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엔 마진이 얼마나 남을까 - 작가정신 35주년 기념 에세이
김사과 외 지음 / 작가정신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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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책을 좋아하는 계기가 있겠지만 나에겐 어릴 적 아버지께서 사주신 전집 동화책이 계기가 되었다.



홀로 서재에 들어가 아버지 책상에 방석을 깔고 앉아서 읽거나 바닥에 앉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던 그 시절은 이사 온 친구와 친해지면서 더욱 가속이 붙었다.


그때  친구 아버지께서 시내에 책방을 운영하셨기에  그 덕분에 우리 집에 있는 전집과 친구 집에 있던 전집 출판사가 달라 서로 바꿔가면서 읽었던 것이 지금까지 이어져왔다.



책의 장르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무작정 스펀지처럼 빨아들이던 시절, 중고시절을 지나면서 공부에 비중이 커지고 책에 대한 관심이 그전보다 조금씩 덜어지던 시기를 빼면 책은 늘 집안 곳곳에 있었다.



그러는 가운데 책 타입이 나와는 맞지 않는다는 분야도 차츰 알아가면서 소위 말하는 베스트셀러에 대한 생각과 실제 접하는 독자의 입장에서 묻혀 있는 보석 같은 책에 대한 생각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더 떠오른다.



글을 취미로 쓰지 않는 이상 업으로 살아가는 작가들에겐 창작의 고통이 있기 마련이고 그 이후에 자신의 손을 떠난 작품에 대한 독자들의 호응들도 당연히 궁금할 터, 이 책에서 보인 23인의 작가들의 글에 대한 단상들은 제각각 색깔을 달리한다.



한 작품당 인세는 얼마이며 샐러리맨처럼 일정한 고정급이 아닌 프리랜서의 속성상 솔직히 말하면 정말 궁금했다.


그런데 실제 책의 내용은 나의 상상력을 무너뜨린 작가들의 마음을 글로 쓴 에세이로 만나니 조금은 머쓱함이 다가온다.



현재 이름만 들으면 떠올려볼 수 있는 작가들의 개인적인 면들도 글을 통해 접하니 어떤 심정으로 글을 썼는가에 대해 이해도 가고 개인적인 스케줄을 스스로 만들어 개인 사무실이나 카페에 가서 글을 쓰는 시간을 할애한다는 모습이 요즘 시대의 작가들이란 생각이 들었다.




한때는 대하소설이 인기가 있었던 시절과  짧지만 긴 여운을 남기는 에세이도 읽은 기억들을 생각해보면 소설은 그저 허구에 지나지 않는 창작이 아닌 실제 우리들 삶에 한 부분이며 그 부분들을 통해 많은 공감들을 갖는다는 데에 23인 작가들의 글은 고른 감상을 느껴보게 한다.





한 바구니에 여러 가지 컬러의 사탕들이 듬뿍 들어 있고 그 가운데 마음에 드는 사탕을 골라서 먹는 재미처럼 각양각색의 저자들이 펼치는 글들을 통해  읽는 내내 입안에 사탕이 조금씩 사라져 가는 아쉬움을 남긴 듯 한 작품집이다.






- 소설이란 결국 골방에서 혼자 쓰는 일. 세상에서나 혼자 외롭고 쓸쓸한 시간을 견뎌가며 언어를 쌓아 올리는 일인데, 누군가 나처럼 오늘도 변함없이 외롭고 고독한 소설 쓰기를 하고 있으니 얼마나 반가웠을까. 혼자가 아니라는 안도가, 내가 하는 소설 쓰기가 영 소용없는 일이 아니라는 확신이, 동료가 선배가 후배가 아직 지치지 않고 여전히 쓰고 있다는 든든함이 얼마나 반가웠을까. 그 반가움에 덥석 손을 먼저 내민 것이라는 걸 누구보다도 내가 더 잘 알겠는 것이다. -P. 35~36

_(김이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여섯 시간」





-무엇보다 소설가는 직업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정체성 같은 것이어서 오래 아무것도 쓰지 않아도 자격이 유지된다. 주기적으로 갱신해야 하거나, 만기가 있어서 재계약을 필요로 하는 것도 아니다. 결정적으로 직업이 아닌 탓에 정해진 출근 시간이 없어서 따로 퇴근도 없는데, 그러니까 세간의 오해와 달리 아무것도 쓰지 않는 소설가란 진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자신의 정체성을 부단히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굳이 직장 생활에 비유하자면 수당도 없이 초과 근무 중인 상태와 같은 것이다. - P. 96~97

_(임현, 「공백의 소설 쓰기」)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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