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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어처리스트
제시 버튼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6년 8월
평점 :
너무도 작지만 실제와 똑같은 모형, 미니어처..
그런 미니어처를 보면 이렇게 작은 것을 어떻게 만들었을까 하는 놀라움과 신비감 그리고 갖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러나 소설이나 영화에서 등장하는 미니어처는...
왠지 썸뜩함을 느끼게 하는 존재가 되기도 하는데....
<미니어처리스트> 역시나 단순히 흥미가 아닌 무언가 있을것만 같은 느낌..
그렇다고 추리소설은 아니다.
어린신부 넬라.
나이 많고 부자인 상인 요하네스에게 시집오게 된다.
결혼식을 마치고 신혼집에 도착한 넬라는 신랑이 맞아줄 것을 기대하나 신랑은 집에 없고, 신랑 요하네스의 여동생인 마린과 하인 코넬리아와 오토만을 보게 된다.
1600년대 암스테르담.
그 시절에 여자들은 나이가 차면 결혼을 하는 것만이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나보다.
남자를 위한 여자.. 여자는 그런 존재에 불과했던 시절..
넬라의 집은 가난하였기에 부자 상인 요하네스의 신부가 되는 것만이 넬라의 가족을 위한 일이었던 것..
그래도 넬라는 결혼에 대한 기대, 신랑에 대한 기대, 사랑에 대한 기대를 품어보지만..
넬라의 기대와는 너무도 다른 결혼생활.
안주인이 되어야 하는 집 안에서는 여동생 마린이 안주인과 같은 역할을 하고, 신랑인 요하네스는 넬라의 방에, 그러니까 신혼방에도 들어오지 않고 서재에만 있거나 며칠씩 일을 위해 집을 비우기만 한다.
어느 날, 요하네스가 넬라를 위해 선물하여 준 미니어처하우스..
미니어처하우스를 갖고 무얼 해야 하는지 고민하던 끝에 명부에 있던 '미니어처리스트'를 찾아 주문을 한다. 기다리던 미니어처가 도착..
그러나 예상밖의 일이 생긴다.
넬라가 주문한 것 외에 다른 미니어처도 같이 보내진 것인데, 요하네스의 집 안을 꿰뚫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미니어처들을 보낸 것..
넬라는 미니어처 주문을 그만두려 하지만, 미니어처는 또다시 배달되어져 오고 그 미니어처와 관련된 어떤 일들이 발생하게 된다.
아니, 넬라는 그 미니어처를 통해 요하네스의 집 안 사람들에 대한 충격적인 비밀들을 하나씩 알게 되어간다.
세상에! 넬라는 생각한다. 어떻게 이럴 수 있지? 미니어처리스트는 도를 넘어서고 있다. 조그만 황금 열쇠, 흔들리는 요람, 두 마리 개, 거기까지는 어느 상인 집안의 유쾌한 일상의 한 단면이라고 주장할 수 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인형들은 다르다. 대체 미니어처리스트가 마린이 어떤 속옥을 입는지 어떻게 알았을까? 피보가 날아간 건 어떻게 알았을까? p 223
<미니어처리스트>는 전반적으로 우울하고 외롭다.
요하네스, 넬라, 마린, 오토, 코넬리아등 등장인물들 모두에게서 지독한 외로움과 비밀스러움이 묻어난다. 누구하나 진실을 그대로 드러내놓고 사는 사람은 없는 듯 하다.
단지 이 비밀스러운 삶 속으로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뛰어들게된 어린 신부 넬라만이 좀 다르다.
넬라 역시도 외롭기는 마찬가지지만 넬라의 미니어처 덕분에 그들의 비밀스러운 삶 들이 하나 씩 드러나게 된다.
그들의 비밀은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그들의 비밀을 모두 알고 있는 듯한 미니어처리스트는 누구란 말인가?
<미니어처리스트>는 저자가 2009년 여름 국립 박물관에서 '미니어처 하우스'를 보게 된후 4년에 걸친 자료조사와 집필을 통해 탄생하게 된 작품이라고 한다.
17세기 네델란드의 모습이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다고 하며, 그당시의 네델란드를 문학적으로 화려하게 되살렸다는 극찬을 받았다고 한다.
'미니어처 하우스' 그리고 배달되어지는 미니어처에서 넬라에게 들려주고자 하는 비밀들이 무엇일지가 궁금하여 읽어보게 되었기에, 그 비밀들이 빨리 드러나기만을 고대하며 읽었는데...
사실 생각보다는 그 비밀들이 서서히 드러나는 바람에 긴장감을 늦출 수가 없었다. 그리고 약간의 지루함도...
<미니어처리스트>는 인간의 비밀스럽고 탐욕스러운 욕망을 천천히 조심스럽게 드러낸다.
그리고 그 속에서 더더욱 조심스럽게 로맨스를 다룬다.
또한 자신의 의지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시대의 여자에게, 자신의 의지로 할 수 있는 무언가를 할 수 있도록 미니어처를 통해 용기를 준다.
진실...감추고 싶은 비밀..
우리는 왜 그토록 누군가 감추고 싶은 비밀을 알고 싶어하는 욕망을 갖게 되는 걸까?
그 비밀을 알게 되는 것이 과연 진실일까라는 생각도 잠시 해보게 한다.
<미니어처리스트>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존재에 불과했던 여자 , 넬라의 고통과 아픔, 그러나 내적으로 성장해가는 모습을 통해 나의 모습을 돌아보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싶다.
<미니어처리스트>는 조용히 그러나 깊게, 아주 깊게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있는 소설이었다.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리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