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곁에 종일 붙어 있어야 하는 엄마. 그런 엄마와 아버지를 부양하기 위해 쉼 없이 일해야 하는 나. 우리는 서로의 사정을 모른 척하고 싶어서 마주 앉아 밥을 먹을 때마다 아버지가 집에 없는 것처럼 행동했다. 아버지 방에 있어? 내가 물으면, 어디로 갔어, 엄마가 답하는 식으로. 그러나 나는 어디로 갔는지 묻지 않았고, 엄마도 아버지가 어딘가로 가버리길 바라는 마음이라는 걸 말하지 않았다. 엄마가 옥수수를 삶다가 내게 고통 없이 죽을 수 있는 방법을 물었을 때, 나는 딱딱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이제 와서 엄마 혼자 죽으면 내가 돈도 벌면서 아버지 간호도 해야 하는데 나보고 어쩌라는 거냐고. 이 집에선 누구도 도망쳐선 안 되었다.6/103
엄마는 아버지가 모기로 태어날 게 틀림없다고 며칠 내내 중얼거리더니 잡화점에서 전기 모기채를 사왔다. 그리고 밤마다 그걸 들고 집 안을 서성였다. 두 눈을 크게 뜨고 두 팔을 늘어뜨린 채로, 악귀를 떨치려는 퇴마사처럼 근엄한 표정을 지으며. 나는 모기가 감전사로 죽는 소리를 들으며 아버지를 두 번 죽이려는 엄마가 무섭다고 생각했다. 9/104
매 페이지마다 기만자… 라고 말하면서 읽는다. 너무 잘 그리신다. 그거 구경만으로도 좋다.
뒤늦게 샀다. 어차피 시디나 큐알코드 앨범이나 둘다 못 듣는다 ㅋㅋㅋㅋ 위버스 플레이어나 네모즈 앱 안 깔거 같음. 나는 VIBE나 애플 뮤직 스트리밍으로 들으면 되니깐. 그런 세태를 반영한 건지 과감히 테이프나 시디 없애고 포토카드 빠방하게 넣고 부피 줄인 게 난 훨씬 좋은 거 같다. 점점 커지는 방탄 앨범 블랙스완 온 들어간 거 아직도 책장에 못 꽂았다. 어차피 시디는 안 듣는다. 그러니. 이거 모으는 것도 재밌을 거 같다.완전체 앨범이고 처음 산건데 뉴진스 디토*오엠지 앨범이랑 사서 그런지 플라스틱 케이스 너무 마음에 든다. 가사지도 빼고 애들 얼빡샷이 잔뜩 있다. 샘플링 뭐고 작사작곡 뭐고 무슨 악기 누구고 코러스 누구인지가 가사보다 더 궁금한 나에게 정말 딱인 앨범.
우리는 초창기 퍼스널 컴퓨터 잡지를 즐겨봤다. 거기에는 샘플 게임들의 소스 코드가 모두 공개되어 있었고, 우리는 그것을 따라 입력하거나 직접 프로그램을 짜서 돌려보기도 했다(사실 나는 거의 매번 찰리에게 잡지에 나온 프로그래밍 소스 코드를 대신 입력해달라고 애걸하다시피 했다. 찰리는 불평 한 번 않고 형의 부탁을 다 들어준 착한 아이였다).16/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