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홍여우전 - 구미호, 속임수의 신을 속이다
소피 김 지음, 황성연 외 옮김 / 북폴리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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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미국인 소설가 소피 김의 작품, '주홍 여우전.'-



한국신화를 바탕으로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새로운 판타지 장르로서 새롭게 만나볼 수 있는 작품 속 배경은 1992년 한국 수도 서울과 수원 그 어디쯤이 배경이다.



1452년(1700살에 해당)을 살면서 무수히 많은 사람의 간을 먹음으로써 더 이상 먹는데 부족함을 느끼지 못하는 일명 '주홍여우'라 불리는 김하니는 은퇴한 후 크리처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일하는 아르바이트생이다.



한편 천계의 신인 형 환인에 대한 쿠데타를 일으킨 속임수 신이라 불리는 석가는 요괴를 잡아들이는 임무를 완수하면 천계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 아래 형사로서 일하는 까칠남이다.



인간과 요괴가 함께 살아가는  신신시 카페에서 둘은 앙숙 아닌 앙숙처럼 만나게 되고 인간 두 사람의 사망과 간이 없어진 정황을 시작으로 사건을 조사하는 석가의 임무는 점점 넓혀간다.




일명  암흑 세상을 꿈꾸는 어둑서니와 주홍여우를 잡아들이는 일을  완수한다면 빠른 천계로 직행할 길을 마련할 수 있다는 환인의 조건부 계약을 승낙하면서 두 가지 일에 몰두하게 된 석가, 여기에 자신의 생명 위협을 느낀 하니는 석가의 보조부하로서 자청하며 함께 일하게 된다.




어둑서니를 쫓는 동시에 자신의 행방에 대한 수사를 방해함으로써 안전을 꾀한다는 하니의 계획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환인의 동생이 있다는 가정 하에 풀어나가는 한국신화의 이야기는 구미호와 신의 만남을 가진다는 설정으로 펼쳐지는 흐름이란 신선한 소재답게  한국 전래동화와 신화의 조합, 여기에 둘 사이의 로맨스가 몽글몽글 피어나는 과정에서 서서히 변화하는 자신들의 마음을 확인하는 과정이 사람들의 모습처럼 그려진다.

 



읽다 보면 처음에 분명 구미호와 신이란 소재가 점차 보통의 두 연인들의 모습으로 생각될 만큼 서서히 물들어가는 과정은 물론이고 어둑서니의 정체를 밝혀내는 과정에서 구슬을 뿜어내며 혼신의 힘을 다해 석가를 구하려는 구미호 하니의 심경이 현대적인 감각을 느끼면서 읽는 즐거움을 준다.









특히 한국신화와 전설을 바탕으로 혼합된 이 작품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드라마 도깨비, 구미호던은 물론 좀비, 더 나아가 암흑세계의 주자인 어둑서니란 명칭에 어울리는 음울한 배경 설정과 끔찍한 죽음의 실체를 묘사하는 과정을 잘 그려낸 것이 인상 깊었다.




한국고유의 느낌을 살린 한국정서를 포함해 로맨스 판타지물 속에  추리와 코미디까지 버무린 혼합장르로 즐길 수 있는 페이지터너 작품이라 이런 장르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아마도 드라마로 만나볼 수 있는 가능성을  생각해보지 않을까 싶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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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라이즌
배리 로페즈 지음, 정지인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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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에 마지막 유작으로 발표된 역작인 '호라이즌'-



그간 저자가 다뤄온 작품들을 접해 온 독자들이라면 가장 방대한 여행서이자 인문 에세이로서 접할 수 있다는 데에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무수히 많은 여행서 중에서도 독보적인 저자만의 감각과 생각들을 풀어낸 이번 유작품은 그가 여행한 장소를 크게 여섯 개의 부분으로 나눠서 다루고 있다.



어떤 여행지를 목적으로 두고  나설 때 우리들은  감상과 감탄, 여기에 깃든 어떤 내용들을 통해 각기 다르게 받아들이고 이해를 하는 과정에서 기억에 담아두고 있지만 저자의 책은 매번 읽으면서도 감탄을 금치 못하는 점은 글을 다루는 자세에 있다.



어린 시절부터  자연 속에서 생활했던 경험이 후일 위대한 여행가로서 보고 듣고 기억을 간직하는 것부터  유적이나 여행지에 관한 역사적 의미와 경치를 바라보면서 삶에 대한 관조적인 철학적 생각들이 훌륭한 여행 보고서처럼 다가온다.








이번 책에서는 그간 모든 여행지를 통틀어 집대성한 것처럼 보이는 부분들이 있는데 아마 누구나 가보고 싶은 곳이지만 쉽게 가볼 수 없는 시간적 제한이나 지리적 환경이라는 것을 대리만족처럼 느끼면서 읽을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란 생각이 들었다.




특히 푸에르아요라는 챕터에서 다룬 갈라파고스 제도에서는 인류  역사의 한 부분인 노예무역에서부터 진화론에 이르기까지 자연과 인간의 역사를 두루 묘사하고 있고 그 밖에도 다른 장에서 다루는 내용들 또한 미래의 환경에 관한  훼손과 회복에 대한 부분들을 살펴볼 수 있다.




뭐니 뭐니 해도 역시 남극과 북극을 다루는 장은 여전히 매력적인 글로 인해 마치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한 감성을 불러일으켰다.




아직까지 사람의 손을 많이 미치지 않은 지역에 속하기도 하지만 자연의 위대함이란 무엇이고 그 자연 속에서 어우러져 살아간다는 것은 우리들의 미래에 대한 어떤 경고처럼 들리기에 저자만의 해석이 담긴 고찰은 여행서로 보기엔 아깝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자연 속에서 걷고 풍경을 감상하며 그 안에 녹여낸 그가 가진 역사관을 비롯해 문학, 정치, 경제, 예술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하나의 통찰이 담긴 저자의 회로록처럼 여겨질 수도 있는 작품, 두고두고 읽어도 고전에 남을 책이란 생각이 든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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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들이 남쪽으로 가는 날 - 2024 스웨덴 올해의 도서상 수상작
리사 리드센 지음, 손화수 옮김 / 북파머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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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스웨덴 올해의 도서상 수상, ‘천재 소설가’ 리사 리드센의 데뷔작으로 북유럽의 언론이 극찬했다고 한 신간 작품 소식에 내용이 궁금했던 소설을 만났다.



처음 출간한 책이 이렇게 많은 관심과 찬사를 받았다고 하는데서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닐까 생각했는데, 역시 내용은 많은 것들을 생각해 보면서 되돌아보는 시간이 된 작품이다.



작품 속 주인공인 '보'가 삶의 마지막 앞두고 그린 시점에서 출발하는 내용은 아들과의 관계를 풀어가면서 우정, 사랑 화해, 그리고 마지막 작별의 과정을 가슴속 깊이 느낄 수 있는 이야기로 독자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한다.








아버지와 아들의 사이, 인생의 진정한 의미는 무엇일까에 대한 많은 점들을 이 책을 통해서 그리고 있는 바 태어나고 성장하고 결혼과 자식을 낳고 인생의 황혼기와 죽음 앞에서 우리들은 어떤 생각들을 하며 마무리할지, 남은 이들에게 나는 과연 사랑하는 이들이라고 느끼게 해 주었는가에 대한 지나온 시간들을 주인공이 살아온 삶을 통해 보인다.



특정한 틀에 맞추어 그린 이야기가 아니라 보편적인 누구나의 삶을 그린 이 작품은 특히 저자가 자신의 가족, 할아버지가 남긴 메모를 통해서 구상했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공통의 노년을 맞이하면서 죽음과 더욱 가까워진 삶에 대해 잔잔하게 그리면서도 따스한 온기를 불어넣어 준다.








생로병사에 대한 인지를 갖고 있지만 그것이 세월과 시간이 흐르면서 누구에게나 온다는 사실 앞에서 특히 작품 속 마지막까지 자신의 존엄과 노인을 바라보는  사회시선들을 작품 속에 녹여내면서 그렸기에  '보'의 이야기를 통해서 삶의 지혜가 담긴 느낌들을 많이 받았다.




누구에게나 닥치는 이야기, 배경은 달라도 우리 모두가 느끼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내용들이라 한 해가 저무는 이 시기에 디시 생각하며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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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크레이브 1~2 세트 - 전2권
트레이시 울프 지음, 유혜인 옮김 / 북로드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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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 소재를 다룬 영화나 문학작품들이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을 보면  판타지 문학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 여기에 적절한 로맨스까지 섞인다면 더욱 인기를 끌만한 요소가 아닌가 싶은데, 이런 충족감에 대한 기대를 할 수 있는 작품이다.



부모님을 사고로 한 번에 잃은 17살의 그레이스는 삼촌이(응? 우리나라 호칭으로 부르자면 작은아버지가 맞을 듯한데..) 교장으로 있는 알래스카 힐리란 곳으로 전학 사촌 메이시까지 있는 이곳에서   함께 살기 위해 온다.



캐트미어 아카데미에 전학 온 학생으로 온 첫날부터 잭슨 베가란 남자아이에게 협박성이 담긴 말을 듣지만 그를 본 순간 왠지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느낀다. (남자 주인공 캐릭터 역시 아주 근사하게 그려졌다.)



전체 학생들의 주요 관심대상이 된 그레이스가 눈에 띄지 않는 학생으로 학교에 적응하고자 하지만 웬걸! 사사건건 잭슨이 도와주는 상황으로 엮이면서 둘 사이의 묘한 긴장감 형성이 조성된다.



그런 가운데 점차 가까워지는 두 사람의 관계는 친밀감과 긴장감 조성, 캐트미어 아카데미가 단순한 학교가 아닌 뱀파이어, 마녀, 용, 늑대로서의 변신수 능력을 지닌 이들이 모여 있다는 사실과  까면 깔수록 점차 밝혀지는 비밀들, 이곳에서 잭슨이 뱀파이어로서 지닌 능력과 그레이스를 노리는 누군가의 시험은 과연 어떻게 흐를지...




영어덜트 소설로서 기존의 트와일라잇 시리즈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또 하나의 뱀파이어 시리즈로 즐길만한 소설이란 생각이 들었다.



트와일라잇을 잇는 주자로서 재미와 설렘, 자신들의 능력들을 펼치는 장면들이 판타지 요소를 충족시키는 가운데 왜 그레이스를 위험에 빠뜨리려 하는가와 이곳에서 쫓아내려는 이유는 무엇인가에 대한 궁금증은 저자가 6권의 시리즈를 생각한 만큼 차후 시리즈에서 풀어나갈 전개이면서 잭슨과의 끈끈한 로맨스 흐름은 또 다른 설렘을 준다.




잭슨이 짊어지고 있는 무게감 뒤에 순수한 모습으로 돌변하는 모습에 이르는 포착장면, 트와일라잇보다는 좀 더 가벼우면서도 전개가 빠르다는 점, 여기에 각 인용된 문장과 노래들이 어울려 장면에 쉽게 빠져들게 하는 것들은 확실히 재미와 영상미를 함께 생각해 보게 한다.




여기에 2권 잭슨의 시각으로 보인 장면들을 또 다른 환기를 시켜주는 것들이라 이 역시도 재미가 배가 된다.









흔하지만 흔하지 않게 다룬 뱀파이어 소재를 그린 작품 속 전개 내용들은 앞으로 그레이스와 잭슨이 험난한 과정을 어떻게 헤쳐나가면서 그들이 지닌 능력의 최대치가 어떤 모습으로 그려질지 다음 시리즈를 궁금하게 만든다.




곧 영상으로 확정돼 만날 수 있다고 하니 트와일라잇 시리즈를 넘는 색다른 것들을 꿈꿔도 좋을 듯하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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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자의 노래 - 2023 부커상 수상작
폴 린치 지음, 허진 옮김 / 은행나무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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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세계에서는 상상력을 키우면서 많은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이지만 현실 같지 않은, 이것이 정말 허구가 아닌 현실이라고!라는 말밖에 할 수 없는 일들을 직접 겪게 된다면 우리들의 선택은 어떤 방향으로 이어질까?



읽는 내내 마음이 너무도 무겁고 마지막을 넘기면서까지 이렇게 초조하고 불안하며 분노와 혐오, 고통과 울분이라 단어를 (육두문자까지...) 계속 곱씹으려 읽은 책도 요 근래 들어 드문 경우다.



2023년도 부커상 수장작인 이 작품의 배경이 저자의 고국인 아일랜드를 배경으로 디스토피아를 덧대어 현실의 모습을 허구로 뒤집어 그린 수작이라고 생각하는데, 요 며칠 국내에서도 복잡한 일들이 발생한 것을 필두고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교원 노조 부위원장인 남편 래리가 노조활동을 하면서 행방불명이 되고 이어 아들 마크까지 자신의 뜻을 관철하면서 집을 나간 이후 세 아이만 남은 상황에서 아내이자 엄마인 아이리시는 불안한 상황이지만 가족을 지키기 위한 모습을 그린 내용은 그녀의 시선을 따라가며 진행된다.




설마 하던 일들이 나의 가정을 깨뜨리고 더욱 복잡한 상황에 몰리면서 조국을 탈출하게 되는 상황에 이르기까지 그녀가 겪는 사회의 분위기와 혐오와 서로의 목적에 부합하며 적대시하는 두 정권의 복잡한 양상의 피해는 오로지 평범한 국민들이 겪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끝내 돌아올 것이란 희망의 끈을 놓을 수없는 아내로서의 몸부림, 남편과 아들의 부재가 몰고 온 가정의 질서는 지탱하기 어려운 정신적 혼란과 불안을 감싸고돌지만 그렇더라도 평범한 일들마저 무시할 수는 없었던 심정과 행동들이 정말 공감을 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전체주의로 돌아선 급박한 상황에서 아들을 잃고 가슴엔 피멍조차 느끼지 못할 정도로 검은 가슴을 안은 채 둥지를 떠나야 만 하는 그들은 무슨 죄가 있었단 말인가?














각 문장과 절마다 끊지 못하는 쉼표와 마침표의 행진들, 그녀의 머릿속에서 펼쳐지는 희망과 환상, 이런 모든 것들을 쉼 없이 내뱉고 쓸어 담고 다시 남은 자식들을 위해 가야 하는 엄마로서의 아일리시 모습은 독재정부의 감시와 통제로 이뤄진 것들이 어떻게 폭력과 맞물리면서 비극으로 치닫는지를 냉정한 시선으로 그린다.










읽는 내내 체증이 걸린 것처럼 우리나라 역사의 한 현장을 보는듯한 착각, 지금 이 책을 읽는 순간 저자가 관심 두고 있던 시리아 내전은 끝났지만 예언자가 들려준 이야기는 결코 허투루 지나칠 일이 아님을 우리들을 알고 있다.




- 예언자가 노래하는 것은 세상의 종말이 아니라 이미 일어난 일과 앞으로 일어날 일과 어떤 사람에게는 일어났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이어나지 않은 일의 종말이다, 세상은 어느 곳에서는 늘 끝나고 또 끝나지만 다른 곳에서는 끝나지 않는다, 세상의 종말은 늘 특정적 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다, 세상의 종말이 당신 나라에 찾아가고 당신 동네를 방문하고 당신 집의 문을 두드리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그것이 머나먼 경고, 짤막한 뉴스, 전설이 되어버린 사건들의 메아리일 분이다.- p 355


 


정말 실제일까를 넘어선 사실들, 그런 사실들이  더 이상 없는 것이 당연한 세상임을 알면서도 세상은 그런 질서를 무너뜨리고 다른 것들을 요구하는 불안정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게 그린 작품으로  평범함의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를 다시금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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