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방 독자

모방 독자
막스 세크 지음, 한정아 옮김 / 청미래 / 2021년 10월

바닷가에 위치한 고급 주택들이 모여 있는 곳, 그곳에서 유명 작가인 로버 코포넨의 아내 마리아가  기묘한 표정, 아름다운 블랙 이브닝드레스 차림, 손과 발에는 검은 매니큐어가 발라져 있는 상태로 죽은 채 발견이 된다.

그 시각, 남편은 자신의 작품 홍보를 위해 타지에 있던 상태로 이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제시카 니에미 형사가 파견된다.

바로 코앞에서 이뤄진 현장검식에서 범인을 마주치고도 놓친 그녀, 그런데 연이어 전혀 생각지도 못한 또 다른 연쇄살인 사건이 발생하는 가운데 이 사건의 정황이 로보 코포넨이 쓴 마녀 3부작에 드러난 내용과 유사함을 알게 된다.

그렇다면 범인은 어떤 목적으로 가지고 이 작품 속의 내용을 모방한 것인가, 아니라면 무슨 이유로 중세 마녀사냥처럼 이뤄진 형식을 치르면서 살인의 행각을 벌이는 것인가?

현실을 기반으로 하되 중세의 잘못된 마녀사냥 처형식을 연상하듯 죽음의 행렬들은 끔찍한 묘사와 오컬트 형식의 누아르를 선사한다.

죽은 사람들의 공통점도 없는 데다, 주인공 제시카의 어린 시절 트라우마와 심리의 불안들이 한데 겹치면서 진행되는 내용은 마치 경찰들을 조롱하듯 범인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 듯 드러내지 않는 행동과 '말레우스 말레피카룸'(마녀들의 망치, 15세기 말에 마녀 색출과 근절 방법을 다룬 문서)을 지붕에 새겨놓은 의식적인 뜻은 중세 마녀사냥에 대한 역사마저도 다시 들쳐보게 된다.

과거의 제시카가 겪은 베네치아에서의 이야기와 현재의 수사가 오고 가면서 여기저기 작가의 밑밥을 뿌려놓은 장치들은 각 등장인물들의 내면 심리와 더불어 몰입감을 드높인다.

특히 죽은 자들의 신원이 밝혀지면서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는 범인의 대담한 행동은 스릴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어지간한 부분에 이르러서는 대충 눈치를 챌 것도 같건만, 이 작품을 그 허를 찌른다.

북유럽 소설 중에서도 오랜만에 만난 핀란드 추리 소설이라 그곳에서의 겨울 풍경과 연쇄 살인범은 과연 누구인지에 대한 반전, 그리고 범인이 생각하는 바가 현실에서 어떻게 잘못 이용되어가고 있는지를 깨닫게 되는 순간 더욱 극적인 느낌을 받으며 읽는 작품이다.

시리즈물로 출간되는 작품이라는데, 다음 편에서는 주인공 제시카가 어떤 활약을 펼칠지 궁금해진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