거나 플랜트 러버들이나 보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누구나 심심하면 말할 듯한 대사 '난 선인장도 죽인 사람이야!'를 뱉은 사람이 나였기 때문이다. 몇 년 전만해도 식물 이야기는 내 관심을 끌만한 이야기는 아녔다.


3년 전, 키우기 쉽다고들 말하는 고무나무 화분이 첫 대형화분으로 들어왔다. 뭣 모르고 환기시켜준다고 바람 쐬주다가 최후엔 가지 세 개 중 한 가지에 달린 마지막 잎새(?)가 떨어져 버렸다. 나는 남편의 비웃음('뭐야!! 고무나무는 쉽다던데 그 마저 죽인 거야?? 깔깔깔'라고 했지!!!! 잊지 않겠습니다!!!)과 함께 식포자가 되었다. 그러다 이사를 했고, 아이들이 학교에서 수시로 가지고 오는 화분과 씨앗 그리고 집들이 선물로 받은 각종 화분들이 우리집에 줄을 지어서면서 죽일 수 없어 살리고자 행동을 재개했다. 식물에 대한 짝사랑을 다시 해볼 기회를 갖게 된 낸 거였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란 말이 맞던가? 나는 근 2년간 고추, 상추, 토마토, 수박, 강낭콩, 바질, 해바라기까지 성공적으로 키워냈다. 우리집에 들어온 여인초와 스투키는 1년이 넘게 생존 중이며, 수중식물인 스킨답서스, 테이블 야자, 개운죽, 싱고니움까지 쑥쑥 잘 자라게 돌봐주고 있다. 세상에 식물 똥손이란 없다. 키우고 죽여보며 관심을 가져봐야 식물을 키우는 노하우가 스스로에게 베일 뿐이다.


'정말 세상에 쉬운 식물은 없구나.'

식물과 사람 사이에도 분명 궁합이 존재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식물과의 궁합은 생년월일만으로는 알아볼 수 없다. 나에게 어떤 식물이 가장 잘 맞는지는 많이 키워보고 또 많이 죽여보며 알아가는 수밖에. p.121


그녀의 이 위로의 말을 2년 전에 읽었더라면 남편의 비웃음에도 콧방귀끼며 두고보라고 큰 소리쳤을 텐데 아쉽다. 식물에게 죄책감을 가득안은 쭈구리로 식물에게 몰래몰래 사랑을 베풀다 식물생장에 성공(?)을 이루고 난 지금에야 누구에게나 식물초보 땐 실패담들이 하나쯤은 있음을 알았다.

이 책에서 새롭게 안 동식물의 정보는 흥미로웠다. 에세인데 감성적일 뿐 아니라 은근히 지식도 전달해 주잖아!! 비에 질소가 풍부하다니 비가 오는 날에 담겨진 비를 보면 버리기에 바빴는데, 식물들에겐 고로쇠물과 같은 존재라니!! 머리 속에 꼭꼭 기억해둔다. 옮겨심는다고 식물이 성장하던 때마다 다이소에서 흙을 사다 채웠다. 나도 옆 화단에서 흙 좀 퍼오면 안 되나 생각했는데, 그러면 안 되는 이유를 이 책을 통해서야 알게 된다. 영양부족! 배수불량!!


물 주라는 정보, 흙의 습도를 재는 방법 등. 정말이지 내게는 하나도 도움이 안 되는 정보였다. 어떨 땐 그 말을 순순히 듣고 줬다가 죽인 적도 몇 번 있고, 손가락을 아무리 후벼파도 이게 건조한 건지 습한 건지 감이 안 잡혔다. '습한 것도 같고, 건조한 것도 같고 그러니 물주자!' 이런 결론만 내렸으니 결국엔 다 죽고 말았지...


테라스에 식물들을 내놓고 키우면서부터 나는 비를 좋아하게 되었다. 번개가 치는 날에는 비에 질소가 풍부하게 담겨 있다고 한다. 질소는 비료의 훌륭한 원료로 사용되기 때문에 식물 애호가들은 비를 보약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돈 주고 사서라도 식물에게 뿌려줄 영양분이 하늘에서 내리니 비 오는 날이 반가울 수밖에. p.19


초보 가드너들이 식물을 죽이는 가장 흔한 이유는 과습이다. '일주일에 몇 번 물 주세요' 하는 말을 무작정 따르다 보면 식물은 서서히 익사하게 된다. 동물에 비유하자면 마치 먹은 음식이 완전히 소화되고도 전에 더 많은 음식을 억지로 계속 입에 밀어 넣는 꼴과 같다. 흙의 상태를 파악하고 흙이 적당히 말랐을 때 물을 줘야 식물 뿌리가 건강하게 자란다. p.31

초보 시절엔 흙을 돈 주고 사려니 어색했다. 지천에 널린 게 흙인데 산이나 들에서 한 삽 퍼 와서 쓰면 안 되는 걸까 궁금했다. 알고 보니 땅에서 퍼올린 흙 속에는 수많은 벌레와 세균이 존재하기 때문에 집 안에 두기엔 곤란한단다. 영양분도 부족하고 배수도 불량하다. 산에 사는 식물들에게는 괜찮을지 몰라도 집 안에서 사는 식물들에게는 해로운 흙이다. 친구가 던졌던 명언이 생각난다.

'원래 사람이 안 키우는 식물이 제일 잘 커.'


씨앗이 내 손에 들어와 흙에 심고, 하루가 다르게 싹이 트고, 줄기를 뻗어나가며, 열매를 맺는 모습을 보는 매일이 얼마나 행복한지 이건 키워본 사람만 안다. 그 아이와 나는 한마디 말이 없어도 잘 자라줌으로 그 아이의 생명력을 드러내고, 나는 사랑스레 쳐다보며 아이를 쓰다듬는다. 그걸로 충분한 교감이 된다는 사실! 저자의 말처럼 내가 물을 주고 신경썼을 때만큼 식물은 정직하게 성장하고 살아간다. 거기서 진정한 힐링을 맛보는 것이다.


나는 이제 이 즐거움을 아는 사람이 되었다. 다시는 예전의 나로 돌아가지 않는다. 그때와 영영 다른 사람이 되었다. 예전의 나는 예전의 나로서, 지금의 나는 지금의 나로서 스스로를 사랑하고 혐오한다. 그 커다란 사실 자체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옥수수를 심고 온 정성을 다해 길러 따 먹어봤다는 경험 때문에 외적으로 달라지는 것은 하나도 없다. 단지 수확 직후부터 빠르게 당도가 떨어진다는 옥수수를 최고로 맛있게 먹어보려고 물을 팔팔 끓여두고 테라스에 올라가 옥수수를 땄던 기억 그 자체가 즐겁고 사랑스럽다. 얼기설기 이빨 빠진 것처럼 엉성하게 자라준 옥수수 덕분에, 단맛이 하나도 없었지만 너무 기쁘게 베어 먹었던 수박 덕분에, 스스로를 혐오하는 어떤 밤에 그 혐오를, 나를 달래줄 고마운 카드가 한 장 더 생겼다. p.115



꽃집을 지나치면 꽃들을 훑어본다. 화분을 펼쳐놓은 인도를 지나다 보면 식물 하나하나를 눈여겨 본다. 그만큼 내게 식물이 내뿜은 색을, 그가 담고 있는 생명력을 사랑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 책의 문장문장을 공감하고 이해한다.


식물을 키우려고 포기하고자 했던 삶에 의욕을 가진 것까지는 아니지만(이미 내게는 식물 대신 아이가 있으니까), 아직은 저자만큼 식물에 따라서 비를 맞게 하고, 해를 쬐주려고 가장 필요한 순서대로 배열을 한다던가, 벌레 하나하나를 잡아줄만한 열정과 에너지까지는 아니더라도, 식세계에 입문한 사람으로써 식물이 주는 잔잔한 기쁨과 행복을 누릴 줄은 아는 이라 자칭 할 수 있기에 <아무튼, 식물>은 너무나 즐겁게 읽힌 책이었다. 주변의 식집사들에게 선물해주고픈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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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할머니
심윤경 지음 / 사계절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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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윤경 작가님이 쓴 에세이 신간이라고 해서 집어 들었다. 그의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읽고 싶은 책이었다.

이 책은 할머니와 동거하며 12손자녀의 막내로 사랑을 듬뿍 받은 심윤경 작가의 할머니와의 삶을 고찰(?) 하며 쓴 에세이다.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았는지 알 수 있는데, 사랑을 어떻게 분량으로 표현할 생각을 했을까 싶을 정도로 초반부터 글이 마음을 콩콩 두드린다.


나는 친척들 사이에서 공식적으로 '할머니가 가장 사랑하셨던 아이'라는 평판을 얻고 있었다. 열두 손자녀들 중에 내가 가장 막내였으니까 원래부터 풍성했던 그분 사랑의 잔여분을 내가 모두 털어 받았던 것 같다. 양으로 따지자면 그것은 3~4인분은 충분히 되었을지도 모른다. ... 할머니의 사랑은 뭐랄까. 어린 나에게 '쌀 한 말' 같은 느낌으로 들렸다. 많고 풍성하고 좋은 것이겠지만 그래서 그걸로 뭘 어쩌란 소리인가 싶은 기분이었다.p.19



소설가의 글이라지만 글이 찰지달까? 읽으면서도 감칠맛 나는 글이라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아무리 소설가여서라지만, 탁월한 비유와 섬세한 캐치를 글로 변환한 표현력은 정말이지 내가 좋아하는 작가님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만하다. 소설가 특유의 관찰력과 해석, 재치와 센스 넘치는 단어 선택에 있어 소설 <설이>에 이어 이번에도 반했다. 그러니 인덱스 테이프가 촘촘하게 페이지를 채우고도 남지!!



실은 그런 혼란스러움이 가장 큰 고통이었다. 육아에 답을 알 수만 있다면, 그것이 정답이라고 누가 정해주기만 하면 힘들더라도 참고 꾸역꾸역 할 텐데. 낯가림 때문에 몸과 마음이 힘든데 내가 지금 잘하는 것인지 알 수도 없고, 심지어 아이를 망치는 중일 수도 있다니. 그건 너무 가혹했다. 젊고 경험이 없던 나에게는 어딘가 믿고 의지할 확실한 무언가가 절실하게 필요했는데, 아이를 키우는 문제에는 확실함이라는 게 아예 없다시피 했다. 몸이 힘든 것 이상으로 그런 혼란들이 더 괴로웠다. p.46



... 산소로 향하는 야트막한 오솔길을 천천히 오르며 나는 속으로 일행들의 나이를 계산해보았다. 큰고모 94세, 둘째고모 91세, 아버지 87세, 막내고모 82세, 할머니의 직계 자손 네 사람의 나이를 합하니 354세였다. 79세 엄마까지 합하면 433세. 사촌언니와 내 나이까지 더하니까 548이라는 숫자가 나왔다. 이만하면 심벤저스라고 부를만한데. 나는 속으로 감탄했다. p.87



"늦었어요?"

아이가 드디어 벌새 같은 엄지질을 멈추었다. 늦었어요?라니. 다 알아서 한다던 그 아이의 머릿속에는 최소한의 시간 가늠조차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이게 사춘기 아이다. 알아서 하지 않을 자에게는 알아서 하겠다는 말의 사용을 법으로 금해야 한다. 나는 이를 악물고 발바닥부터 솟구쳐오르는 용암이 입 밖으로 뿜어나오지 않도록 애를 썼다. p.133



... 나는 또 "알아서 한다며! 네가 다 알아서 한다며!!"하고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면서도 기다렸다는 듯이 자동차 열쇠를 챙겨 들고 번개보다 빨리 달리기 시작했다. 이게 사춘기 아이의 엄마다. 우리는 서로 앞뒤가 전혀 맞지 않는 말과 행동을 주고받으며 서로 이해하지 못해 미쳐 돌아가는 환상의 짝꿍들이다. p.133



할머니가 사용한 단어들은 참 매력적이었다. 작가가 아니었다면, 이렇게나 심플하고 단순하며 거창할 것 없없으나, 상대를 안도하게 할 수 있고 안정감을 주는 '할머니어(외국어, 외계어.. 같은 표현)'를 한눈에 알아볼 수나 있었을까? 싶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심윤경 작가님의 할머니는 작가님의 책을 통해 다시 살아나신 듯했는데, 그 생생한 사랑이 읽는 이의 마음도 따뜻하게 한다.


이렇게 책에 쓰인 다른 집 할머니의 모습을 생각하니 우리 할머니들(친할머니와 외할머니)도 생각이 났다. 친할머니는 유아시절의 내가 당신한테 달려가면 자신의 치맛자락이 더러워질까 저리가라고 했던 까칠하고 자기 중심의 할머니였다. 내가 5살 때 돌아가셨고, 뭘 알지도 못하면서 남들따라 엉엉 울었던 기억이 지금까지 있기는 하다.


대학시절 집이 학교와 멀어 그나마 가까운 외할머니댁에서 살았던 적이 있었다. 그때가 외할머니와의 관계가 있던시기였다. 그때의 우리 할머니도 손녀에게는 (작가님의 할머니처럼) 많은 단어를 쓰거나 말이 많은 할머니가 아니었다. 외향적인 할머니의 바쁜 스케줄과 대학의 자유로움에 빠진 내가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은 아침 일찍 혹은 늦은 밤이었다. 어렸던 나는 할머니의 연약한 잔소리를 듣기 싫어했고, 살가운 손녀딸 스타일은 아닌지라 할머니와 마주침이 어색해 방안에 틀어박힐 때가 많았다.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LA갈비를 챙겨오시고, 두부는 자주 사두셨던 외할머니, 텁텁하지만 자신만의 사랑으로 자신의 사랑을 꿋꿋이 표현했던 분이었다. 작가님처럼 세심하게 시선으로 할머니의 사랑과 캐릭터를 언어화하진 못하지만, 작가님의 할머니 덕에 나 또한 할머니 두 분을 떠올려 볼 수 있었다.


작가님의 할머니의 주언어 였던 '뒤야쓰(됐어~)', '저런!', '장하다!' 이런 표현의 단어는 나도 아이한테 틈틈이 사용해 보려고 되뇌고 있다. 짧지만 아이의 행동에 대응하기에 적확한 단어 같다. 잔소리의 맥시멈함을 줄이고, 짧고 간결하지만 부담스럽지 않은 단어로 아이를 무한정으로 받아들이고, 어루만져 주고 싶다.


이 책을 읽으면 할머니의 육아는 분명 세련되지도 육아전문가의 것처럼 학문으로 정리되지 않는다. 거기에는 온전한 용납과 사랑만이 담겨있을 뿐이다. 엄마의 육아에서 이런 부분이 발현되기는 물론 쉽지 않다. 하지만, 육아에는 역시나 답이란 없고, 아이에게 줄 수 있는 한 최고는 '수용과 이해, 즉 사랑'이라는 것을 이 책을 읽고서 또 한 번 깨닫게 된다. "아이는 부모의 빈틈에서 자란다"라는 말이 기억이 남는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라면

할머니의 심플하고 적합한 육아 스타일에서 그 어떤 육아서보다도 나은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

섬세하고 감칠맛나는 표현력과 공감할만한 내용에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에겐 선물이라도 해서 들려주고 싶은 책이다!


** 자신을 키워낸 할머니만의 육아 이야기를 돌이켜보면서 작가님의 양육 세계에 대입해 보고, 또 자녀를 키워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미니멀해도 절제되어 적절했던 할머니의 단어와 손녀를 향한 온전한 사랑이 담겨있는 이 에세이는 '아름다운 할머니 이야기'이기에 틀린 제목은 분명 아니다. 다소 심심하고 아쉬운 제목에 살짝 망설여질 수도 있겠다. 개인적으로 심윤경 작가님의 책이 잘 팔렸으면 하기 때문에 그걸 기대한다면 조금은 감성을 자극할 제목이었다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했다.(출판을 위해 애쓰신 분들껜 죄송합니다.) 한편으론 작가님의 '나의 아름다운 정원'이란 소설에서 비롯된 제목이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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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할머니
심윤경 지음 / 사계절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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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에 무슨 인덱스를 이렇게 많이 붙인단 말인가...
‘소설가니까 당연히 글을 잘쓰지‘를 넘어서
정말이지 글이 너무 좋은 작가님이다.
웃기도 하고, 차분해지기도 하고, 따뜻해지기도 하면서 아이를 이런 시선으로 대하고 싶다란 생각이 든다.

제목이 조금 아쉽다....
이 책은 (작가님은 의도 안하셨을지 몰라도) 마냥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라기 보단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읽어보고 조금더 느슨하고 여유롭게 사랑스러운 눈으로 양육세계에 임하는데 도움이 참 많이 될 책이기도 해서 그렇다.

나도 ‘저런‘ ‘뒤야써!‘ ‘장하다!‘ 이 단어들을 꼭 써볼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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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뎌진 감정이 말을 걸어올 때
김소영 지음 / 책발전소X테라코타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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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로 한 건, 저자가 다룬 책이 궁금해서도, 저자의 글에 대한 기대 때문도 아니었다. 단지 최근 추천받아 읽은 소설 <스몰 플레저>을 저자가 다뤘기 때문이었다. 그가 다룬 책들 중 아는 책이 그 책 하나뿐이란 사실은 충격적이면서도 아쉬웠지만, <스몰 플레저>란 바로 그 책이기 때문에 (김소영 저자의) 이 책을 더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저자는 이 책(스몰 플레저)을 어떻게 읽었으며, 어떤 것을 주목해서 봤으며, 어떤 인상을 받았는지 궁금했다.


도서 에세이지만 '에세이'라는 장르 자체로 보기보다는, 에세이를 리뷰의 장르로 선택했다고 생각하며 이 책을 읽었다. SNS에 올라오는 리뷰를 읽어보기도 하고, 나또한 리뷰를 쓰다보니 리뷰어들이 갖고 있는 대략적인 형식과 글투(?)는 거의 한결같은 면이 보인다. 그러나 리뷰를 읽었던 기억을 되돌려 볼 때, 인상적인 리뷰는 책의 내용을 나열하기보다는 책을 토대로 자신의 이야기와 정리된 생각이 적힌 내용들이 담긴 리뷰인 적이 많다. 그렇다고 내 리뷰는 누군가에게 인상적인 리뷰냐 자문해보면 그렇지 않았다고 확신(?)할 수 있다. 꾸역꾸역 읽어내고야 만 책, 서평단이 되어 의무적으로 리뷰를 써야 했던 책, 읽었으니 리뷰는 남기겠다는 사적인 오랜 기록습관을 따라 억지로 리뷰를 작성한 책 등 이런 책의 리뷰를 쓸 때면 쓰는 나도 억지로 뭔가를 토해내는 기분이었는데, 남들에게도 그와 다르지 않게 읽혔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니 그런 리뷰에 내 생각이 얼마나 드러났겠으며, 억지로 읽어야만 하는 책들에서 얼마만큼의 사색을 담을 수 있었을까? 그저 한 달의 몇 권, 일 년의 몇 권을 읽기 위해 흔적을 남기려는 도장찍기처럼 찍고 지나갔을 책들을 스쳐보내며 '나는 얼마나 진실된 리뷰를 썼을까?' 생각해봤다.


이 책은 책을 한 권 한 권 소중히 여기는 저자의 감정과 자신의 삶과 경험에 접목시켜낸 마음들이 간간하게 드러나 있다. 책으로 시작하여 거미줄 같이 확장되는 그녀의 사색들을 읽자니 심연으로 들어간 듯한 깊은 생각, 그리고 책을 통해 비로소 드러나게된 감정들에서 책을 향한 진정성이 느껴졌다. 이런 리뷰라면 팬(블친, 인친)이 되어 꾸준히 읽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며, 억지로 쥐어짜낸 여태까지의 내 리뷰들이 떠올라 살짝 부끄러워졌다. 물론 책을 내기 위한 그녀의 리뷰는 조금더 생각했을 것이고, 그녀의 생각을 조금더 다듬었을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나 깊이 있게 책을 읽는 사람, 책을 깊이 있게 즐기는 사람, 책과 함께 삶 또한 깊이 있게 음미하는 사람이 써 낸 책으로 김소영 작가의 에세이는 읽힌다.


유일하게 내가 읽은 <스몰 플레저>말고는 전혀 몰랐던 책들, 외면한 책들을 다룬 바로 그 점이 오히려 좋았다. 안 읽을 뻔한 책들을 알았으니 이제는 읽어보고 싶은 마음에 설레인다. 한번쯤 안면이 있으나 나는 외면했었던 책들이 누군가에겐 충분히 좋았던 책이었다는 걸, 이 책에 담을 만큼 독자에게 소개하고 하고 싶었고 이런 내용인데 읽어보지 않겠냐는 저자의 숨겨진(저자는 전혀 제안할 마음이 없었을 수도 있다) 제안에 나는 넘어가고야 말았다. 여기 생소했던 이 책들을 하나하나 읽어볼 준비가 됐다. 책들을 읽고나면 나는 나만의 어떠한 에세이를 쓸지, 나만의 리뷰를 써낼 수 있을지도 궁금하다. 억지가 아닌 진정한 마음이 담긴 책이야기를 나도 이젠 써보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책에 소개된 책들>


PART 1. 결코 사소하지 않은 감정의 말들

1.그리움의 정원에서 ;크리스티앙 보뱅

2.우리 사이엔 오해가 있다 ; 이슬아, 남궁인

3.올리브 키터리지 ;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4.타키니아의 작은 말들 ;마르그리트 뒤라스

5.트로츠키와 야생란 ; 이장욱

6.친애하는 나의 집에게 ; 하재영

7.책의 말들 ; 김겨울


PART 2. 무뎌진 감정이 말을 걸어올 때

1.행복의 나락 ; E. 스콧 피츠제럴드

2.다정소감 ; 김혼비

3.동급생 ; 프레드 울만

4.우리는 우리를 잊지 못하고 ;김민철

5.스페인 여자의 딸 ;카리나 사인스 보르고

6.스몰 플레저 ; 클레어 챔버스

7.마이너 필링스 ;캐시 박 홍


PART 3. 어쩌면 내가 꺠우고 싶었던 생각들

1.장미의 이름은 장미 ;은희경

2.나는 완벽한 멕시코 딸이 아니야 ; 에리카 산체스

3.기적일지도 몰라 ; 최희서

4.배움의 발견 ;타라 웨스트 오버

5.대불호텔의 유령 ; 강화길

6.H마트에서 울다 ; 미셸 자우너

7.그래서 이런 말이 생겼습니다. ; 금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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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키우던 때 그 끔찍히 힘들던 생각이 나고,
아이 키우는 지금 아이의 기질을 인정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더욱 든다.

아기 꿀짱아는 거실에서 들리는 소음에 여전히 신경을 쓰고 있었지만 나와 함께 있게 된 것을 다행스럽게여기는 것 같았다. 적어도 내 눈에는 그렇게 보였다. 꿀짱아의 짜증과 까다로움이 박멸하거나 극복해야 할 대상이 아닌 것으로, 다르게 보기로 마음먹었다. 지금 나를 괴롭히는 아이의 예민한 기질은 훗날 섬세한감각으로 발전해 그 아이의 인생을 풍요롭게 할 것이며, 그때가 올 때까지 우리는 아주 많은 관용을 필요로 할 것이다. - P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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