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밍들의 세계 - 주목받는 작가 8인의 SF 단편 앤솔러지
양진 외 지음 / 황금가지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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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SF계의 유망한 작가 8인의 작품을 통해 한국적인 느낌이자 공통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소재를 드러낸 창작 앤솔러지가 출간이 됐다.

 

지난 4년 동안 온라인 소설 플랫폼 브릿 G에 등록된 작품들 중에서 엄선된 작품들로써 각종 상들을 수상한 저력답게 작가들이 선보인 주제들이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시대의 부응한 면들을 다룬다.

 

우주와, 인공지능, 양자역학, 안드로이드 로봇을 소재로 삼아 등장인물들이 살아가는 세계와 기술과 과학의 발전으로 인한 넓게 확장된 근 미래의 일들을 다룬 내용들은 읽으면서 어느 정도 현실에서 이미 이뤄지고 있는 부분들이 있는가 하면 곧 닥칠 일들임을 상상할 수 있는 설정들이 섬뜩하게 다가오기도 하는 두 가지의 감정을 동반하게 한다.

 

 

첫 작품인 양진 작가의 [나의 단도박수기]에서 보인 지구와 우주란 공간을 넘나들며 '도박'에 빠진 인간의 심리와 이에 빚을 청산해보려 수행 한 목적들을 이뤄나가는 과정에서 인간의 물욕에 대한 욕망들을 드러낸 글들은 시. 공간만 다를 뿐 한 번의 도박으로 기사회생할 수 있다는 헛된 희망에 빠진 인물을 그린다.

 

 

두 번째 작품인 책 제목과 같은 [나와 밍들의 세계]는 죽어가는 길고양이를 되살린 주인공과 그 고양이를 되살리는 과정이 과연 행복의 지수를 놓고 볼 때 고양이의 입장에서는 행복한 느낌을 갖게 될까?를 묻게 된다.

 

진보된 과학의 발달로 인해 죽어가는 생명을 살린다는 차원에서의 장점도 있지만 실제 생명인  또 다른 '나'로 불리는 고양이가 '밍'이라 불린 여인과의 동거를 통해 서로의 아픔과 고통을 공유한다는 느낌에는 여운이 깃들게 하면서도  또 다른 할머니의 분신을 바라보는 '나'의 입장은 마냥 행복할 수만은 없겠단 생각이 들게 한다.

 

 

이외에도 가장 체감적으로 와닿은 이야기로써 읽은 세 번째 [최애 아이돌이 내 적수라는데요?]는 아이돌을 동경한 안드로이드 로봇의 인간 개종 작업에서 벌어지는 안드로이드 권리 연대 내부의 알력 다툼으로 벌어지는 내용을 통해 기계가 얼마만큼 인간의 감정처럼 느끼고 살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생각, 제도적인 방안들을 생각해 보게 한다.

 

 

더불어 네 번째 [시금치 소테]는 아픔이란 상처를 지닌 인간의 기억이란  연결 고리를 차단하는 수술을 받음으로써 그 기억에 대한 것을 지워버리고 살아갈 수 있다는 이야기를 통해 인간만이 느끼는 슬픔이란 것을 시금치 소테란 음식을 통해 잔잔하게 전달한 이야기가 인상적으로 남는다.

 

 

이밖에도 로봇처럼 인간의 신체를 기계와 연결하는 내용을 통해 누아르 장르처럼 느껴 볼 수 있는 [피드스루],  시대극을 연상하게 하는 [라만차의 기사]를 통해 과거를 배경으로 한 시대에 AI가 장악한 풍력발전소로 출정하게 되는 이야기는 과거와 미래를 오고 가는 시공간의 설정이 이색적으로 다가온다.

 

 

그런가 하면 판타지와 설명할 수 없는 초자연적인 미스터리를 함께 느껴 볼 수 있는 [초인의 나라], 인간이 죽기 전에 스캐닝 기술을 받고 사이버스페이스에서 살아가는 스캔드가 살아나 겪게 되는 소송을 다룬 [유니크]는 기술과 법과의 연결 고리를 통해 생각해 볼 수 있는 부분이란 생각이 들게 한다.

 

 

전체적으로 기발한 상상력을 보인 SF 장르답게 예측할 수 없는 가상의 현실 이야기를 토대로 기기 발전의 혜택 이면에 불편한 점들을 동반해 드러냄으로써 앞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한 생각들을 던져보게 하기도 하는 작품집이다.

 

 

 8인의 개성 넘치는 작품의 세계가 기대되는 만큼 읽어 보면 색다른 SF세계를 느껴볼 것 같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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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이름 - 미술사의 구석진 자리를 박차고 나온 여성 예술가들
권근영 지음 / 아트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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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화가라고 하면 떠오르는 사람은?

 

막상 이렇게 물어본다면 얄팍하게  알고 있는 한도 내에서  천경자, 나혜석, 로뎅의 연인으로 알려진 카미유 클로델, 프리다 칼로....

 

 여성들의 개성 있고 능력 있는 것을 표현해내고 발휘할 수 있는 시대로 많이 진전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예술계, 특히 미술계에서 활약하고 있는 여성 미술가들은 드물다는 것이 현실이다.

 

 

이번에 만나본 책은 기자로서 미술과 문화에 대한 글을 써온 저자의 글을 통해 여성 예술가들의 삶을 다룬 책이라 그런 의미에서 뜻깊게 다가온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첫 장부터 인상적으로 펼쳐지는 프리들 디커브란다이스의 이야기는 남편이 끌려간 아유슈비츠로 함께 따라나선 여정이 도착 직후 가스실에 끌려가 죽음을 맞이하고 이는 그날 끌려간 사람들 중 남편이 생존자 중 한 사람으로 포함되어 있었다는 사실이 인생의 아이러니한 면을 보인다.

 

 

자신의 예술적 열정을 당시 시대를 통한 불리함을 치유와 희망을 통해 그림으로 그리고 있었다는 사실들이 아픔을 전해준다.

 

 

또한 한국 여성들의 삶을 자연스럽게 그린 엘리자베스 키스의 그림들을 비롯해 천경자, 나혜석, 한국적인 느낌으로 풀어낸 조형적인 질서를 그림에 담은 정직성 작가, 버지니아 울프의 언니이자 화가였던 버네사 벨의 자화상들은 자신만의 색채와 독보적인 그림으로 표현된 세계를 추구했던 여성 예술가들의 삶이 투명하게 다가온다.

 

 

 

 

 

 

 

 

 

특히 여성들의 연대를 통한 예술의 활발한 활동을 벌였던 이들의 이야기를 비롯한 자화상들을 들여다보는 즐거움도 주는 책이다.

 

 

읽으면서 저자의 생생한 글을 통한 앞서간 여성 예술가들의  창작의 활로를 막았던 남, 녀 차별에 대한 제도와 현실적인 글들은 자신의 재능을 발휘할 수 없었음에도 꾸준히 그려나간 여성 화가들의 열정에 감탄하는 한편 이와 연계된 오늘날 현대 여성들과의 연대를 함께 그린 글들은 많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그녀들이 살았던 시대를 상상하며 어떻게 그림들을 그렸을까에 대한 상상을 해보게 하는 책이자 기존에 전혀 이름조차 알지 못했던 여성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알게 해 준 보석 같은 책이라 두고두고 읽으면 좋을 책이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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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덤
요 네스뵈 지음, 김승욱 옮김 / 비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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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홀레 시리즈의 작가로서 독보적인 고정팬을 갖고 있는 요 네스뵈의 신작이 출간됐다.

 

가제본을 통해서 이미 읽은 작품이지만 이렇게 따끈하게 신작을 받아보고 나니 다시 재독을 해야겠단 생각이 든다.

 

 

그간 스탠드 얼론 작품으로도 만난 요 네스뵈의 작품들은 해리 홀레 시리즈와는 별개의 다른 스릴러를 추구한다.

 

 

 

 

 

 

특히  이번 작품 '킹덤'은 그동안 읽어왔던 작품에서 보인 뉘앙스가 훨씬 끈끈하고 인간의 내면 갈등을 '가족'이란 이름을 통해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 것이라 요 네스뵈를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남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아버지, 엄마 형 로위, 그리도 동생 칼, 이렇게 살았던 그 집을 아버지는 킹덤이라고 불렀다.

 

그 킹덤에서 서로 다른 성향으로 자란 두 형제의 다른 길과 그 선택으로 인해 벌어지는 사건의 진행은 그들이 키웠던 개의 죽음을 통해 의미를 부여한다.

 

부모님 자동차 사고사 이후 고향에 주유소를 운영하며 살아가는 형 로위, 고향을 떠나 살던 동생 칼이 아내 섀넌과 함께 오면서 그들의 변화된 삶은 예기치 못하는 폭풍 속으로 들어간다.

 

이미 사라져 가는 고향, 그 고향에 자신만의 왕국이자 새로운 터전을 세우기 위해 호텔을 지으려는 목적으로 돌아온 칼은 형 로위를 설득하고 그런 로위는 칼을 외면하지 못하면서 둘은 가족이란 유대로 이어진 것을 토대로 걷잡을 수없는 구렁텅이로 빠져든다.

 

 

 

글 속의 화자는 로위다.

로위의 시선으로 그려진 흐름은 로위의 생각과 행동을 통해 전체적인 이야기 속에 담긴 인간들이 감추고 싶어 하는 진실과 외면, 더는 수면 위에 오르지 않길 바라는 욕망과 사랑, 질투, 이를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 정당화를 되새기며 실천에 옮기는 로위의 모습을 통해 쫀쫀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특히 스릴의 반전을 주는 의미에서 로위를 화자로 내세우며 그린 정황들은 마지막 장을 향해 가면서 이 전체적인 주도권을 쥐고 있는 인물이 누구인지를 깨달아가는 맛도 느껴보는 재미를 준다.

 

 

 

-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을 하라. 모든 것은 여러분의 손에 달렸다. 미루지 말고 지금'

 

 

 

두 형제의 마지막 선택을 통한 장면들은 그들의 성장 과정을 이미 알고 있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그들이 추구하던 '킹덤'의 의미가 이런 모습으로 갈 수밖에 없는 여정으로 이어지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게 한다.

 

 

 

- 우린 가족이다, 우리가 믿을 건 가족뿐이야. (...) 그때는 그들을 상대로 우리가 뭉쳐야 해, 로위.

다른 모든 사람 앞에서 가족이 뭉쳐야 한다고, 알았지?

 


 

 

한순간, 매 장면마다 하지 말았으면을 외치며 읽게 되는 내용들,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에  발생한 사건 하나로 인해 불어나는 여파가 '가족'이란 이름으로 불릴 때 어떤 상황으로 변할 수도 있는지를 보인 작품, 요 네스뵈의 철저한 독자들과의 밀당을 통해 새로운 스탠드 얼론의 작품으로 떠오른 작품, 킹덤이다.

 

 

 

 



 


-모든 면에서 탁월하다.

한번 펼치면 결코 내려놓을 수 없다고 쓴  스티븐 킹의 말.

 

 

더도 말도 덜도 말고 읽어보면 후회 없을 작품이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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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Killer's Wife 킬러스 와이프 라스베이거스 연쇄 살인의 비밀 1
빅터 메토스 지음, 최호정 옮김 / 키멜리움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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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자체가 주는 상상력, 그렇다면 이미 추리소설을 자칭 많이 읽어봤다는 독자들의 입장에선 대강 어떤 내용일지를 추리해보게 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제시카 야들리, 화가로서 재능을 지닌 남편 칼을 만나 결혼생활을 통해 딸 타라를 임신한 상태에서 어느 날 칼의 극악한 살인이 밝혀지고 그는 사형수인 채 감옥생활을 하고 있다.

 

 

14년 전의 그 아픔을 뒤로하고 검사로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 그녀는 웨슬리란 남자와 생활하고 있는 가운데 어느 날 일정한 간격으로 부부를 참혹하게 살해한 사건들이 발생하고 그 수법이 감옥에 있는 칼의 전형적인 방법과 닮았다는 것을 알게 된 FBI로부터 도움 요청을 의뢰받게 된다.

 

사건 이후 발길을 끊었던 남자 칼과의 면담을 통해 그를 통해 모방범에 대한 추적을 도움받고자 하는 FBI의 부탁을 외면할 수없었던 그녀는 칼과의 긴장감을 동반한 면담을 실행하는데....

 

 

살인자에 대한 정황을 통해 범인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고 있는 칼, 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사랑하고 있다는 전처와 딸을 빌미로 그는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인가?

 

 

사건을 의외로 야들리의 추적에 의해 모방범이 잡히면서  이를 기점으로 전과 후의 이야기로 나뉘어 진행된다.

 

 

법에 정통한 범인이 스스로  자신의 변호와 함께 칼에 대한 동경심을 발판 삼아 살인행각을 벌인 모방범죄 행위, 야들리의 복잡한 심경과 딸만은 지켜야 한다는 모성애를 통한 배심원단의 판단과 이를 통한 상대방과의 법정 심리를 통해 그린  스릴이 반전의 반전을 통해 섬뜩하게 이어진다.

 

 

보통 사이코패스란 정형화된 이미지의 범인들을 이 책에선 틀에 박혀 다루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읽는 내내 '왜?'를 동반할 수밖에 없는 질문들을 던지게 되고, 가장 가깝고 믿었던 사람들에게 배신당한 여인이자  법조계 안에서조차 남, 여 법관에 대한 시선들이 다름을 이겨내고 범인이 이룬 범죄 행각을 밝혀내는 야들리의 노력을 통해 진정한 악에 대한 처단이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읽는 과정이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마치 '한니발'을 연상시키는 듯한  사악한 칼과의 면담 과정은 그의 한계를 넘어선 치밀한 복선에 대한 계획마저 허물어 뜨리는 야들리의 강한 의지력과 더불어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반전의 마지막 부분들로 인한 허를 찔린 진행은 오래간만에 법정 스릴러의 맛을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 같다.

 

 

저자의 경험을 토대로 탄탄한 법정 스릴러의 느낌을 구사한 이 작품은 '악'에 대한 근원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보게 한 작품이자 악은 그대로 이어지고 진행될 수도 있다는 감정의 복합적인 생각이 가시질 않는 작품이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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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우에노 스테이션
유미리 지음, 강방화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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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교포 2세로서 작가 활동을 하고 있는 저자의 신작이다.

 

일본 사회의 부끄러운 면들을 고발한 작품이란 점에서 출간 당시 시선을 끌었던 작품이라는 이 소설은 한 노숙자의 인생을 통해 그려낸다.

 

가난한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나 뒤에 동생들이 줄줄이 태어났고 가장으로서 책임감을 지고 열심히 살아가던 가즈는 가난을 벗어날 수 없는 가정의 형편, 그런 가정에 살림에 보태기 위해 도쿄로 올라온다.

 

 

공사장에서 일을 시작으로 근 20여 년을 손에 꼽을 정도로 돈을 부쳐가며 살아가던 그, 갑작스럽게 닥친 아들과 아내의 죽음과 함께 손녀에게 자신의 안위를 더 이상 부담주기 싫어 노숙자 생활을 택한 그의 인생 여정은 두 번의 1964년을 정점으로 일본의 고도성장으로 이어지다  1990년대 버블이 터지면서 경제적 손실이 이어지고 있는 시기와 맞물린 일본의 모습들을 비춘다.

 

 

흔히 말하는 노숙자라고 불리는 사람들, 간혹 방송에서 보면 노숙자 생활을 전전하는 인터뷰들의 내용들은 가슴이 아프게 다가온다.

 

사업실패, 가정불화, 가즈처럼 자식과 아내의 죽음에 이은 상실감과 열심히 일을 해왔으나 여전히 가난을 벗어나지 못했던 사람들의 삶을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가족과도 연락이 끊긴 상태에서의 급작스러운 죽음은 도쿄의 화려한 네온사인의 빛이 밝게 비추는 점들의 이면엔 이렇듯 소리 없이 우에노 역으로 몰려든 노숙자들 개인 개인마다의 사연들이 깃들어 있다.

 

 


 


 

 

- 인생이란 첫 페이지를 넘기면 다음 페이지가 나오고, 그렇게 차례로 넘기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페이지에 다다르는 한 권의 책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인생은 책 속의 이야기하고는 전혀 달랐다. 글자들이 늘어서 있고 쪽수가 매겨져 있어도 일관된 줄거리가 없다. 끝이 있는데도 끝나지 않는다.


남는다―.


낡은 집을 허문 공터에 남은 나무처럼……
시든 꽃을 거두고 빈 꽃 병에 남은 물처럼……

남았다.
여기에 무엇이 남았을까?

 

 

모두에게 개방된 공원인 우에노 공원, 하지만 그들에겐 영원한 터란 없다는 사실은 타인이 필요할 때는 언제든 비켜줘야 한다는 비애, 여기엔 일본의 방사능 오염을 이유로 거절당한 후쿠시마현 이재민들, 노숙자, 그리고 저자 자신의 출생인 제일 한국인 출신이란 것에서 오는 사회에서의 차별과 혐오들을 통해 일본인들 그 자신들은 결코 이런 일들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자신감을 꼬집는 글이 신랄하게 다가온다.

 

 

작품 첫 부분에  '나는 갈 곳도, 있을 곳도 없는 사람을 위해 글을 쓴다'란 문장은 현실적인 소외감과 반겨줄 사람 없는 자들이 모이는 곳 도쿄 우에노 가란 공간을 통해 일본 사회 내에서 뿌리 박힌 모든 것들을 집약적으로 표현한 글이란 생각이 든다.

 

 

1964년 도쿄 올림픽과 2020년(연기돼서 2021년)의 올림픽을 마주한 가즈의 시선을 통해 바라본 노숙자의 쓸쓸한 고독과 심경을 통해 현재의 일본이 처한 분위기를 잘 그려낸 작품, 저자의 살아온 이력과 함께 많은 감정을 느끼게 한 작품이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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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옥 2021-10-17 0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공간의 구성 심리적 묘사가 독특해요.

북노마드 2021-10-20 16:11   좋아요 0 | URL
그렇지요?
저도 읽으면서 같은 생각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