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필적 맥베스
하야세 고 지음, 이희정 옮김 / ㈜소미미디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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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기업 J프로토콜에 다니는 나카이 유이치는 고교 동창생인 반과 함께 방콕에서 교통 IC카드 판매 계약을 성사시키고 귀국하던 중 마카오로 바꿔 투숙하면서  카지노에 들른다.



도박엔 관심이 없지만 한 노파의 행동을 눈여겨보고 그를 따라 베팅한  결과  거금을 손에 쥐고 이어 성매매를 하는 여인으로부터 '당신은 왕으로서 여행을 계속해야 한다.'라는 예언을 듣게 된다.



 이어  연인관계인 직장동료 유키코로부터 홍콩 자회사 대표이사로 발령받을 것이란 소식을 미리 듣게 되고 이는 곧 현실화된다.



겉으로 보기엔 승진처럼 보이지만 내막을 알고 보면 페이퍼 컴퍼니로서 모회사의 자금을 관리하는, 계약을 성사시킨 후에 이용가치가 떨어진 자신과 반을 버리고자 실행한 것을 알게 된다.



단지 이뿐만이 아니라 고교 첫사랑인 나베시마와 얽힌 사연은 그가 원치는 않았지만 맥베스처럼 왕으로 군림할 수밖에 없는 상황과 주변의 믿었던 사람들마저 죽여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는데, 과연 그는 어떤 선택을 택할까?



작품 속 내용은 하나의 주제가 아닌 여러 가지를 내포하고 있다.


우선 경제적인 스릴처럼 샐러리 맨으로서의 애환들, 해외영업사원으로서 다른 나라들을 방문하고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의 여행 일정과 성취감은 물론  냉철한 비즈니스 함정에 빠짐으로써 어떤 길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맥베스의 운명처럼 될지, 현대의 다른 맥베스가 될지를 궁금하게 만든다.



또한 첫사랑이었던 나베시마와의 인연이 20여 년이 흘러서 다시 사건으로 만나게 됐을 때 과거의 기억과 현재 그녀를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 지에 대한 판단, 그리고 현 연인관계인 유키코에 관한 생각들은 조선의 카이저라(읽다 보면 누군지 짐작할 수 있는 인물)는 인물의 만남과 더불어 살기 위해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범죄소설의 성격을 보인다.







특히 해외출장이 잦은 주인공이 사건에 휘말려  베트남, 방콕, 마카오, 홍콩, 일본을 방문하는 과정은 2000년대 각 나라의 풍물과 정취, 음식들, 나카이가 즐겨 마시는 콜라와 럼으로 만든 쿠바리브레와 함께 독자들 나름대로 방문한 나라가 있다면 절로 그 소설 속에 빠져들며 읽게 된다.




IC카드와 이에 얽힌 암호해독을 둘러싼 기술을 차지하기 위한 이권싸움이란 점에서 경제 소설이고, 그런 가운데 하드보일드 느낌이 물씬 풍기는 피가 난무하는 범죄소설이면서도  첫사랑에 대한 쓸쓸한 기억과 추억들이 이뤄질 수 없다는 애절함이 들어있는 로맨스물로 조화롭게 구성된 작품이란 점에서 눈길을 끈다.




고전 속에 맥베스는 왕이 되고서도 자신 스스로가 파멸해 가는 인물이다.



그렇기에 이미 맥베스의 운명에 대한 결과를 알고 있는  나카이는  그 자신 또한 왕이 되었고 같은 맥베스의 길을 걷지 않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결단과 나베시마의 정체를 알아가는 반전은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큐브 맞추기 속 숫자처럼 적절한 타이밍에 절묘한 맛을 느끼게 하는 작품으로  두 여성이 만나는 장면은 왜 이리 아련한지...




22년 만에 출간한 두 번째 장편 소설이라는데 촘촘히 엮인 내용이 좋았던 소설,  하드보일드 취향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한번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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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이 닮았다 - 과학적이고 정치적인 유전학 연대기 사이언스 클래식 39
칼 짐머 지음, 이민아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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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말로 부모와 자식 간의 닮음을 표현할 때 '붕어빵'이란 말을 쓴다.



연초에 가족행사에서 반가운 사촌들을 만났을 때 정말 놀라웠던 것은 중년에 접어든 사촌들의 모습이 그들의 부모님 모습과 정말 닮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나 또한 그런 말을 사촌들에게 들었고 우리 모두는 웃어가며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가 없었는데 이처럼 나의 모습 속엔 속일 수 없는 부모로부터 받은 유전이 들어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또 한 번 느껴본다.




겉모습만이 아닌 하는 행동의 어떤 제스처에 이르는 것들을 망라해서 우리들은 조상대대로의 유전형질을 이어받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저자 또한 태어날 아기에 대한 유전검사에 대한 관심을 두게 되면서 이 책을 쓰게 된 경위를 들려주는데, 딸과 아내의 웃음이 닮았다는데서 착안한 제목이 잘 어울린다.



유전이란 용어가 지금처럼 우리가 받아들이는 의미로써 이해하기까지에는 시대별로 달랐다.



상속자 신분을 뜻했던 법률용어로 1700년대까지 사용되고  1800년대에 이르서는 다윈에 의해 유전이란 근대적 개념으로 확장되었으며 1900년대 초에 들어서 유전학이란 개념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유전의 특성을 대표적으로 드러난 사람들이라고 한다면 합스부르크 가의 사람들의 턱을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자신들만의 고유한 세계를 이어가고자 고안해 낸 제도의 특성의 결과물이란 점에서 유전형질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보게 된다. 



이어  멘델의 법칙이 바로 떠오르는 것은 학창 시절 배운 내용도 있지만 만일  동시대 다윈이 멘델의 존재를 알았더라면 어떤 결과를 낳았을까에 대한 상상을 해보게 된다.



또한 저자가 그동안 바인랜드 훈련 학교에 찾아가 섭렵한 조사 내용들은 과학과 역사적인 분석을 통해 유전 과학이라 불리는 학문에 대해 그만의 통찰력을 엿볼 수 있는 내용들이라 흥미롭게 읽을 수가 있다.



같은 쌍둥이라 할지라도 같은 듯 다른 형질을 갖고 있다거나 아 책에서 보인 다양한 사례들을 담은 이야기들을 통해 유전을 넘어 우생학, 인종차별에 이르기까지 편견과 차별에 이른 역사의 한 부분들도 들어있어 우리 안에 내포된 유전에 대한 폭넓은 의미를 되새겨볼 수 있게 한다.



확실히 방송이나 기타 매체, 책을 통해서 접하는 유전학에 대해 일반인들이 개인적으로 관심을 두지 않는 한 이해하는 데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이 책을 접해봄으로써 어렵다고 생각하는 유전학에 대해 상당히 흥미롭고 지루하지 않게 쓴 내용들은 신기, 신비롭다는 말을 연발하며 읽은 시간이었다.







과학저널리스트이자 칼럼니스인 저자가  단순히 유전학에 대해서만 그치는 내용이 아닌 이를 통해 우리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나아가는 데에 이를 어떻게 발전시키고 의학에서 보다 원활한 방안은 무엇일까에 대한 생각을 독자 스스로 묻는 시간을 주기도 한다.




800페이지가 넘는 책이지만 부담 가질 필요 없이 읽을 수 있는 내용이라 저자가 이끄는 대로 유전학의 연대기 여행 속으로 빠져들었던 책이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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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라이터
앨러산드라 토레 지음, 김진희 옮김 / 미래지향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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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로서 유명한 길을 걷고 있는 헬레나 로스-



부와 명성을 갖고 있는 그녀는 죽음을 앞두고 있으며 곧 그녀의 마지막 작품이 될 글을 출간하기 위해 대필 작가를 필요로 한다.



자신의 작품에 대한 출간을 전적으로 맡아왔던 대리인 케이트에게 요청한 인물은 다름 아닌 앙숙처럼 서로의 작품에 대해 신랄한 비난을 서슴지   않는 사이인 마르카 반틀리다.



실제 만나본적도 없는 사이였지만 자신의 글 취향과 같다는 공감대 형성,  말 못 할 비밀을 풀어내기 위한 적격자로서 그만한 인물이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바, 마르카는 이에 응한다.



처음부터 헬레나는 자신의 기억을 반추하며 4년 전 남편을 죽였다고 고백한다.(이는 독자들에게 들려주는 말이자 후에 책이 완성되는 말미에 마르카가 알게 되는 진행으로 생각한다.)



추리소설상 처음부터 범인이 누구인지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나가는  진행으로 향하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이 작품처럼  이미 자신의 죄를 고백함으로써 왜 그래야만 했는지에 대한 상황에 대한 물음을 던지며 읽게 되는 소설들이 있다.



넓은 저택에서 남편과 딸 베서니의 존재는 없는, 휑한 저택에 친구도 없고  엄마마저 거리를 두는 그녀의 사연은 과연 무엇일까?




처음 이 작품에 대한 제목을 대했을 때 어떤 대필작가가 자신의 작품처럼 사용하려는 목적 하에 진짜 작가를 어떻게 한다는... 뭐 이런 상상을 하며 읽기 시작했는데, 그런 상상은 말 그대로 상상으로 남겨질 뿐, 엄마란 위치에서 소중함의 원톱이 무엇인지, 소설가로서의 글 쓰는 일과 엄마란 위치에서 자식을 돌보는 일, 그런 과장에서 부딪치는 현실감의 괴리들이 차후 이 모든 결과의 한 부분으로써 차지했다는 데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물론 행복했던 순간, 이 세상에서 오직 나만을 사랑해 줄 사람을 만났다는 기억, 딸의 웃음과 표정을 바라볼 때의 모든 것을 가진듯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치면서 병마와 싸우는 그녀의 모습이 한 가정의 미묘한 변화의 바람을 천천히 그려나갈 무렵 생각지도 못한 반전이 깃들어 있어 타 추리소설의 느낌과는 달리 받아들여졌다.




순간의 선택이 행복을 좌우한다?



 헬레나의 경우엔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과연 행복한 가정을 겉으로 유지한 채 살아가는 모습이었을 것이란 생각도 들고, 엄마의 냉철한 판단(?) 일지는 모르나 적어도 딸의 입장을 한 번쯤은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특히 고스트라이터와의 우정으로 이어지는 흐름들은 같은 상처를 안고 있던 이들로서 공감을 느끼며 헬레나를 이해하려 한 마르카의 행보도 그렇고 그녀가 자신의 마지막 양심을 걸고 죄에 대한 죄책감을 조금이나마 덜어내고자 행한 일들은 여전히 아련한 아픔이 전해져 온다.




끝까지 말하지 않았다면 그 누구도 몰랐을 비밀, 그 비밀을 풀어내기까지 용기가 필요했음은 말할 필요도 없지만 그녀가 남긴 글을 읽는 동안 내내 슬픔으로 벅찬 소설이었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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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데이먼 갤것 지음, 이소영 옮김 / 문학사상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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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부커상 인터내셔널 수상 소식을 접하면서 수상작품에 대한 관심을 둘러보게 되는 작품들이 있다.


이 작품 또한 2021년 부커상 수상작으로 자신의 고국인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배경으로 다룬 이야기를 풀어낸  소설이다.



이야기는 정말 단순하다.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의 집에서 일하던 가정부에게 그녀가 살고 있는 집을 물려주라는 '약속'에 대한 이야기-



언뜻 보면 약속이 지닌 의미에 담긴 어떤 명문화된 문서도 아니고 그저 오랜 투병생활 동안 자신의 모든 수발을 다 들어준 살로메란 가정부에게 집을 물려줄 것에 대해  엄마 레이첼과 아빠 마니가 나눈 이야기를 들은 막내 아모르의 주장으로 시작되지만 모두  일말 모르쇠로 일관된다.




특이하게도 이 약속에 대한 이행절차에 대해 말이 나오는 계기는 모두 네 번의 장례를 거치면서 진행된다.



엄마, 아빠, 그리고 재혼한 언니의 피살, 마지막 자살로 삶의 끈을 놓아버린 오빠에 이르기까지 아모르는 자신이 듣던 그 약속에 대한 얘기를 꺼내지만 당시 사회적인 분위기 핑계, 약속에 대한 기억이 없다는 행동과 말들로 무산되어 버린다.



소설 속 아모르의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과정은 성인이 된 후 가족과 형제간의 해후를 통해 반복과 지속적인 요구사항이 들어 있지만 남아공 현대 역사의 한 궤를 이들 가족의 삶을 통해 약속이란 중점을 두는 부분 이외에도 아파르트헤이트 정책, 만델라가 대통령이 되고 흑백의 화합이 어울리는 시대에 대한 희망들을 엿보는  부분들을 함께 드러내 보인다.



마지막 아모르가 고향에 돌아왔을 때 비로소 약속을 이행하지만  이 또한 아모르의 입장에서 바라본 약속에 대한 지킴을 의미할 뿐  반대로 살로메의 아들인 루카스가 말한 대목은 의미심장하다.




“우리가 너한테 감사해야 하는 거야? (…) 부서진 지붕에 망할 놈의 방이 세 개인 집. 우리가 고맙게 생각해야 한다고?”  - p473~474



- “아직도 네가 모르고 있는 게 있는데, 네 것을 주는 게 아니야. 이 집은 이미 우리의 것이니까. 이 집뿐만 아니라 네가 사는 그 집도 그렇고, 그 집이 서 있는 땅도 그래. 우리 거야! 네가 정리해서 호의로 나눠 줄 수 있는 네 소유물이 아니라고. 백인 아가씨, 네가 가진 모든 것은 이미 내 것이야. 내가 요청할 필요도 없이.” p475



원래 그들의 땅이었음을 인식하고 있는 루카스의 입장에서 바라본 위의 대화는 아무것도 아닌 당연한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소유욕, 결코 바라지 않을 것이란 인식이 자리 잡고 있던 백인들의 관점 차이들을 유려한 문장으로 이끈 진행이 매끄럽게 다가왔다.



특히 문장의 서술 부분들이 실에 구슬을 꿰매듯 연이어 이어지는 풍경과 등장인물들의 유연한 사고들은 종교와 사회관습, 정치적인 일들과 함께 어우러져 이 소설에서 주는 변화의 흐름들을 잘 포착한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미 터를 잡고 내 땅과 집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던 사람들, 선한 마음을 지닌 아모르가 아니었다면 그들의 삶은 어쩌면 지속가능한 희망만을 지닌 채 살아갔을지도 모르지만 작은 희망의 불씨를 행한 이들이 있음으로 앞 날에 대한 변화를 기대하게 한 작품이다.




 매해 세계 3대 수상작 발표에 대한 관심을 두고 있는 독자라면 이 작품을 통해  좋은 소설을 읽었다는 생각을 할 것 같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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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민 토킹
미리엄 테이브스 지음, 박산호 옮김 / 은행나무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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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를 바탕으로 다룬 작품이란 기대감, 여성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울림을 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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