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거리에서 1
오쿠다 히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민음사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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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지방 소도시 시립 제2중학교 2학년 B반의 학생이자 테니스부에서 활동 중인 나구라 유이치의 엄마로부터 학교에 전화가 걸려온다.

아들이 아직 하교를 하지 않고 있는데, 혹 학교에 있는지 알아봐달라는 부탁-

이지마 히로시 선생은 학교 주위를 돌아보다 테니스 부를 들러보면서 테니스 부 지붕과 그 옆의 우뚝 서 있는 은행나무를 주시, 은행나무 밑에 어떤 물체가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이미 죽은 시신으로 발견이 된 나구라의 죽음을 둘러싸고 학교의 선생들과 당사자인 부모, 그리고 나구라와 같이 어울려 놀았던 같은 부 친구인 4명이 주목된다.

 

보통 가정의 부모를 둔 이치카와 겐타와 이혼 후 엄마와 살고 있는 사카이 에이스케, 외할아버지가 지방 의원인 후지카 가즈키, 또 다른 친구인 가네코는 사건 당일 나무라와 같이 지붕에 올라갔지만 다시 내려와 나무라만 남겨 둔 채 모두 집으로 향했단 진술을 한다.

 

하지만 편의점 CCTV의 동영상과 나무라의 사체부검에서 나온 등 뒤의 꼬집힌 자국을 토대로 지방 경찰서에서의 취조는 이 사실을 아이들이 인정하면서 법 적인 테두리에 의한 나이를 기준으로 두 명씩 갈라져 한 그룹은 자칫하면 소년원에 가게 될 상황이고, 나마지 둘은 나이의 제한에 걸려 아동보호소에 관찰을 받게된다.

 

자, 그러면 과연 나무라의 죽음을 타인에 의한 지시로 내린 죽음인가, 아니면 실수에 의한 사고사였나를 두고 각기 다른 처지를 맞은 가해자와 피해자인 부모와 학교, 경찰서, 검사, 지방기자들간의 특종 보도 경쟁으로 모든 시선이 분산이 되어지면서 이 이야기의 본격적인 흐름이 시작된다.

 

아무리 사건이 심각하다해도 일단은 내 자식을 우선시 하고 보는 부모의 심정이 가해자인 부모입장에서 피해자의 부모를 바라보는 시선, 외동아들을 다시는 볼 수없다는 절망에 쌓여 이 원통함을 밝혀줄 것을 , 진실을 알고 싶어하는 피해자의 부모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한 가운데 긴장감이 흐르면서 독자들의 시선을 놓아주지 않는다.

 

부모의 입장에선 결코 내 아들만은 그럴리가 없다는, 왕따를 시킬만큼 모질지 못한 성정을 갖고 있단 확신과 함께 자식을 잃은 유족의 마음은 이해는 하지만 그렇다고 무리한 요구를 한다는 생각이 겹치면서 이 사건은 부부간의 사이도 틀어지게 만들고, 남편 없이 사는 이혼녀의 입장에서 세상살이를 살아가는 어려운 점, 권력의 구심점을 갖고 있는 것을 빌미로 변호사 선임과정과 변호사의 안하무인격인 말투, 어떻하든 이 사건의 결말은 사고가 아닌 왕따로 인한 죽음이 벌어졌다는 것으로 결론을 지어낼 욕심으로 심증은 있으나, 물증은 없는 답보상태의 경찰서 간의 시선이 이어진다

 

같은 학교 안에서도 뚜렷한 해결대책이 없는 가운데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키는 부류와 좋은 것이 좋은 것이라고 유족의 뜻을 거스르지 못하면서 쩔쩔매는 교장과 교감의 마음, 소 지방이다 보니 부유한 포목점 외동이었던 나무라의 집안을 결코 모른 척 할 수없는 이해상황이 맞물리면서 부모가 자식을 바라보고 기대하는 심정들의 묘사가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당사자인 학생들은 무엇이 중요한 사안인지, 친구가 죽은 사실은 큰 충격이지만 솔직한 답변을 원하는 경찰과 검사, 선생님의 바램을 제대로 이해를 하지 못한 채 침묵으로 일관한다.

 

왜 나무라가 왕따를 당해야 했으며, 이런 나무라를 보호 하려고까지한 에이스케의 생각을 제대로 읽지 못한 나무라의 행동, 자신이 당한 것을 고스란히 1학년에게 했던 나무라의 행동까지, 어찌보면 중학생의 시절은 그야말로 제대로 성장의 발판이 이루어지지 않는 시절이기에 이런 일들이 가능한것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든다.

 

어른들이 보기에 심각한 사안도 중학생의 눈엔 그저 장난이고, 치기어린 자부심과 자존심이며, 왕따를 당한 것을 보고도 모른 척 외면하는 과정 자체가 방조자의 일환인 것을 모르는 존재로 비쳐진다.

 

배가 침몰할 때 가장 먼저 달아나는 사람은 되지 말래. - P243

 

부모로서 자식을 향한 사랑은 끝이 없다.

그것이 설령 잘못된 일을 저질렀다 하더라도 부모는 자신이 낳은 내 핏줄이기에 용서라는 말 자체도 성립이 안될 뿐더러 오로지 그저 내 자식만은 절대로 그런 일을 할 사람이 아니라고 믿고 보는 그런 마음의 성향에서 자식들은 자신의 방에 갇혀 말 안하기 일쑤고, 부모도 내 자식의 생각을 제대로 알고 지내지 못한단 사실이 실감있게 다가오는 책이다.

 

나만 살자고 이기심을 버리란 교훈을 준 부모는 그대로 받아들인 자식으로 인해, 답답한 맘과 일말의 배신당하는 끝부분이 강하게 다가오지만, 나무라의 죽음을 둘러싸고 누가 죄가 없다고 말할 수있을까? 를 묻는다면, 전혀 없다고는 말하지 못하는 비극이 이 책엔 들어있다.

 

공중그네를 통해 특유의 유머를 발한 작가의 글을 기대한 이 책은 오히려 왕따, 이지메란 단어를 다시 떠올려보게함으로써 내 자식과 올바른 소통을 이루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문제의 심각성을 토대로 아이들 수준에서 바라보는 어른들의 책임감 있는 교육적인 지도는 무엇인지, 여전히 한 인간이 성장하는 데에 있어서 어렵게만 느껴짐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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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은 어디로 갔나
서영은 지음 / 해냄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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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호순은 이상한 결혼식을 했다.

24살의 나이에 만난 유부남과는 근 30여년의 세월을 두고 만남을 가져오면서, 그의 두 번째 부인인 방여사가 병으로 별세하자, 절에서 초대한 사람없이 콩볶듯이 한복차람으로 서로 간략하게 치른 식이었다.

 

그리고 그의 집으로 들어간 날-

그녀는 정말로 내가 사랑한 사람이 이 사람이었나를 의심하게되는 한 남자를 보게된다.

 

첩첩히 쌓인 이중, 삼중으로 된 문은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고, 그 문을 들어갈 때마다 남자는 열쇠를 가져와 열어준다. 그리곤 집 안에 채광이란 채광은 모두 차단한 채, 커튼이 드리워져 있고, 그의 첫 부인과의 사이에 낳은 다섯 자식들에게 제대로 소개조차 하지 않은 채, 그저 아버지의 여자로 데면데면, 아니면 모른 채로 넘어가는 세월이 시작된다.

 

 집 안에 뭐가 들어있길래 오랜 세월 당신이 가꿔어 온 모든 것을 도둑맞을까, 도우미 아주머니 외에 잠을 자지 않고 집을 지키는 아주머니까지 두는 그의 전혀 이해하지 못할 행동 속에 그녀는 그와의 부부로서의 인연을 하나의 운명이란 생각에  살아갈 것을 결심한다.

 

첫 번째 부인과의 이혼이 쉽사리 진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고스란히 다섯아이를 거둬들였던 두 번째 부인, 또한 유부녀 상태에서  어렵사리 결혼생활을 하던 차에 이 둘의 관계를 알게되면서 두 여자사이는 미묘한 어떤 기류가 흐르게된다.

 

하지만 남자는 말한다.

 

"사랑은 목숨 같은 거야. 목숨을 지키려면 의지를 가져야해. 그 사람에게 고통을 준다고 생각하지 말고, 니 목숨을 지킨다고 생각해라." -p68

 

그래서 그녀는 3년 간의 짧은 결혼생활 동안 자신의 모든 활동을 하고 싶고 나가고 싶은 맘에도 여전히 자신을 구속하고 관찰하는 남편 곁에서 자신의 결혼관을 굳히며 살아간다.

 

오로지 정원의 나무와 잡초들을 뽑아내는 일과를 거치면서...

 

한편으론 그토록 같이 있고 싶고 같이 살아가고 싶었던 남편의 인색한 돈 씀씀이와 나이차가 많은 것에서 오는 타인의 시선과 자신과의 괴리를 여실히 느낀다.

 

- 삼십 년의 나이 차이는 일상 깊은한 곳곳에 숨어있었다. 그녀는 무엇을 이루기 위해 시간을 써야 하지만, 남편 앞에 놓인 시간은 '무엇을 하기에도 아까워, 그냥 지켜보기만 해야 할 만큼' 절박한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자기 시간을 '둘로 허리 내어' 남편이 아까워하지 않을 시간을 많이 만들어주고 싶었다. -p240

 

우리나라의 많은 작품을 남기고 타계한 김동리와 서영은 작가의 사랑이야기는 유명하다.

신문에서 봤던 기사도 생각나고, 많은 나이 차를 넘어서 문학으로 같은 생각을 공유하고 서로간의 사랑으로 결실을 맺었던 이야기의 기사는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이 책은 서영은 작가가 남편이 타계하고 자신의 감정을 추스리고 철저히 제 3자의 시선으로 바라볼 수있는 느낌을 써 내려간 자전적인 소설이다.

 

자전적이라고 한 만큼 솔직한 그녀 자신의 결혼생활을 글을 통해서 풀어나간 그녀의 이야기는 우리가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는 것 같은 두 남녀 주인공의 뜨거운 사랑의 대사가 아닌 묵직한 사랑의 이야기다.

 

하지만 이런 묵직한 사랑도 세월의 흐름과 두 번째 부인과 자신과의 어쩌면 모녀지간이라고 생각될 만큼 서로간의 생각과 미안함, 그리고 남편에 대한 부인의 생각을 그녀 자신이 듣게 되면서 같은 처지이되 또 다른 사랑의 방식으로 그와의 결혼생활을 펼쳐보인다.

 

 근 짧은 3년의 결혼생활에서 남편의 뇌졸증은 그녀의 입지를 더욱 확고히 확인시켜주는 결과를 보이고 만다.

 

의식잃은 남편 곁에서 얼굴을 처음 본 친척들, 자식들, 의사들, 그런자들의 결정으로 남편의 치료와 간호가 결정이 되는 순간을 맞이하면서 그녀는 남편에게 소리없는 외침으로 말한다.

 

-당신이 자식들에게 비겁했던 만큼, 세상에 비겁했던 남큼, 당신 인생에 있어 가장 위급한 때에 당신 곁을 아내란 이름으로, 불꽃같은 의지와 사랑으로, 지켜줘야 할 아내의 입지ㅏ 참으로 구차스러워졌다는 사실을?-p281

 

불가에서 말하는 인연은 옷깃만 스쳐도 전생에 여러 번의 만남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

그 가운데 부모와 자식 간의 인연은 말 할것도 없거니와 부부간의 인연도 더욱 그러하다고 한다.

 

나이 차가 많고 적음을 떠나 한 때는 그의 곁을 떠날 결심을 하고 연락을 두절한 상태에서 찾아 온 그에게 따귀를 맞으면서 그녀는 사랑의 확인이 아닌 운명임을 깨닫고 그와의 사랑을 이어가지만 현실 속의 그는 완고하면서도 나약하며, 인색한 남자이면서 그녀의 자리를 확신시켜주지 못한 유연한 남자였다.

그럼에도 그녀는 끝까지 운명적인 사랑을 짊어지고 갈 것을 결심, 모든 것을 그의 중심으로 살아갈 것을 결심하지만 사랑이란 둘레에는 이마저도 허락지 않은 채, 그 찬란했던 꽃들은 세월이 흐르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타인의 눈으로 보게 되는 시선까지 흘러내렸다.

 

시종 담담하다 못해 남의 일 보듯 그려나간 이야기 자체가 아무리 시간이 흘렀다해도 쉽지만은 않았을 터인데, 작가의 감정을 배제한 채 최대한 그려낸 이야기여서 그런지  더욱 사랑이란 말과 부부간의 사랑, 운명, 주위의 시선들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진정으로 사랑했기에 그 모든 긴 세월을 견뎌내고 살아왔던 결혼생활을 통해 작가의 작지만 소리없는 강한 울림을 주는 책이다.

 

 

-‘사랑은 밖에서 찾아오는 길과 안에서 찾아나가는 두 길이 있다. 안에서 찾아나가는 사람은 절대로, 밖에서 찾아오는 길을 걸어나갈 수 없는 것이다.’ -p205

 

스스로 책임진 사랑의 결실을 담담히 내뱉은 말들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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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메시스 - 복수의 여신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4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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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드는 생각, 다들 삶의 의미만 궁금해할 뿐, 아무도 죽음의 의미는 궁금해하지 않는다.

 

 

 평범한 금요일 보그스타바이엔 가에 있는 은행에 복면을 한 강도가 침입, 여자 은행원인 스티네 그레터가 있는 곳으로 가, 현금을 요구한다.

은행지점장이 현금을 주게 되지만 범인은 스티네 가까이에서 총으로 쏴 죽이고 그 곳을 유유히 빠져 나간다.

은행에 녹화된 CCTV와 앞의 편의점 CCTV에 녹화된 것을 토대로 범인의 행방을 쫓는 가운데, 해리는 연인인 라켈이 자신의 아들과 친부 사이에 양육소송권에 대한 싸움을 위해 모스크바로 날아간 가운데 전 여친인 안나의 전화를 받는다.

예술활동을 하는 그녀와의 만남을 꺼려했지만 그녀의 초대를 받게 되고 그녀의 부탁으로 공용주택 키의 복사를 부탁한 것이 있으니 올 때 해리의 이름으로 신청했으므로 갖다 줄 것을 부탁 받는다.

하지만 안나가 초대한 만남 후의 기억은  해리 그 자신의 기억속에 희미한 상태로, 마치 숙취에 젖은 현상을 보이며 고민하고 있을 때 안나가 죽은 채로 발견이 된다.

자살이라고 판명이 났지만 해리는 왼손잡이인 안나가 오른손에 권총이 쥐어진 상태, 구두 뒷축에 감춰진 사진 한 장을 보면서 자살이 아님을 직감하게 되면서 홀로 사건에 뛰어든다.

한편 여전히 용의자 수색에 실패를 하던 경찰은 1980년대 오슬로의 은행강도와 현금수송탈취에관여한, 심증은 있으나 물증은 없는 상태인 집시출신의 라스콜 바제트를 만나러 그가 자수하고 현재 수감중인 감옥으로 , 그의 도움을 얻고자 가게 된다.

 체스와 손자병법에 통달한 듯이 보이는 그에게 된통 당한 심리의사와 경찰과는 달리 해리는 그가 안나의 삼촌이란 사실을 토대로 그와 정보교환을 제시하면서, 해리는 안나의 살인용의자에 대한 것을, 라스콜은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를 토대로 게임을 시작한다.

안나의 또 다른 연인이었던 기업가 알르네 알부를 용의자로 점찍은 해리의 집요한 수사과정은 뜻하지 않게 라스콜이 지목한 범인이 자살이란 결과를 가져오게 되고, 해리는 이제 라스콜에게 안나를 죽인 살인범의 이름을 대줘야만 하는 상태인데

 너무나도 기다렸던 요 뇌스뵈의 신작인 네메시스”-

제목이 의미하는 바처럼 복수의 여신을 뜻한다.

사건의 진행상황이 긴박 그 자체로 흐르고 이 책엔 이 사건 외에 전 작품에서 나왔던 파트너 엘렌의 죽음의 배후 범인색출에 따른 또 다른 사건을 갖고 모든 상황을 동시다발적으로 해결하려는 열성파의 모습을 시종 긴장감을 조여주면서 독자들에게 책을 놓게 하지 않는다,(역시 요 뇌스뵈이다.)

복수의 진정한 의미는 인간에게 어떤 감정을 부여하길래 이렇듯 죽길 원했던 사람이나 그에 해당하는 앙심의 대상이 된 사람들조차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게 만드는 것일까?

그래서 의미상 복수겠지만 말이다.

 총 세 개의 사건을 통해서 서로가 서로에 대한 복수심이 맞물리는 교묘한 설정은 전혀 아무런 상관이 없었을 사람들인데도 이런 인연으로 엮이고, 거기에 따른 각자의 복수행태가 드러난다.

(진짜 롤로코스터를 보는 듯 하다.)

집시라는 민족이 갖는 떠돌이생활의 뒤엔 인종차별적인 멸시와 그들의 역사가 말해주듯, 그들 나름대로의 몸부림에 찬 역사를 살아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드조(집시 외의 일반인을 지칭)와 어울리지 못하는 세상, 거기서 뛰쳐나와 사랑을 갈구했지만 참된 사랑를 얻지 못한 안나의 삶이 안타깝게 그려진다.

복수의 여신, 그러고 보니 복수도 자살의 흔한 동기라네. 자신의 삶이 이렇게 비참해진 것은 누군가의 탓이고, 그러니 자살을 함으로써 상대에게 죄책감을 주려는 거지…. P 131

그렇다면 라스콜에 대한 해리의 동료이자 비디오 감식관인 베아테는 복수의 또 다른 행보를 보인다.

자신의 아버지 죽음과 연관이 있는 라스콜에 대한 복수심은 복수의 그 이상을 넘어서 용서라는 것을 한다.

라스콜은 자신과 안나, 그리고 형인 스테판과의 관계를 통해서 복수내지는 속죄라는 것을 통해 스스로 감옥에 감으로써, 어찌 보면 바깥 세상을 전두 지휘하는 노련함을 보이면서도 집시들 특유의 전통을 거스를 수 없는 결단이 필요함을 해리로부터 듣게 되면서 그 자신 또한 복수라는 무형의 본질을 내려놓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누구에게나 속죄가 필요해, 베아테. 자네도 마찬가지야. 난 말할 것도 없지. 라스콜도 그렇고. 속죄는 씻는 행위처럼 우리의 기본적인 욕구야. 조화이자, 절대적으로 필요한 내적 균형이지. 그 균형을 우리는 도덕성이라 불러.” – P541

그렇다면 엘렌의 죽음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전 작품을 읽어 본 독자들이라면 반가웠을 듯) 해리가 취한 유력한 용의자이자 동료인 인종차별주의자인 톰 볼레르에 대한 마음은 어떠했을까?

아쉽게도 이 책의 끝 말미에 일련의 해결과정을 시작하려는 뉘앙스를 풍기기 시작했지만 복수의 여신은 다음을 기다려 달라고 한다.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는 생각과 인간의 정신상태의 불완전함에서 나오는 갖가지 행동패턴들, 그리고 진정으로 해리의 인생에서 거쳐간 세 여인들 중 비로소 자신이 사랑하는 세 번째 여인인 라켈과의 사랑 만들기 과정이 다음 편에서 희망적인 세레나데를 부를지, 연신 궁금증을 일으키게 한 책이다. (이미 다른 책을 읽어 본 독자라면 이 둘의 관계를 알 듯,,)

동양에서 말하는 팔자라는 것이 있다는 말에 비쳐볼 때 해리의 팔자는 정말이지 무던히도 있는 고생, 없는 고생을 하는 팔자란 생각이 문득 들었다.

사건의 해결과정에서 자신의 몸이 성치 않을 정도로 개에게 물려 죽을 고생을 하질 않나, 전혀 뜻밖에 독자들의 허를 찌른 범인과의 대면현장에서도 자신의 몸을 스스로 자해하는 그의 불 같은 성격을 보면 , 정말이지, 다음 시리즈에선 이젠 편히 두뇌를 쓰긴 쓰되 읽는 독자들에게 마음을 편하게 해 줬으면 좋겠단 생각을 해본다.

사건의 핵심이었던 열쇠의 행방과 추적을 통해서 숨통 조였던 사건의 진실을 앞, 뒤 번갈아 가며 다시 한 번 내 나름대로의 추리를 해 보게 만든 작가의 필력에 다시 한 번 쾌감을 느꼈다.

국내 출간의 순서가 약간 변동이 있기에, 요 뇌스뵈의 해리홀레 시리즈를 읽어 본 독자라면 그간 나왔던 인물들의 이름들이 친숙한 면도 있겠고 , 처음 대하는 독자라도 간략한 사건의 개요 정도를 알게 해 주는 문구들이 있기에 별 어색함이 없게 읽을 수도 있다는 점이 요 뇌스뵈의 친절성(?)이 아닐까 싶다.

사회는 우리에게 살아야 하는 도덕적 의무를 지워주고 따라서 자살을 비난하게 만든다네. 하지만 그리스 로마 시대를 숭배한 것으로 보아 안나는 분명 그리스 철학자들의 의견을 지지했을 거야.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죽을 때를 선택해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었거든. 니체도 개인은 자신의 목숨을 끊을 수 있는 충분한 도덕적 권리가 있다고 했어. 그리하여 자유죽음이나 자발적 죽음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지.” 에우네는 검지를 들어 올렸다.

하지만 안나는 또 다른 도덕적 딜레마를 대면해야 했어. 복수. 그녀는 스스로 기독교인이라고 주장했는데, 기독교의 윤리는 복수하지 말라고 가르치지.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기독교인들이 숭배하는 하느님은 그들 모두를 대변해서 복수해주는 위대한 존재야. 하느님을 믿지 않으면 영원히 지옥 불에 타게 되리라. 그거야말로 일반 범죄와는 비교도 안 되는 완전한 복수 행위지. 국제사면위원회감이라고. –P596~597

복수에 대한 의미를 위의 말처럼 정면으로 콕 찍어 말한 작가의 의도가 분명한 반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구절이다.

복수를 통해 모든 것이 이뤄졌다고 생각하는 순간, 모든 것을, 우리 인간들은 사랑하는 그 무언가를 놓아버리고 통곡과 후회, 연민 과거로의 회귀를 다시금 열망하고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이 책을 덮고 나서 다시 한 번 네메시스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

 여전히 음악이 곁들인 설정의 장면연출은 음악을 하는 작가의 재주를 십분 활용해 다시 독자들에게 그 사건현장으로 빨려 들어가게하는 소용돌이 역할을 함은 물론, 각 차트의 소 제목이 사건구도에 맞아떨어지게 만든 작가의 노고가 엿보인다. 인물들의 이름이나 지역적인 이름들이 낯설게 읽히기는 여전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득 나도 사건현장이 벌어진 오슬로의 구석구석을 책 속의 지도가 아닌 현장을 누비고 싶단 생각을 하게 한 책이다.

뒤의 번역가님의 글을 읽으니 오슬로 3부작 시리즈로 불리는 만큼 다음 책에 대한 기대를 여전히 저버리게 하지 않는 요 뇌스뵈에 중독된 독자인 나는 아직도 읽고 났음에도 목마르다.

 

***** ***** 사족을 붙이자면 여자 은행원의 이름인 스티네에 대한 작가의 애착이 깊단 생각이 들었다.

왜냐고? 글쎄…..?

레오파드에서도 스티네란 이름이 나왔기 때문인진 몰라도, 이 참에 물어보고 싶다.

스티네란 이름엔 어떤 사연이 있는 것은 아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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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콜드 머시 톰슨 시리즈 1
파트리샤 브릭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시공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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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세데스 (일명 머시) 톰슨은  인간세계에서 인간의 모습으로 살고 있는 코요테-

 

이웃인 늑대인간 아담 하웁트만과 이웃해 살고 있지만 결코 그들의 세계에 속해 있지도 않고 그러고 싶지도 않을 뿐더러 오히려 어린 시절 최고 통치자로 있는 늑대인간 브랜의 무리 속에서 살다 독립해 나온 아가씨(?)다.

 

금속이란 금속은 모두 다룰 줄 아는 전설적인 요정 지(지볼트 아델베르트스미스)로 부터 차 정비소를 물려받아 차를 고치며 살지만 늑대인간, 그리고 뱀파이어와도 친분을 유지하되 그들의 일엔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이 최선이란 생각엔 변함이 없다.

 

어느 날 갓 변신을 시작한 새내기 맥이란 불린 어린 청년이 오면서 알바를 부탁하게 되고 , 후각, 청각을 동원해 그의 냄새를 맡은 머시는 맥에게 일을 맡겨본다.

 

하지만 맥을 죽이려고 하는 인간과 늑대인간들을 발견하면서 본의 아니게 자신도 코요테로 변신을 시도, 늑대인간을 죽이게 되고, 아담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된다.

그러나  맥이 죽은 시체로 자신의 집 앞에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고 곧 이어서 아담의 인간 딸인 제시마저 아담이 상처를 입은 가운데 납치를 당하는 일까지 벌어지게 된다.

 

도대체, 누가 , 왜, 무슨 이유로 이런 상황까지 벌어진 것인지를 추적해 나가는 코요테 머시의 활약과 그녀의 첫사랑이자 늑대인간이지만  어느 인간들 못지 않게 친화력이 뛰어난 의사인 새뮤얼의 가세까지 합쳐져 제시와 아담의 행방까지 추적해 가는 과정이 그려진다.

 

 서양에서 단골소재인 뱀파이어의 이야기는 둘째치고, 우선적으로 연작 시리즈 외에 스핀시리즈까지 인기를 끈 작품이란 사실에  궁금증이 일었다.

트왈라잇의 뱀파이어와 늑대인간이 주류를 이루고 그 가운데 로맨스가 이뤄지는 이야기의 설정도 한 때 인기가 있었고 영화화로도 되어서 접한 사람들이라면 이 모두를 아우르고, 더군다니 코요테라는 늑대도 아니고 뱀파이어도 아닌 어중간한 위치, 그것도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활약상의 시리즈는 다른 책가는 달리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단 생각이다.

 

특히 늑대사회의 계율이나 뱀파이어의 특성, 변신의 시도과정과 인간세상 속에서 흔적없이 스며들 듯 사는 등장인물들의 묘사설정은 인간세계를 보는 듯한 판박이로 착각될 정도로 친근감이 든다.

 

자신의 종족 보존을 위해 자신과는 다른 혈통인 코요테를 선택한 새뮤얼의 모습에서 인간의 종족보존의 느낌을 받았고, 어느 하나의 존재가 없어짐으로 해서 경제적인 타격을 받게되는 돌고도는 순환과정에서 오는 방해를 저지하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는 과정은 인간의 탈을 쓰고 인간들을 비웃는 듯한 느낌도 들게한다.

 

그럼에도 이들 등장인물들이나  사회로부터 떨어져 살아가는 외로운 늑대인간의 존재인 동성애코드, 첫 사랑에 대한 아련한 느낌을 갖게되는 머시의 감정, 아담과 새뮤얼 사이의 머시를 두고 벌이는 힘 겨루기 같은 것을 통해 로맨스라는 또 하나의 기류를 느끼게 해 주는 달달함을 예고하기도 한다.

 

새로 개정이 되어 나온 만큼 앞으로 머시의 활약과 그녀를 둘러 싼 로맨스의 주인공은 누구인지도 궁금하게 하는 인간이 아닌 새로운 영역의 존재를 통해 이런 판타지성 로맨스가 결합된 책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다음 책을 얼른 집어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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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 따위 두렵지 않다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4
니시무라 교타로 지음, 이연승 옮김 / 레드박스 / 2014년 1월
평점 :
품절


엘러리 퀸, 에르퀼 푸아로, 매그레 경감, 아케치 고고로는 일본의 사토 다이조라는 사람으로부터 사건 의뢰의 초대를 받고 그들을 마중 나온 미시마와 함께 다이조가 있는 곳을 향한다.

 

미시마는 다이조가 공고를 통해 어학에 능통한 모집에 응모에 뽑힌, 말하자면 그의 수행원격인 비서 노릇을 하는 사람-

 

다이조로부터 받은  사건의뢰는 일본의 3억 엔을 강탈하고 달아난 범인의 행방이 묘연해지면서 경찰마저 범인색출에 실패를 하자,  자신의 부를 이용해 똑같은 범인의 몽타주를 기반으로 하는 일반사람을 섭외하고 자신의 돈 3억 엔이 든 돈가방을 탈취해가는 환경을 제시해, 이들 명탐정들이 사건의 해결에 동참해 줄 것을 부탁하게 된다.

 

이 모든 일의 섭외부터 사건의 정황상황은 다이조의 친구인 간자키 고로이고, 이 사람은 이후 범인의 똑같은 상황을 하게되는 무라카시 가쓰히코를 감시하는 역할을 맡게된다.

 

이후의 모든 정황상황은 명탐정들이 돌아가면서 추리능력을 보이는 것들이  모두 딱 들어맞게 되는 가운데, 실제로 무라카시 가쓰히코가 죽은 시체로 발견이 되는 상황으로 번지면서 실제의 범인은 누구인지에 대한 추리로 번지게 된다.

 

세계적인 명탐정 4인방을 우선 책에 소재인물로 삼은 것도 이색적이고, 그들 탐정들 나름대로의 추리력을 뚜렷이 나타낸 진행과정도 사건의 흐름을 추적하는 데에 읽는 재미가 있다.

 

전혀 뜻밖의 사건 속에 휘말리면서 냉정함, 사소한 물건하나에 신경을 곤두세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장면은 기존의 탐정들이 나오는 작품을 또 다시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약간의 어설픈 장면도 없지않지만, 모든 탐정들이 한데 모여서 사건의 진위를 공유하고, 범인을 밝혀내는 과정이 일본추리계의 소설가로서 분위기를 풍기는 작품이다.

 

자신의 이기심과 부에 대한 생각, 지금의 환경을 탈피하고 다른 새로운 세계에서 살고 싶어하는 인간들의 욕망들이 적절히 어루어져 만들어진 소설이다.

 

영화계에서나, TV 드라마를 보면 캐스팅의 주연들이 너무 화려한 이력을 가진 인기있는 사람들만 모이면 오히려 그 본연의 작품이 빛바랠 수가 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이 작품 속에 나오는 명탐정들의 활약은 그런 느낌도 없지 않으나, 사건의 추리과정만 생각한다면 작가의 소재활용도는 독자들로 하여금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위의 모든 탐정들을 만나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 한 권으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추리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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