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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평연간의 격정 1
김혜량 지음 / 북레시피 / 2022년 11월
평점 :
제목부터 왠지 봄바람을 연상케 하면서도 뜨거운 열정이 감지된다.
중국 북송을 배경으로 한 소설을 한국 작가가 그렸다는 점도 새로운데 황궁 퀴어 로맨스라니, 그 내용 또한 더욱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몰락해가는 송 왕조를 이어받아 17년간 정사를 돌보던 황제 조융은 모란 절을 맞아 황궁에서 연회를 베풀던 중 태학생 유가경을 보고 한눈에 반한다.(얼마나 미색 남이었음 반할까, 상상이...)
자신의 지아비가 되어달라는 황제의 뜬금없는 제안과 친구가 역모를 꾀한다는 누명을 쓰고 잡혀 가는 일에 휘말린 가경의 운명은 친구를 풀어주기 위해 환관 추신을 만나게 되면서 이후 세 사람의 앞날은 예측할 수 없는 진행으로 이어진다.
고대 로마시대에도 동성애가 있었지만 중국 왕조를 배경으로, 그것도 대놓고 황제가 유가경에게 제안한 동성의 사랑은 좀 다르게 다가왔다.
그것이 가경이 갇혀있는 동안 황제가 그의 마음을 얻기까지 노력하는 과정과 이를 느끼는 가경의 심정을 지켜보는 환관 추신의 갈등들이 황제와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풀어나가는 흐름들은 아들처럼 생각하며 보좌했던 추신의 복잡한 마음 또한 한편으로 이해가 되는, 사랑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한다.
특히 궐내 후계자 대립이란 양상은 환관과 황제 간의 믿었던 신의들이 무너짐을 잘 그려낸 부분으로 황제가 추신을 바라보던 그 시선들과 왕위에 오르면서 정사를 했던 의미들을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구중궁궐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자인 황제의 사랑, 그 사랑은 과연 지켜질 수 있을까?
작가가 도서관에서 우연히 접한 동경 몽화록에 실려있던 부록 그림을 보고 상상을 펼쳐 그린 작품이라는데 권력과 욕망이 깃든 등장인물들의 심리가 입체적으로 그려진 점이 인상적이다.
낯선 궁중 퀴어 로맨스물이었지만 인간 근원의 바탕에 드리워진 질투와 분노, 여기에 원망과 오해들이 섞인 감정들선은 이성, 동성을 떠나 모두 같은 것임을 느껴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