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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독서 - 현재진행형, 엄마의 자리를 묻다
정아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1월
평점 :
아들 둘 엄마. 얼마나 힘들었을까? 딸 하나 키우는 엄마로서 아들 둘 엄마라는 이유만으로 대단하다. 남녀 구분하지 않고, 아이 둘 키우는 엄마들 모두가 다 대단한 것 같이 느껴진다. 아이 셋 이상의 엄마는 정말로 엄마가 아니라 신이다. 육아의 신. 딸랑 딸 하나 있는 엄마가 보기엔 그들의 능력은 정말로 정말로 대단하게끔 느껴지는 것이다.
정아은 작가의 책을 읽어보면 '에구.. 많이 힘들었구나..'라는 것이 느껴진다. 육아로서 힘든 것보다도 엄마라는 역할이 갖는 무게와 나 자신에 대한 마음의 무게에서 정말로 힘들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그런데... 겨우 딸 하나 있는 엄마인 나도 그런데 아들 둘인 엄마의 마음은 오죽할까. 이건 아이의 잘못도 남편의 잘못도 아니다. 그저 역할의 무게가 버거운 것뿐이다. 이런 마음이 든다고 아이를 사랑하지 않거나, 엄마로서 완벽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엄마이기 때문에 당연히 드는 느낌이다. 그리고 엄마로서 완벽할 필요도 없다. 우린 엄마이기 전에 나약한 인간이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소리 지르고, 화를 냈다고 밤에 괴로워할 필요도 없다.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육아서에는 그런 엄마는 잘못된 엄마라 평한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내가 이상한 건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다행히 나는 딸아이 하나. 그것도 순하고 순한. 엄마를 사랑해 주는 딸내미라 아이 때문에 화를 내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한 적은 거의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이런 자책을 한 적은 없다. 하지만 그녀의 마음은 이해한다. 둘째 임신 때문에 힘들어하는데, 대학원 다니겠다고 하는 남편 때문에 속상했던 그녀의 마음. 나는 아이 때문에 나에게 들어온 강의도 취소해야 하는데 남편은 대학원 친구들과 술자리로 늦는다고 할 때, 속에서 뭔가 모르게 끓어오르는 분노. 작가가 경험했던 모든 일들이 이해가 간다.
어찌 보면 나도 그녀와 비슷하다. 딸을 매번 친정에 맡기고, 돌아다닌다고 혼나기나 하는 나. 나는 헛짓거리하고 다니는 게 아닌데, 그냥 딸을 떨어트려놨다는 이유만으로 욕을 먹는다. 내 스케줄을 잡을 때, 내 것만 신경 쓰는 것이 아니라, 친정엄마의 스케줄까지 신경 써야 한다. 왜? 아이를 맡길 곳이 친정밖에 없으니까. 아니라고!! 나도 잘 하고 있다고!! 큰소리로 이야기하고 싶어도, 아이를 맡긴 입장에서는 늘 죄인이기 때문에 그 잔소리를 다 듣고 있어야 한다. 왜 나만 계속 이래야 하는지...라는 생각이 끊임없이 들면서 너무나도 속상하지만 어디에 말할 곳도 없다. 그 짜증을 아이에게 부리기에는 아이는 너무나도 사랑스럽다. 그래서 어쩔 수 없는가 보다. 이런 것 때문에 너무나도 힘든데, 아이 때문에 웃는다. 그래.. 너 때문에 참는다..라는 마음으로 아이의 얼굴을 보며 같이 따라 웃는다.
그래서 힘들지만, 감사하다는 말이 나오는가 보다.
작가는 힘이 들었을 때 독서로 위로받았다고 한다. 육아일기처럼, 때로는 독서 리뷰 형식 같은 이 책의 내용들은 내가 읽고 싶은 책의 목록들을 늘려놨다. 나도 육아를 하면서 책으로 위로를 받았기 때문에, 작가의 마음이 충분 이해가 갔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소설가로 등단까지 하게 된 그녀를 정말로 대. 단. 하. 다. 고 생각한다.
< 다시 보고 싶은 글귀>
복잡한 역사를 지닌 이 모성 신화이 여정에서 가장 피해를 보는 건 엄마와 아이의 '관계'다. 워킹맘과 전업주부라는 두 갈래 길 중 어떤 쪽을 택하더라도 '좋은 엄마'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엄마는, 자신의 실제 감정과 상관없이 언제나 천사처럼 웃는 얼굴을 하려 노력하게 되고, 아이는 그런 엄마의 가식을 본능적으로 체득한 뒤 똑같이 반응하게 된다. 엄마는 '좋은 엄마'연기를, 아이는 그런 엄마의 가식을 본능적으로 체득한 뒤 똑같이 반응하게 된다. 엄마는 '좋은 엄마' 연기를, 아이는 '착한 아이' 연기를 하게 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솔직함, 인간 대 인간으로서의 대면, 사실대로 털어놓고 서로의 어깨에 기대기, 서로 도와주며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유대감 형성하기 등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깊은 관계를 맺을 가능성이 점차 사라진다. 거짓에 거짓으로 답하는 것이다. 엄마가 아이를 과도한 사교육으로 내몰아 좋은 성적을 내는 것으로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려 하고, 아이가 엄마의 기대에 맞추기 위해 억지로 공부를 하며 마음속 깊숙이 어른들에 대한 거부감을 쌓아가다 사춘기라는 시기를 만나 한순간 폭발해버리는 것은 '강제된 엄마 _ 아이 관계'가 낳는 예정된 비극이다. __ 260P
정말 좋은 엄마가 되려면 '좋은 엄마'가 되려는 마음을 내려놓아야 한다. 세상에 '좋은 엄마'는 없다. 30여 년 동안 엄마가 아닌 상태로 살아오고, 그에 따라 자기 고유의 성향과 습속과 역사가 형성돼 있고, 행복과 성과와 명예를 추구하고 싶은 한 인간이 자신의 여러 역할 중 하나로 '엄마'를 받아들인 상태가 있을 뿐이다. 엄마가 아이와 맺는 관계는 엄마가 다른 많은 사람들과 맺는 관계의 일부분이다. 다른 관계보다 더 가깝고 영향력이 클뿐이다. 엄마가 자신을 둘러싼 우주와 연계를 끊어버리고 오직 엄마로만 기능하려고 하면, 아이와 우주의 관계도 끊어진다. 성장이란 아이가 주위 어른이 우주와 관계를 맺는 모습을 보면서 이를 모방하고 변형시키며 마침내 자신만의 방법을 개발해나가는 과정이다. 아이와 가장 가까운 어른인 엄마가 자신이 맺어왔던 우주를 모두 부정하고 오로지 아이만을 우주로 설정하려 들면 아이의 우주는 좁아지고 혼란스러워진다. 그러므로 좋은 엄마가 되려면, 그냥 나 자신이 좋은 사람이 되면 된다. 내가 좋은 인생을 살면 된다. 내가 하고 싶은 걸 하고, 내 감정에 충실하고, 다른 이들과 의미 있는 관계를 맺으면 된다. '엄마'가 나의 수많은 정체성 중 하나일 뿐, 나의 정체성 그 자체가 되지 않도록 하면 된다. _ 263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