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엄마가 좋았어. 너무 좋아서 그래서 늘…… 늘 사랑받고 싶었어."

목 안쪽의 덩어리가 흘러나온다. 멈출 수가 없어서 아이처럼 반복한다. 엄마가 좋았어. 내 전부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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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도 몇 번이나 감정이 너울 쳤다. 이유 없이 혼나고 맞은 적이 셀 수 없이 많았다. 하지만 그만큼 사랑도 주었다. 나를 안고 "조금 전에는 미안해"와 "사랑해"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엄마는 키코가 있어서 힘내서 살 수 있어. 이렇게 못난 엄마라 진절머리 나겠지만 그래도 부탁할게. 엄마 옆에 있어 줘.

자상한 냄새와 부드러운 온기와 뺨에 닿는 뜨거운 눈물. 그것만으로 나는 전부 다 용서할 수 있었다. 내가 괜찮다고 하면 엄마는 환하게 웃으며 당신의 눈물로 젖은 내 뺨에 입을 맞추었다.

의붓아버지를 만나 재혼하고 비로소 엄마는 감정의 너울이 잠잠해졌다. 내가 영원히 채워 주지 못한 부분을 의붓아버지가 채워 주었던 것이다. 그랬기에 엄마가 의붓아버지를 깊이 사랑하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채워 주지 못한 나를 싫어하게 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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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한 이야기를 할게. 키나코의 아버지가 앞으로 얼마나 살지는 아무도 몰라. 반년 후에 죽을 수도 있고 10년 후가 될 수도 있어. 그 불확실한 기간 동안 네 인생을 계속 아버지에게 바칠 생각이야? 아버지가 죽을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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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인생을 그저 허비하고 있는데도 네 부모님은 개선하려 하지 않아. 오히려 더 바치라고 강요하고 있어. 너도 그걸 느꼈으니까 궁지에 몰려서 어제는 죽을 결심까지 했다고 생각해. 상황은 나빠지기만 하고 네 숨구멍이 트일 길은 없어. 그렇다면 넌 아버지에게서…… 그 가족에게서 멀어져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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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말하고 내 방으로 향했다. 내 방이라고 하지만 오랫동안 의붓아버지의 침대 옆에 이불을 깔고 잔 터라 낯설기만 했다. 게다가 챙길 것이라곤 옷가지와 예금통장 정도가 고작이었다. 미하루의 방을 떠올리며 휑뎅그렁한 내 방을 둘러보았다. 나는 의붓아버지를 살리려고 나 자신을 계속 죽여 왔다. 나는 살아 있으면서 죽어 있었다. 멍하니 서 있다가 현관에 안상이 엄마와 있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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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6시 반이면 집 근처 어딘가에서 단체로 라디오 체조를 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속삭이듯 웅성거리는 소리가 모였다가 이내 귀에 익은 라디오 체조 멜로디가 바람을 타고 흘러든다. 며칠째 그 소리에 잠이 깬 나는 문득 생각이 나 어디서 어떤 사람들이 모여 있는지 보러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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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 하고 입 안에서 작게 중얼거렸다. 옛날 생각이 난다. 여름방학 아침이면 출석 카드를 챙겨 라디오 체조를 하러 가는 것이 당연한 일과였다. 졸린 눈을 비벼 가며 꼬박꼬박 출석한 덕분에 카드에 도장을 꽉 채웠었다. 개근한 아이들은 파란 고래 모양의 저금통을 받았는데, 아, 그래, 그 저금통을 마사키에게 빼앗겼다. 갖고 싶다고 울고불고하는 통에 엄마가 내 걸 빼앗아 주었다. 무엇이든 손에 넣어야 직성이 풀리는 마사키지만 싫증을 곧잘 내고 거칠어서 고래 저금통은 사흘 뒤에 산산조각 나 있었다. 쓰레기통에 버려진 파란색 파편을 속상한 마음으로 바라본 것이 기억난다. 나는 고래가 갖고 싶어 열심히 라디오 체조에 나간 것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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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에 지지는 거는 진짜 실효성 없는 말이라 나도 알코올로 닦아주는데 그러다 닙 도금 벗겨진다고 나한테 되게 뭐라하는 사람이 있었다.
근데요 님아 사무직인 니보단 도금 도장 도색에 대해선 내가 더 많이 알지 않을까? 화1,2한 사람이기도 하고 전자공학과지만 나름 화1,2 유기화학 들었고 반도체나 MEMS수업 들으면 맨 에칭과 도금 수업뿐인데;;; 알코올로 벗겨지는 건 비닐이나 떠있는 칠이고 알코올로 뭐 대단한 거 벗겨질 거면 제품이 불량임.
비흡연자는 불을 가스레인지 말곤 볼 일이 없다구. 그나마도 가스레인지도 없는데가 얼마나 많은데. 그래서 내가 비즈공예 이런거 불에 지져야 할 실 매듭 만드는 거 자체를 못하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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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리의 취향 니트 - 쉽게 뜨고 핏하게 입는 탑다운 뜨개 10
바늘이야기 김대리 지음 / 웅진리빙하우스 / 2024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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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개를 시작한 걸 보면 동절기가 맞는 거 같다. 아 만두 먹고 싶은데 같이 먹을 사람이 없음. 물론 맛있는 만둣집도 찾기 어렵고. 당면 넣은 만두 말고. 이북식 만두들이면 다 오케. 개성손만두집이면 되는데 아는 곳 두집이나 문닫음. ㅠㅠ 그래서 샤오롱바오나 쇼마이를 결국 먹게 되는데 네가 먹고 싶은 건 만둣국이다. 자하손만두는 너무 벽이 높고. 내 주변 가까이에 좋아하는 만둣집 세 곳이 다 문을 닫아서 요즘 너무 만두가 그립다. 당면 없는 만두. 이상한 맛 안나는 만두. 비린내 안 나는 만두 먹고 싶다.

김대리님 책은 나에게 아마 4권중 3권밖에 없을 것이다. 송영예 선생님 책으로 뜨개를 처음 시작했지만 요즘은 김대리님 책과 바늘이야기 도안 자주 본다.문어발도 있고. 김대리님 책은 쉽고 서술형도안이고 이쁘다. 기본형이 많아서 세련됐고 거기서 체형에 따라 좀더 늘리고 줄이고를 하면 됨. 둘다 장단점 있고 그래서 자꾸 사모으게 된다.
물론 보그니팅반 같은 거 하는 이유 도 있을 거 같긴 하다. 얼마나 온갖 기술들이 있을까.
오늘 저녁에 퇴근하면서 받아서 에세이부분은 다 읽었다. 따라해보고 싶은데 난 장갑을 주로 뜨니깐 김대리님 취향의 실보다 얇은 실들 위주로 가지고 있어서 아직은 문어발 못한다. ㅋㅋ
책 한권쯤은 김대리님께 싸인받고 싶으다. ㅋㅋㅋ 나중에 북토크 하는 책 있음 좋겠다. 근데 이제 그 시간이 내가 가능한…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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