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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
데이먼 갤것 지음, 이소영 옮김 / 문학사상 / 2023년 4월
평점 :
어제 부커상 인터내셔널 수상 소식을 접하면서 수상작품에 대한 관심을 둘러보게 되는 작품들이 있다.
이 작품 또한 2021년 부커상 수상작으로 자신의 고국인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배경으로 다룬 이야기를 풀어낸 소설이다.
이야기는 정말 단순하다.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의 집에서 일하던 가정부에게 그녀가 살고 있는 집을 물려주라는 '약속'에 대한 이야기-
언뜻 보면 약속이 지닌 의미에 담긴 어떤 명문화된 문서도 아니고 그저 오랜 투병생활 동안 자신의 모든 수발을 다 들어준 살로메란 가정부에게 집을 물려줄 것에 대해 엄마 레이첼과 아빠 마니가 나눈 이야기를 들은 막내 아모르의 주장으로 시작되지만 모두 일말 모르쇠로 일관된다.
특이하게도 이 약속에 대한 이행절차에 대해 말이 나오는 계기는 모두 네 번의 장례를 거치면서 진행된다.
엄마, 아빠, 그리고 재혼한 언니의 피살, 마지막 자살로 삶의 끈을 놓아버린 오빠에 이르기까지 아모르는 자신이 듣던 그 약속에 대한 얘기를 꺼내지만 당시 사회적인 분위기 핑계, 약속에 대한 기억이 없다는 행동과 말들로 무산되어 버린다.
소설 속 아모르의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과정은 성인이 된 후 가족과 형제간의 해후를 통해 반복과 지속적인 요구사항이 들어 있지만 남아공 현대 역사의 한 궤를 이들 가족의 삶을 통해 약속이란 중점을 두는 부분 이외에도 아파르트헤이트 정책, 만델라가 대통령이 되고 흑백의 화합이 어울리는 시대에 대한 희망들을 엿보는 부분들을 함께 드러내 보인다.
마지막 아모르가 고향에 돌아왔을 때 비로소 약속을 이행하지만 이 또한 아모르의 입장에서 바라본 약속에 대한 지킴을 의미할 뿐 반대로 살로메의 아들인 루카스가 말한 대목은 의미심장하다.
- “우리가 너한테 감사해야 하는 거야? (…) 부서진 지붕에 망할 놈의 방이 세 개인 집. 우리가 고맙게 생각해야 한다고?” - p473~474
- “아직도 네가 모르고 있는 게 있는데, 네 것을 주는 게 아니야. 이 집은 이미 우리의 것이니까. 이 집뿐만 아니라 네가 사는 그 집도 그렇고, 그 집이 서 있는 땅도 그래. 우리 거야! 네가 정리해서 호의로 나눠 줄 수 있는 네 소유물이 아니라고. 백인 아가씨, 네가 가진 모든 것은 이미 내 것이야. 내가 요청할 필요도 없이.” p475
원래 그들의 땅이었음을 인식하고 있는 루카스의 입장에서 바라본 위의 대화는 아무것도 아닌 당연한 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소유욕, 결코 바라지 않을 것이란 인식이 자리 잡고 있던 백인들의 관점 차이들을 유려한 문장으로 이끈 진행이 매끄럽게 다가왔다.
특히 문장의 서술 부분들이 실에 구슬을 꿰매듯 연이어 이어지는 풍경과 등장인물들의 유연한 사고들은 종교와 사회관습, 정치적인 일들과 함께 어우러져 이 소설에서 주는 변화의 흐름들을 잘 포착한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미 터를 잡고 내 땅과 집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던 사람들, 선한 마음을 지닌 아모르가 아니었다면 그들의 삶은 어쩌면 지속가능한 희망만을 지닌 채 살아갔을지도 모르지만 작은 희망의 불씨를 행한 이들이 있음으로 앞 날에 대한 변화를 기대하게 한 작품이다.
매해 세계 3대 수상작 발표에 대한 관심을 두고 있는 독자라면 이 작품을 통해 좋은 소설을 읽었다는 생각을 할 것 같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