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웰의 장미 - 위기의 시대에 기쁨으로 저항하는 법
리베카 솔닛 지음, 최애리 옮김 / 반비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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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6년 봄, 한 작가가 장미를 심었다. 란 문장으로 시작되는 오웰의 장미-



오웰이 출간한 작품들을 생각하면 의외의 제목일 듯싶은데, 저자는 총 7장에 걸쳐 독자들이 기존에 알고 있던 오웰이란 작가에 대한 삶의 면모들을 보임과 동시에 이에 연관된 시대적인 다양한 모습들을 보인다.



장미로 떠올릴 수 있는 연관성에는 대부분 기쁨, 연인, 사랑, 달콤한 고백들이 연상되지만 이 책에서 보인 장미를 통해 다룬 거시적인 부분들은 오웰이 월링턴에 정원을 마련하고 심은 것에서 출발해 그의 생애를 관통하는 정치적인 신념, 문학, 전쟁, 이념, 기후, 노동, 여성, 인권, 유전학, 생물, 농업, 식민주의 역사에 이르기까지 그 여정을 넘나드는 흐름이 막힘없이 흐른다.



엘리트 계급에 들어가길 포기하고 노동자 계급에 들어서길 결심한 오웰의 인생 출발은 그가 쓴 작품들과 함께 그가 평생 추구하던 사회주의에 대한 정치적인 생각과 이를 넘어 장미를 통해 겉모습에만 머물러 보는 것만이 아닌 그 안에 담긴 뒷모습을 비춘다.



'위건 부두로 가는 길'과 스페인 내전 참전을 다룬 '카탈루냐 찬가' 작품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인 것을 발견한 것을 필두로 저자는 그가 실제 탄광 실태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본 열악한 환경의 노동자들 및 어린아이들의 노동력 착취, 여기에 기계적 동력이 정치적이고 경제적인 면에서 권력을 낳은 과정을 가능케한다는 사실은 '빵과 장미'란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를 통해  예술과 여성들의 참정권에까지 이른다.







동시대를 살았던 티나 모도티가 찍은 장미, 로버트 메이플소플의 릴리 작품들을 통해 장미가 품는 이상적인 예술과 정치노선들의 이야기, 빵도 중요하지만 장미란 관념이 추구하는 주관성과 자유, 자기 결정권, 프라이버시, 독립성을 가질 때 번성하는 일종의 자유란 의미를 내포한다는 점으로 바라본 점은 저자의 글이 오웰이 추구하던 이상을 이해함을 넘어선 것이란 생각이 든다.








(사진들: 다음에서 발췌)




비정치적인 문학은 없다는 것과 예술 또한 어느 정도 프로파간다라고 말한 것처럼 오웰은 앤서니 블런트가 말한 부분에 반대했다.







특히 독재자 스탈린이 레몬나무를 죽지 않게 살아남도록 정원사들에게 주문했던 일화를 통해 죽은 레몬나무에 대한 책임을 면하기 위해 거짓말을 해야 했던 정원사들의 사례는 거짓말 위에 세워지는 진실은 무엇인가를 다룬  부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웰이 쓴 일기나 작품들 속에 드러낸 자신의 생각들은 오늘날 자유 민주주의에서 실천하고자 하는 평등과 민주주의, 정직성과 자유에 대한 침범을 용인하지 않는 프라이버시에 이르기까지를 생각해 본다면 어쩌면 오웰은 그 스스도 식물에 대한 사랑과 다정함을 지닌 인물이었다는 사실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전체적으로 장미를 통한 인간의 기본 욕구와 정치의 프로파간다, 여기에 장미의 아름다움 이면에 감춰진 노동자들의 고된 노동시간들을 통한 상반된 부분들을 함께 보인 많은 부분들은  저자의 탁월한 사유의 관찰로 더욱 빛을 발한다.




삶을 이상향으로 보지 않았던 오웰이 남긴 작품과 그가 가꾼 정원을 통해 우리의 미래 또한 재생과 꾸준한 노력이 필요함이 느껴지는 것, 지금 바로 우리가 실천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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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윌리엄! 루시 바턴 시리즈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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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 내면으로 간직하고 있는 과거에 대한 기억들 중에는 굳이 꺼내 말하고 싶지 않은 부분들이 있다.

 


설령 그것이 타인에 의해 의도치 않은 행동과 말 때문에 나 자신의 입으로 표출해내는 경우가 있다 하더라도 웬만하면 속내를 드러내 보이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루시 또한 자신의 어린 시절에 대한 기억은 트라우마처럼 남아있는 여성이다.



첫 번째 남편 윌리엄과 이혼 후 재혼을 하고 그  남편마저 세상을 떠난 지금, 전 남편이지만 그들 사이를 연결시켜주는 두 자녀가 있기에, 이제는 서로에 대한 불만과 불신이란 상처를 시간 속에 흘려보내고 친구처럼 지내고 있다.



작가로 성공했고 윌리엄을 떠나기로 결심한 이후 그녀가 보인 행보는 윌리엄이 세 번째 부인이 딸을 데리고 나가면서 초췌해지고 꿈을 통한 공포에 시달리는 그를 보는 마음에 대한 감정은  여전히 친구처럼, 때론 걷잡을 수없는 감정에 휩싸이는 연민으로 나타난다.



그녀 스스로  투명인간처럼 생각하면서도 여전히 현실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모습과 윌리엄이 부모에 대해 생각하는 점들은 비록 둘의 상황이 다를지언정 마음의 고통이란 점에선 같은 방향으로 향하고 있음을 느껴보게 된다.



인생을 살면서, 특히 부부간의 문제는 부부 당사자만 안다고 하는 말이 있지만 루시가 윌리엄과 그의 배다른 누나를 찾아가는 여정엔 부부로 살아오면서도 미처 상대방에 대해 전부 알고 지내지 못했다는 사실들을 느끼는 점들은 모든 인생에는 타인과 나의 사이, 심지어 나 조차도 나 자신에 대해 정확히 얼마나 알고 있는가에 대한 생각들을 던진다.



특히 윌리엄이 말한 선택과 자유에 대해 말한 대목은 공감을 일으킨 장면이다.



나가 선택했다고 믿었던 부분들이 결국은 인생 전체를 비춰볼 때 얼마 큼의 비중을 차지하는가에 대한 부분들, 누구나 그렇다고 생각했던 부분들이 정말 자유 위지에 의한 것인가에 대한 물음은 루시로 하여금 깨달음을 주기도 하지만 읽는 독자들 또한 자신에게 물어보고 있지 않을까?



전작인 '내 이름은 루시 바턴'에서도 그린 바 있는 그녀의 삶에 대한 고통들은 시어머니 캐서린의 자라온 환경이 드러난 장면과 마주했을 때의 일말의 배신감이 들었겠단 생각이 든다.







저자의 글은 특정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굴곡진 인생을 담아내지 않는다.




우리들의 인생 단면 단면을 베어내듯 그것을 통해 상처와 화해, 용서, 그리움에 대한 회상들을 일상의 패턴으로 모아진 그림처럼 다루기에 실제 그녀의 작품을 읽는 동안에는 누구나 그러할 수도 있다는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주위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무언의 권위적인 윌리엄의 모습이 더는 그 권위의 빛을 잃었다고 생각하는 루시의 마음, 한 사람의 인생에는 이렇듯 겉으로 보이는 빛의 이면엔 결핍과 상처로 가득한 부분도 있다는 것을 그려낸 내용은 기존의 타 작품과는 또 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읽는 동안 이혼한 부부 사이엔 이렇듯 우정 비슷한 감정이 남아 있다는 것이  가능할 수도 있구나를 생각하게 했다.




자녀란 끈이 있기에 완전한 남남이 될 수 없음을, 그렇기 때문에 루시가 자신의 성인 바턴으로 돌아오고  한때는 열정적인 사랑으로 맺어진 부부란 관계에서 무덤덤한 애정으로 바라보는 그들의 관계를 통해 인생에 대한 미래의 일은 아무도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다시 느껴보게 된다.





- 우리는 누구도 알지 못한다. 심지어 우리 자신조차도! 우리가 알고 있는 아주, 아주 작은 부분을 빼면. 하지만 우리는 모두 신화이며, 신비롭다. 우리는 모두 미스터리다. 그게 내가 하려는 말이다.  p 298쪽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는 길 위에 자신의 인생길을 걸어 나간다.


그  과정을 통해 자신과 타인과의 관계, 용서와 화해, 이해를 통한 성장, 그것이 또한 인생은 살아볼 만하다는 것을  알아가면서 말이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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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평연간의 격정 1
김혜량 지음 / 북레시피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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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왠지 봄바람을 연상케 하면서도 뜨거운 열정이 감지된다.



중국 북송을 배경으로 한 소설을 한국 작가가 그렸다는 점도 새로운데 황궁 퀴어 로맨스라니, 그 내용 또한 더욱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몰락해가는 송 왕조를 이어받아 17년간 정사를 돌보던 황제 조융은 모란 절을 맞아 황궁에서 연회를 베풀던 중 태학생 유가경을 보고 한눈에 반한다.(얼마나 미색 남이었음 반할까, 상상이...)








자신의 지아비가 되어달라는 황제의 뜬금없는 제안과 친구가 역모를 꾀한다는 누명을 쓰고 잡혀 가는 일에 휘말린 가경의 운명은 친구를 풀어주기 위해 환관 추신을 만나게 되면서 이후 세 사람의 앞날은 예측할 수 없는 진행으로 이어진다.



고대 로마시대에도 동성애가 있었지만 중국 왕조를 배경으로, 그것도 대놓고 황제가 유가경에게 제안한 동성의 사랑은 좀 다르게 다가왔다.



그것이 가경이 갇혀있는 동안 황제가 그의 마음을 얻기까지 노력하는 과정과 이를 느끼는 가경의 심정을 지켜보는 환관 추신의 갈등들이 황제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풀어나가는 흐름들은 아들처럼 생각하며 보좌했던 추신의 복잡한 마음 또한 한편으로 이해가 되는,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한다.




특히 궐내 후계자 대립이란 양상은 환관과 황제 간의 믿었던 신의들이 무너짐을 잘 그려낸 부분으로 황제가 추신을 바라보던 그 시선들과 왕위에 오르면서 정사를 했던 의미들을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구중궁궐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자인 황제의 사랑, 그 사랑은 과연 지켜질 수 있을까?




작가가 도서관에서 우연히 접한 동경 몽화록에 실려있던 부록 그림을 보고 상상을 펼쳐 그린 작품이라는데 권력과 욕망이 깃든 등장인물들의 심리가 입체적으로 그려진 점이 인상적이다.



낯선 궁중 퀴어 로맨스물이었지만 인간 근원의 바탕에 드리워진 질투와 분노, 여기에 원망과 오해들이 섞인 감정들선은 이성, 동성을 떠나 모두 같은 것임을 느껴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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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섬
쥴퓌 리바넬리 지음, 오진혁 옮김 / 호밀밭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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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를 대표하는 작가 하면 바로 떠올리는 오르한 파묵 이후 노벨 문학상에 가장 근접하고 있는 작가라는 쥴퓌 리바넬리의 작품을  접해본다.



지상낙원이라 불리는 자급자족이 가능한 독립된 섬, 그곳에 살고 있는 40호여 가구의 사람들이 평화롭게 살아가던 그곳에 어느 날 '그'가 나타난다.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전직 대통령 출신인 그는 섬에 오자 평화롭던 그 섬을 한순간 파멸에 이르는 행동들을 보인다.


처음부터 작은 부분에서 시작된 어긋남들이 미세하게 균열을 일으키며 섬을 바꿔버리는 그에 대해 섬사람들은 아무런 의심 없이 행동에 옮기지만 그를 따라 행한 일들은 점차 생태계의 혼란까지 이르게 만든다.



나무를 베어버리고 갈매기들 때문에 손녀가 사고가 나자 갈매기를 없애버리는 것들, 이런 일들이 점차 번지고 커지면서 섬의 평화가 일순간 사라지는 진행은 저자가 담고자 한 내용인 권위주의와 정치에 대한 무관심이 평화롭던 섬을 어떻게 무너뜨리게 되는지를 우화로써 그린다.



2008년 튀르키예의 에르도안 독재 정부를 비판하기 위해 쓴 작품이라고 하는데 어디 터키에만 해당되는 것일까?



평범한 사람들의 무관심이 권력에 귀속되고 뒤늦게 깨달아가는 과정들을 보인 작품은 뻔해 보이지만 뻔해 보이지 않는 진행으로 그려져 더욱 흥미롭고도 생각할 부분들이 많은 작품이다.




-"우리는 굴복에서 패배했다. 점차 수위를 높여가던 권력의 폭압이 얼마나 더 극에 달할 수 있는지 예상하지 못했기에 패배했다. 그 나무들이 잘려나갔을 때, 그리고 구멍가게 아들이 얻어맞았을 때, 우리는 우리의 목소리를 냈어야 했다. 저항했어야 했다. 우리는 그러지 않았다.... 이 상황에서 고개를 숙인 인류가 더 똑똑했던 건가, 아니면 저항한 갈매기가 더 똑똑했던 건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맞지 않을까?" - p286




그동안 오르한 파묵 작가의 작품이나 타 작가들이 보인 터키 내 여성들의 삶을 조명한 작품을 대해왔던 문학작품에서 정치적 우화소설을 접한 계기를 통해 새롭게 알아간 또 하나의 좋은 작품을 만났다는 생각이 든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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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엔 마진이 얼마나 남을까 - 작가정신 35주년 기념 에세이
김사과 외 지음 / 작가정신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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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책을 좋아하는 계기가 있겠지만 나에겐 어릴 적 아버지께서 사주신 전집 동화책이 계기가 되었다.



홀로 서재에 들어가 아버지 책상에 방석을 깔고 앉아서 읽거나 바닥에 앉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던 그 시절은 이사 온 친구와 친해지면서 더욱 가속이 붙었다.


그때  친구 아버지께서 시내에 책방을 운영하셨기에  그 덕분에 우리 집에 있는 전집과 친구 집에 있던 전집 출판사가 달라 서로 바꿔가면서 읽었던 것이 지금까지 이어져왔다.



책의 장르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무작정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던 시절, 중고시절을 지나면서 공부에 비중이 커지고 책에 대한 관심이 그전보다 조금씩 덜어지던 시기를 빼면 책은 늘 집안 곳곳에 있었다.



그러는 가운데 책 타입이 나와는 맞지 않는다는 분야도 차츰 알아가면서 소위 말하는 베스트셀러에 대한 생각과 실제 접하는 독자의 입장에서 묻혀 있는 보석 같은 책에 대한 생각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더 떠오른다.



글을 취미로 쓰지 않는 이상 업으로 살아가는 작가들에겐 창작의 고통이 있기 마련이고 그 이후에 자신의 손을 떠난 작품에 대한 독자들의 호응들도 당연히 궁금할 터, 이 책에서 보인 23인의 작가들의 글에 대한 단상들은 제각각 색깔을 달리한다.



한 작품당 인세는 얼마이며 샐러리맨처럼 일정한 고정급이 아닌 프리랜서의 속성상 솔직히 말하면 정말 궁금했다.


그런데 실제 책의 내용은 나의 상상력을 무너뜨린 작가들의 마음을 글로 쓴 에세이로 만나니 조금은 머쓱함이 다가온다.



현재 이름만 들으면 떠올려볼 수 있는 작가들의 개인적인 면들도 글을 통해 접하니 어떤 심정으로 글을 썼는가에 대해 이해도 가고 개인적인 스케줄을 스스로 만들어 개인 사무실이나 카페에 가서 글을 쓰는 시간을 할애한다는 모습이 요즘 시대의 작가들이란 생각이 들었다.




한때는 대하소설이 인기가 있었던 시절과  짧지만 긴 여운을 남기는 에세이도 읽은 기억들을 생각해보면 소설은 그저 허구에 지나지 않는 창작이 아닌 실제 우리들 삶에 한 부분이며 그 부분들을 통해 많은 공감들을 갖는다는 데에 23인 작가들의 글은 고른 감상을 느껴보게 한다.





한 바구니에 여러 가지 컬러의 사탕들이 듬뿍 들어 있고 그 가운데 마음에 드는 사탕을 골라서 먹는 재미처럼 각양각색의 저자들이 펼치는 글들을 통해  읽는 내내 입안에 사탕이 조금씩 사라져 가는 아쉬움을 남긴 듯 한 작품집이다.






- 소설이란 결국 골방에서 혼자 쓰는 일. 세상에서나 혼자 외롭고 쓸쓸한 시간을 견뎌가며 언어를 쌓아 올리는 일인데, 누군가 나처럼 오늘도 변함없이 외롭고 고독한 소설 쓰기를 하고 있으니 얼마나 반가웠을까. 혼자가 아니라는 안도가, 내가 하는 소설 쓰기가 영 소용없는 일이 아니라는 확신이, 동료가 선배가 후배가 아직 지치지 않고 여전히 쓰고 있다는 든든함이 얼마나 반가웠을까. 그 반가움에 덥석 손을 먼저 내민 것이라는 걸 누구보다도 내가 더 잘 알겠는 것이다. -P. 35~36

_(김이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여섯 시간」





-무엇보다 소설가는 직업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정체성 같은 것이어서 오래 아무것도 쓰지 않아도 자격이 유지된다. 주기적으로 갱신해야 하거나, 만기가 있어서 재계약을 필요로 하는 것도 아니다. 결정적으로 직업이 아닌 탓에 정해진 출근 시간이 없어서 따로 퇴근도 없는데, 그러니까 세간의 오해와 달리 아무것도 쓰지 않는 소설가란 진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자신의 정체성을 부단히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굳이 직장 생활에 비유하자면 수당도 없이 초과 근무 중인 상태와 같은 것이다. - P. 96~97

_(임현, 「공백의 소설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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