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우에노 스테이션
유미리 지음, 강방화 옮김 / ㈜소미미디어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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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교포 2세로서 작가 활동을 하고 있는 저자의 신작이다.

 

일본 사회의 부끄러운 면들을 고발한 작품이란 점에서 출간 당시 시선을 끌었던 작품이라는 이 소설은 한 노숙자의 인생을 통해 그려낸다.

 

가난한 집안의 장남으로 태어나 뒤에 동생들이 줄줄이 태어났고 가장으로서 책임감을 지고 열심히 살아가던 가즈는 가난을 벗어날 수 없는 가정의 형편, 그런 가정에 살림에 보태기 위해 도쿄로 올라온다.

 

 

공사장에서 일을 시작으로 근 20여 년을 손에 꼽을 정도로 돈을 부쳐가며 살아가던 그, 갑작스럽게 닥친 아들과 아내의 죽음과 함께 손녀에게 자신의 안위를 더 이상 부담주기 싫어 노숙자 생활을 택한 그의 인생 여정은 두 번의 1964년을 정점으로 일본의 고도성장으로 이어지다  1990년대 버블이 터지면서 경제적 손실이 이어지고 있는 시기와 맞물린 일본의 모습들을 비춘다.

 

 

흔히 말하는 노숙자라고 불리는 사람들, 간혹 방송에서 보면 노숙자 생활을 전전하는 인터뷰들의 내용들은 가슴이 아프게 다가온다.

 

사업실패, 가정불화, 가즈처럼 자식과 아내의 죽음에 이은 상실감과 열심히 일을 해왔으나 여전히 가난을 벗어나지 못했던 사람들의 삶을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가족과도 연락이 끊긴 상태에서의 급작스러운 죽음은 도쿄의 화려한 네온사인의 빛이 밝게 비추는 점들의 이면엔 이렇듯 소리 없이 우에노 역으로 몰려든 노숙자들 개인 개인마다의 사연들이 깃들어 있다.

 

 


 


 

 

- 인생이란 첫 페이지를 넘기면 다음 페이지가 나오고, 그렇게 차례로 넘기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페이지에 다다르는 한 권의 책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인생은 책 속의 이야기하고는 전혀 달랐다. 글자들이 늘어서 있고 쪽수가 매겨져 있어도 일관된 줄거리가 없다. 끝이 있는데도 끝나지 않는다.


남는다―.


낡은 집을 허문 공터에 남은 나무처럼……
시든 꽃을 거두고 빈 꽃 병에 남은 물처럼……

남았다.
여기에 무엇이 남았을까?

 

 

모두에게 개방된 공원인 우에노 공원, 하지만 그들에겐 영원한 터란 없다는 사실은 타인이 필요할 때는 언제든 비켜줘야 한다는 비애, 여기엔 일본의 방사능 오염을 이유로 거절당한 후쿠시마현 이재민들, 노숙자, 그리고 저자 자신의 출생인 제일 한국인 출신이란 것에서 오는 사회에서의 차별과 혐오들을 통해 일본인들 그 자신들은 결코 이런 일들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자신감을 꼬집는 글이 신랄하게 다가온다.

 

 

작품 첫 부분에  '나는 갈 곳도, 있을 곳도 없는 사람을 위해 글을 쓴다'란 문장은 현실적인 소외감과 반겨줄 사람 없는 자들이 모이는 곳 도쿄 우에노 가란 공간을 통해 일본 사회 내에서 뿌리 박힌 모든 것들을 집약적으로 표현한 글이란 생각이 든다.

 

 

1964년 도쿄 올림픽과 2020년(연기돼서 2021년)의 올림픽을 마주한 가즈의 시선을 통해 바라본 노숙자의 쓸쓸한 고독과 심경을 통해 현재의 일본이 처한 분위기를 잘 그려낸 작품, 저자의 살아온 이력과 함께 많은 감정을 느끼게 한 작품이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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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옥 2021-10-17 0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공간의 구성 심리적 묘사가 독특해요.

북노마드 2021-10-20 16:11   좋아요 0 | URL
그렇지요?
저도 읽으면서 같은 생각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