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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뎌진 감정이 말을 걸어올 때
김소영 지음 / 책발전소X테라코타 / 2022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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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로 한 건, 저자가 다룬 책이 궁금해서도, 저자의 글에 대한 기대 때문도 아니었다. 단지 최근 추천받아 읽은 소설 <스몰 플레저>을 저자가 다뤘기 때문이었다. 그가 다룬 책들 중 아는 책이 그 책 하나뿐이란 사실은 충격적이면서도 아쉬웠지만, <스몰 플레저>란 바로 그 책이기 때문에 (김소영 저자의) 이 책을 더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저자는 이 책(스몰 플레저)을 어떻게 읽었으며, 어떤 것을 주목해서 봤으며, 어떤 인상을 받았는지 궁금했다.
도서 에세이지만 '에세이'라는 장르 자체로 보기보다는, 에세이를 리뷰의 장르로 선택했다고 생각하며 이 책을 읽었다. SNS에 올라오는 리뷰를 읽어보기도 하고, 나또한 리뷰를 쓰다보니 리뷰어들이 갖고 있는 대략적인 형식과 글투(?)는 거의 한결같은 면이 보인다. 그러나 리뷰를 읽었던 기억을 되돌려 볼 때, 인상적인 리뷰는 책의 내용을 나열하기보다는 책을 토대로 자신의 이야기와 정리된 생각이 적힌 내용들이 담긴 리뷰인 적이 많다. 그렇다고 내 리뷰는 누군가에게 인상적인 리뷰냐 자문해보면 그렇지 않았다고 확신(?)할 수 있다. 꾸역꾸역 읽어내고야 만 책, 서평단이 되어 의무적으로 리뷰를 써야 했던 책, 읽었으니 리뷰는 남기겠다는 사적인 오랜 기록습관을 따라 억지로 리뷰를 작성한 책 등 이런 책의 리뷰를 쓸 때면 쓰는 나도 억지로 뭔가를 토해내는 기분이었는데, 남들에게도 그와 다르지 않게 읽혔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니 그런 리뷰에 내 생각이 얼마나 드러났겠으며, 억지로 읽어야만 하는 책들에서 얼마만큼의 사색을 담을 수 있었을까? 그저 한 달의 몇 권, 일 년의 몇 권을 읽기 위해 흔적을 남기려는 도장찍기처럼 찍고 지나갔을 책들을 스쳐보내며 '나는 얼마나 진실된 리뷰를 썼을까?' 생각해봤다.
이 책은 책을 한 권 한 권 소중히 여기는 저자의 감정과 자신의 삶과 경험에 접목시켜낸 마음들이 간간하게 드러나 있다. 책으로 시작하여 거미줄 같이 확장되는 그녀의 사색들을 읽자니 심연으로 들어간 듯한 깊은 생각, 그리고 책을 통해 비로소 드러나게된 감정들에서 책을 향한 진정성이 느껴졌다. 이런 리뷰라면 팬(블친, 인친)이 되어 꾸준히 읽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며, 억지로 쥐어짜낸 여태까지의 내 리뷰들이 떠올라 살짝 부끄러워졌다. 물론 책을 내기 위한 그녀의 리뷰는 조금더 생각했을 것이고, 그녀의 생각을 조금더 다듬었을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나 깊이 있게 책을 읽는 사람, 책을 깊이 있게 즐기는 사람, 책과 함께 삶 또한 깊이 있게 음미하는 사람이 써 낸 책으로 김소영 작가의 에세이는 읽힌다.
유일하게 내가 읽은 <스몰 플레저>말고는 전혀 몰랐던 책들, 외면한 책들을 다룬 바로 그 점이 오히려 좋았다. 안 읽을 뻔한 책들을 알았으니 이제는 읽어보고 싶은 마음에 설레인다. 한번쯤 안면이 있으나 나는 외면했었던 책들이 누군가에겐 충분히 좋았던 책이었다는 걸, 이 책에 담을 만큼 독자에게 소개하고 하고 싶었고 이런 내용인데 읽어보지 않겠냐는 저자의 숨겨진(저자는 전혀 제안할 마음이 없었을 수도 있다) 제안에 나는 넘어가고야 말았다. 여기 생소했던 이 책들을 하나하나 읽어볼 준비가 됐다. 책들을 읽고나면 나는 나만의 어떠한 에세이를 쓸지, 나만의 리뷰를 써낼 수 있을지도 궁금하다. 억지가 아닌 진정한 마음이 담긴 책이야기를 나도 이젠 써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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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 책에 소개된 책들>
PART 1. 결코 사소하지 않은 감정의 말들
1.그리움의 정원에서 ;크리스티앙 보뱅
2.우리 사이엔 오해가 있다 ; 이슬아, 남궁인
3.올리브 키터리지 ;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4.타키니아의 작은 말들 ;마르그리트 뒤라스
5.트로츠키와 야생란 ; 이장욱
6.친애하는 나의 집에게 ; 하재영
7.책의 말들 ; 김겨울
PART 2. 무뎌진 감정이 말을 걸어올 때
1.행복의 나락 ; E. 스콧 피츠제럴드
2.다정소감 ; 김혼비
3.동급생 ; 프레드 울만
4.우리는 우리를 잊지 못하고 ;김민철
5.스페인 여자의 딸 ;카리나 사인스 보르고
6.스몰 플레저 ; 클레어 챔버스
7.마이너 필링스 ;캐시 박 홍
PART 3. 어쩌면 내가 꺠우고 싶었던 생각들
1.장미의 이름은 장미 ;은희경
2.나는 완벽한 멕시코 딸이 아니야 ; 에리카 산체스
3.기적일지도 몰라 ; 최희서
4.배움의 발견 ;타라 웨스트 오버
5.대불호텔의 유령 ; 강화길
6.H마트에서 울다 ; 미셸 자우너
7.그래서 이런 말이 생겼습니다. ; 금정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