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

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 ㅣ 마호로 역 시리즈
미우라 시온 지음, 권남희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12월

 도쿄와 인접해있는 마호로 시 마호로 역 골목길에 위치한 곳에 심부름 집이 있다.

거창하게 큰 일을 하는 것이 아닌 작은 일부터 부탁을 받고 일을 해주는 곳, 사장인 다아와 고교 동창인 교텐이 하는 일들을 통해 이웃들의 일을 도와주고 자신들도 모르게 소소한 행복을 찾아가는 이야기는 다시 읽어도 훈훈함을 느끼게 한다.

편한 사이라고는 말할 수없었던 교텐과의 동거는 그들이 함께 일하게 되면서 서로의 일들을 알게 되고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이 교텐이 집을 나간 후에 그를 찾아다니면서 친구의 소중함을 알아가는 다다의 마음과 행복의 의미는 거창하게 다가오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정원 가꾸기, 헤어진 남자 친구 떼어내기, 개 돌봐주기, 버스 운행 시간 적기.... 동네 주민들의 부탁하는 일들 자체도 작은 일부터 때로는 어이없는 부탁까지 들어오지만 이런 것들의 해결을 통해 그 둘은 성장해가고 여기엔 다음 시리즈에도 등장하지 않을까 하는 주변 인물들의 설정이 궁금증을 더해준다.

-누군가한테 필요한 존재라는 건 누군가의 희망이 된다는 의미야.  -p 101

읽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어느덧 마로호 역 골목길 심부름 집에 와 있는 듯한 생각이 들게 한다.

무심한 듯 보이면서도 예리한 관찰력을 지닌 교텐과 다다와의 관계는 나의 존재가 소중하단 사실과 함께 내가 행한 행동으로 인해 주변을 밝게 해 준다는 행복감을 느끼게 하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전해주는 작품이다.

시리즈 완결로 나온 만큼 이후의 작품에서는 어떤 따뜻함을 전해줄지  마호로 여행단에 탑승한 만큼 행복을 느껴보는 시간이 될 것 같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비하인드 도어

비하인드 도어
B. A. 패리스 지음, 이수영 옮김 / 모모 / 2021년 12월

타인의 눈엔 완벽 그 자체의 부부로서 살아가는 잭과 그레이스, 화자의 시점이 그레이스로 그녀의 내면에 깃든 공포와 심리 스릴을 통해  숨을 조여 오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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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터울이 크게 나는 동생 밀리가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상태에서 잭과의 결혼은 행복한 미래를 약속한 듯했다.

이혼 전문 변호사로 완벽 그 자체의 모든 갖춘 그에게 사이코패스의 기질이 다분히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결혼한 그레이스의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들은 악몽 그 자체였을 것이다.

단순히 부부간에 벌어진 심리 스릴러라기엔 스멀스멀 다가오는 공포에 그 기운들, 동생과 자신의 미래를 위해 취해야 할 그 어떤 행동이 필요함을 느끼지만 점점 무기력해지는 감정들, 여기에 독자들로 하여금 답답함을 느끼게 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심리 스릴이 주는 묘한 분위기를 한껏 부추긴다.

전형적인 가정 폭력에 해당하는 설정의 구도 속에 펼쳐지는 기나긴 심리의 변화를 통해 완벽한 가면을 쓴 남편의 본모습에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면서 보인 진행은 두 남녀의 비극적인 심리 대결과 스릴러의 맛을 느끼면서 읽기에 충분하다.

언니보다 현명한 처신을 한 동생의 활약과 이들 자매에겐 행복의 미소를 지을 날들일 올 수 있을지, 문 뒤에 감춰진 그 무언가를 알고 싶다면 바로 펼쳐보시길~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모방 독자

모방 독자
막스 세크 지음, 한정아 옮김 / 청미래 / 2021년 10월

바닷가에 위치한 고급 주택들이 모여 있는 곳, 그곳에서 유명 작가인 로버 코포넨의 아내 마리아가  기묘한 표정, 아름다운 블랙 이브닝드레스 차림, 손과 발에는 검은 매니큐어가 발라져 있는 상태로 죽은 채 발견이 된다.

그 시각, 남편은 자신의 작품 홍보를 위해 타지에 있던 상태로 이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제시카 니에미 형사가 파견된다.

바로 코앞에서 이뤄진 현장검식에서 범인을 마주치고도 놓친 그녀, 그런데 연이어 전혀 생각지도 못한 또 다른 연쇄살인 사건이 발생하는 가운데 이 사건의 정황이 로보 코포넨이 쓴 마녀 3부작에 드러난 내용과 유사함을 알게 된다.

그렇다면 범인은 어떤 목적으로 가지고 이 작품 속의 내용을 모방한 것인가, 아니라면 무슨 이유로 중세 마녀사냥처럼 이뤄진 형식을 치르면서 살인의 행각을 벌이는 것인가?

현실을 기반으로 하되 중세의 잘못된 마녀사냥 처형식을 연상하듯 죽음의 행렬들은 끔찍한 묘사와 오컬트 형식의 누아르를 선사한다.

죽은 사람들의 공통점도 없는 데다, 주인공 제시카의 어린 시절 트라우마와 심리의 불안들이 한데 겹치면서 진행되는 내용은 마치 경찰들을 조롱하듯 범인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 듯 드러내지 않는 행동과 '말레우스 말레피카룸'(마녀들의 망치, 15세기 말에 마녀 색출과 근절 방법을 다룬 문서)을 지붕에 새겨놓은 의식적인 뜻은 중세 마녀사냥에 대한 역사마저도 다시 들쳐보게 된다.

과거의 제시카가 겪은 베네치아에서의 이야기와 현재의 수사가 오고 가면서 여기저기 작가의 밑밥을 뿌려놓은 장치들은 각 등장인물들의 내면 심리와 더불어 몰입감을 드높인다.

특히 죽은 자들의 신원이 밝혀지면서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는 범인의 대담한 행동은 스릴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어지간한 부분에 이르러서는 대충 눈치를 챌 것도 같건만, 이 작품을 그 허를 찌른다.

북유럽 소설 중에서도 오랜만에 만난 핀란드 추리 소설이라 그곳에서의 겨울 풍경과 연쇄 살인범은 과연 누구인지에 대한 반전, 그리고 범인이 생각하는 바가 현실에서 어떻게 잘못 이용되어가고 있는지를 깨닫게 되는 순간 더욱 극적인 느낌을 받으며 읽는 작품이다.

시리즈물로 출간되는 작품이라는데, 다음 편에서는 주인공 제시카가 어떤 활약을 펼칠지 궁금해진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헤이팅 게임

헤이팅 게임
샐리 쏜 지음, 비비안 한 옮김 / 파피펍 / 2021년 12월

세상사 알다가도 모를 일들이 많지만 남녀 사이만큼 모를 일들이 이처럼 많을까? 싶은 이야기를 만났다.

 각각 근무하던 출판사가  하나로 합병이 되면서 루시 허튼과 조쉬아 템플먼은 동료가 된다.

그런데 두 남녀의 관점은 서로를 비난하기 바쁘다.

눈만 마주치면 서로에게 좋지 않은 점을 디스 하기 바쁘고 서로의 단점을 찾고 이를 이용해 유리하게 이용하려는 루시의 행동은 두 사람의 직업관에서도 조금 다르기에 더욱 앙숙이 된다.

천직으로 알고 있는 출판사의 일에 매달리는 루시, 매사에 얼굴 표정은 무뚝뚝, 숫자에는 어느 누구보다도 강한 면을 보이는 조쉬아, 이들은 이렇듯 서로 으르렁대는데  더군다나 이 두 사람이  승진 심사를 두고 더욱 헤이팅 게임으로 몰입하는데  두 남녀는 어떻게 이어질까?

단점만 눈에 불을 켜고 보던 두 사람이 어느덧 관찰하면서 몰랐던 장점들이 보이고 그들 사이의 모종의 계약이 맺어지면서 급반전의 물살을 타는 사내 연애 과정은 타인의 눈을 피해 성공할지...

로맨스 소설이 그렇듯 완벽을 갖춘 조쉬아에 대한 부분을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어느 연예인과 동률로 바라보게 되는 것을 느끼게 되고 여 주인공 또한 톡톡 튀는 앙숙의 발톱을 내세우고 행동을 벌이는 모습들이 시종 낄낄거리며 읽게 된다.

정 가운데 미운 정만큼 깊은 정은 없다는데, 이들의 미운 정이 어느새 죽고 못 사는 진정한 사랑의 정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 그 과정의 궁금증을 지켜보는 진행이 시간 가는 줄을 모르게 한다.

저자의  데뷔작으로 영화로도 만들어졌다는데, 그래서 그런지 책 속 내용이 기시감이 드는 부분이  많이 등장한다.

활동의 반경이 좁아지는 요즘 두 사람의 티격태격 사랑싸움을 들여다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고 로맨스물로 잠시나마 현실을 잊고 유쾌하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내가 잘 지내면 좋겠어요

내가 잘 지내면 좋겠어요 - 끝나지 않은 마음 성장기
에린남 지음 / 상상출판 / 2022년 1월

가벼운 삶의 가치관을 보여주었던 미니멀리스트 작가 에린남의 신작 에세이다.

전 작에서 보인 글도 그렇지만 이번엔 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준 에세이라서 한 해가 저물어가는 이때 더욱 와 는다.

글을 통해 타인과의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나조차도 나 자신에게 만족하지 못했던 순간들이 떠오르기도 하고 타인보다는 나 자신의 중요함을 일깨워주는 글에선 수긍의 고개를~

그 누구보다도 나 스스로가 나를 사랑해야만 타인들도 그렇게 받아들인다 사실, 그러나 나보다는 우선적으로 타인에 대한 안부를 먼저 묻게 되는 상황들을 떠올려보니 그동안 나를 제대로 보지 못했던  순간들이 절로 떠오른다.

 저자의 글을 읽는 동안 저자가 '잘 산다'란 말의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이 단순하면서도 간결한 글, 그림이 곁들여져 따뜻하게 느껴진다.

저자 스스로 자신의 원하던 일에 보다 다가서기 위해 꾸준히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린 노력의 과정이 하루 동안 벌어진 일들 가운데 기쁨을 찾아보려 한 면면들이 인상적이다.

가볍고 산뜻하게~

저자가 전하는 이 말이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꿈꾸며 오늘도 열심히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전하는 정겨운 인사말처럼 들린다.

각박한 무한의 경쟁 사회 속에서 잠시나마 힐링의 시간을 가져볼 수 있는 책, 한 템포 쉬어가면서 읽는다면 더 좋을 듯한 책이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