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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삼바
델핀 쿨랭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1월
평점 :
품절

자신의 삶을 좀 더 나은 길로 살기위해 어떤 행동들을 할까?
지금보다 행복한 삶을 이루기위해 자신의 몸을 담보삼아 위태위태하게 생을 이어나가는 사람들이 있다.
삼바 시세-
말리출신으로 프랑스에 온지 10년하고도 5개월이 넘어간다.
아버지의 죽음과 말리의 수도 바마코에서 고등학교까지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그는 가장으로서, 엄마와 두 여동생을 두고 외삼촌이 있는 프랑스로 몇 차례의 실패와 탈출을 시도한 끝에 오게된다.
모든 불법체류자들이 그렇듯이 자신을 증명할 수있는 서류 하나하나를 보물 다루듯 보관하고 있던 그는 자신의 체류증 신청이 어떻게 되었나 제발로 파리 경찰청으로 간 것이 그만 불법이민자로 낙인이 찍히고 붙잡히게 된다.
갇힌 곳은 자신과 같은 처지의 각국 사람들을 수용하는 유치소에서 그는 억울함을 호소하게 되고 이민자와 난민을 돕는 시민단체 시마드(cimade)에서 자원 봉사자로 일하는 '나' 와 만나게 된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6년 동안 동거해오던 남친과 헤어진 후 자원봉사차 일하던 곳에서 그의 이야기를 듣게되고 도움을 주기 위해 애를 쓰게 된다.
유치소에서 풀려나오긴 하지만 강제출국이 아닌 자비로 고국에 돌아가야한단 현실 앞에서 삼바는 좌절하게 되고 체류증 자체가 없는 관계로 일일직업조차 구할 수없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외삼촌의 권유로 외삼촌의 체류증을 갖고 다니며 일을 구하게 되는 삼바-
이 소설은 2011년 프랑스 랑데르노 문학상을 수상한 델핀 쿨랭이 지은 소설이다.
소설이 허구라고는 하지만 어느 정도의 픽션을 가미한 상상의 토대를 다룬단 점에서 이 소설이 주는 느낌은 따듯함을 기대했던 나의 생각과는 정반대의 글로 이루어져 있다.
똘레랑스(관용)의 나라로 일컬어지는 프랑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을 다룬 소설이란 점, 작가 자신이 실제로 시마드(cimade)에서 일한 경험을 살려 글을 썼다고 하는데, 삼바의 눈과 말을 통해서 그가 처한 상황이 안쓰러움과 답답함을 준다.
남에게 결코 해를 끼친 적이 없으며, 정직과 성실성으로 살아 온 그에게 프랑스 정부는 체류증 거부를 했으며 곧바로 이 나라를 떠나란 한 마디로 한 사람의 인생을 다정짓는 법적인 세태에 대해 작가는 과연 이 모든 절차들이 옳바르게 적용된 것인지를 묻고 있다.
어쩔 수없는 외삼촌의 체류증 이용과 타인의 체류증 훔쳐 이용하기를 넘어 유치소에서 만난 조나스와 그의 여친인 그라시외즈와의 관계를 통해 이민자로서의 힘겨운 삶을 지탱해나가는 다양한 사연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볼 수있다.
정작 필수적인 일을 하려는 사람들을 구하지 못해 불법체류자란 것을 이용해 일을 부려먹는 사람, 그 사람들에 의해 하루라도 일을 얻어보려 힘든 내색조차 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고충, 아침이면 반짝반짝 빛나는 거리와 사무실은 누가 닦아놓은 것인지 프랑스 사람들은 아는지.... 이런 삼바의 한탄이 구구절절 가슴을 적시게 한다.
그는 악취 속에서 쓰레기를 분류했다. 분노가 치밀었다. 컨베이어 벨트가 돌아가면서 내는 규칙적인 소리를 들으며, 그는 이 나라는 달면 삼키고 쓰면 뱉어 낸다고 생각했다.
이제야 그것을 깨달았다. (중략) 그에게는 신분증이 <없다>. 그는 프랑스인이 <아니다>.그는 백인이 <아니다>. 그는 사람들이 되고 싶어 하는 것의 부정이다. 하지만 그는 거울이기도 했다. 그를 보면 프랑스가 어떻게 변해 가는지 알 수 있었다. -p 284
처음 일을 열심히 하다보면 햇살이 나에게도 비춰질 것이라고 믿었던 삼바에게 프랑스란 나라는 한 줄기 희망이었다.
그런 그에게 프랑스는 단지 체류증을 가진 자와 가지고 있지 못한 자란 두 분류로 나뉘어 추방이란 조치를 행하는 법 앞에서 삼바와 같은 사연을 가진 사람들은 어떻게해야 할까? 를 연신 묻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생각도 많이 났고, 그들도 알고보면 삼바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또한 전 세대에 해당되는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이 떠오르는 이 소설은 각 나라마다 처한 사정도 있겠지만 하루에도 많은 사람들이 스페인의 장벽을 넘어 유럽으로 들어오려는 아프리카 사람들의 실정, 이 밖에도 여전히 다른 나라에서도 같은 형태를 보이는 일들을 통해 보다 심층적인 해결방안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삼바 시세라는 본인의 이름도 버리게 된 남자 삼바 시세-
체류증을 얻게 됬지만 모든 것을 잃어버린 사람-
그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언젠가 당신들이 무시하고 내친 사람들에게 쌓인 슬픔이
당신들의 나라를 가득 메우고, 당신들의 행복을 오염시킬 거라고.
그들의 떠도는 영혼이 당신들 주변에서 배회하는 것을 느끼게 될 거라고.
당신들도 오래 행복할 수 없을 거라고.
세상은 오직 하나뿐이라고. -
이 글을 읽으면서 당하는 자의 슬픔내지는 비탄의 심정이 느껴지면서 저자 자신이 프랑스인임에도 불구하고 솔직한 감정을 내포한 글이란 점에서 국제적인 차별과 문제점을 드러낸 글이 아닌가 싶다.
웰컴 , 삼바란 제목엔 이중적인 의미가 들어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어느 누구도 환영해주지 않은 나라 프랑스에 제 발로 들어와 힘겹게 살아가는 그에게 힘찬 응원의 의미를 가진 말뜻과 그렇지 못하단 뜻으로 들릴 수도 있다는 의미-
이왕이면 진정으로 환영해 주고 싶은 맘이 가득하게 생기는 이 소설을 통해 삼바에게도 기쁨만 가득하길 빌어본다.
또 다시 희망의 길을 나서는 그에게 다시는 이런 슬픔이 없기를...
영화화로도 상영이 된다고 하는데, 실제 책에선 나와 삼바와의 관계는 그다지 많은 만남이 없고 대부분의 장면들이 삼바가 말하고 행동하는 일련의 일들을 '나'가 정리해서 썼다는 글이 있어서 영화와는 어떻게 다르게 나올지도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