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조금 더 커서 그때 초등학생에게 매일 5만 원, 그러니까 한 달에 150만 원을 정말 줄 생각이셨냐고 여쭤봤더니 어차피 돈은 써봐야 안다고, 결국 돈도 써본 사람이 더 잘 쓰게 된다고 말씀하셨다. 또 어렸을 때부터 적지 않은 용돈을 받아서 계획하고 지출하고 정리하는 습관을 들이면 나중에 더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서 그 정도는 줘도 괜찮겠다고 생각하셨단다. 하긴 이때 내가 다녔던 학원이 8개 정도였는데, 보통 학원비가 30만 원에서 비싼 곳은 50만 원이 넘었으니 나에게 얼마나 많은 고정비가 들어갔는지 어린 나이에도 대충 체감하고 있었다. 그때부터 우리 집이 부잣집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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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 있는데 어머니가 찾아오셔서 말씀하셨다. 아버지가 유치장에 들어가게 되었고, 지금 살고 있는 집에도 더 이상 들어갈 수 없게 되었다고. 그리고 그날 나는 보육원으로 보내졌다.

 

보육원에 들어가게 되면서 학교도 보육원 근처로 옮겨야 했다. 하지만 나는 그 학교에는 절대로 가고 싶지 않았다. 딱히 지금 다니던 학교에 애정이 있어서가 아니라, 이 상황에서 학교마저 바뀌면 정말 모든 것을 다 잃은 기분이 들 것만 같았다. 생각해보니 집이 망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몸부림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다니던 학교를 계속 다니고 싶다고 보육원 선생님들을 설득하여 다행히 학교는 그대로 다닐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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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문체가 독특해서 이론 공부하기에 편하진 않지만 재미있는 책을 다시 시작했다. 이 책이 절판이라니… 과거에 대여로 이북구매한 거 후회된다. ㅠㅠ


옛날에 만들어졌기에 천동설 기준으로, 달과 태양은 엄밀히 행성은 아니지만 하늘위의 천체를 다 행성으로 보고, 임의로 황도대를 12영역으로 나누었다는 부분까지 6챕터가 쓰였다. 상당히 은유를 좋아하는 이과출신 저자님 같음.



‘나’는 자신의 결정과 선택 앞에서 원초적 공포증을 극복하면서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깨닫는다.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느닷없는 각종 공포증
phobia, strong unreasonable fear
을 해결하는 방법은, ‘하늘’을 바라보며 하늘에서 일어나는 시간의 흐름에 삶의 리듬과 균형을 맞추는 것임을.
점성학의 세계란 미래에 닥칠 감춰진 생의 비밀을 대비하기 위해 점이라도 치고 싶은 공포증을 인간의 자연스러운 원초적 본능으로 ‘인정’하고, 그럼에도 점술에 멈추지 않고 ‘나’의 고유한 시선과 자세로 예측 불가능한 외부 환경을 해석하고 극복해보려는, ‘학문’의 세계까지 끌어올린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자유의지의 산실産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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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성학은 이와 같이 ‘나’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태양의 길을 12영역의 시간대로 나누려는 인간 ‘상상력’의 산물이다. 즉 점성학은 ‘시간’을 다루는 학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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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만 년을 넘어 인간이 손에 쥐고 놓지 않은 모든 종류의 관념과 형이상학과 사물은, 인간의 고통과 시련을 위로하고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으로 유효한 가치가 있다. 그 가치가 과학적이든 비과학적이든, ‘나’의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모든 것들은 자연스럽게 나의 믿음이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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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y I write words more naked than flesh, stronger than bone, more resilient than sinew, sensitive than nerve.
Sappho

She allows others. In place of her. Admits others to make full. Make swarm. All barren cavities to make swollen. The others each occupying her. Tumorous
layers, expel all excesses until in all cavities she is flesh.
끔찍하다. 끔찍한 게 감각적이다.

She would take on their punctuation. She waits to service this. Theirs. Punctuation. She would become, herself, demarcations. Absorb it. Spill it. Seize upon the punctuation. Last air. Give her. Her. The relay. Voice. Assign. Hand it. Deliver it. Deliver.

She relays the others. Recitation. Evocation. Offering. Provocation. The begging. Before her. Before th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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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중요한 마음들이었다. 하지만 나는 죽고 싶지 않았다. 그것이 더 중요한 마음이라는 걸, 숨이 꺾여 넘어가는 순간을 다섯 번 겪고 깨달았다. 그래서 그를 신고할 수 있었다.
그와 헤어지겠다고 마음먹자 이전에 원했던 것들이 다 부질없어졌다. 그에게 인정받고 싶지 않았고 사랑받고 싶지 않았다. 이렇게 간단했다니. 이렇게 쉬웠다니. 아아, 이렇게 가치가 없었다니. 그를 견디는 일은, 몸이 짓눌리는 그 순간을 참아내는 일은 정말, 정말 어려웠는데. 아마 그는 당황했을 것이다. 그에게는 내가 조용히 모든 걸 감내하는 모습이 익숙했을 테니까.

15/241

이 팀장이 내게 아들 같은 사람인 거 알지? 내가 그 친구에게 직접 휴직 권유했어. 그런 짓은 하면 안 되는 거지. 나도 페미니스트라네. 나는 우리 막둥이 철저하게 교육해. 지금 아들이 열 살인데, 항상 그렇게 이야기하거든. 여자는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다. 다른 남자 녀석이 네 코를 부러뜨리면 바로 맞받아 때려야 하지만, 여자는 아니다. 우리 아들은 장난으로라도 여자애 절대 안 때려. 놀리고 도망간다거나 장난을 쳐서 울리는 일도 없지. 점잖은 녀석이야. 그런데 가끔 여자애들한테 맞고 올 때가 있어. 요즘 여자애들이 드세지 않나. 우리 애가 점잖게 구니까, 여자애들이 자기가 남자를 힘으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야. 쫓아와서 발차기 하고 주먹으로 등을 때리고 난리도 아니야. 남자애를 때리면서 무슨 희열을 느끼는 모양이야. 사실 우리 애가 봐주는 거라는 걸 모르고 말이야. 나는 말이야, 여자애들 부모도 정신을 차려야 한다고 봐. 남자든 여자든 그딴 게 어딨어. 주먹질을 하는 것 자체가 문제 아닌가? 여자애도 남자애들한테 주먹 휘두르면 혼나야 되는 거야.

17/241

남자애들은 혹시라도 힘 조절 못해서 큰 사고 칠까 봐 참으라고 그렇게 교육시키는데, 여자애들은 마음대로 주먹질을 하고 발길질을 하도록 내버려둔다니 말이 돼? 그런데 발길질하는 여자애들은 얼굴이 좀 별로야. 진아 씨 같은 여자는 절대 모르겠지만, 그런 애들이 사실 남자애들 관심받으려고 드세게 구는 거지. 아니면 진짜로 지기 싫어하는 거고. 나도 회사 생활 오래 했지만, 그런 여자애들은 커서도 똑같아. 말을 안 들어. 고집이 세. 얼굴도 좀 별로야. 내가 일반화하려는 건 아닌데, 그런 여자들은 진짜 얼굴이 영 그래. 남자도 똑같아. 말귀를 못 알아먹는 놈들 꼭 있지. 그런 남자들은 싸가지가 없어. 자기들이 잘나서 여기까지 올라왔다고 생각하는 놈들이지. 너무 오만해. 사회에서 남자가 그러면 안 돼. 어쨌든 말이 새나갔는데, 나는 진아 씨 편이라는 이야기야.

17/241

나는 진아 씨가 일 잘하는 거 알아. 기사 봐서 알겠지만, 이 사안에 대해서 나는 어떤 말도 안 했어. 경쟁 사회잖아, 진아 씨. 진아 씨가 계속 성과를 올렸으니 모두 당연히 경계를 하지. 그럼 조심했어야 해. 혼자 해서 성과가 좋아도 질투를 받기 마련인데, 그렇게 대놓고 이 팀장 도움을 받으면 누가 실력으로 인정해주겠나. 자네 지난번 프레젠테이션 때문에 야근했을 때 기억하지? 그래, 그날 말이야. 자네 이 팀장 책상에 자료 더미 갖다 주면서 빨리 여기서 쓸 만한 거 찾아내라고 소리쳤다며? 아니야? 그래, 알았어. 알았는데, 중요한 건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한다는 거야. 그러니까 진아 씨 행동도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 이거야. 아 다르고 어 다른 거지. 진아 씨가 거짓말을 한다는 게 아니라, 회사에 진아 씨가 이 팀장을 이용한다는 소문이 나 있었다는 거야. 중요한 건 그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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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지 않을 거야. 걔를 보며 애당초 무슨 생각을 한 적이 없을 테니까. 그리고 계속 짜증을 내. 걔 잘못인 것처럼. 네가 잘못해서 내가 기분이 나쁜 거다. 상처를 받았다. 너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계속 강조해. 그러면서 슬쩍슬쩍 말해. "너는 날 만날 준비가 되어 있었니?" 그러면 아주 안달이 날 거야. 이번에야말로 잡은 운명적인 사랑이 자기 잘못 때문에 또 사라질까 봐 환장을 할 거라고. 절대 선택권을 주지 마. 네가 주도권을 쥐고 흔드는 거야. 걔가 마음에 안 들면 언제든지 떠날 수 있지만, 한때 진심으로 사랑했던 마음 때문에 의리를 지키는 거라는 식으로 말해. 물론 걔가 널 원망할 수도 있어. 따질 수도 있지. 어떻게 사람이 그렇게 변하냐고. 그럼 말해줘. "처음부터 잘 알아보지도 않은 건 바로 너라고. 네가 나를 좋아해서 그런 거잖아?" 중요한 건 걔한테 계속 틀렸다고 말하는 거야. 절대 어떤 의견도 인정해주지 마. 그러면 더 인정받으려 노력하고 네 눈치를 볼 거야. 그때마다 슬쩍 틈을 보여줘. 네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진실된 사랑이 돌아올 수 있다고. 그럼 끝이야.
헤어지기 전까지 너는 걔를 네 마음대로 할 수 있어. 걔는 네가 원하는 건 다 해줄 거야.
그래, 뭐부터 하고 싶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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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기억하는 건, 진아도 꽤 인상적이었기 때문이야. 그때 진아가 유리를 진절머리 내는 것이 눈에 보였거든. 글쎄, 몰라. 이건 내가 진아에 대해 느낀 바가 섞여서 좀 객관적인 기억은 아닐 수도 있어. 너는 듣기 불편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진아를 안 좋아했어. 거만하다고 생각했지. 자기만 성적 맞춰서 대학 온 것도 아닌데, 매일 울적한 얼굴로 나타나고, 다른 애들 무시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냥 내가 여기 있을 사람이 아니라는 티를 너무 많이 낸다고 생각했어. 왜 자기 기분을 주변 사람들이 다 알게 해? 자기가 뭐라고? 솔직히 말하면, 난 진아가 유리에게 비슷한 점을 느껴서 그렇게 반응했다고 생각해. 맘먹고 신입생 환영회 왔더니 유리 같은 애가 옆에 앉아 있는 거잖아. 싫었겠지. 그리고 자기의 진짜 모습을 들킬까 봐 무서웠겠지. 기분 나쁘게 듣지 마. 그때 그렇게 느꼈다는 것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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