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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파란 눈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49
토니 모리슨 지음, 정소영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7월
평점 :
작가가 타계한지도 5년이란 시간이 흘렀다.(시간이 참 빠르게 흘러간다는 것...)
저자가 세상에 최초로 출간한 작품인 이 소설은 그동안 저자의 작품을 생각하면 이때부터 꾸준히 자신의 목소리를 통해 독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게 한다.
1970년대에 출간한 점을 염두에 두고 읽더라고 지금 이순간에도 미국내에서 여러 가지 사건사고들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저자가 문학이란 장르를 통해 흑인들의 정체성과 그 연장선에서 과연 얼만큼의 발전들을 보여왔는가를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기도 하겠다.
9살의 클로디아, 10살의 프리다, 그리고 아버지가 불을 지르는 바람에 클로디아 집에 잠시 머물게되는 페콜라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속 배경은 1941년 미국 오아이오주 로레인이다.
어린아이의 눈에 비친 어른들이 말하는 것들을 주워담아 이야기 전체를 이어가는 성장들은 이미 부모로부터 존재를 인정받지 못한 페콜라의 아버지 촐라, 한쪽발이 불편한 엄마 폴린, 이들 부부가 만나 가정을 이루면서 폭력적인 일이 다반사인 일상부터 셜리 템픔을 좋아하는 소녀의 감성을 지닌채 파란 눈에 대한 호감을 지닌 페콜라의 일은 흑인들이 살아가는 현장의 모습을 생생히 표현한다.
파란 눈과 노란 머리, 분홍 피부의 인형을 거부감 없이 주는 부모, 그런 인형을 받으면서 잠재된 인식 속에 자신들이 지닌 외모에 대한 혐오와 바닥으로 내려앉은 자존감은 스스로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인식조차 깨닫기도 전에 이미 하나의 표상으로 자리잡은 것처럼 비쳐진다.
이 대목에서 문득 지금은 조금 나아졌지만 어린 시절 인형이라 함은 모두 서구 사람을 모델로 한 것을 선물로 주거나 지금도 바비 인형처럼 표준적인 여성상의 신체로 생각되는 인식에 영향을 끼쳤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이들의 감정이 얼마나 선망의 대상이 될 수도 있는지를 이해하는 부분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작품 속에서는 이들 외에도 유색인종들의 선택과 거부들이 등장하는데, 같은 유색인이라도 흑인과의 거리를 두고자 하는 제럴딘 가족, 백인의 피가 섞인 혼혈인으로 주술사처럼 행세하는 소프트 처치 같은 이들의 모습을 통해 흑인사회에서도 이 같은 격차가 벌어지는 현상에 대한 모습을 대비시킨다.
페콜라가 겪은 근친상간과 프리다가 겪은 하숙인 헨리의 신체 접촉들은 어른들의 그릇된 행동을 통해 보호받지 못한 채 되려 외면당하는 현실과 그 이후 페콜라가 자신이 푸른 눈을 갖게 되면 더욱 아름다워질 것이란 생각을 갖게 되는 흐름은 어린아이로서 너무나 많은 상처를 입은 것과 동시에 정신 이상자의 모습으로 스스로 자신을 보호하려는 행동들을 통해 무엇이 이 어린 소녀에게 이런 아픔을 겪게 하는지 내내 아픔이 되새겨진다.
이는 어른들의 시선이 아닌 순수한 아이들의 시선으로 보는 관점으로 그려지기에 더욱 아픔이 크게 다가오는 공감대 형성과 어린 시절과 성인이 된 클로디아의 시선이 맞물리면서 각 계절마다 치러지는 그들의 일상이 흑인들의 역사를 관통하고 있는 흐름과 더불어 폭력의 대물림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슬픔을 자아낸다.
주변에 정상적인 가족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던 환경, 그런 환경 속에서 성장한 어린이들의 순수함과 이런 순수함이 간절한 기도로 이어지지 않음으로 인해 금잔화는 더 이상 피어날 수 없었다는 사실이 내내 아련함을 전해주는 작품이다.
가난과 계급 탈피를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백인 위주로 돌아가는 사회에서 그들이 마주치는 현실은 녹로지 않았다는 모습들이 진한 여운으로 남는 소설-
누구보다 소중한 존재인 '나'로 살아간다는 것을 느끼지 못하면서 성장한 소녀들의 이야기, '가장 파란 눈' 대신 소녀들의 검은 눈망울이 가장 아름답다고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